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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 사건에서 제 DNA가 나왔으면 무조건 유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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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 사건에서 제 DNA가 나왔으면 무조건 유죄인가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성폭력 사건 수사에서 피해자의 신체나 의류에서 채취한 DNA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하고, 그 결과를 근거로 피의자를 추궁하는 사례가 매우 흔해졌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DNA가 나왔다고는 하는데, 그건 합의하고 관계를 가졌기 때문이다”, “어차피 DNA가 나왔으니 이제 끝난 것 아니냐”는 두 갈래의 불안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셨습니다. 그런데 DNA가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는 순간 사건이 끝났다고 포기하거나, 반대로 아무 문제 없다고 안심해 조사에서 진술을 잘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성폭력 사건에서 증거를 판단할 때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폭행·협박의 존재를 당시의 구체적 상황을 기준으로 종합 판단하고 있습니다. DNA는 그 판단에 쓰이는 중요한 증거이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쟁점이 정리되지는 않습니다.

아래에서는 DNA 검출이 무엇을 증명하고 무엇을 증명하지 못하는지, 그리고 유전자 감정 통보를 받았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법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DNA 일치는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뿐입니다

DNA는 접촉의 사실을 말해줄 뿐, 그 접촉이 강제였는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형법 제297조의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경우에 성립하고,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즉 구성요건의 핵심은 성관계 자체가 아니라, 그 성관계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이루어졌는지입니다.

피해자의 체내나 속옷에서 피의자의 DNA가 검출되었다는 감정 결과는 쉽게 말해 “두 사람 사이에 신체 접촉 또는 체액의 이동이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이 사실은 피의자가 성관계 자체를 부인하고 있었다면 결정적인 타격이 됩니다. 처음에는 “만난 적도 없다”고 했다가 DNA가 나온 뒤 진술을 바꾸면, 이후의 모든 변명이 신빙성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관계는 있었지만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고 다투는 사건에서는 DNA가 쟁점을 거의 바꾸지 못합니다. 성관계 사실은 서로 다툼이 없고, 동의 여부가 유일한 쟁점이기 때문입니다.

DNA 일치는 성관계의 존재를 증명할 뿐이고, 강제성은 별도의 증거로 판단됩니다.


2. 동의 여부는 폭행·협박을 포함한 여러 정황으로 판단됩니다

법원은 피해자의 당시 상황을 기준으로 폭행·협박의 정도를 종합해서 봅니다.

합의된 관계였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는지는 결국 폭행·협박이 있었는지의 판단으로 귀결됩니다. 이에 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습니다.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피해자가 성교 당시 처하였던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보아 피해자가 성교 이전에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사력을 다하여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따라서 “피해자가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도망가지 않았다”, “이후에 연락을 계속했다”는 사정만으로 동의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방어는 약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사건 전후의 메시지, 이동 경로, 모텔 출입 방식과 같이 당시 두 사람의 관계와 분위기를 보여주는 객관적 자료는 폭행·협박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사정으로 실제로 검토됩니다.

결국 DNA가 나왔느냐보다 그 전후 정황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느냐가 사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동의 여부는 DNA가 아니라 폭행·협박을 둘러싼 전후 정황 전체로 판단됩니다.


3. 유죄 인정의 기준은 ‘합리적 의심이 없는 증명’이고 피해자 진술도 증거가 됩니다

DNA가 있어도 없어도, 법원은 피해자 진술과 객관적 증거를 함께 저울질합니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은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제308조는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DNA 감정서 하나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유죄가 되는 것이 아니고, 그것이 없다고 해서 무죄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성폭력 사건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입니다.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피해자의 진술은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으며,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면 그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습니다. 또 법원이 성폭행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렇다고 진술만 있으면 무조건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술 내용이 객관적 증거(CCTV, 통신기록, 의료기록)와 어긋나거나, 시간 경과에 따라 핵심 부분이 바뀌거나, 피해자가 진술을 하게 된 계기에 다른 동기가 있었다면 신빙성은 얼마든지 다퉈볼 수 있습니다. 같은 판결에서 대법원은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불합리하고 스스로 모순되는 경우 그 사정이 피해자 진술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으로 쓰일 수 있다고도 보았습니다. 즉 피의자 쪽 진술이 흔들리는 것도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DNA는 여러 증거 중 하나이고, 최종 판단은 진술과 객관적 증거를 종합해 이루어집니다.


4. 증거 수집 과정이 적법했는지도 다툴 수 있습니다

DNA 시료를 어떻게 확보했는지에 따라 증거능력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DNA 감정 결과가 증거로 쓰이려면 시료의 채취·보관·감정 과정이 적법해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피의자의 구강 상피세포나 혈액을 강제로 채취하려면 원칙적으로 법원의 영장 또는 감정처분허가장이 필요하고, 임의로 제출받는 경우에는 그 동의가 진정한 것이어야 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문제되는 지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수사기관이 “협조 안 하면 영장 받아 강제로 한다”는 식으로 압박해 사실상 동의를 받아낸 경우입니다. 둘째, 채취한 시료가 감정까지 다른 시료와 섞이지 않고 보관되었는지 이른바 ‘보관 연속성’이 불분명한 경우입니다. 셋째, 피해자의 속옷 등에서 검출된 혼합 DNA가 여러 사람의 것인데 감정서가 이를 어떻게 구분했는지 설명이 부족한 경우입니다.

다만 이런 주장은 수사 기록의 구체적 내용을 확인한 뒤에야 가능합니다. 이미 적법하게 확보된 DNA의 일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이 부분에 매달리다가 더 중요한 동의 여부 쟁점에서 준비가 부족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증거의 적법성은 확인해볼 가치가 있지만, 그것이 사건 전체의 결론은 아닙니다.


5. 감정 결과 통보 이후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첫 조사에서의 진술이 이후 모든 단계의 기준선이 됩니다.

성폭력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 또는 신고 접수와 피해자 조사 → ②피의자 조사와 DNA 등 증거 감정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여부 판단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증거 인멸이나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체포나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도 있습니다.

DNA 일치를 통보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전에 아래 순서로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지금까지 한 진술이 무엇인지 정확히 확인합니다. 이미 성관계 자체를 부인했다면 진술이 달라질 때의 신빙성 문제를 먼저 점검합니다.

  2. 사건 전후의 메시지, 통화 내역, 결제 내역, CCTV 위치 등 당시 관계와 분위기를 보여주는 객관적 자료를 보존합니다.

  3. DNA 시료의 채취 경위와 감정서의 내용을 열람·등사 가능한 범위에서 확인해 증거 적법성과 감정 방법에 문제가 없는지 검토합니다.

이러한 정리가 끝난 뒤에 변호사와 함께 조사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 결정하면, 불필요하게 진술이 흔들리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DNA 감정 결과를 받아든 분들은 대부분 충격에 빠져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거나, 반대로 “합의한 관계였으니 별일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다가 초기 대응의 시기를 놓칩니다.

피의자로 지목된 분의 입장에서는 DNA 일치가 성관계 사실을 되돌릴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강제성의 증명은 아니라는 점에서 방어의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다만 그 여지는 일관된 진술과 객관적 자료가 있을 때에만 의미를 갖습니다.

피해를 호소하는 분의 입장에서도 DNA가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기에, 당시 상황을 기억나는 대로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관련 기록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성폭력 사건에서 고소를 당한 쪽과 피해를 호소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DNA 증거를 두고도 진술과 정황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첫 진술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제 DNA가 나왔으면 강간으로 유죄가 확정된 건가요?

A. 아닙니다. DNA는 성관계 또는 접촉의 사실을 뒷받침할 뿐이고, 강간죄 성립에 필요한 폭행·협박은 별도의 증거로 판단됩니다. 법원은 피해자 진술과 객관적 정황을 종합해 합리적 의심이 없는 증명이 되었는지를 봅니다.

Q. 합의된 관계였다고 주장하면 DNA는 무의미해지나요?

A. 성관계 사실이 다툼이 없는 사건에서는 DNA가 쟁점을 거의 바꾸지 못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때는 동의 여부를 보여주는 메시지, 이동 경로, 사건 전후의 행동 같은 정황이 핵심이 됩니다.

Q. DNA가 나온 뒤에 진술을 바꿔도 되나요?

A. 법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신빙성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모순되면 그 사정이 피해자 진술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다고 보므로, 진술 변경은 신중해야 합니다.

Q. 피해자가 저항하지 않았다면 강간이 아닌가요?

A.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사후적으로 피해자가 사력을 다해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항거 곤란 정도의 폭행·협박이 없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습니다.

Q. DNA 시료를 동의 없이 채취했다면 증거로 못 쓰나요?

A. 영장이나 감정처분허가장 없이 동의도 없이 채취한 경우라면 위법수집증거로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채취 경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기록을 확인해야 합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첫 진술이 이후 모든 단계의 기준선이 되고, 성폭력 사건은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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