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수사를 받는 도중 불리한 사실을 뒤집어 보려고 녹취록, 문자 캡처, 계약서, 입금 내역 같은 자료를 손보거나 새로 만들어 수사기관에 제출했다가 별도의 범죄로 입건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피의자분들 중 상당수는 “어차피 내 사건인데 나한테 유리한 자료를 내는 건 권리 아닌가요”, “진술이야 거짓말해도 된다고 들었는데 증거도 비슷하겠죠”라고 생각하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기관이 자료의 원본과 대조해 조작 사실을 확인하면, 원래 사건보다 더 무거운 문제가 따로 생기고 “처음에는 몰라서 그랬다”는 말도 설득력을 잃게 됩니다.
최근 대법원은 피의자에게 허위로 말할 자유는 있어도 허위 증거를 적극적으로 조작해 제출하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며, 이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수사 중 자료 제출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많은 분들이 뒤늦게 알게 됩니다.
아래에서는 피의자가 가짜 증거를 냈을 때 어떤 경우에 위계공무집행방해가 되고 어떤 경우에 되지 않는지, 그리고 이미 제출했다면 무엇부터 점검해야 하는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피의자에게 허위로 말할 자유는 있어도 허위 증거를 만들 자유는 없습니다
진술은 방어권의 영역이지만, 증거 조작은 수사 자체를 속이는 행위입니다.
피의자에게는 진술거부권이 있고,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과 유리한 증거를 제출할 권리도 있습니다. 그래서 수사 단계에서 사실과 다르게 부인하거나 변명하는 것만으로는 별도의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피의자에게는 진실만을 말할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권리는 ‘있는 자료를 내거나 주장을 하는 것’까지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대화를 편집해 녹취록으로 만들거나, 날짜를 바꾼 영수증을 새로 출력하거나, 제3자에게 부탁해 사실과 다른 확인서를 받아 내는 것은 방어권 행사가 아니라 수사기관이 판단하는 자료 자체를 오염시키는 행위입니다.
실무에서 많이 보는 경우는 이렇습니다. 금전 거래 사건에서 차용증 날짜를 고쳐 쓰거나, 폭행 사건에서 사건 전후 문자 내용을 일부만 남겨 캡처하거나, 음주 사건에서 사건 이후에 마신 것처럼 보이도록 결제 내역을 만들어 내는 경우입니다. 이런 자료는 수사기관이 통신사 자료, 카드사 승인 내역, 원본 파일의 생성 정보와 대조하면 상당 부분 확인됩니다.
허위 진술은 방어권의 한계 안에 있을 수 있지만, 허위 증거를 적극적으로 조작해 내는 순간 방어권의 범위를 벗어납니다.
2. 본인 사건의 증거인멸은 처벌되지 않지만 위계공무집행방해는 따로 문제됩니다
증거인멸죄가 안 된다고 해서 처벌을 피하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내 사건의 증거를 건드리는 건 증거인멸죄가 안 된다던데”라며 안심합니다. 실제로 형법 제155조 제1항은 처벌 대상을 ‘타인’의 형사사건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제155조 제1항).
그래서 자기 자신의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인멸은 증거인멸죄로 처벌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형법 제137조는 위계로써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수사기관을 속여 수사를 방해하는 행위는 이 조항으로 따로 판단받습니다.
또 조작한 자료가 문서 형태라면 문서 자체에 대해서도 책임이 생길 수 있습니다. 타인 명의의 문서를 만들었다면 사문서위조(형법 제231조)와 위조사문서행사(형법 제234조)가 함께 문제되고, 이 경우 증거인멸의 예외 논리로 방어되지 않습니다. 결국 ‘내 사건이니까 괜찮다’는 생각은 증거인멸죄 한 개 조항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본인 사건의 증거인멸이 불가벌이라는 사실이 허위 증거 제출까지 면책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3. 수사기관이 충실히 조사하고도 속았다면 위계공무집행방해가 성립합니다
핵심은 조작의 적극성과, 수사기관이 나름대로 충실히 조사했는데도 속았는지입니다.
위계공무집행방해는 상대방의 오인·착각·부지를 이용해 직무집행을 방해해야 성립합니다. 피의자가 단순히 거짓으로 변명하거나 허위 자료를 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수사기관이 그 자료를 믿고 잘못된 판단으로 나아갈 정도였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8도18646 판결은 이 기준을 명확히 정리했습니다.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진술과 상관없이 피의사실을 인정할 객관적 증거를 수집·조사할 권한과 의무가 있고, 피의자는 진술거부권과 유리한 증거를 제출할 권리를 가질 뿐이라고 전제합니다. 그 위에서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이 갈립니다.
피의자 등이 적극적으로 허위의 증거를 조작하여 제출하고 수사기관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였다면 위계에 의하여 수사기관의 수사행위를 적극적으로 방해한 것으로 위계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고, 반면 수사기관이 충분히 수사를 하지 않은 채 허위 자료만으로 판단했다면 그것은 수사기관의 불충분한 수사에 불과하여 위계에 의한 방해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8도18646 판결의 취지).
쉽게 말해 두 갈래입니다. 첫째, 피의자가 허위 증거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냈고 수사기관이 통상의 수사를 충실히 했는데도 허위임을 알아채지 못했다면 성립합니다. 둘째, 수사기관이 조금만 확인하면 알 수 있는데 확인하지 않고 제출 자료만 믿었다면 불충분한 수사로 보아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경계 때문에 실제 사건에서는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뿐 아니라 ‘수사기관이 어떤 조사를 했는지’가 함께 다퉈집니다. 수사 기록상 원본 대조, 통신사 조회, 참고인 조사가 어디까지 이뤄졌는지를 확인해야 방어 논리를 세울 수 있습니다.
허위 증거를 적극적으로 조작해 냈고 수사기관이 충실히 수사하고도 속았다면, 피의자라는 신분은 면책 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4. 본래 사건보다 양형과 신병 문제가 더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가짜 증거는 별도 범죄이면서 원래 사건의 태도 불량 사정으로도 작용합니다.
위계공무집행방해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법정형입니다. 조작한 자료가 사문서라면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가 같이 문제되어 각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여러 죄가 경합하면 형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원래 사건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허위 증거 제출은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범행을 부인하며 증거까지 꾸미는 사람’이라는 인상으로 이어져, 반성 여부를 따지는 양형에서 불리한 사정으로 작용하기 쉽습니다. 또한 증거를 인멸할 염려는 구속영장 발부에서 핵심적으로 보는 사유이므로, 허위 증거 제출 사실이 드러나면 불구속 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반면 증거 제출이 사실에 근거한 것이었는지, 단순히 오래된 기억에 따라 일부 날짜가 틀린 것인지, 제3자가 작성한 자료를 그대로 낸 것인지에 따라 고의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조작의 고의와 적극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되지 않는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5. 입건 이후 절차와 지금 점검해야 할 순서입니다
제출한 자료의 출처와 작성 경위를 정리하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이 유형은 통상 ①본래 사건 수사 중 자료의 진위 의심 → ②추가 조사와 피의자 신문(위계공무집행방해 피의자로 신분 전환) → ③검찰 송치(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수원 관내 사건이라면 수원남부경찰서나 수원중부경찰서에서 조사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허위로 의심될 수 있는 자료를 냈다면 다음 순서로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출한 자료가 무엇인지, 원본이 무엇이었고 어느 부분이 달라졌는지를 객관적으로 정리합니다.
자료를 누가 만들었고 어떤 경위로 제출하게 되었는지, 주고받은 메시지와 파일 생성 기록을 보존합니다.
수사기관이 그 자료의 진위를 어떤 방법으로 확인했는지 조사 내용을 파악하고, 다음 조사 전에 진술 방향을 정합니다.
이 점검 없이 다시 “그 자료는 진짜입니다”라고 버티면 거짓말이 거듭 쌓여 사정이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어떤 대응이 맞는지는 사안마다 달라 초기에 전문가와 방향을 잡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치며
수사를 받는 중에는 “지금 상황만 넘기면 된다”는 생각 때문에 판단이 흔들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자료를 손보는 선택이 얼마나 큰 문제로 돌아올지 뒤늦게 깨닫는 분이 많습니다.
가짜 증거를 낸 쪽 입장에서는 변명보다 먼저 어떤 자료가 어디까지 문제인지, 수사기관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책임의 범위를 줄이는 대응이 가능합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조작된 자료를 제출했다고 의심하는 입장에서도 감정적인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원본 대조와 생성 기록처럼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근거가 있어야 수사기관이 움직입니다.
저는 증거 조작 의심 사건에서 조작 혐의를 받는 쪽과 이를 문제 삼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 정리와 초기 진술 방향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자료 제출 이후 불안하시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피의자는 거짓말을 해도 처벌되지 않는다던데, 가짜 증거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A. 아닙니다. 허위 진술은 방어권의 범위로 보지만, 허위 증거를 적극적으로 조작해 제출하면 위계공무집행방해가 문제됩니다. 진술과 증거는 법적으로 다르게 취급됩니다.
Q. 제 사건의 증거인멸은 죄가 안 된다는데 왜 처벌받나요?
A.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 증거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본인 사건은 해당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을 속여 수사를 방해한 행위는 형법 제137조로 따로 판단합니다.
Q. 수사기관이 허위임을 쉽게 알아냈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수사기관이 충실히 조사하고도 속은 경우에 성립하는 것이 기본 법리입니다. 조금만 확인하면 알 수 있는데 확인하지 않은 경우에는 불충분한 수사로 보아 성립하지 않을 수 있어, 수사 기록상 어떤 조사가 있었는지가 중요합니다.
Q. 제출한 자료를 이미 철회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철회가 자동으로 면책해 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수사기관이 오인하기 전에 바로잡은 경우와 이미 수사 방향이 틀어진 경우는 구별되며, 정정 시점은 양형에서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가족이나 지인이 대신 만들어 준 자료를 제가 냈는데요?
A. 허위인 줄 알고 제출했는지가 핵심입니다. 허위임을 몰랐다면 고의가 부정될 수 있고, 알고 낸 경우에는 만든 사람과 낸 사람 모두 책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조사받을 때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추가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이미 낸 자료에 대한 진술 방향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정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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