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SNS나 채팅 앱, 지인 소개로 만난 상대와 성관계를 한 뒤, 상대가 지적장애가 있었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했다는 상담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습니다.
상담하시는 분들은 대개 “서로 좋아서 한 관계였다”, “상대도 싫다고 한 적이 없다”, “말도 잘 통해서 장애가 있는지 전혀 몰랐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막상 상대 가족이나 보호자가 고소를 하고 장애인등록증과 지능검사 결과가 수사기관에 제출되면, 당사자가 생각하던 ‘합의’는 방어 논리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폭력처벌법은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한 성적 접촉을 일반 성범죄와 따로 떼어 훨씬 무거운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고, 법원은 ‘동의가 있었는가’보다 ‘그 동의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에서 나온 것인가’를 따집니다.
아래에서는 지적장애가 있는 성인과 합의하고 관계를 해도 처벌될 수 있는지, 어떤 조문이 어떤 경우에 적용되는지, 그리고 고소를 당했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지적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성관계가 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처벌 여부는 장애 등급이 아니라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었는지로 갈립니다.
먼저 오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성인 지적장애인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 사람이고, 장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연애나 성관계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가 성관계의 의미와 결과를 이해하고 자유로운 의사로 응했다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반대의 경우입니다. 장애 정도가 심해 성관계가 무엇인지,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기 어렵거나, 거부 의사를 표현하거나 저항하기 어려운 상태라면 겉으로 “네”라고 답했더라도 그것은 법적으로 유효한 동의로 평가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장애인복지법상 장애 등급 숫자 하나가 아니라 지능 수준, 사회적 판단 능력, 당시 대화 내용과 행동, 상대와의 관계를 종합해 이를 판단합니다.
그래서 같은 ‘지적장애 3급’이라도 사건마다 결론이 갈립니다. 일상적인 의사소통과 금전 관리, 연애 경험이 있는 사람과 보호자의 지속적인 돌봄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사람은 법원이 전혀 다르게 봅니다.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되는 것은 아니지만,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태였다면 ‘합의’는 면죄부가 되지 못합니다.
2. 항거불능·항거곤란 상태를 이용했다면 강간과 같은 형으로 처벌됩니다
폭행·협박이 없어도 장애로 저항이 어려운 상태를 이용하면 장애인 준강간이 됩니다.
가장 무겁게 적용되는 조문은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4항입니다. 조문은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사람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사람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예에 따라 처벌한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4항).
여기서 제1항은 장애인에 대한 강간으로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제3항은 강제추행으로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3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즉 폭행이나 협박을 하지 않았더라도, 장애 때문에 제대로 저항하거나 거부하기 어려운 상태임을 알고 그 상태를 이용했다면 폭행·협박으로 강간한 것과 같은 형으로 처벌됩니다.
‘항거불능’은 의사를 형성하거나 표현할 수 없는 정도, ‘항거곤란’은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저항하기가 현저히 어려운 정도를 뜻합니다. 상대가 거절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오히려 거절할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방어 논리로는 약합니다.
이 조문이 적용되려면 행위자가 상대의 장애와 그 상태를 인식하고 이용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수사에서는 장애를 알 수 있었던 정황, 즉 대화 방식과 말투, 일하는 곳, 복지카드 소지나 보호자 언급 여부 등이 핵심 증거가 됩니다.
폭행·협박이 없었더라도, 장애로 저항이 어려운 상태를 알고 이용했다면 강간과 같은 형이 적용됩니다.
3. 항거곤란에 이르지 않아도 위계·위력으로 응하게 했다면 별도로 처벌됩니다
선물·호감·권위를 이용해 판단력이 낮은 상대를 움직였다면 위계·위력 간음에 해당합니다.
장애가 항거곤란에 이를 정도는 아니더라도, 상대의 낮은 판단력을 이용해 응하게 만든 경우에는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5항이 적용됩니다. 위계 또는 위력으로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을 간음하면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고, 추행에 그치면 제6항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위계(僞計) 또는 위력(威力)으로써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을 간음한 사람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5항).
위계란 상대를 속이거나 오인·착각하게 하거나 그 판단 능력의 부족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귀는 사이니까 당연히 하는 것”, “이렇게 해야 선물을 사준다”, “안 하면 헤어진다”고 말해 성관계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를 응하게 했다면 위계가 문제됩니다. 위력은 지위나 의존 관계, 경제적 우위 등 상대의 의사를 제압할 만한 힘을 이용한 경우를 말합니다. 직장 상사, 시설 종사자, 용돈을 주던 사람처럼 상대가 거절하기 어려운 관계라면 위력으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장애가 심하지 않은 경계선 수준의 경우에는 형법 제302조도 검토됩니다. 이 조문은 미성년자 또는 심신미약자에 대해 위계 또는 위력으로 간음·추행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장애인에 대한 성범죄는 특별법인 성폭력처벌법 제6조가 우선 적용되므로 실무에서는 제6조가 중심이 됩니다.
항거곤란 상태가 아니었더라도, 장애로 낮아진 판단력을 이용해 응하게 했다면 최소 5년 이상의 형이 적용되는 위계·위력 간음이 됩니다.
4. 형이 무겁고 상해가 더해지면 더 무거워지며, 공소시효도 길어집니다
장애인 대상 성범죄는 법정형이 높을 뿐 아니라 시효의 보호도 받기 어렵습니다.
제6조 제1항과 제4항의 법정형은 앞서 본 대로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법원이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징역형의 하한이 높아 실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성폭력처벌법 제8조에 따라 상해나 치상이 인정되면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올라갑니다.
시효 문제도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1조 제2항은 제3조부터 제9조까지의 죄에 대해 DNA 증거 등 과학적 증거가 있으면 공소시효를 10년 연장하고, 제3항은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한 형법 제297조·제299조 등의 죄와 제6조 제2항의 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오래전 일이라 안심했는데 뒤늦게 수사를 받는 일이 없지 않은 이유입니다.
또한 이런 사건은 유죄가 인정되면 형 선고와 함께 신상정보 등록, 취업제한, 이수명령 등 보안처분이 따라붙을 수 있어, 실형 여부뿐 아니라 이후 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법정형이 높고 시효의 보호도 받기 어렵기 때문에,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장애 인식 여부가 사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장애를 알았는지, 동의가 유효했는지를 보여줄 자료는 초기에 확보해야 합니다.
이 유형의 사건은 통상 ①피해자 또는 보호자의 고소 → ②경찰의 피해자 진술 청취(장애인 피해자의 경우 진술조력인이나 신뢰관계인이 동석하기도 합니다)와 피의자 조사 → ③검찰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수원 지역 사건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수원지방검찰청의 처분을 거쳐 수원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됩니다.
피의자 입장에서 쟁점은 크게 둘입니다. 첫째, 상대의 장애 정도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는가. 둘째, 그 사실을 행위자가 알고 있었는가. 지능검사 결과나 장애 진단서는 첫째 쟁점에, 당시 주고받은 메시지와 통화, 만남의 경위, 주변 사람의 진술은 둘째 쟁점에 영향을 줍니다.
고소를 당했거나 당할 것으로 보인다면 아래 순서로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상대와 처음 만난 시점부터 사건 당일까지의 카카오톡·문자·통화 기록을 삭제하지 말고 그대로 보존한 뒤, 상대의 의사소통 방식과 장애를 짐작할 단서가 있는지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모텔·식당 결제내역, CCTV, 이동 경로처럼 당시 상대의 자발적 행동과 상태를 보여주는 객관 자료를 확보합니다.
경찰 출석요구를 받았다면 진술하기 전에 변호인과 함께 장애 인식 여부와 동의 경위에 대해 일관되게 정리한 뒤 조사에 임합니다.
상대방과 직접 연락해 “오해였다고 해 달라”는 식으로 접촉하면 증거인멸이나 2차 가해로 오해받아 불리해질 수 있으므로, 합의가 필요하더라도 변호인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치며
이런 사건은 “서로 좋아서 한 일인데 설마”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첫 진술과 초기 증거 보존이 그 뒤의 모든 판단을 좌우합니다.
고소를 당한 쪽에서는 장애를 알지 못했고 상대도 자유롭게 응했다는 점을 구체적 자료로 보여줘야 합니다. 막연한 “몰랐다”는 말보다, 당시 상대의 말과 행동이 평범한 성인의 것이었음을 보여주는 기록이 훨씬 설득력이 있습니다.
반대로 피해를 호소하는 쪽에서도 장애 정도를 입증할 의료 기록과 지능검사 결과, 당시 상황을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과 다른 과장은 오히려 진술의 신빙성을 해칠 수 있습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고소를 당한 분과 피해를 주장하는 분 양쪽의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의 작은 차이가 항거곤란 인정 여부와 고의 인정 여부를 가르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불안하다면, 진술하기 전에 먼저 정리하셔야 합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대가 먼저 좋다고 하고 거절하지 않았는데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장애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태였다면 겉으로 보이는 동의는 유효한 동의로 평가되지 않습니다. 다만 상대가 의미를 이해하고 응한 경우에는 범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Q. 지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 어떻게 되나요?
A. 항거불능·항거곤란 상태를 이용했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인정되지 않으면 제6조 제4항 범죄는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몰랐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대화 기록과 만남 경위 등 객관 자료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Q. 장애인복지카드가 있으면 무조건 유죄인가요?
A. 아닙니다. 등급 자체가 아니라 사건 당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같은 등급이라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합의서를 받으면 사건이 끝나나요?
A. 성폭력 범죄는 친고죄가 아니라서 합의를 하더라도 수사와 재판이 당연히 끝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합의와 처벌불원 의사는 처분과 양형에서 중요하게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Q. 연인 사이로 오래 사귀었는데도 문제가 되나요?
A. 교제 기간이 길고 상대가 관계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었다면 오히려 유리한 사정이 됩니다. 반대로 연인이라는 이유로 판단 능력이 낮은 상대에게 관계를 요구했다면 위계·위력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경찰에서 연락이 왔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에 변호인과 사실관계와 증거를 정리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장애 인식과 동의 여부에 대한 판단의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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