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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건물 대지사용권, 등기 안 된 토지사용권도 대지 매수인의 철거 청구를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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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건물 대지사용권, 등기 안 된 토지사용권도 대지 매수인의 철거 청구를 막는다 

강대현 변호사

아파트나 상가 호실을 샀는데, 어느 날 그 건물이 서 있는 땅의 소유자라는 사람이 찾아와 "건물을 철거하고 땅을 내놓으라"는 소송을 걸어오는 일이 있습니다. 등기부를 보니 내 전유부분만 있고 대지권 등기는 비어 있거나, 대지 지분 이전등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되는 경우입니다. 이때 핵심은 등기가 되어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건물을 가진 근거가 되는 대지사용권이 실체로서 존재하느냐입니다. 이 글에서는 등기되지 않은 토지사용권도 대지사용권이 될 수 있는 이유와, 대지 매수인이 철거를 청구할 때 구분소유자가 어떤 지점을 다퉈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대지사용권이란 — 건물 아래 땅을 쓸 수 있는 권리의 법적 이름

집합건물법 제2조 제6호는 대지사용권을 "구분소유자가 전유부분을 소유하기 위하여 건물의 대지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로 정의합니다. 가장 흔한 형태는 대지의 공유지분(소유권)이지만 조문 어디에도 소유권만 된다는 제한이 없습니다. 지상권, 전세권, 임차권, 사용대차에 따른 사용권처럼 건물을 소유하며 그 땅을 쓸 수 있게 해주는 권리라면 모두 이 개념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지사용권은 '등기된 권리'라는 뜻이 아니라 '전유부분과 한 몸으로 움직이는 대지 이용 권원'을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이 정의가 철거 소송에서 중요한 이유는 대지 소유자의 청구 근거가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민법 제214조)이기 때문입니다. 소유자가 건물 철거와 대지 인도를 구하면 건물 소유자는 "나에게는 그 땅을 쓸 정당한 권원이 있다"고 맞서야 하고, 그 권원이 집합건물에서는 곧 대지사용권입니다. 권원이 인정되면 소유자의 청구는 기각되고, 권원이 없으면 철거와 인도라는 결론으로 향합니다. 결국 이 분쟁은 철거 가능성을 따지는 싸움이 아니라 대지사용권이 있느냐를 가리는 싸움입니다.

대지사용권은 등기부에 적혔는지가 아니라, 전유부분을 소유하기 위해 대지를 쓸 수 있는 권리가 실체로 존재하는지로 결정된다.

등기 전 매수인의 점유·사용권 — 대법원이 대지사용권으로 본 이유

분양받은 구분소유자가 대지 지분 이전등기를 받기 전에 전유부분 등기만 마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대법원 2000. 11. 16. 선고 98다45652 전원합의체 판결은 전유부분과 대지지분을 함께 매수하고도 대지지분 이전등기를 받지 못한 매수인이 매매계약에 기해 대지를 점유·사용할 권리를 가지며, 이 권리가 집합건물법상 대지사용권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판결의 논리는, 이 권리가 단순한 사실상의 점유가 아니라 매매계약의 효력으로 생긴 본권이고, 건물을 소유하려는 목적과 불가분으로 결합되어 있다는 데 있습니다.

같은 법리는 후속 판결에서도 이어집니다. 대법원 2001. 1. 30. 선고 2000다10741 판결은 대지를 매수해 인도받고 그 위에 집합건물을 지은 경우 이전등기 전이라도 매매계약의 효력으로 생긴 점유·사용권이 대지사용권이라는 쪽으로 정리했고, 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4다742 판결은 수분양자도 같은 권리를 가진다고 보았습니다. 또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79210 판결은 전유부분 소유자로부터 전유부분과 대지지분을 함께 산 양수인이 이 대지사용권을 취득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정리하면 대지에 대한 이전등기가 없어도 매매대금을 지급하고 인도받은 사정이 있다면 대지사용권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흐름입니다.

  • 인정 방향 — 대지 지분 매매계약과 대금 지급, 인도(점유) 사실이 있고 건물 소유 목적이 분명한 경우.

  • 승계 방향 — 전유부분을 양수하면서 대지사용권도 일체로 넘겨받은 양수인에게 이어짐.

  • 입증 자료 — 분양계약서, 대금 영수증, 입주·인도 확인서, 관리비 납부 내역.

  • 한계 — 구분소유자 지위와 무관하게 별도로 땅에 대한 권리를 가진 사람의 권리는 이 구조와 구별됨.

분리처분 금지 — 대지만 따로 판 거래는 무효가 되는 구조

집합건물법 제20조 제1항은 대지사용권이 전유부분의 처분에 따르는 것으로 정하고, 제2항은 규약이나 공정증서로 달리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구분소유자가 전유부분과 분리하여 대지사용권을 처분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이를 위반한 처분은 효력이 없습니다. 그러니 건물 아래 땅의 지분이 대지권으로 전유부분과 묶여 있다면, 땅의 소유자가 그 지분만 따로 제3자에게 넘긴 거래는 원칙적으로 무효이고, 그 제3자는 철거를 청구할 소유권을 얻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 무효 주장에는 분명한 예외가 있습니다. 제3항은 분리처분 금지의 취지를 등기하지 않으면 선의로 물권을 취득한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대지권 등기가 없는 토지를 그 땅이 집합건물의 대지인 줄 모르고 산 매수인이 나타나면, 구분소유자는 분리처분이 무효라는 항변을 내세우기 어려워집니다. 철거 소송이 실제로 이 지점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집니다. 매수인이 선의였는지, 그리고 그 땅이 대지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는지가 곧 승패의 축이 됩니다.

분리처분 금지는 등기로 공시하지 않으면 선의의 제3자에게 막히므로, 대지권 등기가 없다는 사정은 구분소유자에게 약점이 된다.

선의 제3자 판단 — 건물이 이미 서 있는 땅을 산 매수인은 보호될까

제3항이 말하는 선의의 제3자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0다71578)과 이를 따른 판결들에서 원칙적으로 그 토지가 집합건물의 대지라는 사정을 모르고 취득한 사람으로 설명됩니다. 대지권 등기가 비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선의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건물이 이미 완성되어 서 있고 건물 등기까지 되어 있으면, 매수인은 현장을 한 번만 둘러봐도 그 땅에 집합건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대지로 쓰이는 사정을 모르고 샀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구분소유자 측은 매수 경위를 구체적으로 파고들어야 합니다. 매수인이 경매나 공매로 취득했는지, 매수 전 현장 확인을 했는지, 매매 가격이 건물 부지로서의 가치를 반영하는지, 매도인과 구분소유자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가 모두 증거가 됩니다. 반대로 매수인은 건물이 있는 사실은 알았어도 그 건물이 대지사용권을 가지고 있는지는 몰랐다는 점을 내세워 선의를 주장합니다. 법원은 이 공방에서 매수인의 인식 내용과 조사 가능성을 종합해 판단하므로, 매수 시점의 현황 사진과 등기부 사본, 거래 경위가 담긴 문자·계약서를 빨리 확보해 두는 쪽이 유리합니다.

  • 구분소유자 측 증거 — 매수 시점 건물 외관 사진, 건물 등기 이력, 매수인의 현장 방문 정황.

  • 매수인 측 주장 — 대지권 등기가 없었고 대지임을 알려주는 표시가 없었다는 점.

  • 판단 요소 — 취득 경위(경매·공매·일반 매매), 매매 가격, 매수인의 직업·경험.

  • 시점 — 선의 여부는 매수인이 물권을 취득한 때를 기준으로 봄.

철거 소송에서 쓰는 방어선 — 대지사용권 항변과 권리남용

대지 소유자가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건물 철거와 대지 인도를 청구하면, 첫 번째 방어선은 대지사용권이 있다는 항변입니다. 앞서 본 매매계약에 기한 점유·사용권, 분양계약에 따른 수분양자의 지위, 전유부분과 함께 승계한 사용권이 모두 이 항변의 재료입니다. 이 항변이 받아들여지면 소유자의 방해배제 청구는 권원이 있다는 이유로 기각됩니다. 두 번째 방어선은 분리처분 금지 위반이라는 무효 항변이고, 이는 앞서 본 선의 제3자 문제가 걸린 지점입니다.

세 번째로 민법 제2조가 정한 신의칙과 권리남용도 쓸 수 있습니다. 한 필지 위에 수십 세대가 입주해 살고 있는데 극히 작은 지분이나 소액의 거래로 땅을 사들인 소유자가 건물 전체의 철거를 요구하는 경우, 법원은 그 청구가 사회통념상 허용되지 않는 권리 행사인지를 따져볼 수 있습니다. 다만 권리남용은 인정 기준이 엄격하므로 이것만 믿고 대응하면 위험합니다. 대지사용권 항변을 중심에 두고, 선의 제3자가 아니라는 점과 권리남용을 보조 논거로 쌓는 것이 일반적인 소송 구성입니다. 답변서에서 세 갈래를 모두 빠짐없이 주장해 두어야 나중에 항소심에서 새로 꺼내느라 곤란해지는 일이 없습니다.

대지사용권이 없다고 판단될 때 — 구분소유권 매도청구와 대지 지분 매수

대지사용권이 없다고 결론나면 그 구분소유자는 철거라는 극단적 결과 앞에 서게 되는데, 집합건물법은 여기에 다른 출구도 마련해 두었습니다. 제7조는 대지사용권을 가지지 않은 구분소유자가 있을 때 그 전유부분의 철거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 자가 그 구분소유자에게 구분소유권을 시가로 매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합니다. 쉽게 말해 소유자가 철거를 구하는 대신 시가를 지급하고 전유부분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정리하는 길이 열려 있다는 뜻입니다. 시가는 구분소유권의 시가를 말하고, 건물 부지의 대지사용권이 없다는 사정이 가격에서 어떻게 평가되는지가 다툼이 됩니다.

구분소유자 입장에서는 철거를 당하느니 시가 매도로 정리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고, 반대로 대지 소유자와 협상해 대지 지분을 정상 가격에 매수하는 방법으로 대지사용권을 확보할 수도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여러 구분소유자가 함께 협상해야 하는 일이 많아 공동 대응이 현실적입니다. 철거 소송이 시작되었다면 선고 전에 대지 소유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미 진행 중인 소송에서 조정이나 화해로 대지 지분을 정리하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결국 대지사용권이 없다는 결론을 막는 데 실패하더라도, 철거까지 가기 전에 매수나 매도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가 남아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대지권 등기가 없으면 대지사용권도 없는 건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대지사용권은 등기된 권리라는 뜻이 아니라 전유부분을 소유하기 위해 대지를 쓸 수 있는 권리이므로, 매매계약에 기한 점유·사용권도 판례상 대지사용권으로 인정됩니다. 다만 등기가 없으면 분리처분 금지를 선의의 제3자에게 주장하기 어려워지므로, 실제 분쟁에서는 불리한 사정이 됩니다.

Q. 분양받은 뒤 대지 지분 이전등기를 못 받았는데 철거당할 수 있나요?

A. 분양계약과 대금 지급, 인도 사실이 입증되면 수분양자의 점유·사용권이 대지사용권으로 인정되어 철거 청구는 기각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이 권리를 분양자나 시행사의 이전등기 의무와 별개로 확보하려면, 분양자를 상대로 대지권 이전등기 청구를 병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경매로 땅만 낙찰받은 사람이 철거를 요구하면 어떻게 되나요?

A. 낙찰자가 그 땅이 집합건물 대지라는 사정을 모르고 취득한 선의의 제3자인지가 쟁점이 됩니다. 건물이 이미 서 있고 건물 등기도 있었다면 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경매 당시의 현황과 매각물건명세서 기재를 근거로 대응합니다.

Q. 소송 중에 구분소유권을 팔아버려도 되나요?

A. 전유부분을 양도하면 대지사용권도 일체로 따라 넘어가므로 양수인이 분쟁을 그대로 떠안게 됩니다. 소송이 걸린 사실을 숨기고 매도하면 매수인에게 하자담보나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어, 매도 전에 쟁점을 정리하거나 합의로 끝내는 편이 안전합니다.

Q. 철거를 피하려면 어떤 증거부터 모아야 하나요?

A. 분양계약서와 대금 영수증, 입주 확인서, 건물 등기부와 대지 등기부, 매수인이 땅을 취득한 경위를 보여주는 자료를 먼저 모아야 합니다. 특히 취득 당시의 건물 외관 사진과 현황 자료는 선의 여부 다툼에서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Q. 철거 대신 시가로 사 가라고 할 수도 있나요?

A. 집합건물법 제7조는 대지 소유자 쪽에서 대지사용권이 없는 구분소유자에게 구분소유권을 시가로 팔라고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구분소유자 쪽에서 먼저 대지 지분 매수를 협상하는 것도 가능하고, 소송 중 조정에서 이런 방식으로 마무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맺음말

집합건물 대지에서 벌어지는 철거 분쟁은 등기부에 대지권이 있는지가 아니라, 구분소유자가 전유부분을 소유하며 그 땅을 쓸 수 있는 실체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매매계약에 기한 점유·사용권은 등기가 없어도 대지사용권으로 인정될 수 있고, 분리처분 금지는 선의의 제3자 앞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분양계약과 대금 지급, 인도 자료를 갖추고 매수인의 선의 여부를 정면으로 다투는 것이 방어의 중심입니다.

철거 청구는 한 번 소송이 시작되면 건물 전체의 거주와 재산 가치가 걸리기 때문에, 소장을 받기 전부터 등기부와 계약 자료를 점검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혼자 판단하기 어렵다면 자료를 모아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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