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군 생활의 어려움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몸을 다치게 한 뒤, 이것이 처벌 대상이 되는지 묻는 상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담에서 자주 듣는 말은 “내 몸을 내가 다친 건데 무슨 죄가 되겠느냐”, “아파서 그런 거지 근무를 빠지려던 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일반 형법에서는 자기 몸을 상해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조문이 없습니다. 그런데 군인에게는 사정이 다릅니다. 그 안심 때문에 지휘관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치료를 받는 대신, 상처의 경위를 얼버무리다가 군사경찰 조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군형법은 근무를 기피할 목적으로 신체를 상해한 사람을 별도로 처벌하고 있고, 이 조문이 적용되는지는 다친 사실이 아니라 ‘왜 다쳤는가’, 즉 목적에 따라 갈립니다. 목적은 본인의 속마음이지만 수사기관은 정황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초기 진술 한 줄이 결론을 바꾸기도 합니다.
아래에서는 군 생활이 힘들어 일부러 다친 경우 어떤 조문이 적용되는지, 어디까지가 처벌 대상인지, 수사와 재판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근무를 기피할 목적으로 스스로 신체를 상해하면 군형법 제41조로 처벌됩니다
자해 자체가 아니라 ‘근무 기피 목적의 신체 상해’가 처벌 대상입니다.
군형법 제41조 제1항은 근무를 기피할 목적으로 신체를 상해한 사람을 처벌합니다. 평시에는 3년 이하의 징역이고, 적전인 경우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크게 무거워집니다. 여기서 ‘적전’은 군형법 제2조에 따라 적에 대하여 공격·방어의 전투행동을 개시하기 직전과 개시 후의 상태 또는 적과 직접 대치하여 습격을 경계하는 상태를 말하므로, 일반적인 병영 생활 중의 자해는 평시 구간으로 보게 됩니다.
조문이 정한 행위는 ‘신체의 상해’입니다. 손가락·발목을 일부러 부러뜨리거나, 무릎·어깨를 다치게 하려고 반복해서 충격을 주거나, 상처를 일부러 덧나게 하는 행위가 전형적입니다. 상해의 정도가 크지 않아도 일시적으로 근무나 훈련이 불가능해질 정도라면 문제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상처가 얕더라도 목적이 입증되면 성립을 다툴 여지가 좁아집니다.
적용 대상도 짚어야 합니다. 군형법 제1조 제2항에 따라 현역에 복무하는 장교·준사관·부사관·병이 대상이고, 같은 조 제5항에 따라 군복무 중에 저지른 죄는 전역한 뒤에도 적용됩니다. “이미 전역했으니 끝났다”는 안심이 통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근무를 기피할 목적으로 신체를 상해한 사람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적전인 경우: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2. 그 밖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군형법 제41조 제1항).
군인이 근무를 기피할 목적으로 신체를 상해하면 평시에도 3년 이하의 징역이 가능합니다.
2. 처벌 여부는 다친 사실이 아니라 ‘근무 기피 목적’이 있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목적이 근무 기피가 아니었다면 제41조 제1항의 구성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습니다.
제41조 제1항은 ‘근무를 기피할 목적’을 요건으로 하는 목적범입니다. 힘든 군 생활 중에 순간적인 감정으로 벽을 치다가 손을 다쳤거나, 우울감에 시달리다 스스로를 해친 경우라면 근무에서 빠지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에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 보호와 치료의 대상으로 다뤄져야 합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속마음을 직접 볼 수 없으므로 정황으로 목적을 추단합니다. 대표적인 정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해 시점이 훈련·경계근무·전출·평가 직전이었는지, 평소 “근무가 싫다”, “빠지고 싶다”는 취지의 말이나 메신저 대화가 있었는지, 상처가 근무 열외 사유로 이어지는 부위였는지, 다친 직후 진단서나 열외를 곧바로 요청했는지 등입니다. 반대로 평소 힘든 사정을 호소해 온 기록, 면담 기록, 상담·진료 이력은 목적을 다투는 자료가 됩니다.
목적의 유무는 결국 진술과 객관 자료가 맞물려 판단됩니다. 처음 조사에서 “근무가 힘들어서 일부러 다쳤다”고 포괄적으로 인정하면, 그 한 문장이 곧바로 근무 기피 목적의 자백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힘들었던 사정과 다친 경위를 구분해서 정확히 진술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한 당사자가 스스로를 해칠 위험이 있는 상태였다면, 형사 책임을 따지기 전에 군 내부의 보호·치료 절차가 먼저 작동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처벌 여부 판단과 별개로 의무기록과 상담기록을 남겨 두는 것이 이후 방어에 도움이 됩니다.
일부러 다쳤더라도 근무를 기피하려던 목적이 입증되지 않으면 제41조 제1항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3. 아픈 척한 경우와 다른 사람이 다치게 한 경우는 적용 조문이 따로 있습니다
자해, 꾀병, 제3자 가담은 각각 다른 조문과 다른 형량 구간으로 갈립니다.
몸을 실제로 다치게 하지 않고 질병을 가장하거나 그 밖의 위계를 쓴 경우는 제41조 제2항이 적용됩니다. 근무를 기피할 목적이라는 점은 같지만 평시 법정형이 1년 이하의 징역으로 제1항보다 낮고, 적전이면 10년 이하의 징역입니다. 증상을 과장해 진료를 받거나 허위 병명으로 열외를 얻는 행위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근무를 기피할 목적으로 질병을 가장하거나 그 밖의 위계(僞計)를 한 사람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적전인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2. 그 밖의 경우: 1년 이하의 징역(군형법 제41조 제2항).
다른 사람이 해 준 경우도 있습니다. 동료에게 부탁해 몸을 다치게 했다면 다친 본인은 제41조 제1항으로, 다치게 한 동료는 형법 제257조 제1항의 상해죄(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로 각각 문제될 수 있습니다. 부탁한 쪽이든 받아들인 쪽이든 “서로 합의한 일”이라는 말로는 면책되지 않습니다.
병역법과의 관계도 구분해야 합니다. 병역법 제86조는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신체를 손상하거나 속임수를 쓴 사람을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자해라도 입영 전에 병역 면탈을 노린 경우와, 이미 군인 신분에서 일상 근무를 피하려는 경우는 목적의 대상이 다르고, 후자는 군형법 제41조가 정면으로 적용되는 영역입니다. 어느 조문으로 의율되느냐에 따라 형의 하한이 달라지므로, 사건 초기에 목적의 성격을 정확히 정리해야 합니다.
실제로 다쳤는지, 아픈 척했는지, 누가 가담했는지에 따라 적용 조문과 형량 구간이 모두 달라집니다.
4. 평시에는 3년 이하의 징역이지만 초범이라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이고, 반성과 치료 이력 등이 양형에서 크게 다뤄집니다.
제41조 제1항 제2호의 평시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이므로 벌금형이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소되어 유죄가 인정되면 형은 징역형 안에서 정해지고, 초범이거나 정상참작 사유가 크면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를 기대할 수 있지만, 형이 확정되면 전과가 남는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양형에서 보는 사정은 자해의 동기와 방법, 상처의 정도와 회복 여부, 근무 공백으로 인한 부대 피해, 본인의 반성, 그리고 군 생활 중 겪은 어려움의 구체적 내용입니다. 선임의 가혹행위나 부대 내 갈등 때문에 극단적으로 몰렸다는 사정이 객관 자료로 확인되면 참작될 여지가 커집니다. 반면 반복적이거나 계획적인 자해, 동료를 끌어들인 자해는 불리하게 평가됩니다.
동기가 아무리 안타까워도 사실관계를 숨기고 진술을 번복하면 신빙성을 잃어 오히려 불리해집니다. 초기에 경위를 있는 그대로 정리하고, 근무 기피 목적이 없었던 부분과 있었다면 그 한계를 구분해서 말하는 것이 결과에 큰 차이를 만듭니다.
전과가 남지 않도록 다투는 것도, 처벌이 불가피하다면 형을 낮추는 것도 초기 진술과 자료 정리에서 갈립니다.
5. 수사부터 재판까지, 신분에 따라 진행되는 곳이 다릅니다
복무 중이면 군사법원, 전역했다면 일반 법원에서 재판받습니다.
복무 중인 군인의 사건은 ①군사경찰의 조사 → ②군검사의 수사와 처분 → ③기소 시 지역군사법원의 재판 → ④항소 시 서울고등법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군사법원법 제10조 제1항과 제2항에 따라 군사법원 재판의 항소사건은 서울고등법원에 둔 고등법원이 심판합니다.
재판권은 신분에 따라 달라집니다. 군사법원법 제2조 제1항은 군형법 제1조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사람, 즉 군인 신분인 사람의 죄에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가진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제5항에 따른 전역자는 여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전역 후에 기소되면 일반 법원이 재판합니다. 수원 지역에 거주하는 전역자라면 수원지방검찰청의 수사와 수원지방법원의 재판을 받는 구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조사를 앞두고는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다친 날짜와 경위, 근무·훈련 일정과의 관계를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진단서·진료기록·입원기록을 확보합니다.
군 생활 중 힘들었던 사정과 관련된 면담 기록, 메신저 대화, 상담 이력을 모아 근무 기피 목적을 다툴 자료로 정리합니다.
조사 전에 진술 내용을 점검받고, 조사 때 목적과 경위를 구분해서 일관되게 진술할 준비를 합니다.
목적의 유무가 다투어지는 사건에서는 변호사와 함께 자료를 정리하고 진술 방향을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치며
군 생활이 힘들어 극단적인 선택에 가까운 행동을 한 분들은 대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다가 상처가 드러난 뒤에야 조사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처음 대응이 늦어지거나,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지 못한 채 조사를 받는 일이 많습니다.
자해한 본인의 입장에서는 처벌이 두려워 진술을 줄이기보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와 근무를 피하려던 것이 아니었다는 점을 객관 자료로 뒷받침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부대와 동료의 입장에서도 자해를 도왔거나 방조했다면 형법상 상해죄의 책임이 따로 문제될 수 있으므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닙니다.
저는 병역·군형법 사건에서 근무 기피 목적이 있었는지를 다투는 쪽과 부대 내 가혹행위나 갈등으로 몰려 극단적인 상황에 이른 쪽의 사정을 모두 살펴온 변호사로서, 같은 상처라도 목적과 정황의 정리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보아 왔습니다.
조사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전역한 뒤 소환 통보를 받으셨다면, 진술하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근무가 힘들어서 일부러 다쳤다고 말하면 곧바로 처벌되나요?
A. 곧바로 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군형법 제41조 제1항은 근무를 기피할 ‘목적’이 있어야 성립하므로, 힘든 사정을 말한 것과 근무를 빠지려 한 목적은 구분해서 판단됩니다. 다만 진술이 포괄적이면 목적을 인정하는 자백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Q. 벽을 치다가 손을 다친 것도 처벌되나요?
A. 순간적 감정으로 다친 경우처럼 근무 기피 목적이 없다면 제41조 제1항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습니다. 목적이 없었다는 점은 다친 시점과 경위, 평소의 정황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Q. 아픈 척만 했는데도 죄가 되나요?
A. 근무를 기피할 목적으로 질병을 가장하거나 위계를 쓴 경우에는 제41조 제2항이 적용되어 평시 1년 이하의 징역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다치지 않았더라도 처벌 대상입니다.
Q. 이미 전역했는데도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군형법 제1조 제5항에 따라 군복무 중에 범한 죄는 전역 후에도 적용되며, 이 경우 재판은 일반 법원에서 진행됩니다.
Q. 동료가 다치게 해 줬다면 그 동료도 처벌되나요?
A. 다치게 한 동료는 형법 제257조 제1항의 상해죄가 문제될 수 있고, 다친 본인도 목적이 인정되면 제41조 제1항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합의했다는 사정만으로 면책되지 않습니다.
Q. 군사경찰 조사를 받게 됐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목적 여부를 가르는 핵심은 초기 진술이기 때문에, 조사 전에 경위와 자료를 정리하고 진술 방향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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