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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 끝에 부모가 숨졌다면, 존속살해 합헌 결정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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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 끝에 부모가 숨졌다면, 존속살해 합헌 결정의 의미 

박재성 변호사

안녕하세요, 박재성 변호사입니다.

2021년 봄, 대구의 한 원룸에서 스물두 살 청년이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홀로 돌보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사지가 마비되어 콧줄로 식사를 해야 했고,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습니다. 청년은 어느 시점부터 치료식과 처방약, 물을 끊었고 아버지는 영양실조 상태에서 폐렴 등으로 숨졌습니다.

청년에게 적용된 죄명은 유기치사가 아니라 존속살해였습니다. 1심은 징역 4년을 선고했고, 항소심도 그대로 유지했으며, 대법원은 2022년 3월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청년은 재판 중 존속살해 조항 자체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고, 헌법재판소는 4년 반 만인 2026년 10월 22일 재판관 8대1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2022헌바95).

결정 자체는 2013년 7대2 합헌에 이은 '재확인'입니다. 그러나 형사 변호인의 눈으로 보면 이 사건은 조항의 위헌 여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을 남깁니다. 오늘은 간병 중 가족이 숨졌을 때 수사와 재판이 어떤 구조로 흘러가는지, 그리고 어디에서 결론이 갈리는지를 짚어보겠습니다.

법정형 하한 2년의 차이가 만드는 것

형법 제250조 제1항의 살인죄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같은 조 제2항의 존속살해죄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숫자로는 하한이 2년 올라간 것에 불과해 보이지만, 실무에서 이 2년은 결정적입니다.

법원이 정상참작감경을 해도 하한은 절반까지만 내려갑니다. 살인죄는 2년 6개월까지 내려가 집행유예가 가능하지만, 존속살해죄는 3년 6개월이 바닥입니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에만 붙일 수 있으므로, 다른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존속살해로 유죄가 되면 실형을 피할 길이 사실상 없는 것이지요. 위 사건의 징역 4년도 이 구조 안에서 나온 숫자입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과 반대의견

다수의견은 「직계존속 살해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특별한 유대와 신뢰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가족공동체의 존립기반을 파괴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어 「구체적인 사건에서 책임을 줄일 만한 사정이 있으면 정상참작감경 등을 통해 책임에 상응하는 형을 정할 수 있다」,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법정형이 가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대의견을 낸 마은혁 재판관은 존속살해에는 탐욕에 따른 범죄도 있지만 오랜 폭력이나 학대 끝에 분노가 폭발한 범죄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동기를 묻지 않고 하한을 7년으로 올리면 책임이 작은 사람도 실형을 받게 되어 책임과 형벌의 비례가 깨진다는 것입니다. 간병 살인을 다뤄 본 변호인이라면 이 반대의견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잘 아실 겁니다.

그렇다면 간병 중 사망이면 모두 존속살해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결정은 조항이 헌법에 맞는지를 본 것이지, 간병 중 사망을 어떤 죄로 의율할지를 정한 것이 아닙니다. 위 사건처럼 음식과 약을 끊는 '부작위'로 사망에 이른 경우, 살인죄가 되려면 보호의무, 구체적인 구조 가능성, 사망과의 인과관계, 그리고 무엇보다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살인의 고의(미필적 고의 포함)가 증명되어야 합니다.

고의가 인정되지 않으면 존속유기치사 등으로 의율될 여지가 있고, 이 경우 법정형 구조가 달라져 집행유예 가능성이 열립니다. [변호사 확인: 형법 제275조 제2항 존속유기치사 법정형] 결국 이 유형의 사건은 '무엇을 했는가'보다 '그때 무엇을 알고 무엇을 할 수 있었는가'에서 결론이 갈립니다. 수사 초기 진술 한 문장이 고의 인정의 근거로 쓰이는 경우가 많거든요.

당장 기억해 두실 것

1) 간병 중 가족이 숨져 경찰 조사를 앞두고 계신다면, 첫 조사 전에 변호인과 상의하십시오. "포기했다", "차라리 편해지길 바랐다" 같은 말은 심정의 표현이어도 조서에서는 고의의 자백처럼 읽힐 수 있습니다.

2) 당시의 간병 상황을 보여 주는 자료를 모아 두십시오. 병원 퇴원 경위와 진료기록, 병원비·생활비 내역, 주민센터·복지기관에 도움을 요청한 기록, 가족 간 메시지는 구조 가능성과 고의를 다투는 핵심 자료입니다.

3) 지금 홀로 중증 환자를 돌보며 한계에 와 있다면, 그 사실을 기록에 남기고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십시오. 장기요양등급 신청, 지자체 긴급복지 지원 문의는 가족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고, 만일의 경우 본인을 지키는 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정리하며

헌법재판소는 존속살해 조항을 다시 한번 유지했습니다. 이는 존속살해로 기소되는 순간 실형이 사실상 전제된다는 구조도 그대로 유지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유형의 사건에서 변호인이 싸워야 할 곳은 양형 단계가 아니라 죄명이 정해지는 수사 단계입니다.

형사 변호 일선에서 간병 가족의 사건을 마주할 때마다, 기록 속 피의자보다 기록 밖의 사정이 더 크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 사정을 증거로 바꿔 법정에 세우는 것이 변호인의 일이지요.

간병 중 가족을 잃고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으셨거나, 존속살해·존속유기치사 혐의로 조사를 앞두고 계신 분이라면 혼자 감당하지 마십시오. 사안별로 적용 법리와 대응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시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 편하게 문의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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