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우람 변호사입니다.
이번 글은 미성년자 의제강간에 관한 내용입니다.
조문부터 정확히 짚고 가겠습니다. 흔히 16세 미만과 관계를 가지면 처벌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 조문은 두 층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형법 제305조 제1항은 13세 미만의 사람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자를 강간죄 등의 예에 따라 처벌합니다.
여기서는 행위자의 나이를 따지지 않습니다. 제2항은 2020년 5월 신설된 조항으로,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19세 이상의 자를 같은 예에 따라 처벌합니다.
상대가 13세에서 15세 사이라면 행위자가 19세 이상일 때 이 조항이 적용됩니다.
이 죄의 핵심은 폭행이나 협박, 위계나 위력 같은 강제 수단이 전혀 없어도 성립한다는 점입니다.
상대방이 명확히 동의했더라도 결론은 같습니다. 법이 일정 연령에 이르지 못한 사람의 동의를 유효한 성적 자기결정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도 이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온라인 성범죄나 그루밍 범죄로부터 16세 미만 청소년을 보호하려는 입법 취지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 실질적으로 다툴 수 있는 지점은 사실상 하나로 좁혀집니다.
상대방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알았는가입니다.
연락 주시는 분들의 사정을 들어보면 결이 비슷합니다.
서로 좋아하는 사이였고 자연스럽게 관계로 이어졌다는 경우, 아예 미성년자인 줄 몰랐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기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성인이라고 생각했다는 설명도 종종 듣습니다.
법리적으로 연령 인식, 즉 고의는 분명 필요한 요건입니다. 다만 실무에서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문턱은 상당히 높습니다.
법원은 몰랐다는 진술 자체보다 객관적 정황상 알 수 있었는지를 봅니다.
대화에 엄마나 아빠에게 걸린다는 표현, 학교나 학원, 시험, 야자 같은 단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면, 그리고 만남의 경로와 상대의 외관, 대화의 전반적인 결을 놓고 볼 때 통상적인 성인이라면 미성년자일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평가된다면 연령 착오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특히 13세 미만 사안에서는 이 주장이 인정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보셔야 합니다.
이 사건의 또 다른 특징은 시점입니다.
당사자 사이에서는 아무 문제 없이 지나간 일이 한참 뒤에 사건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헤어진 뒤 몇 달, 길게는 몇 년이 지나 고소가 접수되기도 하고, 상대가 성인이 된 이후에 고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의제강간은 친고죄가 아니어서 고소 기간의 제한이 없고,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한 언제든 사건화될 수 있습니다.
고소인이 반드시 상대방 본인인 것도 아닙니다.
부모가 휴대전화를 보다가 대화 내용을 확인하고 신고하는 경우가 실무에서 상당히 많습니다.
이 경우 정작 당사자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데 부모가 절차를 끌고 가는 구조가 됩니다.
학교나 상담기관에서 인지해 통보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이 있습니다. 의제강간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상대방이나 그 가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건이 종결되지 않습니다. 처
벌불원 의사는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될 뿐입니다.
시간이 지난 사안에서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은 남아 있는 자료입니다. 당시에는 좋은 관계였으니 대화도 자연스럽게 오갔을 텐데, 본인은 이미 지웠더라도 상대방 휴대전화에는 그대로 보관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그 대화가 사건의 거의 전부를 결정합니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한 줄이 몇 년 뒤 결정적인 자료로 등장하는 셈입니다.
처벌 수위도 짚겠습니다.
의제강간은 강간죄의 예에 따라 처벌되므로 법정형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벌금형이라는 선택지가 조문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초범이라도 벌금으로 정리될 여지가 애초에 없고, 감경 사유를 최대한 확보해야 집행유예를 다퉈볼 수 있는 자리에 서게 됩니다.
정황이 뚜렷한데도 끝까지 부인하다 유죄가 선고되면 반성이 없다는 평가가 양형에 반영되어 법정구속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미수범도 처벌되고, 2020년 신설된 형법 제305조의3에 따라 예비·음모 단계에서도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유죄가 확정되면 형과 별개로 신상정보 등록, 사안에 따라 공개·고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이 부과됩니다.
합의가 결과를 가르는 요소인데, 이 유형은 그것도 까다롭습니다. 피해자가 미성년자면 부모가 대리하는 구조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이 정리되기는커녕 굳어져 있는 경우가 많고, 연락 시도만으로 2차 가해로 받아들여질 위험도 있습니다.
오래전 일로 갑자기 연락을 받으셨다면 당시 대화가 어떻게 남아 있는지부터 확인해봐야 합니다. 편하게 상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정우람 변호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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