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개원 투자자나 경영지원 업체와 손잡고 의원을 운영하던 의사분들이, 어느 날 건강보험공단의 현지조사와 경찰 수사를 동시에 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의사분들 중 상당수는 “환자는 제가 직접 다 봤습니다”, “진료는 정상이었고 허위 청구를 한 적도 없습니다”라는 점을 가장 먼저 내세웁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가 시작되면 쟁점은 진료의 진위가 아니라 이 병원을 누가 실질적으로 열고 운영했느냐로 옮겨 가고, 의사가 직접 진료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이 적법하게 개설된 요양기관인 것처럼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는 것 자체를 사기죄의 기망행위로 보고 있으며, 이는 개설 명의를 빌려준 의사가 실제로 환자를 진료했더라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판단합니다.
아래에서는 의사가 직접 진료한 사무장병원의 요양급여가 왜 사기가 되는지, 개설의 실질은 무엇으로 판단하는지, 형사처벌과 환수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의사가 직접 진료했다는 사정으로 비의료인의 개설이 적법해지지 않습니다
의료기관 개설 자격은 진료를 누가 했느냐가 아니라 병원을 누가 열고 운영했느냐로 정해집니다.
의료법 제33조 제2항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와 국가·지방자치단체, 의료법인, 비영리법인 등 정해진 주체가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기고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한 사람은 의료법 제87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흔히 말하는 사무장병원은 일반인이나 법인이 자금을 대고 직원 채용과 매출 관리를 맡으면서, 의사는 명의를 빌려주거나 월급을 받고 진료만 하는 구조를 가리킵니다. 이때 “진료는 면허 있는 의사가 했으니 문제없다”는 생각이 가장 흔한 오해입니다. 대법원은 개설 행위를 시설·인력의 충원과 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자금 조달, 운영 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개설 형식이 의사 명의로 되어 있어도 실제로 병원의 돈과 인사와 수익을 비의료인이 쥐고 있다면, 법적으로는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으로 평가됩니다.
진료를 의사가 했다는 사실은 개설 자격 위반이라는 판단을 막아 주지 못합니다.
2. 적법한 의료기관인 것처럼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행위가 곧 사기의 기망입니다
진료가 실제로 이루어졌더라도 청구 자격이 없는 기관이 자격이 있는 것처럼 청구하면 사기입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1항 제1호는 요양급여를 실시하는 요양기관을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 등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해 개설된 의료기관은 처음부터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허위 진료나 부풀리기 청구가 전혀 없더라도 사기죄가 문제됩니다. 청구서를 낼 때마다 공단에게 “우리는 적법하게 개설된 요양기관입니다”라고 표시하는 셈이 되고, 공단은 그 점을 알았다면 비용을 지급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이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이 마치 의료법에 의하여 적법하게 개설된 요양기관인 것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하여금 요양급여비용 지급에 관한 의사결정에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으로서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설령 그 의료기관의 개설인인 비의료인이 자신에게 개설 명의를 빌려준 의료인으로 하여금 환자들에게 요양급여를 제공하게 하였다 하여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5. 7. 9. 선고 2014도11843 판결).
이 법리에서는 청구 금액이 정당한지가 아니라 청구 자격이 있는지가 기준입니다. 그래서 실제 진료비 전액이 편취액으로 계산되는 경우가 많고, 수년간 누적되면 금액이 매우 커지는 구조가 됩니다.
사기죄의 핵심은 ‘허위 진료’가 아니라 ‘적법하게 개설된 기관인 것처럼 한 청구’입니다.
3. 개설의 실질은 명의가 아니라 운영을 주도한 사람이 누구인지로 판단합니다
의사 명의나 의료법인 명의라는 외형만으로는 비의료인의 실질 개설 의심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수사기관은 통장 흐름, 직원 채용과 급여 지급 주체, 임대차 계약 명의, 의료장비 구입 자금, 수익 정산 방식을 종합해 누가 병원을 움직였는지 봅니다. 의사가 매달 일정액의 급여만 받고 나머지 수익이 비의료인에게 귀속된다면 비의료인의 주도적 개설로 인정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외형을 의료법인으로 갖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원 2023. 7. 17. 선고 2017도1807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를 이어받아,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합니다.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비의료인이 개설·운영하였다고 판단하려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점을 기본으로 하여, 비의료인이 외형상 형태만을 갖추고 있는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가장하였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23. 10. 26. 선고 2022도90 판결).
같은 판결은 적법하게 개설되지 않은 의료기관의 실질 개설·운영자가 의료급여비용을 편취한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피해자로 보았습니다. 반대로 비의료인의 주도적 관여나 탈법적 악용이 입증되지 않으면 개설 위반이 성립하지 않으므로, 사건의 승패는 이 실질 판단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명의를 빌려준 의사와 월급을 받고 진료만 한 의사도 같지 않습니다. 개설·운영에 관여한 정도에 따라 공동정범이 될 수도, 방조범이 될 수도, 개설 책임이 없는 진료의사로 평가될 수도 있습니다.
법원은 이름이 아니라 병원의 돈과 인사와 수익이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를 봅니다.
4. 사기·의료법 위반 처벌에 더해 환수와 업무정지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편취액이 5억원을 넘으면 특경법이 적용되고, 형사처벌과 별도로 행정상 환수가 진행됩니다.
우선 개설자는 의료법 제87조 위반(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과 함께 형법 제347조 제1항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사기죄의 법정형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편취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행정 측면은 더 현실적인 부담입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받은 보험급여 비용을 공단이 징수하도록 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해 의료인 면허나 의료법인 명의를 대여받아 개설·운영한 경우 개설한 사람에게 요양기관과 연대하여 납부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여기에 제98조 제1항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은 1년의 범위에서 요양기관의 업무정지를 명할 수 있습니다.
형사 재판에서 무죄나 감경을 받더라도 환수 처분은 별개의 절차이기 때문에, 환수액이 의사 개인의 재산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득액 산정, 환수 범위, 연대 부담 여부는 처음부터 함께 대비해야 합니다.
형사 책임과 환수 책임은 따로 움직이므로, 두 갈래를 처음부터 함께 방어해야 합니다.
5. 공단 조사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공단 현지조사 단계의 진술과 자료가 이후 형사 사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사무장병원 사건은 통상 ①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현지조사 및 수사 의뢰(또는 경찰 첩보) → ②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피의자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여부 판단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편취액이 특경법 구간이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공단 현지조사에서 쓴 확인서나 진술서가 그대로 수사 기록에 들어가므로, 조사 초기에 무엇을 확인하고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아래 순서로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병원 개설 경위와 계약서, 투자·동업 약정, 임대차계약 명의를 정리해 누가 자금을 대고 어떤 권한을 가졌는지부터 확인합니다.
본인에게 지급된 급여·정산금의 산정 방식과 통장 거래내역을 확보해 수익 귀속 구조에서 본인의 위치를 파악합니다.
인사·구매·진료 방침 결정에 본인이 실제 관여한 증거를 모아 명의대여인지, 단순 진료의사인지 구분되는 자료를 만듭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의료법 위반과 사기의 성립 여부, 이득액, 환수 범위를 함께 다툴 수 있으며, 형사 방어와 행정 처분 대응을 한 방향으로 설계하는 것이 결과에 큰 차이를 만듭니다.
마치며
의사분들은 “환자를 정직하게 진료했으니 설마 처벌까지 받겠느냐”는 생각 때문에 공단의 첫 조사에 가볍게 응하는 경우가 많고, 그 대응이 이후 수사 전체에 영향을 줍니다.
명의를 빌려주거나 월급 의사로 일한 쪽에서는 병원 운영 구조에서 자신의 권한이 어디까지였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병원을 실제로 운영해 온 쪽에서도 의사의 명의와 진료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하다고 볼 수 없고, 자금 흐름과 지배 관계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저는 비의료인 개설과 요양급여 사기 사건에서 개설 의심을 받는 쪽과 명의를 빌려준 의사 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사실관계라도 개설 실질을 어떻게 입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공단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첫 진술을 하기 전이 가장 중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허위 청구 없이 실제로 진료한 비용만 청구했는데도 사기가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적법하게 개설되지 않은 의료기관이 적법한 요양기관인 것처럼 청구하는 행위 자체를 기망으로 봅니다. 진료의 실재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Q. 저는 월급을 받고 진료만 했는데 저도 처벌받나요?
A.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개설·운영에 관여한 정도와 명의를 빌려준 사실이 있는지에 따라 공동정범, 방조범, 또는 책임이 없는 경우로 갈립니다. 급여 구조와 권한 범위를 입증하는 자료가 중요합니다.
Q. 의료법인 명의로 운영되는 병원이면 사무장병원 문제가 없나요?
A. 아닙니다.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탈법적으로 악용해 적법한 개설로 가장했다면 실질 개설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런 사정이 입증되지 않으면 개설 위반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Q. 편취액은 어떻게 계산되나요?
A. 개설 자격이 없는 기관이 받은 요양급여비용이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아 금액이 커지기 쉽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산정 범위와 이득액은 사건마다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Q. 형사 재판에서 무죄가 나오면 환수도 면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의 환수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별개의 행정절차라서 형사 결과와 별도로 진행됩니다. 따라서 두 절차를 함께 대응해야 합니다.
Q. 공단에서 현지조사 통보가 왔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확인서나 진술서를 쓰기 전이 가장 좋습니다. 현지조사에서 한 진술이 이후 수사와 재판의 기초 자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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