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형제·친척·공동투자자와 함께 소유하던 땅의 등기부를 떼어 보았다가, 전혀 모르는 사이에 제3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상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의뢰인분들이 가장 먼저 하시는 걱정은 “공유자가 여럿인데 다른 공유자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나 혼자서는 소송도 못 하는 것 아닌가”, “내 지분만큼만 돌려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공유자를 설득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사이 등기는 그대로 방치되고, 그 위에 다시 근저당이나 이전등기가 겹겹이 쌓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민법은 이 문제에 대해 공유물의 보존행위는 공유자 각자가 단독으로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대법원은 이를 근거로 무효 등기의 말소 청구를 공유자 1인이 낼 수 있도록 허용해 왔습니다. 다만 말소를 구할 수 있는 범위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공유 토지에 마쳐진 무효 등기를 혼자서 말소할 수 있는 근거와 그 범위, 그리고 소송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공유자 한 명이 단독으로도 무효 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무효 등기를 걷어내는 일은 공유물의 현상을 지키는 ‘보존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공유물을 처분하거나 변경하려면 공유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고, 사용·수익 방법 같은 관리 사항은 지분의 과반수로 정합니다. 그런데 민법 제265조 단서는 보존행위만큼은 각자가 할 수 있다고 예외를 둡니다. 보존행위란 공유물의 멸실·훼손을 막고 현상을 유지하는 행위를 말하며, 다른 공유자에게도 이익이 되고 지체하면 손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단독 권한을 준 것입니다.
공유 토지에 아무 권원 없는 사람 앞으로 원인무효의 등기가 마쳐져 있다면, 그 등기는 공유자 전체의 소유권을 방해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를 말소하는 소송은 새로운 법률관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침해된 소유 상태를 원래대로 돌리는 것이므로 보존행위로 보아, 공유자 1인이 다른 공유자의 동의나 소송 참여 없이 단독으로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유자가 열 명이든 스무 명이든, 연락이 끊긴 공유자가 있든 없든, 등기를 발견한 공유자 한 사람이 소송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다른 공유자 전원을 원고로 묶어야 하는 고유필수적 공동소송이 아니라는 점이 실무에서 가장 큰 차이를 만듭니다.
무효 등기의 말소 청구는 공유자 각자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보존행위입니다.
2. 다만 말소를 구할 수 있는 범위는 ‘침해된 지분’을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등기명의인이 다른 공유자라면, 그 사람의 실제 지분은 말소 대상에서 빠집니다.
보존행위의 근거가 되는 조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유물의 관리에 관한 사항은 공유자의 지분의 과반수로써 결정한다. 그러나 보존행위는 각자가 할 수 있다(민법 제265조).
여기서 주의할 점은 ‘누구 앞으로 무효 등기가 되어 있느냐’입니다. 전혀 관계없는 제3자 앞으로 토지 전체의 이전등기가 위조 서류로 마쳐졌다면 토지 전체에 대한 등기가 무효이므로 전부의 말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반면 공유자 중 한 사람이 단독 명의로 보존등기를 하거나 이전등기를 한 경우에는 사정이 다릅니다.
대법원 2006. 8. 24. 선고 2006다32200 판결은, 공유자 1인 명의로 마쳐진 원인무효의 보존등기에 대해 다른 공유자는 전부의 말소를 구할 수 없고, 등기명의인인 공유자의 지분은 실체관계에 부합하므로 이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에 한해 말소를 구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즉 형제 중 한 명이 상속 토지를 몰래 자기 단독 명의로 해 두었다면, 그 사람의 법정상속분만큼은 정당한 지분이므로 남은 지분에 대해서만 지분 말소 또는 경정 방식의 청구를 해야 합니다.
또한 보존행위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해서 다른 공유자와 이해가 충돌하는 청구까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20. 5. 21. 선고 2018다287522 전원합의체 판결 역시 공유자 사이의 방해배제 청구에서는 보존행위의 한계를 엄격하게 따졌습니다. 따라서 소송 전에 상대방이 ‘공유자와 무관한 제3자’인지 ‘공유자 중 1인’인지를 먼저 가려야 청구취지를 정확하게 세울 수 있습니다.
말소 범위는 상대방이 제3자인지 다른 공유자인지, 그리고 내 지분이 실제로 침해되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3. 등기가 ‘무효’라는 점은 말소를 구하는 쪽이 증거로 깨뜨려야 합니다
등기에는 적법하게 마쳐졌다는 추정력이 있어, 소송의 승패는 무효 사유의 입증에서 갈립니다.
등기부에 기재된 소유권이전등기는 일단 적법한 원인에 의해 마쳐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래서 말소를 구하는 공유자는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 청구권(민법 제214조)을 근거로 하면서, 그 등기가 실체관계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증명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나오는 무효 사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매매계약서·위임장·인감증명서 등이 위조되었거나 명의를 도용한 경우, 둘째는 공유자 전원의 동의 없이 공유물 전체를 처분한 것처럼 이전등기를 한 경우, 셋째는 대리권 없는 사람이 대리인 행세를 한 경우입니다. 이 경우 등기원인서류의 필적·인영 감정, 등기를 신청한 법무사 사무소의 접수 기록, 대금 지급 내역 유무가 핵심 증거가 됩니다. 등기 신청 서류는 등기소에서 열람 신청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편 상대방이 ‘다른 공유자가 동의해 준 것’이라고 주장하더라도, 처분행위는 공유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므로 일부 공유자의 동의만으로는 내 지분을 넘긴 효력이 생기지 않습니다. 이 점에서 내 지분에 한하여 무효라는 주장은 비교적 선명하게 구성할 수 있습니다.
말소 소송에서는 ‘내 지분이 침해되었다’는 사실과 ‘등기원인이 무효’라는 사실을 서류로 입증하는 것이 승패를 가릅니다.
4. 방치하면 무효 등기 위에 다른 권리가 쌓여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소송과 함께 처분금지가처분을 걸어 두지 않으면, 그 사이에 등기가 다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소유권에 기한 말소 청구권 자체는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지만, 무효 등기를 오래 방치하면 현실적인 위험이 두 가지 생깁니다. 하나는 등기명의인이 그 땅을 실제로 점유하면서 시간이 지나 취득시효를 주장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명의인이 제3자에게 다시 이전등기를 하거나 근저당을 설정하는 경우입니다. 무효 등기를 믿고 거래한 제3자와의 사이에서는 선의·악의 판단과 이해관계 문제가 얽혀 사건이 한층 복잡해집니다.
이를 막기 위해 소를 제기하기 전 또는 제기와 동시에 해당 부동산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해 등기부에 기입해 두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가처분이 등기된 뒤에 이루어진 이전등기는 본안에서 승소하면 말소할 수 있는 상태에 놓이기 때문입니다.
말소 판결이 확정되면 승소한 공유자가 판결문만으로 단독으로 말소등기를 신청할 수 있고(부동산등기법 제23조 제4항), 말소로 손해를 입을 제3자가 있다면 그 사람의 승낙서 또는 이에 대항할 수 있는 재판의 등본이 필요합니다(부동산등기법 제57조). 따라서 등기부에 이미 후순위 권리가 올라와 있는지를 소송 전에 확인해 상대방 범위를 정리해야 합니다.
말소 청구는 가처분과 함께 움직여야, 판결을 받아도 돌려받을 등기가 남아 있습니다.
5. 등기 확인부터 판결 후 말소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등기부와 신청서류를 먼저 확보한 뒤 가처분과 본안 소송을 순서대로 진행해야 합니다.
공유 토지 무효 등기 사건은 통상 ①등기사항전부증명서와 등기원인서류 열람으로 무효 사유 확인 → ②처분금지가처분 신청(수원 소재 토지라면 수원지방법원 또는 해당 지원) → ③소유권이전등기말소 청구의 소 제기(부동산 소재지 관할 법원, 수원 관내 토지라면 수원지방법원 본원·지원) → ④승소 판결 확정 후 단독 말소등기 신청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위조·사문서 관련 사정이 있다면 형사 고소를 병행해 수사기관의 확인 자료를 확보하는 방법도 함께 검토합니다.
공유자 사이에 연락이 닿는다면 소송 전에 다른 공유자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협조가 되지 않아도 단독 소송에 장애가 되지는 않습니다. 소송을 준비하면서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토지 등기사항전부증명서(현재 및 폐쇄 포함)를 발급받아 무효 등기의 접수일·등기원인·등기명의인과 그 뒤에 쌓인 권리를 확인합니다.
등기소에서 등기신청서 및 첨부서류(위임장, 인감증명서, 매매계약서 등)를 열람해 위조·도용 흔적과 신청인을 확인합니다.
내 지분의 취득 경위(상속, 매매, 증여)와 다른 공유자의 지분 비율을 정리해, 침해된 지분의 범위를 청구취지로 특정합니다.
이렇게 정리해 두면 소송에서 어디까지 말소를 구할 수 있고, 어느 부분은 다른 청구로 풀어야 하는지 초기에 결정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공유 토지의 무효 등기는 “다른 공유자들과 얼굴 붉히기 싫어서”, “내 지분만 걸린 문제 같아서”라는 이유로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등기 위에 권리가 쌓이고 증거는 흩어집니다.
무효 등기를 발견한 공유자 입장에서는 다른 공유자의 동의를 기다리기보다, 등기부와 신청서류를 확보하고 가처분을 먼저 거는 것이 우선입니다. 단독으로 소송할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시간을 아끼는 열쇠가 됩니다.
반대로 등기명의인으로 소송을 당한 입장에서도 “등기부에 내 이름이 있으니 괜찮다”는 생각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등기원인이 실제로 유효했는지, 지분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부동산 등기와 소유권 분쟁에서 말소를 구하는 쪽과 다투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청구취지를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등기부에서 낯선 이름을 발견했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권리가 더 쌓이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공유자가 여러 명인데 저 혼자 원고가 되어도 소송이 각하되지 않나요?
A. 원인무효 등기의 말소 청구는 보존행위로 보아 공유자 1인이 단독으로 낼 수 있습니다. 다만 내 지분이 실제로 침해된 범위에서 청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다른 공유자 이름으로 등기가 되어 있으면 전부 말소할 수 있나요?
A. 전부는 어렵습니다. 대법원 2006다32200 판결처럼 등기명의인인 공유자의 지분은 실체관계에 맞는 부분이어서 제외되고, 나머지 지분에 한해 말소를 구하게 됩니다.
Q. 말소 소송은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A. 소유권에 기한 말소 청구는 제척기간이 따로 없지만, 등기명의인이 점유를 계속하면 취득시효 주장이 나올 수 있고 그 사이 제3자 거래가 쌓일 수 있어 빠를수록 유리합니다.
Q. 소송 중에 상대방이 땅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리면 어떻게 되나요?
A. 처분금지가처분을 미리 등기해 두었다면 가처분 이후의 이전등기는 본안 승소 시 말소 대상이 됩니다. 그래서 소 제기 전후에 가처분을 함께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Q. 승소하면 등기는 제가 직접 정리할 수 있나요?
A. 네. 확정된 판결문으로 승소한 쪽이 단독으로 말소등기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말소로 손해를 입을 제3자가 있다면 그 사람의 승낙 또는 이를 대신하는 재판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Q. 위조 서류가 의심되면 형사 고소도 같이 해야 하나요?
A. 필수는 아니지만 병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신청 서류와 진술이 민사 말소 소송의 입증자료로 쓰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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