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부대 지휘관이나 상급자가 장교·부사관에게 보직해임 통지서를 건네면서, 해임 사유란에 “부대관리상 부적절”처럼 한 줄만 적거나 아예 이유를 적지 않는 사례를 상담에서 자주 접합니다.
당사자분들은 대개 “이유도 안 적힌 통지서는 그 자체로 무효 아닌가”,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니 일단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십니다. 그런데 막상 소청이나 소송으로 가면 “통지서에는 없었어도 심의위원회 통보서와 면담 과정에서 사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는 반박이 나오고, 통지서의 빈칸만으로는 결론이 뒤집히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사이 불복 기간은 흘러갑니다.
최근 법원은 보직해임을 징계와 같은 징벌적 제재가 아니라 잠정적 인사조치로 보면서도, 보직해임심의위원회 절차를 거쳤는지는 엄격하게 확인하고 있습니다. 통지서에 이유가 없다는 사정은 하나의 단서일 뿐이고, 실제로 위법 여부를 가르는 것은 그 뒤에 있는 절차와 사유의 실체입니다.
아래에서는 이유가 적혀 있지 않은 보직해임 통지서가 어떤 경우에 위법해지는지, 그리고 통지서를 받은 직후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판례와 조문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보직해임에는 행정절차법의 이유 제시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통지서에 이유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위법을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은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도록 하고, 제24조 제1항은 처분을 원칙적으로 문서로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일반 행정처분이라면 이유가 빠진 통지서는 그 자체로 절차상 하자 논란이 됩니다.
그러나 같은 법 제3조 제2항 제9호는 공무원 인사 관계 법령에 따른 징계와 그 밖의 처분처럼 성질상 행정절차를 거치기 곤란하거나 거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사항, 그리고 행정절차에 준하는 절차를 거친 사항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이 법의 적용에서 제외합니다. 대법원은 군인의 보직해임이 여기에 해당하는지를 직접 판단했습니다.
보직해임은 … 당해 장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이고 가처분적인 성격을 가진 조치이다. 따라서 그 성격상 군인의 비위행위에 대한 공직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행하여지는 징벌적 제재로서의 징계 등에서 요구되는 것과 같은 동일한 절차적 보장을 요구할 수는 없는바, … 구 군인사법상 보직해임처분은 … 처분의 근거와 이유 제시 등에 관한 구 행정절차법의 규정이 별도로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2두5756 판결).
이 판결은 구 군인사법 당시 사안이지만, 현행 행정절차법 제3조 제2항 제9호의 문언 구조는 같습니다. 따라서 “행정절차법 제23조를 어겼으니 위법하다”는 주장만 내세우면 방어 논리가 약합니다. 다만 이것은 이유 제시 규정이 “별도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뜻이지, 군인사법이 정한 절차를 건너뛰어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통지서의 빈칸이 곧바로 위법이 되는 것은 아니고, 위법 여부는 군인사법이 마련한 절차를 거쳤는지에서 갈립니다.
2. 위법 여부는 보직해임심의위원회 절차를 거쳤는지에서 갈립니다
의결 없는 보직해임, 통보 없는 심의는 이유 기재와 별개로 위법의 핵심 근거가 됩니다.
군인사법 제17조의2 제1항은 장교·준사관·부사관이 임기가 끝나기 전에는 보직에서 해임되지 않는다고 정하고, 예외 사유를 ① 직무수행 능력 부족으로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현저히 어려운 경우 ② 중징계 사유로 징계의결이 요구 중인 경우 ③ 금품비위·성범죄 등으로 수사기관의 조사나 수사 중이며 비위 정도가 중대한 경우 ④ 그 밖에 부대관리 측면에서 해당 보직 유지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로 한정합니다.
그리고 제5항은 이 예외에 따라 해임할 때 보직해임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정합니다. 예외는 대통령령이 정한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뿐이고, 이때도 해임한 날부터 7일 이내에 의결을 거쳐야 합니다. 군인사법 시행령 제17조의4는 그 불가피한 사유를 직무 관련 부정행위로 구속되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감사 결과 중대한 직무유기·부정행위가 발견된 경우, 중대한 군 기강 문란·도덕적 결함 등으로 즉시 해임이 필요한 경우로 나열합니다.
당사자의 방어권은 시행령 제17조의5에 있습니다. 위원회는 회의 개최 전에 회의 일시, 장소, 심의 사유 등을 심의 대상자에게 통보해야 하고, 대상자는 출석해 소명하거나 소명 의견서를 낼 수 있으며, 위원회가 의결하면 그 내용을 서면으로 통보해야 합니다. 대법원도 위 2012두5756 판결에서 이 통보·소명·서면 통보 장치가 방어 준비와 불복의 기회를 보장하고 인사권자의 판단에 신중함을 담보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통지서에 이유가 없더라도, 사전에 심의 사유를 담은 통보서를 받았다면 이유 부재의 주장은 힘을 잃습니다. 반대로 심의 통보 자체가 없었거나, 위원회가 법정 구성(상급자·선임자 중 3명 이상 7명 이하)을 갖추지 못했거나, 대상자의 소명 기회 없이 의결했다면 이는 이유 기재 문제와 별개로 절차상 위법의 핵심 근거가 됩니다.
3. 이유가 적혀 있지 않아도, 사유를 알 수 있었다면 위법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법원은 통지서의 글자가 아니라 당사자가 사유를 알고 다툴 수 있었는지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이유 제시의 정도에 관한 일반 법리도 알아 두셔야 합니다. 설령 이유 제시 규정이 적용되는 처분이라 하더라도, 대법원은 처분서의 문언만이 아니라 처분에 이르기까지의 전체 과정을 봅니다.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은 … 행정청의 자의적 결정을 배제하고 당사자로 하여금 행정구제절차에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따라서 처분서에 기재된 내용과 관계 법령 및 당해 처분에 이르기까지의 전체적인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처분 당시 당사자가 어떠한 근거와 이유로 처분이 이루어진 것인지를 충분히 알 수 있어서 그에 불복하여 행정구제절차로 나아가는 데에 별다른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처분서에 처분의 근거와 이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로 말미암아 그 처분이 위법한 것으로 된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22. 3. 31. 선고 2021두49888 판결).
이 법리를 보직해임에 대입하면, 실무에서 쟁점은 “통지서에 무엇이 적혀 있었나”가 아니라 “통지서를 받을 때까지 내가 어떤 사유로 해임되는지 알 수 있었나”가 됩니다. 감사 결과 통보, 징계위 출석요구서, 수사기관 조사 통지, 심의위원회 통보서, 지휘관 면담 기록이 모두 이 판단의 재료가 됩니다.
따라서 통지서를 받았다면 서류를 버리거나 사진 한 장 찍고 끝내지 말고, 해임 전후에 오간 서류·문자·면담 메모를 시간순으로 모아야 합니다. 이 자료 정리가 “사유를 몰랐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도, 반대로 상대방의 반박을 무너뜨릴 수도 있습니다.
이유 부재는 그 자체가 아니라 “당사자가 사유를 알 수 없었다”는 사실로 연결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습니다.
4. 사유가 어느 호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불이익과 다툼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제1항 몇 호로 해임되었는지가 봉급 감액과 실체 위법 주장의 출발점입니다.
통지서에 이유가 없다면 먼저 해임 근거가 제17조의2 제1항 어느 호인지부터 특정해야 합니다. 같은 보직해임이라도 호수에 따라 불이익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제6항은 보직해임된 사람의 봉급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감액하되, 제1항 제4호(부대관리 측면의 사유)로 해임된 경우에는 감액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즉 봉급이 깎였다면 제4호 외의 사유로 처리되었다는 단서가 됩니다.
호수가 특정되면 실체 위법도 다툴 수 있습니다. 제2호라면 실제로 중징계 사유로 징계의결이 요구되어 있었는지, 제3호라면 법령이 정한 비위행위로 수사기관이 조사나 수사 중이었고 비위가 중대했는지, 제1호라면 직무수행 능력 부족이 업무수행을 현저히 어렵게 할 정도였는지를 확인합니다. 대법원은 2012두5756 판결에서 직무수행 능력에 도덕적 자질도 포함된다고 보고 재량권 일탈·남용이 없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사유가 넓게 해석될 수 있다는 뜻이므로 사유의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반박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또한 보직해임은 같은 사유로 인한 징계와 별개로 진행될 수 있어, 해임 후 징계절차나 전역 심사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해임 사유와 이후 절차의 연결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5. 통지서를 받은 뒤의 대응은 이런 순서로 진행됩니다
불복 기간이 짧으므로 통지서 수령일부터 날짜를 세는 것이 첫 번째 일입니다.
대응은 통상 ①통지서와 심의위원회 통보서 확보 및 해임 근거 호수 특정 → ②심의위원회 소명 의견서 또는 해임 후 이의 자료 정리 → ③소청 또는 행정심판 등 불복 절차 선택 → ④행정소송의 순서로 이어집니다. 군인사법 제50조는 군인이 위법·부당한 전역, 제적 및 휴직 등 그 의사에 반한 불리한 처분에 불복하면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소청할 수 있다고 정하고, 제51조의2는 그런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이 소청심사위원회 등의 심사·결정을 거치지 않으면 제기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한편 일반 행정심판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행정심판법 제27조 제1항)에 청구해야 하므로, 해임이 어느 불복 경로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기한이 달라집니다.
행정소송은 피고가 국방부장관 같은 중앙행정기관이면 서울행정법원이 관할이 되므로, 수원 지역 부대 소속이라도 수원지방법원이 아니라 서울에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어떤 경로든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통지서의 일자·발령권자·해임 근거 조문을 확인하고, 수령일(안 날)을 기록해 소청 30일 기한을 계산합니다.
심의위원회 통보서, 회의 일시, 위원 구성, 소명 기회 부여 여부, 의결 내용 서면 통보 여부를 확인해 절차 위반을 점검합니다.
해임 사유로 추정되는 감사·징계·수사 관련 서류와 해임 전후 면담 기록을 시간순으로 모아 사유의 실체를 반박할 자료를 만듭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절차 위반과 사유 부존재 주장을 함께 구성해 소청과 이후 소송까지 한 흐름으로 준비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보직해임 통지서를 받으면 “이유도 안 적어줬으니 나중에 따지면 되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소청 기한은 30일에 불과하고, 지나면 다툴 기회 자체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해임을 당한 장교·부사관 입장에서는 통지서의 빈칸에 매달리기보다, 심의 통보와 소명 기회가 실제로 있었는지, 해임 사유의 사실관계가 맞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해임 조치를 하는 지휘관·인사 담당자 입장에서도 통지서에 이유를 적지 않고 심의 절차를 줄이면, 나중에 절차 위법이 인정될 위험을 스스로 키우게 됩니다. 적법한 절차를 갖추는 것이 인사권을 지키는 길입니다.
저는 군 인사와 형사 문제가 얽힌 사건에서 해임당한 쪽과 해임을 결정한 쪽의 사정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절차를 어디서 짚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통지서를 받은 지금이 기한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지점일 수 있습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시점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보직해임 통지서에 이유가 하나도 없으면 무효인가요?
A. 곧바로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군인 보직해임에 행정절차법의 이유 제시 규정이 별도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고, 위법 여부는 심의위원회 절차와 해임 사유의 실체로 판단합니다.
Q. 심의위원회 통보를 받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시행령 제17조의5는 회의 개최 전에 일시·장소·심의 사유를 통보하도록 하므로, 통보 없이 의결했다면 절차상 위법을 주장할 핵심 근거가 됩니다. 통보 시점과 방법을 입증할 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Q. 먼저 해임하고 나중에 심의위원회를 열어도 되나요?
A. 원칙은 해임 전 의결이지만, 시행령 제17조의4가 정한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해임한 날부터 7일 이내에 의결을 거치면 됩니다. 불가피한 사유가 실제로 있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Q. 봉급이 깎이는 경우와 안 깎이는 경우가 있나요?
A. 있습니다. 제17조의2 제6항에 따라 제1항 제4호(부대관리 측면) 사유로 해임된 경우에는 봉급을 감액하지 않습니다. 감액되었다면 해임 근거 호수를 반드시 확인하세요.
Q. 불복은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A. 군인사법상 소청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합니다. 일반 행정심판은 90일이지만 어느 경로가 맞는지 먼저 판단해야 하므로, 기한은 짧은 쪽으로 계산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Q. 변호사는 언제 선임하는 게 좋은가요?
A. 통지서를 받은 직후, 늦어도 소청 기한 전에 선임하는 것이 좋습니다. 심의 단계의 소명 자료와 진술이 이후 불복 절차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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