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재성 변호사입니다.
동네에서 장사가 잘되던 반찬가게를 권리금을 주고 인수하신 분이 있습니다. 간판도 그대로, 거래처도 그대로 이어받았고 영업자 지위승계 신고까지 마쳤습니다. 그런데 몇 달 뒤 구청에서 영업정지 처분을 알리는 서류가 날아옵니다. 사유를 보니 본인이 인수하기 전, 전 주인이 유통기한 지난 원료를 쓰다 적발된 일이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을 파는 매장이나 작은 제조업체를 인수할 때도 비슷한 일이 생깁니다. 전 영업자가 받은 처분이나 진행 중이던 처분 절차가 영업과 함께 넘어오는 구조이기 때문이지요. 계약서에는 "기존 행정처분 없음"이라고 한 줄 적혀 있었을 뿐, 실제로 확인할 방법은 마땅치 않았습니다.
최근 이 문제를 손보는 개정안이 입법예고되었습니다. 오늘은 영업을 넘겨받을 때 전 주인의 제재처분이 어떻게 승계되는지, 개정안이 무엇을 바꾸려 하는지, 인수를 앞둔 분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영업을 넘겨받으면 처분도 함께 넘어옵니다
식품위생법은 영업자가 영업을 양도하거나 법인이 합병되면, 종전 영업자에게 내려진 행정 제재처분의 효과가 양수인에게 승계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제78조). 처분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면 양수인을 상대로 그 절차를 계속할 수 있습니다. 승계되는 기간은 처분기간이 끝난 날부터 1년입니다.
예외도 있습니다. 양수인이 양수할 때 그 처분이나 위반 사실을 알지 못하였음을 증명하면 승계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몰랐다"는 사실을 양수인이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전 주인의 위반 이력을 확인할 공식 창구가 없으니, 몰랐다는 것을 보여 줄 자료도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았거든요.
개정안은 무엇을 바꾸려 하나
법제처는 2026. 10. 23. 건강기능식품법 등 영업자 지위승계 규정을 둔 여러 법률의 제재처분 승계 절차를 정비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습니다
알려진 주요 내용은 세 가지입니다. 1) 영업을 넘겨받을 사람이 기존 영업자의 동의를 받아 행정청에 제재 이력과 진행 중인 절차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를 둡니다. 2) 행정청이 처분의 내용·사유·진행 절차에 관한 서류를 발급하도록 합니다. 3) 불명확했던 승계기간을 분명히 하고, 승계 당시 처분이나 위반 사실을 몰랐음을 증명하면 제재 효과가 승계되지 않도록 하는 근거를 법률마다 갖춥니다.
식품위생법처럼 이미 선의 예외를 둔 법률도 있지만, 법률마다 규정이 제각각이었습니다. 개정안은 이를 하나의 틀로 맞추고, 무엇보다 양수인이 계약 전에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을 여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인수 뒤 처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아직 입법예고 단계입니다. 국회를 통과해 공포·시행되기 전까지는 확인 요청 제도도, 새 승계 규정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시행 시기와 경과규정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또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몰랐다"는 사정은 여전히 양수인이 증명해야 합니다. 확인 제도가 생긴 뒤에는 오히려 "확인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는 사정이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도 있습니다. 결국 인수 전에 이력을 확인하고 그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비이지요.
당장 기억해 두실 것
1) 식당·카페·반찬가게 등 식품 영업을 인수하실 분: 계약 전에 전 영업자에게 최근 행정처분 내역과 점검 결과 통지서를 직접 받아 두시고, 받은 자료와 날짜를 계약서 별지로 남겨 두십시오.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몰랐다"는 사정을 증명할 가장 현실적인 자료입니다.
2) 건강기능식품 판매·제조업을 양수하실 분: 계약서에 "양도 전 위반으로 인한 행정처분과 그로 인한 손해는 양도인이 부담한다"는 진술·보장과 손해배상 조항을 넣고, 잔금 일부를 일정 기간 유보하는 방안도 검토하십시오.
3) 이미 인수한 뒤 처분 통지를 받으신 분: 처분서에 적힌 위반 일자와 인수 일자를 먼저 대조하십시오. 행정심판·행정소송은 기간이 짧으니, 사전통지 단계에서 의견을 내는 것부터 서두르셔야 합니다.
정리하며
영업을 넘겨받는 순간, 전 주인의 과거도 일정 부분 함께 넘어옵니다. 이번 개정안은 그 과거를 미리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을 만들려는 시도이지만, 아직 시행 전입니다.
식품·건강기능식품 영업의 양수를 앞두고 계시거나, 인수 뒤 전 주인의 위반으로 처분 통지를 받으신 분이라면 계약 단계와 처분 단계에서 할 일이 다릅니다. 형사와 의료·식약 사건을 함께 다뤄온 경험으로 보면, 행정처분 뒤에 형사 고발이 따라붙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사안별로 적용 법리와 대응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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