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폭우, 산불, 태풍 같은 재난이 발생하면 군 장병이 지자체와 소방의 요청을 받아 현장에 투입되는 일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뛰었던 분들 중 상당수는 “사람부터 살려야 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지시받은 대로 한 것이니 문제 될 일이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조치에 나섭니다. 하지만 구조 과정에서 장비가 민가를 덮치거나, 급히 옮기던 주민이 다치거나, 진입로를 만들다 시설이 부서지는 일이 생기면, 이후 유족이나 피해 주민의 고소·진정이 접수되고 “왜 그렇게 조치했느냐”는 조사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재난 지원이라는 공익 목적이 있었다고 해서 형사책임이 자동으로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급박한 현장 상황은 과실 판단과 위법성 판단 양쪽에서 실제로 비중 있게 고려되는 사정이고, 어떤 자료를 어떻게 남겨 두었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아래에서는 재난 지원 중 급히 한 조치로 피해가 발생했을 때 군인에게 어떤 책임이 문제 되는지, 그리고 조사에 앞서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법 조문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재난 지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업무상과실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습니다
사람의 사망·상해는 ‘업무상과실’ 틀로, 재산 피해는 별도 틀로 판단합니다.
재난 현장에서 군인이 하는 구조·응급조치·복구 작업은 직무로서 반복·계속하는 일이므로 형법상 업무에 해당합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이 숨지거나 다쳤다면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치사상죄가 문제 되고, 법정형은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형법 제14조는 정상적으로 기울여야 할 주의를 게을리해 죄가 되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신체에 대한 과실은 제266조(과실치상)와 제268조에 규정이 있어 처벌되지만, 사람이 아닌 일반 재물을 과실로 부순 경우에는 형법에 과실손괴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따라서 급히 진입로를 내다가 담장이나 차량을 파손한 정도라면 형사책임보다는 뒤에서 보는 국가배상·구상 문제로 넘어가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실화나 과실로 인한 폭발·교통 방해처럼 별도의 과실범 규정이 있는 영역은 예외이므로 사고 유형을 먼저 가려야 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은 “재난 지원 중이었으니 업무상과실이 아니다”라는 생각입니다. 반대로 같은 현장에서 “결과가 나빴으니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는 것 역시 잘못된 접근입니다. 과실은 결과가 아니라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는지, 그 결과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는지로 판단합니다.
재난 지원 중의 조치도 업무이므로 사람이 다쳤다면 업무상과실 여부가 심사되지만, 일반 재물 손괴는 과실만으로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2. “급박한 상황이었다”는 사정은 긴급피난과 정당행위로 다투게 됩니다
현재의 위난이 있었고 그 조치가 ‘상당한 이유’를 갖췄다면 처벌되지 않습니다.
긴급피난은 형법 제22조 제1항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형법 제22조 제1항).
이 조문의 요건은 ①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이 있을 것, ②그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일 것, ③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정리됩니다. 군인에게 특히 문제 되는 요건은 세 번째입니다. 상당한 이유는 다른 방법이 없었는지(보충성), 지키려는 이익이 침해한 이익보다 현저히 크지는 않더라도 균형을 잃지 않았는지(법익 균형)를 함께 봅니다. 예컨대 붕괴 위험 건물 안 주민을 구하려고 출입문을 부수는 것은 이 요건에 부합하기 쉽지만, 다른 진입로가 열려 있었는데도 차량으로 외벽을 밀고 들어갔다면 상당성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제22조 제2항은 위난을 피하지 못할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는 긴급피난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어, 직무상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군인이 자기 안전만을 위해 한 조치와 구조 대상을 보호하기 위해 한 조치는 구분해서 평가됩니다.
긴급피난과 별개로 형법 제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를 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45조는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어 응급조치가 급박한 경우 시장·군수·구청장과 지역통제단장이 현장에 있는 사람에게 응급조치에 종사하게 하고, 다른 사람의 토지·건축물 등을 일시 사용하거나 장애물을 변경·제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지역통제단장의 요청이나 지시에 따라 장애물을 치웠다면 법령에 의한 행위로 다툴 근거가 생기고, 반대로 그런 지시 없이 독자 판단으로 남의 시설을 철거했다면 이 근거는 약해집니다. 따라서 누가 어떤 근거로 그 조치를 요청·지시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급박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점과 지시·요청의 근거를 함께 보여야 처벌을 피할 수 있습니다.
3. 업무상과실 여부는 ‘당시 그 상황의 군인’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결과가 아니라 예견·회피 가능성과 현장 여건이 과실 판단의 중심입니다.
업무상과실이 인정되려면 주의의무 위반이 있어야 하고, 그 위반과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법원은 사고가 난 뒤의 시점에서 “이렇게 했어야 했다”고 평가하지 않고, 사고 당시 현장에서 그 직위의 사람이 알 수 있었던 정보를 기준으로 예견 가능성을 따집니다. 재난 현장은 통신이 끊기고 시야가 가려지며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런 사정은 주의의무의 범위를 정하는 데 반영됩니다.
구체적으로 수사기관과 법원이 확인하는 항목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첫째, 출동 요청과 임무 지시의 내용입니다. 구조 대상, 투입 시간, 사용 장비와 방식이 어떻게 정해졌는지 봅니다. 둘째, 현장 지휘체계입니다. 지휘관이 있었는지, 그 지휘관이 특정 방법을 지시했는지에 따라 개별 장병의 주의의무는 달라집니다. 셋째, 매뉴얼과 교육입니다. 해당 장비를 운용할 자격과 훈련을 받았는지, 부대 교범이나 안전수칙을 지켰는지를 대조합니다. 넷째, 대안의 존재입니다. 더 안전한 방법이 현장에서 실제로 선택 가능했는지가 결과 회피 가능성의 핵심입니다.
상급자의 구체적 지시를 따른 하급자의 경우, 그 지시가 명백히 위험한 것이 아니었다면 하급자에게 별도의 회피 의무를 요구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지시가 있었더라도 위험이 눈에 보이는 상황에서 이의 제기나 보고 없이 그대로 수행했다면 과실이 인정될 여지가 남습니다. 결국 지시의 내용, 그때 알 수 있었던 위험, 취한 확인 조치가 한 묶음으로 평가됩니다.
또한 피해자 측의 사정도 함께 봅니다. 대피 권고를 받고도 현장에 남아 있었거나 통제선을 넘은 경우처럼 피해자의 행동이 결과에 기여했다면 인과관계와 양형에서 참작됩니다.
과실 여부는 결과가 아니라 당시 현장에서 알 수 있었던 위험과 선택 가능한 대안을 기준으로 가려집니다.
4. 형사책임과 별개로 국가배상과 구상 문제가 이어집니다
직무 중 위법행위의 배상은 국가가 지고, 개인은 고의·중과실일 때만 책임을 집니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면 국가가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을 때 국가가 그 공무원에게 구상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군인도 이 조문의 공무원에 해당합니다.
개인에게 직접 청구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기준이 됩니다.
공무원이 직무수행 중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국가 등이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외에 공무원 개인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지만, 공무원에게 경과실뿐인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6. 2. 15. 선고 95다38677 전원합의체 판결).
이 법리에 따르면 급박한 현장에서 한 조치가 경과실에 그쳤다면 피해 주민은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받을 수 있을 뿐 장병 개인에게 직접 청구할 수 없고, 국가의 구상도 막힙니다. 반대로 위험을 알면서 무시했거나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현저히 소홀히 했다면 중과실로 평가될 수 있어 개인 책임과 구상의 대상이 됩니다. 앞의 업무상과실 판단과 이 민사 판단은 기준이 겹치기 때문에, 형사 단계에서 진술한 내용이 그대로 민사 책임의 근거 자료가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같은 부대의 동료 군인인 경우에는 사정이 다릅니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는 군인 등이 전투·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해 전사·순직하거나 공상을 입고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 다른 법령상 보상을 받을 수 있을 때에는 국가배상법과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경우에도 가해 공무원 개인의 책임 법리를 달리 보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경과실이면 개인이 배상하지 않고 국가가 책임지며, 고의·중과실일 때만 개인 구상까지 이어집니다.
5. 수사부터 재판까지, 신분과 피해자에 따라 절차가 갈립니다
재판권이 군사법원인지 일반 법원인지부터 확인해야 대응 순서가 정해집니다.
군사법원법 제2조 제1항은 군형법 적용 대상자가 범한 죄에 대해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가진다고 정하면서, 같은 조 제2항에서 군인이 사망하거나 사망에 이른 경우 그 원인이 되는 범죄 등은 일반 법원이 재판권을 가진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재난 지원 중 민간 주민을 다치게 한 사건은 군사법원, 동료 군인이 숨진 사건은 일반 법원 관할로 나뉠 수 있습니다. 군사법원 재판에 대한 항소사건은 군사법원법 제10조에 따라 서울고등법원이 심판합니다.
일반 법원 관할이라면 사건은 통상 ①사고 직후 보고와 수사기관 출석 통보 → ②경찰 또는 군 수사기관의 피의자 조사(수원 관내 사건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군사법원 관할이면 소속 부대 관할 지역의 군사법원에서 재판이 이루어집니다.
출석 통보를 받았다면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출동 요청과 임무 지시의 근거(요청 공문, 지역통제단장 지시, 지휘관 명령, 무전·메신저 기록)가 남아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사고 당시 시간대별 현장 상황(기상, 통신 두절, 투입 인원과 장비, 위험 인지 시점)을 상황보고서와 일지로 정리합니다.
진술조서에 서명하기 전에 지시받은 내용과 실제 조치가 일치하도록 기억과 기록을 대조하고, 모르는 부분은 추측으로 답하지 않습니다.
특히 초기 진술에서 “제가 판단해서 했습니다”와 “지시에 따라 했습니다”는 지휘 책임과 개인 과실의 구도를 완전히 바꿉니다. 진술 전에 변호사와 기록을 맞춰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치며
재난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도 조사 통보를 받으면 “나라를 위해 한 일인데”라는 억울함 때문에 오히려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를 입은 주민이나 유족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항의보다 어떤 지시와 어떤 판단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이고, 국가배상 절차를 통한 회복 가능성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반대로 조사를 받는 군인 입장에서도 “상황이 급박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으며, 지시의 근거와 선택 가능한 대안이 있었는지를 자료로 보여야 합니다.
저는 군 관련 형사 사건과 업무상과실 사건 양쪽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현장 조치라도 지시 근거와 기록 정리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진술서에 서명하기 전이 가장 중요한 시점입니다. 사건의 방향을 정하는 그 첫 단계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한 조치로 사람이 다쳤는데도 처벌될 수 있나요?
A. 명령을 따랐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면책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명령이 명백히 위험한 것이 아니었다면 하급자의 과실 판단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므로, 명령의 내용과 근거를 자료로 확보해야 합니다.
Q. 구조하느라 남의 집 담장이나 차량을 부수면 형사처벌을 받나요?
A. 형법에 과실손괴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어 과실이라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고의로 부순 경우에도 긴급피난·정당행위가 인정되면 처벌되지 않으며, 피해 보상은 국가배상이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절차로 다루어집니다.
Q. 급박한 상황이면 긴급피난으로 무조건 인정되나요?
A. 아닙니다. 현재의 위난,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 상당한 이유가 모두 필요하고, 다른 방법이 없었는지와 침해한 이익이 과도하지 않았는지가 따로 심사됩니다.
Q. 피해 주민이 저를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나요?
A. 경과실이라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개인은 책임을 지지 않고 국가가 배상합니다. 고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되면 개인 책임이 문제 될 수 있고, 국가도 구상할 수 있습니다.
Q. 동료 군인이 사고로 숨졌다면 어느 법원에서 재판을 받나요?
A. 군인이 사망한 경우 그 원인이 되는 범죄는 군사법원법 제2조 제2항에 따라 일반 법원이 재판권을 갖습니다. 민간인 피해 사건은 원칙적으로 군사법원 관할이며 항소심은 서울고등법원입니다.
Q.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에서 지시 근거와 개인 판단이 어떻게 정리되느냐가 형사와 민사 책임 전체의 방향을 정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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