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신동우 변호사입니다.
"집 사려고 둘이 모은 돈인데, 아내가 저한테 말도 없이 처제한테 보냈습니다. 이거 이혼 사유 되나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저는 금액보다 먼저 한 가지를 여쭤봅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두 분이 지금 어떤 상태냐는 겁니다. 이유는 뒤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최근 비슷한 사연이 기사로 나왔습니다. 맞벌이로 월 500만 원이 안 되는 소득에서 3년 동안 모은 2,000만 원이, 두 번에 나뉘어 처제 결혼자금으로 넘어갔다고 합니다. 아내는 말하면 반대할 것 같아서 알리지 않았다고 했고요.
내 통장이 아니면 내 돈이 아닌가요
평소에는 명의가 기준입니다
민법은 부부라도 재산을 각자 따로 보는 부부별산제를 택하고 있습니다. 혼인 중에 자기 이름으로 얻은 재산은 그 사람 것이고, 누구 것인지 분명하지 않을 때만 부부 공유로 추정합니다(민법 제830조). 은행 계좌는 한 사람 이름으로 열리니까, 둘이 '공동 통장'이라고 불러 왔어도 법적으로는 명의자의 예금에서 출발합니다.
헤어질 때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혼하면서 재산을 나눌 때는 명의를 묻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협력해서 모은 재산인지를 봅니다(민법 제839조의2). 둘이 함께 벌어 내 집 마련용으로 모은 돈이라면 누구 이름으로 돼 있든 공동재산으로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의 없이 쓴 돈, 괜찮은 건가요
부부는 장보기나 공과금, 아이 학원비처럼 살림에 늘 드는 일은 서로 대신 결정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827조). 하지만 몇 달 치 소득을 넘는 돈을, 목적을 정해 모아 둔 통장에서 꺼내 형제에게 준 걸 살림살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럼 처제에게 돌려 달라고 할 수 있느냐. 솔직히 쉽지 않습니다. 통장이 아내 이름이면 아내가 자기 예금을 동생에게 준 셈이라 남편이 직접 청구할 근거가 마땅치 않습니다. 남편 이름 통장에서 아내가 권한 없이 보낸 거라면 따져 볼 여지가 생기지만, 아내가 평소 그 통장을 관리해 왔는지부터 살펴야 합니다. 준 게 아니라 빌려준 거라면 아내에게 받을 권리가 있으니, 부부가 같이 처제와 갚는 방법을 정하는 길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혼 사유가 되나요
대법원은 부부가 함께 일군 재산의 주요 부분을 정당한 이유 없이 상의도 동의도 없이 처분해 가정의 경제적 기반을 흔들고, 그 때문에 신뢰가 회복할 수 없을 만큼 무너졌다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대법원 2025. 9. 4. 선고 2025므10730 판결). 재산이 처분한 사람 단독 명의였어도 마찬가지라는 취지입니다.
다만 그 사건은 평생 모은 재산 대부분을 자녀 한 명에게 넘기고 별거가 3년 가까이 이어진 경우였습니다. 2,000만 원이 이 부부에게 작은 돈이 아닌 건 분명하지만, 송금 한 번만으로 곧바로 이혼 사유가 된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처음에 두 분의 지금 상태를 여쭤본 게 이 때문입니다. 법원은 혼인 기간, 아이, 누구 책임이 더 큰지, 그리고 결국 다시 믿을 수 있는 관계인지를 함께 봅니다.
지금 챙겨야 할 것
기록을 먼저 모아 두세요
이체 날짜와 금액, 통장 명의, 각자 그 통장에 얼마씩 넣어 왔는지 보이는 입금 내역. 관계를 회복하든 절차를 밟든 이 자료는 쓰입니다. 준 돈인지 빌려준 돈인지도 이때 분명히 해 두시는 게 좋습니다.
맞불은 놓지 마세요
화가 난다고 상대 이름 계좌에서 돈을 빼 오거나 다른 공동재산을 처분하면, 이번엔 내가 신뢰를 깬 쪽이 됩니다. 앞의 대법원 판단은 남편에게도 아내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이혼을 생각하신다면 기한을 기억하세요
이미 넘어간 돈이 그대로 나눌 재산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한쪽이 공동재산을 마음대로 줄인 사정은 분할 비율을 정할 때 참작될 수 있습니다. 재산분할 청구는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못 합니다. 협의이혼을 서두르다 재산 정리를 뒤로 미루는 일은 없으셨으면 합니다.
상담하다 보면 사람들을 가장 아프게 하는 건 돈보다 '나한테는 말을 안 했다'는 사실인 경우가 많습니다. 일정 금액이 넘는 지출이나 양가 지원은 미리 상의한다는 약속 하나가 생각보다 많은 걸 지켜 줍니다.
참고 기사: 「"집 사려고 3년 모은 2000만원, 처제에게 몰래 준 아내" 박봉 남편 분통」, 『뉴스1』,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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