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한 사람이 새로운 사건의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발찌에 쌓인 위치 기록이 그 사건의 증거로 쓰이는지를 묻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발찌는 원래 사건 때문에 찬 것이니 그 기록은 다른 일에는 못 쓸 것이다”라고 안심했다가 수사기관이 위치 기록을 들이미는 상황에 당황한 경우가 있었고, 반대로 “국가가 24시간 위치를 보관하고 있으니 어느 사건이든 당연히 증거로 쓰일 것이다”라고 체념해 방어를 포기하려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두 생각 모두 법이 정한 기준과는 다릅니다.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은 위치 기록, 즉 수신자료를 법에 열거된 경우 외에는 열람·조회·제공·공개할 수 없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열거된 경우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영장 또는 법원 허가 없이 확보된 기록은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증거 사용 여부가 갈립니다.
아래에서는 전자발찌 위치 기록이 다른 사건의 증거로 쓰일 수 있는 범위와 그 절차, 그리고 수사를 받는 입장에서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전자발찌 위치 기록은 보호관찰소가 보존하며, 아무나 볼 수 있는 자료가 아닙니다
위치 기록은 보존이 원칙이지만, 열람과 제공은 법이 정한 경우로 묶여 있습니다.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1항은 보호관찰소의 장이 피부착자의 전자장치에서 발신되는 전자파를 수신해 그 자료를 보존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위치추적 관제센터가 피부착자의 위치를 확인하고 이동경로를 탐지하는 업무를 지원하며, 이때 쌓인 수신자료가 곧 우리가 말하는 ‘위치 기록’입니다.
기록이 남아 있다는 사실과 그 기록을 누구나 쓸 수 있다는 사실은 전혀 다릅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수신자료를 법이 열거한 경우 외에는 열람·조회·제공 또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막아 두었고, 이를 어긴 관리자는 제36조 제3항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법이 위치 기록을 이렇게 무겁게 보호하는 이유는 하루의 동선 전체가 담긴 자료여서 사생활 침해가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발찌에 기록이 있으니 수사기관이 알아서 볼 수 있다”는 생각은 틀렸고, 수사기관도 열거된 사유에 해당해야만 기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위치 기록은 보존되지만, 열람과 제공은 법이 열거한 사유로만 가능합니다.
2. 다른 사건에서 쓰일 수 있는지는 ‘특정범죄 혐의’인지에 달려 있습니다
핵심은 사건이 ‘다른 사건’인지가 아니라, 특정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재판인지입니다.
제16조 제2항은 수신자료를 쓸 수 있는 경우를 다섯 가지로 열거합니다. 첫째, 피부착자의 특정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 또는 재판자료. 둘째, 보호관찰관의 지도·원호 목적. 셋째, 보호관찰심사위원회의 임시해제 심사. 넷째, 보호관찰소의 장이 제38조 또는 제39조 범죄 혐의를 수사하거나 협조를 요청하는 경우. 다섯째, 피해자 등에 대한 통지입니다.
수신자료는 다음 각 호의 경우 외에는 열람ㆍ조회ㆍ제공 또는 공개할 수 없다. 1. 피부착자의 특정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 또는 재판자료로 사용하는 경우 …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2항).
여기서 ‘특정범죄’는 같은 법 제2조 제1호에 따라 성폭력범죄, 미성년자 대상 유괴범죄, 살인범죄, 강도범죄, 스토킹범죄로 한정됩니다. 따라서 이미 발찌를 차고 있는 사람이 새로 성폭력 혐의로 수사를 받는다면, 원래 부착명령의 원인이 된 사건과 별개의 사건이더라도 위치 기록이 수사 자료로 제공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기, 절도, 폭행처럼 특정범죄가 아닌 사건은 제2항 제1호의 문언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사유로는 위치 기록을 받기 어렵습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보호관찰소의 장이 피부착자의 제38조(전자장치 훼손·분리 등) 또는 제39조(준수사항 위반) 범죄 혐의를 수사하거나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쓰는 경우는 제4호에 따라 허용됩니다. 즉 발찌를 끊거나 접근금지·외출제한을 어긴 혐의라면 위치 기록이 핵심 증거가 됩니다.
특정범죄 혐의이거나 제38조·제39조 혐의라면 쓰일 수 있고, 그 밖의 사건은 원칙적으로 이 규정으로 쓸 수 없습니다.
3. 수사기관이 기록을 받으려면 법원의 허가를 거쳐야 합니다
검사·사법경찰관은 지방법원의 허가 없이 수신자료를 열람할 수 없고, 허가 없이 확보한 자료는 폐기 대상입니다.
제16조 제4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특정범죄 혐의 수사를 위해 수신자료를 열람·조회하려면 관할 지방법원 또는 지원의 허가를 받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허가를 받을 시간이 없는 긴급한 사유가 있을 때만 먼저 열람을 요청한 뒤 지체 없이 허가를 받아 보호관찰소에 보내야 합니다.
그렇게 열람했는데도 끝내 허가를 받지 못했다면 제5항에 따라 지체 없이 열람·조회한 자료를 폐기하고, 그 사실을 보호관찰소의 장에게 통지해야 합니다. 이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면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가 정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는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이 문제됩니다. 법원은 절차 위반의 정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하는지를 따져 증거능력을 판단합니다.
실무에서 방어 쟁점은 대체로 세 가지입니다. 먼저 수사기관이 어떤 사유(제16조 제2항 몇 호)로 자료를 받았는지, 다음으로 법원의 허가서가 사전에 있었는지 또는 긴급 사유 후 허가였는지, 마지막으로 제공받은 범위가 허가된 기간·내용을 넘지 않았는지입니다. 기록이 공소사실에 쓰였다면 이 순서로 수사기록을 열람해 확인하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허가 없는 열람, 허가 범위를 넘는 제공은 증거능력 다툼의 가장 큰 근거가 됩니다.
4. 기록을 부당하게 쓰거나 발찌를 훼손하면 모두 무거운 처벌 대상이 됩니다
기록을 쓰는 쪽도, 기록을 만드는 피부착자도 각자 처벌 규정이 따로 있습니다.
수신자료를 관리하는 사람이 제16조 제2항을 어기고 열람·제공하면 제36조 제3항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지고, 적법하게 자료를 제공받은 사람이 본래 목적 외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누설하거나 부당하게 이용하면 같은 조 제4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피부착자 쪽에서는 전자장치를 임의로 분리·손상하거나 전파 방해, 수신자료 변조 등으로 효용을 해치면 제38조 제1항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며 미수범도 처벌합니다. 피해자 등 특정인 접근금지 또는 특정범죄 치료 프로그램 이수 준수사항을 정당한 사유 없이 어기면 제39조 제1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외출제한·출입금지 등 그 밖의 준수사항 위반은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이 두 죄는 위치 기록 자체가 가장 직접적인 증거가 되는 유형이므로, 외출 시간이나 접근금지 구역을 어겼다는 혐의를 받는다면 기록의 정확도, 측위 오차, 통신 음영 구간 여부를 따져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5. 수사를 받게 되면 이런 순서로 대응해야 합니다
어떤 근거로 위치 기록이 사건에 들어왔는지부터 확인해야 방어 방향이 정해집니다.
위치 기록이 문제되는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피의자 조사 → ②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③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 → ④증거 인부 단계에서 위치 기록의 증거능력 다툼의 순서로 이어집니다. 특정범죄 혐의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감정적으로 진술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 수사 중인 혐의가 특정범죄(성폭력·유괴·살인·강도·스토킹) 또는 제38조·제39조 혐의에 해당하는지 죄명부터 확인합니다.
위치 기록이 수사에 쓰였다면 어떤 근거로 어느 기간의 자료가 제공됐는지, 법원의 허가가 있었는지를 기록 열람으로 확인합니다.
위치 기록이 불리한 사실만 보여 주는지, 동선·측위 오차·통신 음영 때문에 해석이 달라질 여지는 없는지 사건 당시 상황과 대조합니다.
이러한 확인을 거쳐야 위치 기록을 증거로 인정할지 다툴지, 혹은 기록을 근거로 한 진술 전략을 세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조사 전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치며
전자발찌를 찬 사람이 새 사건에 연루되면 “이미 기록이 다 있으니 끝났다”는 생각으로 초기 대응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혐의를 받는 피부착자 입장에서는 기록이 불리하게 보인다고 체념하기보다, 그 기록이 적법한 사유와 법원 허가를 거쳐 들어왔는지, 사건의 죄명이 열거 사유에 해당하는지부터 따져 보아야 합니다. 반대로 피해를 입은 입장에서는 가해자의 동선을 입증할 방법이 있는지, 수사기관에 어떤 자료를 요청할지 사건 초기에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성폭력·스토킹 등 형사 사건에서 혐의를 받은 쪽과 피해를 호소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위치 기록도 사건과 절차에 따라 전혀 다른 무게를 갖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기록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시점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자발찌 위치 기록은 어떤 사건에서든 증거로 쓰일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수신자료는 법이 열거한 경우에만 열람·제공할 수 있고, 수사 목적으로는 성폭력·유괴·살인·강도·스토킹 같은 특정범죄 혐의 또는 제38조·제39조 위반 혐의여야 합니다.
Q. 발찌를 찬 원래 사건과 다른 새 사건이면 기록을 못 쓰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새 사건이 성폭력이나 스토킹 같은 특정범죄 혐의라면 원래 사건과 별개여도 위치 기록이 수사 자료로 제공될 수 있습니다. 사건이 같은지가 아니라 죄명이 기준입니다.
Q. 수사기관이 법원 허가 없이 기록을 받았다면 어떻게 되나요?
A. 긴급한 사유로 먼저 열람했더라도 허가를 받지 못하면 자료를 폐기하고 보호관찰소에 통지해야 합니다. 절차를 어겼다면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을 다툴 수 있습니다.
Q. 발찌를 차고 있는데 사기 사건으로 조사받습니다. 위치 기록이 제출될 수 있나요?
A. 사기는 특정범죄가 아니므로 제16조 제2항 제1호로는 제공받기 어렵습니다. 다만 사건 진행 중 다른 혐의가 추가되거나 제38조·제39조 위반이 함께 문제되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발찌를 일부러 분리하거나 파손하면 어떤 처벌을 받나요?
A. 제38조 제1항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며, 미수범도 처벌합니다. 이 경우 위치 기록이 보호관찰소의 수사 협조 대상이 되어 핵심 증거로 쓰입니다.
Q. 경찰 조사를 받게 됐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위치 기록을 둘러싼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고, 기록이 어떤 근거로 들어왔는지 점검하려면 처음부터 기록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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