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자금 사정이 급격히 나빠진 사업자들 사이에서, 갚아야 할 돈의 날짜를 넘기기 위해 어음을 끊어 주었다가 어음이 부도나면서 사기 고소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어음을 줬으니 최소한 성의는 보인 것이다”, “만기 때까지 어떻게든 돌려막으면 된다고 생각했다”는 마음으로 어음을 발행하셨습니다. 그런데 만기에 어음이 부도나면 채권자는 “처음부터 막아줄 돈이 없는 줄 알면서 시간을 번 것”이라며 고소하고, 발행한 쪽은 “사기 칠 생각은 없었다”고 항변하지만 이미 수사기관은 발행 당시의 자금 사정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채무자가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 없으면서 종전 채무의 변제기를 늦출 목적으로 어음을 발행·교부한 경우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새로 돈을 받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이른바 딱지어음을 준 행위가 어떤 경우에 사기가 되고 어떤 경우에 단순한 채무불이행에 그치는지, 그리고 고소를 당했거나 하려는 경우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새로 받은 돈이 없어도 변제기를 미룬 이익이 있으면 사기가 될 수 있습니다
기존 빚의 갚을 날을 늦춘 것도 사기죄가 말하는 ‘재산상 이익’입니다.
흔히 사기라고 하면 거짓말로 돈이나 물건을 받아 가는 경우를 떠올립니다. 그래서 “빚은 원래 있던 것이고 새로 받은 돈은 한 푼도 없는데 무슨 사기냐”고 반문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형법 제347조 제2항은 재물뿐 아니라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도 사기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고, 법정형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채권자가 어음을 받고 “그럼 만기까지는 기다려 주겠다”며 독촉과 소송을 미뤘다면, 채무자는 그 기간만큼 변제를 유예받는 이익을 얻은 것입니다. 이 유예가 어음이라는 믿음에 속아 이뤄졌다면 기망, 착오, 처분행위, 재산상 이익이라는 사기죄의 구조가 모두 갖춰집니다.
여기서 딱지어음이라 부르는 것은 실무상 처음부터 결제될 가능성이 없는 어음을 말합니다. 법률상 용어는 아니고, 법원은 어음의 이름이 아니라 발행 당시 발행인이 만기에 결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를 봅니다. 당좌거래가 정지된 상태에서 남의 명의로 어음을 만들었거나, 이미 부도 직전인 사업체 명의로 발행했다면 이 판단에서 매우 불리해집니다.
새로 받은 돈이 없더라도, 어음으로 빚 갚을 날을 미뤘다면 사기죄의 재산상 이익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2. 핵심은 발행하던 그 시점에 결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입니다
부도가 났다는 결과가 아니라, 발행 당시의 자금 사정이 사기 여부를 가릅니다.
대법원은 이 유형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소정기일까지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 없음에도 종전 채무의 변제기를 늦출 목적에서 어음을 발행 교부한 경우 사기죄가 성립한다(대법원 1983. 11. 8. 선고 83도1723 판결).
이 법리에서 중요한 것은 ‘소정기일까지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 없음’이라는 요건입니다. 어음이 결국 부도났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사기가 되는 것은 아니고, 수사기관은 발행 시점을 기준으로 다음과 같은 사정을 하나씩 확인합니다.
첫째는 당시 재산 상태입니다. 예금 잔액, 매출채권, 담보 가능한 부동산, 다른 금융기관 대출과 연체 여부를 통장 거래내역과 신용정보로 살핍니다. 둘째는 같은 시기에 발행한 다른 어음의 규모입니다. 만기가 몰려 있는데 그 총액을 막을 자금 계획이 없었다면 “돌려막기 외에 대책이 없었다”는 판단으로 이어집니다. 셋째는 결제 자금을 어디서 마련하려 했는지에 대한 객관적 근거입니다. 확정된 입금 예정 자금이 있었는지, 아니면 막연히 “그때쯤이면 되겠지”라는 기대뿐이었는지가 갈립니다.
넷째는 채권자에게 불리한 사정을 알렸는지입니다. 어음을 건네면서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점을 숨기고 “만기에는 틀림없이 결제된다”고 말했다면 기망의 근거로 쓰이기 쉽고, 반대로 어려운 사정을 솔직히 알리고 채권자가 이를 알고도 받아 준 것이라면 기망 자체가 부정될 여지가 생깁니다.
사기 여부는 부도라는 결과가 아니라, 발행 당시 결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로 갈립니다.
3. 사정이 갑자기 악화된 경우와 처음부터 알고 준 경우는 다르게 판단됩니다
발행 당시 결제 가능성이 있었다면 부도가 났어도 단순한 채무불이행에 그칠 수 있습니다.
어음을 발행한 사람이 모두 처벌받는 것은 아닙니다. 사기죄는 고의 범죄이므로 발행 당시 부도를 예견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하고, 이는 검사의 몫입니다. 고소를 당한 쪽에서는 이 지점을 중심으로 방어 논리를 세웁니다.
예컨대 발행 당시에는 큰 거래처로부터 대금이 입금될 예정이었는데 그 거래처가 갑자기 부도나면서 결제 자금이 끊긴 경우, 이는 예측하지 못한 사정 변경이지 처음부터 속이려던 것이 아닙니다. 이 경우에는 거래처와의 계약서, 입금 예정 일정이 담긴 문자·세금계산서, 거래처 부도 시점이 확인되는 자료가 핵심 증거가 됩니다.
또한 부도 이후의 태도도 간접 사정으로 평가됩니다. 부도 직후 채권자에게 즉시 연락해 사정을 설명하고 일부라도 변제하거나 담보를 제공했다면 처음부터 속일 생각이 없었다는 정황이 됩니다. 반대로 연락을 끊고 전화번호를 바꾸거나 사업장을 정리했다면 발행 당시의 고의를 추단하는 근거로 쓰이기 쉽습니다.
민사상으로는 기존 채무에 대해 어음을 준 경우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채무의 지급을 위한 방편으로 발행된 것으로 보므로, 채권자는 어음금뿐 아니라 원래의 채권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즉 형사에서 무죄가 나와도 민사 책임은 별도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대응해야 합니다.
같은 부도라도 결제할 가능성이 있었는지, 부도 뒤에 어떻게 행동했는지에 따라 사기와 단순한 채무불이행이 갈립니다.
4. 피해 금액이 커지면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지고, 합의가 양형을 좌우합니다
어음 액면 합계가 5억원을 넘으면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사기죄는 이득액에 따라 적용 법조가 달라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미만이면 형법 제347조가 적용되어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가능하고,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변제기를 늦춘 경우의 이득액은 여러 장의 어음 액면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장 한 장은 소액이어도 같은 채권자를 상대로 여러 번 어음을 바꿔 주며 기한을 미뤘다면 합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형사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피해 회복입니다. 사기죄는 합의가 되어도 범죄 성립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지만, 합의서와 변제 내역은 기소 여부와 양형에서 매우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됩니다. 따라서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채권자와의 합의 가능성을 일찍 타진하는 것이 좋고, 그 과정에서 진술이 서로 엇갈리지 않도록 경위를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부도 직후의 대응과 자료 정리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어음 사기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피해 금액이 크고 연락이 두절된 경우에는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고소를 당했거나 고소를 준비 중이라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음의 발행일·만기일·액면과 원인이 된 채무의 내용, 어음을 건네며 오간 대화·문자 기록부터 확인합니다.
발행일 전후의 통장 거래내역, 매출·미수금 자료, 다른 금융기관 대출·연체 내역으로 당시의 자금 사정을 정리합니다.
부도 이후 채권자와 나눈 연락, 일부 변제·담보 제공 내역을 시간순으로 모아 둡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어음·채권 분쟁에 경험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대응과 민사상 변제 방안을 함께 설계해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어음 문제는 “어차피 갚을 돈이었는데 사기라니”라는 억울함과 “이미 속았다”는 분노가 충돌하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음을 받았다가 부도를 맞은 채권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주장보다 발행 당시 상대방이 결제 능력이 없었음을 보여 주는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어음과 대화 기록, 상대방의 다른 부도 이력이 쌓일수록 형사 고소와 민사 청구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사기로 고소당한 발행인 입장에서도 “갚을 생각은 있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발행 당시 무엇을 근거로 결제를 기대했는지, 부도 뒤에 어떻게 행동했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어음·채무를 둘러싼 사기 사건에서 고소한 쪽과 고소당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발행 당시의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어음이 부도나면 무조건 사기로 처벌되나요?
A. 아닙니다. 사기죄는 발행 당시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발행 후 사정이 급변해 부도가 난 경우라면 단순한 채무불이행에 그칠 수 있습니다.
Q. 새로 돈을 받은 것도 아니고 원래 있던 빚인데 사기가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지급 의사와 능력 없이 종전 채무의 변제기를 늦출 목적으로 어음을 발행·교부하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고, 변제 유예도 재산상 이익으로 평가됩니다.
Q. 어음 대신 현금으로 일부를 갚으면 달라지나요?
A. 범죄 성립 여부가 바뀌지는 않지만, 일부 변제와 합의는 기소 여부와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되고 발행 당시 고의가 없었다는 정황으로도 쓰일 수 있습니다.
Q. 채권자가 자금 사정이 어려운 걸 알고 어음을 받았다면요?
A. 채권자가 사정을 알고도 받았다면 속았다고 보기 어려워 기망이 부정될 여지가 큽니다. 어음을 건넬 때 어떤 설명을 했는지 기록이 남아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Q.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같이 진행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기존 채무에 대해 어음을 준 경우 어음금과 원래 채권을 모두 청구할 수 있어, 형사 고소로 확보한 수사 기록을 민사 입증자료로 활용하는 병행 전략이 많이 쓰입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발행 당시 고의 판단의 방향을 정하고, 피해 금액이 크면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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