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보안감사나 인사이동을 앞두고, 업무에 쓰던 군 관련 문서를 퇴근길에 집으로 가져갔다가 형사 문제로 번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어차피 내가 맡은 업무 자료인데 집에서 마무리하려던 것뿐이다”, “누구에게 보여준 적도 없으니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하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안점검에서 반출 사실이 드러나면 군사경찰의 조사가 시작되고, 수사기관은 군사기밀 보호법 제11조의 탐지·수집죄를 염두에 두고 사실관계를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이 자료를 보관하다 반출한 행위에 대해, 탐지·수집죄가 아니라 보호조치 의무 위반의 문제로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는 기준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책임이 없다는 뜻은 아니며, 어느 조문이 적용되느냐에 따라 형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아래에서는 군사기밀 문서를 집에 가져간 행위가 어떤 경우에 탐지·수집죄가 되고 어떤 경우에 되지 않는지, 그리고 조사를 받게 되었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군사기밀은 표시되거나 보호조치가 된 자료이며, 반출은 곧바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군사기밀 여부는 내용뿐 아니라 표시·고지·보호조치가 이루어졌는지로도 정해집니다.
군사기밀 보호법 제2조 제1호는 군사기밀을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누설되면 국가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군 관련 문서, 도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 또는 물건으로서, 군사기밀이라는 뜻이 표시 또는 고지되거나 보호에 필요한 조치가 이루어진 것과 그 내용이라고 정의합니다. 문서 한 장뿐 아니라 USB, 외장하드, 업무용 PC에서 내려받은 파일, 그 내용을 정리한 메모까지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5조 제1항은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에게 군사기밀이라는 뜻을 표시·고지하고, 그 밖에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를 지웁니다. 보관 장소, 반출 승인, 복사 통제 같은 부대 내부 규정은 이 의무를 구체화한 것입니다. 그래서 허가 없이 부대나 사무실 밖으로 가져가는 행위는 형식상 이 보호조치 체계를 벗어나는 일이 됩니다.
실무에서는 “집에서 잠깐 보려고 한 것”이라는 목적이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목적만이 아니라 반출 경로(출력·복사·촬영·파일 이동), 반출 횟수, 보관 장소, 제3자 접근 가능성을 함께 확인합니다. 같은 반출이라도 이 사실관계에 따라 적용 조문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집으로 가져간 자료가 군사기밀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가져갔는지가 사건의 출발점입니다.
2. 업무상 취급자가 필요에 따라 보관·반출한 행위는 원칙적으로 탐지·수집이 아닙니다
탐지·수집은 권한 없이 대상을 찾아 알아내거나 점유를 취득하는 것을 뜻합니다.
군사기밀 보호법 제11조는 군사기밀을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탐지하거나 수집한 사람을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문언만 보면 절차를 어기고 가져간 모든 경우가 포함될 것 같지만, 대법원은 이 조문의 범위를 분명히 좁혀서 해석합니다.
대법원은 업무 중 참고자료로 필요한 군사기밀을 출력하거나 복사해 두었다가 사무실에 계속 보관하고, 보안감사에 대비해 자신의 아파트로 반출한 사건에서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탐지하거나 수집한’이라는 표현은 군사기밀에 대한 적법한 접근절차에 따르지 않고 권한 없이 탐지·수집의 대상을 찾아 그 내용을 알아내거나 그에 대한 점유를 취득하는 것을 뜻한다. … 반면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이 그 취급 과정에서 단순히 보호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또는 이미 알고 있거나 점유하고 있는 군사기밀의 보관 장소를 이동하는 등 보관 상태를 변경한 경우는 군사기밀 보호법 제10조 등 다른 규정에 해당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같은 법 제11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3도5539 판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업무상 필요에 따라 출력물이나 사본을 계속 보관하거나 반출한 행위는 보호조치 의무를 위반한 것에 해당할 수 있어도 제11조의 탐지·수집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즉 이미 업무상 점유하고 있던 자료를 집으로 옮긴 것만으로는 탐지·수집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업무상 취급 권한 안에서 이미 점유하던 자료를 옮긴 행위와, 권한 없이 새로 알아내거나 가져온 행위는 법적으로 구분됩니다.
3. 업무와 무관하게 열람·복사했거나 접근 권한이 없었다면 탐지·수집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취급 권한이 있어도 업무와 관계없이 알아내거나 가져왔다면 탐지·수집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앞서 본 판결은 면죄부가 아닙니다. 같은 판결은 군사기밀에 접근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 탐지·수집하는 경우는 물론, 군사기밀을 취급할 권한이 있는 사람이라도 업무와 관계없이 탐지·수집하는 경우가 제11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래서 실제 사건에서는 “이 자료가 내 업무에 필요했는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예를 들어 다른 부서가 관리하는 문서를 업무 연관성 없이 출력했거나, 전보·전역을 앞두고 현재 담당 업무가 아닌 자료까지 복사했거나, 개인 휴대전화로 화면을 촬영해 두었다면 수사기관은 업무 필요성을 의심합니다. 이때는 이미 점유하던 것의 보관 위치를 바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점유를 취득한 것으로 평가될 위험이 있습니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제11조 위반죄가 성립하려면 탐지·수집행위가 있으면 충분하고, 그로 인해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할 위험이 실제로 생겼다는 점까지 증명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외부에 유출된 적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탐지·수집죄를 다툴 수는 없고, 다툴 지점은 권한과 업무 관련성입니다. 또한 제18조는 제11조부터 제13조까지의 미수범도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업무 필요성이 소명되는지가 탐지·수집죄 성립 여부를 가르는 가장 큰 기준입니다.
4. 어느 조문이 적용되느냐에 따라 형량이 2년 이하에서 무기징역 수준까지 달라집니다
집으로 가져간 행위 자체보다, 그 뒤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되었는지가 형량을 크게 좌우합니다.
업무상 필요로 반출했더라도 보호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군사기밀 보호법 제10조 제1항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 문제됩니다. 보호조치 불이행에 그치지 않고 정당한 사유 없이 군사기밀을 손괴·은닉하거나 효용을 해쳤다면 제10조 제2항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는 훨씬 무거운 형이 정해져 있습니다. 집에 두었던 자료를 감사 직전에 파기하거나 숨기는 행동이 위험한 이유입니다.
업무와 무관한 탐지·수집으로 판단되면 제11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이고, 탐지·수집한 군사기밀을 타인에게 누설하면 제12조 제1항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이 알게 된 기밀을 누설하면 제13조 제1항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까지 올라가고, 과실로 누설한 경우도 제14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정해져 있습니다. 가족에게 보여주거나 개인 클라우드에 올린 사정이 있는지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전역·전직 후에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제11조의2는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했던 사람이 취급 인가가 해제된 이후에도 군사기밀을 점유하고 있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재직 중 가져간 자료를 퇴직 후에도 그대로 두면 새로운 처벌 근거가 생길 수 있고, 제20조의2에 따라 범죄로 받은 재산이나 이익은 몰수·추징됩니다.
5.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이런 절차로 진행되고, 초기 진술이 방향을 정합니다
반출 경위와 업무 연관성에 대한 첫 진술이 이후 적용 조문을 사실상 결정합니다.
군사기밀 사건은 통상 ①보안점검·감사 또는 신고로 반출 사실 적발 → ②수사기관의 자료 확보와 피의자 조사(군인·군무원 신분이면 군사경찰·군검찰, 전역자나 민간인 신분이면 경찰·검찰이 맡고, 수원 소재 사건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와 수원지방검찰청) → ③송치 또는 기소 여부 처분 → ④기소 시 재판(민간 재판이면 수원지방법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압수수색으로 집과 개인 기기가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사에 앞서 아래 순서로 사실관계를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된 자료가 실제로 군사기밀로 지정·표시된 것인지, 내가 그 자료의 정당한 취급 인가자였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자료를 받거나 출력하게 된 업무 지시, 메신저 대화, 결재 기록 등 업무 필요성을 입증할 자료를 모읍니다.
집에 가져간 시점·방법·보관 장소, 가족이나 제3자 접근 여부, 외부 전송 이력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이런 자료가 정리되면 사안을 탐지·수집이 아니라 보호조치 의무 위반의 문제로 다툴 수 있는지, 징계와 형사처벌을 어떻게 대응할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리 없이 진술하면 “업무와 무관했다”는 취지로 기록되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마치며
군사기밀 문서를 집에 가져간 사건은 “내 업무 자료인데 설마”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감사에서 드러나는 순간부터 진술 하나하나가 기록으로 남습니다.
반출한 당사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해명하기보다, 업무 필요성과 보관 경위를 객관적 자료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탐지·수집죄와 보호조치 불이행은 법정형부터 다르고, 그 차이는 업무 연관성을 어떻게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반대로 부하나 동료의 반출을 확인한 관리자 입장에서도 보고와 조치 방식에 따라 책임 범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실관계를 확정하기 전에 단정적인 진술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군 관련 사건에서 반출한 쪽과 관리·감독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진술과 자료 정리에 따라 적용 조문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조사 통보를 받았거나 반출 사실이 드러날 상황이라면, 진술하기 전이 가장 중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업무 때문에 군사기밀 문서를 집에 가져갔는데 탐지·수집죄로 처벌되나요?
A. 업무상 취급 권한이 있고 업무상 필요로 이미 점유하던 자료를 옮긴 것이라면 대법원은 제11조의 탐지·수집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보호조치 의무 위반이나 징계는 별개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외부에 유출하지 않았다면 아무 문제도 없는 것 아닌가요?
A. 아닙니다. 보호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제10조 제1항으로 2년 이하의 징역이 문제되고, 업무와 무관한 수집이라면 유출이 없어도 제11조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국가안보에 위험이 생겼다는 점까지 증명될 필요는 없습니다.
Q. 집에서 사진만 찍어 두었는데도 문제가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업무와 관계없이 촬영해 점유를 취득한 것으로 평가되면 탐지·수집으로 볼 위험이 있습니다. 업무 지시와 필요성을 입증할 자료가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Q. 전역했는데 예전에 가져온 자료가 아직 집에 있습니다.
A. 취급 인가가 해제된 뒤에도 점유하고 있으면 제11조의2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조사받기 전에 자료의 성격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보안감사 전에 집에 있는 자료를 폐기하면 괜찮을까요?
A. 위험합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군사기밀을 손괴·은닉하거나 효용을 해치면 제10조 제2항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임의로 처리하지 말고 먼저 상담받으시기 바랍니다.
Q.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반출 경위와 업무 연관성에 대한 초기 진술이 적용 조문을 사실상 정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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