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신동우 변호사입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이런 말을 꺼냅니다.
"엄마, 어떤 아저씨가 차에 타래."
부모 입장에서는 심장이 내려앉는 말입니다. 그런데 아이는 멀쩡히 집에 와 있고, 상대는 어디론가 가 버렸습니다. 신고를 해도 되는 건지, 해 봤자 "아무 일도 없었는데요"라는 말을 듣는 건 아닌지 망설여지실 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이가 차에 타지 않았어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따라가지 않았는데 무슨 죄가 되나요
꾀어서 데려가려 한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형법 제287조는 미성년자를 약취하거나 유인한 사람을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합니다. 벌금형이 아예 없습니다. 폭행이나 협박으로 끌고 가면 약취, 달래거나 꾀어서 데려가면 유인입니다.
그리고 제294조가 이 죄의 미수범을 처벌합니다. 아이가 거절하고 도망쳤더라도, 데려갈 생각으로 말을 걸고 차에 타라고 권하기 시작했다면 미수가 될 수 있습니다. 미수는 형을 줄일 수 있을 뿐이고 죄가 없어지는 게 아닙니다.
거짓말이 아니어도 유인이 됩니다
"집까지 데려다줄게"는 겉으로 보면 친절한 말입니다. 대법원은 유인의 수단인 유혹이 꼭 허위일 필요는 없고, 달콤한 말로 판단을 흐리게 하면 충분하다고 봅니다(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도2980 판결).
결국 재판에서 다투는 건 말의 내용보다 그 사람에게 아이를 데려갈 생각이 있었느냐입니다. 차 안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 몇 번이나 권했는지가 그래서 중요해집니다.
말 몇 마디로 아동학대까지 되나요
이 부분은 부모님들이 많이 놀라십니다.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는 누구든지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같은 법 제71조 제1항 제2호). 부모나 교사만 해당하는 조항이 아닙니다. 길에서 처음 본 어른도 해당합니다.
대법원은 실제로 아이의 정신건강을 해친 경우뿐 아니라 그럴 위험이 생긴 경우도 정서적 학대에 들어가고, 학대할 목적이 없었더라도 그 위험을 어느 정도 알았다면 충분하다고 봤습니다(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5도13488 판결).
모르는 어른이 차에 타라고 거듭 말하는 장면은 아이에게 오래 남습니다. "겁줄 생각은 없었다"는 말이 늘 통하는 건 아닙니다.
얼마 전 보도된 서울 서대문구 사건에서도 하굣길 초등학생들에게 차에 타라고 한 20대 남성들이 미성년자유인미수에 더해 정서적 학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피고인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서, 유무죄는 재판에서 가려질 일입니다.
반대로 오해를 받고 있다면
길을 알려 주거나 우는 아이를 도우려다 신고를 당하는 분도 있습니다. 억울하시겠지만 화부터 내시면 손해입니다. 차량 블랙박스,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위치 기록처럼 그때 상황을 보여 줄 자료를 먼저 챙기세요. 첫 조사에서 한 말은 끝까지 따라다닙니다. 기억이 흐린 부분을 추측으로 메우지 않는 게 좋습니다.
지금 챙겨야 할 것
바로, 구체적으로 신고하기
장난이겠거니 하고 넘기지 마시고 112에 신고하세요. 서대문 사건도 처음 신고가 오인 신고로 처리돼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시간, 장소, 차 색깔과 차종, 번호판 일부, 상대가 한 말을 최대한 그대로 전하셔야 수사기관이 가볍게 보지 않습니다.
영상은 며칠이면 지워집니다
근처 가게와 도로 CCTV, 지나던 차의 블랙박스는 저장 기간이 짧습니다. 경찰에 영상 확보를 서둘러 요청하시고, 같이 있던 친구와 그 부모님 연락처도 받아 두세요.
아이에게는 열린 질문으로
"그 아저씨가 너 데려가려고 했지?"처럼 답을 정해 두고 물으면 아이 기억이 그 쪽으로 바뀝니다. "무슨 일 있었어?" 하고 물은 뒤 아이가 쓴 단어 그대로 적어 두세요. 같은 질문을 여러 번 하지 마시고 이후 조사는 수사기관에 맡기시는 편이 낫습니다. 아이가 잠을 설치거나 학교 가기를 무서워하면 진료와 상담 기록도 남겨 두세요.
솔직히 이런 사건은 법보다 어른의 첫 반응에서 많은 게 갈립니다. 아이가 꺼낸 "이상한 사람이 있었어" 한마디를 흘려듣지 않는 것, 거기서부터입니다.
참고 기사: 「"너 귀엽다, 차에 타" 서대문 초등생 유괴 시도…2인조 혐의 부인」, 『머니투데이』,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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