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우람 변호사입니다.
이 글은 '정우람 변호사 카페'에 이미 게시된 원고를 재가공하여 블로그에 옮긴 것입니다. 원문은 카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최근 조사 일정이 몰리면서 글을 올릴 여유가 많지 않았습니다.
부산청 사건은 어떤 방인지 파악이 끝난 단계인데, 수사관 동향을 지켜보다 소환이 마무리된 것으로 보이면 다시 정리해 올리겠습니다. 폴리마켓 쪽은 최근 소환 연락이 돌지 않고 있습니다. 자수를 요청하셨던 분들께 조금 더 생각해보시라고 말씀드렸던 것이 결과적으로 다행이었다 싶습니다. 소환이 완전히 종결된 것인지는 추세를 더 봐야 할 것 같고, 변동이 생기면 따로 안내드리겠습니다.
이번 글은 아청물 제작 사건에 관한 내용입니다.
실무에서 마주치는 제작 사건은 크게 두 가지 경로로 나뉩니다.
교제하던 상대가 미성년자였고 사진을 요구해 받았는데 그 휴대폰을 부모나 교사가 보게 된 경우가 하나,
금전거래로 이른바 제작형 구매를 했는데 상대가 미성년자였던 경우가 다른 하나입니다.
먼저 부모나 교사가 알게 되는 경로는 생각보다 자주 발생합니다.
부모가 자녀와 거리감을 느껴 휴대폰을 몰래 확인하다 발견하는 경우, 중학생 정도 나이인데 부적절한 만남이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채는 경우, 아이가 교사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과정에서 드러나 고발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간혹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부모가 휴대폰을 몰래 본 것이니 그 부분으로 역고소가 가능하냐는 것입니다.
법리상으로는 형법 제316조 제2항 전자기록 비밀침해죄가 문제 될 여지가 있습니다. 비밀장치가 된 전자기록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해 내용을 알아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조항입니다.
다만 전제가 붙습니다. 말 그대로 비밀장치, 즉 잠금이 걸려 있어야 합니다. 잠금이 없는 휴대폰을 들여다본 정도로는 적용이 어렵고, 비밀번호를 몰래 알아내 풀고 열람한 수준은 되어야 합니다. 더구나 이 죄는 친고죄여서 당사자가 직접 고소해야 사건이 시작됩니다.
다만 성립 여부와 별개로 이런 접근 자체를 저는 권해드리지 않습니다.
혐의가 인정되는 사안이라면 그야말로 납작 엎드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제작 사건뿐 아니라 성범죄 전반이 그런데, 입건된 뒤 상대방을 다른 혐의로 고소해 이른바 쌤쌤으로 합의를 보려는 분들이 간혹 계십니다. 저는 이 선택을 두고 지옥문을 여는 것과 같다고 말씀드리는 편입니다.
성범죄는 무고가 명백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피해자가 특정된 사건에서 합의가 되지 않으면 공판으로 가는 흐름이고, 상대를 역으로 고소한 사정은 양형에서 반성이 없다는 평가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 경로인 금전거래를 통한 구매는 더 흔한 유형입니다.
최근 계양경찰서 사건도 미성년자가 조건만남을 하고 다닌 정황을 수사관이 발견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성매수 인원들이 특정되었고, 이들을 조사하던 중 아청물 판매 건까지 확보되어 수사가 확대된 흐름입니다.
해당 사건은 현재 소지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판매자가 검거되면 자연스럽게 구매자로 수사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작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면 단순 구매가 아니라 제작으로 볼 여지가 생깁니다.
그래서 일반 구매 사건이라 하더라도 상담하실 때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는 편이 좋습니다. 가격표가 정해져 있던 거래였는지, 판매자가 본인을 촬영해 판 것인지 아니면 제3자의 영상이었는지 같은 부분입니다. 이 지점에 따라 사건의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처벌 수위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를 기준으로 보시면 됩니다.
제1항은 아청물을 제작·수입·수출한 자에 대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5항은 아청물을 구입하거나 아청물임을 알면서 소지·시청한 자에 대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규정하고 있고, 벌금형 자체가 없습니다.
하한만 비교해도 1년과 5년의 격차입니다. 제작죄가 인정되면 감경 사유를 여럿 확보해 작량감경까지 가더라도 실형이 유지될 여지가 상당하고, 집행유예를 받는 것 자체가 대단히 까다로워집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부분은 본인이 직접 촬영하지 않았으니 제작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점입니다. 대법원은 제작죄 성립을 판단할 때 누가 촬영 버튼을 눌렀는지가 아니라, 누가 그 결과물이 만들어지도록 주도하고 지시했는지를 실질 기준으로 봅니다. 상대방이 스스로 촬영해 보냈더라도 특정 자세나 복장, 행위를 요구한 사실이 확인되면 제작의 교사 내지 정범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유죄가 확정되면 형과 별개로 신상정보 등록, 사안에 따라 공개·고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이 함께 부과됩니다. 아청법 위반은 취업제한 범위가 넓고 기간도 길게 잡히는 편이라 형이 끝난 뒤에도 제약이 오래 남습니다.
마지막으로 미성년자인 줄 몰랐다는 주장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연령 인식, 즉 고의는 분명 필요한 요건이라 다퉈볼 수 있는 영역입니다. 다만 실무에서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문턱은 상당히 높습니다. 법원은 몰랐다는 진술 자체보다 객관적 정황상 알 수 있었는지를 봅니다.
대화에 학교나 학원, 시험 같은 단어가 등장했는지, 부모에게 걸릴까 걱정하는 표현이 있었는지, 만남의 경로와 상대의 외관은 어땠는지를 하나씩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미성년자가 관련된 사건은 수사기관과 법원 모두 훨씬 민감하게 다룹니다. 같은 수준의 소명이라도 성인 상대 사건보다 엄격하게 검토된다고 보셔야 합니다. 그래서 이 유형은 몰랐다는 말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왜 몰랐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대화 내역과 정황으로 구성해 제시하는 준비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아청물 제작이나 구매 관련해 조사를 앞두고 계시거나 이미 연락을 받으신 상황이라면, 상대와 어떤 대화를 나눴고 무엇을 요구한 적이 있는지부터 정리해 상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정우람 변호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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