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놀이터, 아파트 단지, 학원가, 가정 안에서 아이 앞에서 하의를 내리거나 신체를 드러낸 행위가 신고되어 아동 대상 성범죄 수사로 이어지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아이 몸에 손도 안 댔다”, “소변이 급해서 잠깐 내린 것뿐이다”, “아이가 뭘 알겠느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보호자가 경찰에 신고하고 CCTV와 아이의 진술이 확보되면, 접촉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수사가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가 어리다는 사실 자체가 처벌 수위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아동을 상대로 한 성적 행위에 대해 신체 접촉이 없더라도 아동의 정상적인 발달을 해칠 수 있는 행위인지를 종합적으로 따져 처벌 대상으로 본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만지지 않았으니 추행이 아니다’라는 단순한 논리는 통하지 않습니다.
아래에서는 아이 앞에서 바지를 내린 행위가 강제추행, 아동복지법상 성적 학대, 공연음란 중 어디에 해당할 수 있는지, 그리고 조사를 받게 되었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같은 행동이라도 세 가지 죄명이 동시에 검토됩니다
‘추행이 되나요’라는 질문의 답은 하나가 아니라, 강제추행·아동복지법 위반·공연음란을 나란히 놓고 따지는 데서 시작됩니다.
아이 앞에서 바지를 내린 사건이 접수되면 수사기관은 하나의 죄명만 보지 않습니다. 첫째, 아이를 상대로 한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 보는 강제추행 계열(형법 제298조, 아이가 13세 미만이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7조)입니다. 둘째,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위로서 아동의 정상적인 발달을 해칠 수 있는지 보는 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의 성적 학대행위입니다. 셋째, 아이를 특정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곳에서 성기를 드러낸 경우의 공연음란(형법 제245조)입니다.
세 죄는 보호하는 법익이 다릅니다. 강제추행은 성적 자기결정권, 아동복지법은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 공연음란은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과 사회의 건전한 성도덕입니다. 그래서 같은 행동이 어떤 사정에서 이루어졌느냐에 따라 어느 죄명으로 입건되는지, 또는 여러 죄명이 함께 적용되는지가 달라집니다.
실무에서는 보호자의 신고 내용, 현장 CCTV, 아이의 진술(대개 아동 진술조력인이 동석한 영상녹화 조사), 행위자와 아이의 관계(모르는 사이인지, 이웃·학원 관계자·가족인지), 행위의 방향과 시간, 직전·직후 언동이 한꺼번에 검토됩니다. 상담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도 이 사실관계입니다.
같은 행동이라도 아이를 향했는지, 어떤 장소였는지, 어떤 경위였는지에 따라 죄명과 형량이 갈립니다.
2. 신체 접촉이 없어도 추행 여부는 종합적으로 판단됩니다
추행은 ‘만졌느냐’가 아니라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인지로 판단합니다.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추행을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 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신중하게 판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도11186 판결도 접촉한 신체 부위만을 기준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 여부가 갈리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시했습니다. 여기서 ‘연령’이 명시적 고려 요소라는 점이 아동 사건에서 중요합니다.
피해 아동이 13세 미만이면 성폭력처벌법 제7조 제3항이 적용되어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는 무거운 법정형이 적용됩니다. 형법상 강제추행의 법정형(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과 비교하면 벌금형 선택지가 사라지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이 이 조항으로 의율하는지 여부가 사건 전체의 무게를 좌우합니다.
다만 접촉 없는 노출 행위가 곧바로 강제추행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강제추행은 행위자가 아이를 상대로 성적 의미를 가진 행위를 했다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하므로, 하의를 내린 행위가 아이를 향한 것이었는지, 아이에게 보이도록 의도되었는지, 아이에게 신체 접촉을 요구하거나 성기를 만지게 하는 등 추가 행위가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반대로 아이의 손을 끌어 성기에 대게 하거나 아이를 붙잡고 노출한 사건이라면 추행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집니다.
피해 아동의 진술은 연령이 낮을수록 표현이 단순하고 반복 질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수사기관은 진술의 일관성뿐 아니라 최초 진술 경위, 유도 질문 여부, 객관적 증거와의 부합 여부를 함께 봅니다.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바로 이 부분을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추행 여부는 접촉 유무가 아니라 아이의 나이·관계·경위·행위 태양을 모두 놓고 판단하며, 13세 미만이면 법정형 자체가 달라집니다.
3. 아동복지법은 접촉이 없는 성적 행위까지 성적 학대로 봅니다
강제추행이 안 되더라도 아동복지법상 성적 학대행위로는 처벌될 수 있습니다.
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는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아동을 성의 대상으로 하는 성희롱·성폭력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위반하면 같은 법 제71조 제1항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추행의 정도에 이르지 않은 노출이라도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대법원은 성적 학대행위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구 아동복지법상 금지되는 성적 학대행위란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성폭행 등의 행위로서 아동의 건강·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성적 폭력 또는 가혹행위를 말한다(대법원 2015. 7. 9. 선고 2013도7787 판결).
이 사건은 성인이 10세 초등학생에게 영상통화로 신체 노출을 요구한 사안으로, 신체 접촉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아이가 저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성적 학대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성적 학대행위는 행위자와 아동의 관계, 행위에 이른 경위, 구체적 행위 태양, 아동의 나이와 인식 정도를 종합해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아동이 실제로 충격을 받았다고 표현했는지는 결정적 요소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따라서 “아이가 별로 놀라지 않았다”, “멀뚱히 쳐다보기만 했다”는 사정은 방어 논거로 약합니다. 반대로 방어의 초점은 그 행위가 아동을 성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아니라는 점, 즉 성적 의도가 없었고 우발적·생리적 사정이었다는 점을 객관적 정황으로 뒷받침하는 쪽에 있습니다.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형벌 외에 신상정보 등록, 일정 기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같은 보안처분이 따를 수 있어, 벌금형이 나오더라도 직업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따져야 합니다.
접촉이 없었다는 사정은 강제추행의 방어 논거일 수는 있어도, 아동복지법상 성적 학대의 면죄부는 아닙니다.
4. 우발적 사정이었다는 주장은 객관적 정황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소변·옷 갈아입기·착오 같은 사정은 말이 아니라 장소·방향·시간·전후 행동으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이런 사건의 상당수는 성적 의도 없이 벌어진 상황입니다. 인적이 드문 골목에서 급하게 소변을 보다가 아이가 지나간 경우, 가정 안에서 옷을 갈아입거나 목욕을 시키다가 생긴 경우, 아이가 있는 줄 몰랐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때 쟁점은 고의, 즉 아이가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노출했는지와 성적 의도가 있었는지입니다.
수사기관은 행위자의 주장을 그대로 믿지 않고 객관적 사정을 거꾸로 추적합니다. 하의를 내린 위치가 아이가 지나는 동선 정면이었는지, 몸을 가리거나 돌아서려는 동작이 있었는지, 아이를 불러 세우거나 말을 걸었는지, 이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아이에게 비슷한 행동을 한 적이 있는지, 현장에 머문 시간은 얼마였는지가 CCTV와 목격자 진술로 확인됩니다.
공연음란으로만 정리될 경우에는 형법 제245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나 과료로 법정형이 훨씬 가볍습니다. 그래서 사건의 방향이 ‘아이를 향한 행위’에서 ‘우발적 공연 노출’로 정리되느냐가 형량을 크게 가르는 분기점입니다.
우발적 사정을 주장하려면 초기 진술이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첫 조사에서 “기억이 안 난다”, “그런 적 없다”고 막연히 부인했다가 CCTV가 확인되면 신빙성이 떨어지고, 반성 없는 태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툴 부분과 인정할 부분을 먼저 구분해 두어야 합니다.
피해 아동 측과의 합의는 양형에서 중요하게 작용하지만, 아동 대상 범죄는 보호자의 처벌 의사와 무관하게 수사와 재판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합의는 처벌불원이 아니라 양형 사정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우발적이었다는 주장은 그 사실을 보여주는 현장 자료와 일관된 초기 진술이 있을 때 비로소 힘을 가집니다.
5. 신고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첫 경찰 조사 전에 사실관계와 증거를 정리했는지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아동 대상 성범죄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신고 접수 및 피해 아동 조사 → ②피의자 소환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피해 아동 조사는 대개 해바라기센터나 전문 조사 공간에서 영상녹화로 이루어지고, 그 영상은 이후 재판에서 증거로 쓰입니다.
피의자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피해 아동 측에 직접 연락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연락 자체가 2차 가해나 회유로 오해될 수 있습니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건 당시 위치·시간·동선을 복원하고, 주변 CCTV와 차량 블랙박스가 보관되는 기간 안에 확보할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아이와의 관계,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는지 여부, 노출 직전·직후 행동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진술의 뼈대를 만듭니다.
적용될 수 있는 죄명(강제추행, 아동복지법 위반, 공연음란)별로 다툴 쟁점을 나누고, 조사 전에 변호인과 예상 질문을 점검합니다.
이러한 준비를 마친 뒤 조사를 받으면 불필요한 진술 번복을 막고, 검찰 단계에서 죄명이 가볍게 정리될 가능성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아이가 관련된 사건은 “설마 그 정도로 처벌받겠나”, “해명하면 오해가 풀리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단계의 첫 진술이 이후 모든 판단의 출발점이 됩니다.
아이를 보호해야 하는 보호자 입장에서는 아이의 진술이 오염되지 않도록 반복 질문을 피하고, 신고와 증거 보존, 심리 지원을 우선해야 합니다. 현장 CCTV와 당시 상황을 기록한 자료가 쌓일수록 수사와 이후 절차에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행위를 의심받는 입장에서도 “접촉이 없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성적 의도 없는 우발적 상황이었는지, 아이를 향한 행위였는지가 객관적 자료로 증명되어야 결과가 달라집니다.
저는 아동 대상 성범죄 사건에서 신고한 쪽과 혐의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사실관계 정리와 죄명 판단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불안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첫 조사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이 몸에 손을 대지 않았는데도 아동 추행이 되나요?
A. 접촉이 없다고 곧바로 추행이 배제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아이의 나이, 관계, 경위, 행위 태양을 종합해 판단하며, 강제추행이 어렵더라도 아동복지법상 성적 학대로는 처벌될 수 있습니다.
Q. 아이가 놀라지도 않았고 저항도 안 했는데요?
A. 방어 논거로 약합니다. 대법원 2013도7787 판결은 아동이 저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성적 학대행위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Q. 소변이 급해서 잠깐 내린 것인데도 처벌되나요?
A. 성적 의도 없이 우발적으로 벌어진 상황이라면 고의와 성적 의도가 없다는 점을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장소, 방향, 시간, 전후 행동 같은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Q. 아이가 13세 미만이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A. 강제추행으로 의율되면 성폭력처벌법 제7조 제3항에 따라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는 무거운 법정형이 적용됩니다. 그래서 어떤 죄명으로 입건되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Q. 보호자와 합의하면 사건이 종결되나요?
A. 아동 대상 범죄는 보호자의 처벌 의사와 무관하게 수사와 재판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합의는 처벌불원이 아니라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되는 사정으로 이해하셔야 합니다.
Q. 경찰에서 출석 요구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이후 사건의 방향을 결정하고, 죄명 판단과 CCTV 확보 시점도 초기에 갈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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