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전월세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집주인이 원상복구를 이유로 보증금 전부를 돌려주지 않아 분쟁으로 번지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임차인분들 중 상당수는 “몇십만 원짜리 문제니까 집주인도 곧 정산해 주겠지”, “새 세입자 들어오면 준다니 조금만 기다리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이사를 먼저 마친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짐을 다 빼고 열쇠까지 넘기고 나면, 집주인은 “벽지랑 장판 손볼 때까지 보증금은 한 푼도 못 준다”며 몇 달씩 반환을 미루고, 그사이 임차인은 새집 잔금을 대출로 메우거나 전입신고를 옮기지 못해 발이 묶이는 일이 생깁니다.
대법원은 이런 상황에 대해 사소한 원상회복 미비를 이유로 거액의 보증금 전액 반환을 거절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집주인이 보증금에서 뺄 수 있는 것은 실제 원상복구 비용 상당액뿐이고, 나머지 보증금의 반환을 미루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지연손해금까지 부담하게 됩니다.
아래에서는 원상복구 비용 몇십만 원을 이유로 보증금 전부를 묶어둘 수 있는지, 집주인이 공제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보증금을 받지 못했을 때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원상복구비는 보증금에서 공제할 금액일 뿐, 보증금 전부를 붙잡아 둘 근거가 아닙니다
보증금은 임차인이 갚아야 할 돈을 뺀 나머지를 돌려주는 구조입니다.
임대차가 끝나면 임차인은 집을 원상으로 회복해 돌려줄 의무를 지고(민법 제654조, 제615조), 집주인은 보증금을 돌려줄 의무를 집니다. 이 두 의무는 서로 동시이행 관계에 있습니다(민법 제536조). 그래서 집주인은 “원상복구가 안 됐으니 보증금을 못 준다”는 말을 동시이행의 항변으로 내세우곤 합니다.
그런데 보증금의 성격을 정확히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보증금은 임대차가 끝난 뒤 집을 넘겨줄 때까지 발생한 임차인의 모든 채무, 즉 밀린 월세, 관리비, 원상복구를 하지 않아 생긴 손해배상금 등을 담보하는 돈입니다. 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5다8323, 8330 판결도 이런 피담보채무는 집이 반환될 때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되고, 임대인은 그 공제 후 나머지만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즉 원상복구 비용이 50만 원이라면, 법이 예정한 정산은 “50만 원을 빼고 나머지를 돌려주는 것”입니다. 원상복구비는 보증금 안에서 이미 확보되어 있으므로, 집주인이 손해를 볼 위험은 그 공제만으로 충분히 해소됩니다.
원칙적으로는 임차인이 원상회복을 마치지 않은 채 집을 넘기겠다고 하면 적법한 이행 제공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판례의 출발점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 항변이 미치는 범위는 미비한 원상복구의 규모에 비례해야 한다는 것이 다음 판례의 핵심입니다.
원상복구비는 보증금에서 빼면 끝나는 금액이지, 보증금 전체를 무기한 묶어둘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2. 몇십만 원의 원상복구 미비를 이유로 보증금 전액 반환을 거절할 수는 없습니다
근소한 손해를 이유로 한 전액 보류는 신의칙에 반하는 항변입니다.
동시이행의 항변권은 어느 한쪽만 먼저 이행하는 불공평을 막기 위한 제도입니다. 그런데 몇십만 원짜리 원상복구 문제를 이유로 수천만 원, 수억 원의 보증금 전부를 붙잡아 두면 오히려 그 자체가 불공평해집니다. 대법원은 이 지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동시이행의 항변권은 근본적으로 공평의 관념에 따라 인정되는 것인데, 임차인이 불이행한 원상회복의무가 사소한 부분이고 그로 인한 손해배상액 역시 근소한 금액인 경우에까지 임대인이 그를 이유로, 임차인이 그 원상회복의무를 이행할 때까지, 혹은 임대인이 현실로 목적물의 명도를 받을 때까지 원상회복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부분을 넘어서서 거액의 잔존 임대차보증금 전액에 대하여 그 반환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오히려 공평의 관념에 반하는 것이 되어 부당하고, 그와 같은 임대인의 동시이행의 항변은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 되어 허용할 수 없다(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다34697 판결).
이 사건에서 임차인은 전 임차인이 증설한 전기시설을 원상복구하지 않은 채 집기를 빼고 열쇠를 돌려주겠다며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고, 임대인은 원상복구를 요구하며 이를 거절하다가 약 11개월 뒤에야 건물을 넘겨받았습니다. 원상복구에 드는 비용은 약 32만 6천 원, 반환할 잔존 보증금은 약 1억 2,522만 원이었습니다.
원심은 임차인의 이행 제공이 적법하지 않았다며 그 기간 동안 지연손해금을 줄 필요가 없다고 보았지만, 대법원은 이를 파기했습니다. 미비한 원상복구 비용이 보증금에 비해 아주 적고, 그 미비 때문에 건물을 통상의 용도로 쓰는 데 지장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결국 판단의 기준은 미비한 원상복구의 금액이 남은 보증금에 비해 얼마나 작은지, 그리고 그 미비가 집을 쓰는 데 실제 지장을 주는지 두 가지입니다. 반대로 대규모 인테리어 철거처럼 다음 임대가 어려울 정도의 미비라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원상복구비 몇십만 원은 그만큼 공제할 사유일 뿐, 나머지 보증금 반환을 거절할 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3. 원상복구 항목과 금액은 집주인이 입증해야 하고, 생활 마모까지 떠넘길 수는 없습니다
공제하려는 쪽이 무엇이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증명해야 합니다.
원상복구 분쟁에서 자주 보는 장면은, 집주인이 견적서 한 장 없이 “도배·장판·청소비 합쳐서 80만 원 빼겠다”고 통보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보증금에서 무언가를 빼려면 그 근거를 대야 하는 쪽은 집주인입니다. 앞서 본 판결은 이 점도 함께 밝혔습니다.
임대차보증금에서 그 피담보채무 등을 공제하려면 임대인으로서는 그 피담보채무인 연체차임, 연체관리비 등을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여야 하고 나아가 그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될 차임채권, 관리비채권 등의 발생원인에 관하여 주장·입증을 하여야 하는 것이며, 다만 그 발생한 채권이 변제 등의 이유로 소멸하였는지에 관하여는 임차인이 주장·입증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5다8323, 8330 판결).
원상복구 손해배상금 역시 보증금이 담보하는 채무이므로 같은 구조가 적용됩니다. 집주인은 어느 부분이 입주 당시와 달라졌는지, 그것이 임차인 책임인지, 복구에 실제로 얼마가 드는지를 사진·견적서·영수증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원상복구의 기준점도 ‘새집’이 아니라 ‘입주 당시의 상태’입니다. 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7다268142 판결은 임차인이 목적물을 수리·변경했다면 원칙적으로 임대 당시 상태로 되돌려야 하지만, 원상회복의 내용과 범위는 계약 체결 경위와 내용, 임대 당시 목적물의 상태, 임차인이 수리·변경한 내용 등을 고려해 구체적·개별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래서 입주할 때 이미 낡아 있던 벽지와 장판을 새것으로 바꾸는 전체 비용을 그대로 청구하는 것은 다툼의 여지가 큽니다.
또 임대차는 차임을 받고 집을 쓰게 하는 계약(민법 제618조)이므로, 정상적으로 살면서 생기는 햇빛에 의한 벽지 변색, 가구 눌림 자국, 오래 쓴 수전의 노후 같은 통상의 마모는 실무상 원상복구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반면 반려동물이 긁은 문틀, 흡연으로 누렇게 된 벽지, 깨진 타일처럼 임차인의 사용 방식 때문에 생긴 손상은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계약서 특약에 원상복구 항목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면 그 특약이 우선 검토됩니다.
공제 금액의 근거는 집주인이 대야 하고, 기준은 새집이 아니라 내가 입주했을 때의 상태입니다.
4. 보증금 반환이 늦어질수록 집주인이 부담하는 지연손해금이 원상복구비보다 커집니다
부당하게 보류된 보증금에는 연 5%, 소송이 시작되면 연 12%의 지연손해금이 붙습니다.
원상복구비 상당액을 넘는 보증금까지 돌려주지 않으면, 집주인은 그 초과 부분에 대해 이행지체 책임을 집니다. 지연손해금은 민법상 연 5%(민법 제379조)로 계산되고, 임차인이 소송을 제기해 소장 부본이 송달된 다음 날부터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에 따라 연 12%로 높아집니다. 상가 임대차가 상행위에 해당하면 소송 전 단계의 이율은 상법상 연 6%가 됩니다.
숫자로 보면 차이가 분명합니다. 보증금 1억 원 가운데 원상복구비 수십만 원을 뺀 나머지를 묶어두면, 연 5%만 적용해도 한 달에 약 41만 원의 지연손해금이 쌓입니다. 소송이 시작되어 연 12%가 적용되면 한 달에 약 100만 원입니다. 집주인이 지키려던 원상복구비보다 지연손해금이 몇 달 만에 더 커지는 구조입니다.
금액에 따라 절차의 무게도 달라집니다. 다투는 금액이 3,000만 원 이하라면 소액사건으로 간이하게 진행되고, 그보다 큰 보증금이라도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3조에 따라 보증금반환청구소송에는 소액사건심판법 제6조, 제7조, 제10조, 제11조의2가 준용됩니다. 소장 부본은 지체 없이 송달되고, 판사는 바로 변론기일을 정해 되도록 한 차례의 변론으로 심리를 마치며, 변론종결 후 즉시 판결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다툼 없는 잔액이 분명하다면 지급명령으로 먼저 받아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원상복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한 비용은 지연손해금과 별개로 정당하게 공제됩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도 그 금액까지 부정하기보다는, 공제액을 인정하고 나머지를 빨리 받는 쪽이 대개 실익이 큽니다.
5. 내용증명부터 소송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이사 전 증거 정리와 임차권등기명령이 회수 속도를 좌우합니다.
원상복구를 이유로 보증금이 묶인 사건은 통상 ①내용증명으로 원상복구 항목별 금액과 근거를 요구하고, 그 금액을 공제한 잔액을 기한 내에 반환하라고 통지 → ②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수원 지역 주택이라면 대한법률구조공단 수원지부 조정위원회 등) 조정 신청 → ③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이사해야 한다면 주택 소재지 관할 법원(수원시 소재 주택이라면 수원지방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 ④지급명령 또는 보증금반환청구소송(수원지방법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상가라면 ②단계는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맡습니다.
특히 ③단계가 중요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에 따라 임차권등기를 마치면 그 뒤 전입신고를 옮기더라도 이미 취득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되고, 등기에 든 비용은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등기부에 임차권등기가 올라간 것을 확인한 뒤에 전출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원상복구 문제로 보증금 반환이 미뤄지고 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약서 특약에 원상복구 범위가 어떻게 적혀 있는지, 입주 당시 사진이나 시설 확인서가 남아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퇴거 당일 집 전체를 사진·영상으로 남기고, 집주인이 주장하는 항목별로 직접 견적을 받아 청구 금액과 대조합니다.
짐을 뺀 날짜와 열쇠 반환 의사를 문자 등 기록으로 남기고, “원상복구비 상당액을 공제한 잔액을 반환하라”는 요구를 서면으로 전달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임대차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공제액은 실제 원상복구 비용으로 좁히고 나머지 보증금과 지연손해금은 빠르게 회수하는 방향으로 사건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원상복구 분쟁은 “몇십만 원 가지고 괜히 일을 키우는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사이 묶여 있는 것은 몇십만 원이 아니라 보증금 전부라는 점을 놓치기 쉽습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 입장에서는 원상복구비 자체를 다투기보다, 미비한 부분의 금액이 얼마인지 특정하고 나머지 반환을 서면으로 요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입주·퇴거 사진과 열쇠 반환 기록이 쌓일수록 지연손해금까지 받아낼 근거가 탄탄해집니다.
반대로 원상복구가 안 된 집을 돌려받은 집주인 입장에서도 정당한 복구 비용은 당연히 공제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항목별 사진과 견적으로 그 금액을 입증해야 하고, 그 범위를 넘어 보증금 전체를 붙잡아 두면 오히려 지연손해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따져봐야 합니다.
저는 보증금 반환 분쟁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과 원상복구 비용을 다투는 집주인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공제 항목을 어떻게 특정하고 언제 어떤 절차를 밟느냐에 따라 회수 시점과 금액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보증금이 묶인 채 시간이 흐르고 있다면, 지금이 바로 정리해야 할 시점입니다. 공제액과 반환액의 경계를 분명히 긋고 싶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원상복구비가 30만 원 정도인데 집주인이 보증금 1억 원 전부를 안 줍니다. 이게 가능한가요?
A.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사소한 원상회복 미비를 이유로 거액의 잔존 보증금 전액 반환을 거절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보았습니다. 집주인은 원상복구비 상당액만 공제하고 나머지는 돌려줘야 하며, 미루면 그 부분에 지연손해금이 붙습니다.
Q. 집주인이 “새 세입자가 들어와야 보증금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A. 보증금 반환 의무는 새 임차인의 입주를 조건으로 하지 않습니다. 계약이 끝나고 임차인이 집을 넘겨주거나 그 이행을 제공했다면, 집주인의 자금 사정과 관계없이 반환 의무와 지체 책임이 발생합니다.
Q. 도배·장판 전체 교체비를 청구받았습니다. 다 내야 하나요?
A.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원상복구의 기준은 입주 당시 상태이고, 정상적인 생활로 생긴 변색·마모는 실무상 원상복구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흡연·반려동물 등 사용 방식으로 생긴 손상이나 특약으로 정한 항목은 부담할 수 있습니다.
Q. 집주인이 견적서도 없이 공제 금액만 통보했습니다.
A. 보증금에서 공제하려는 채권의 발생원인은 임대인이 주장·입증해야 합니다. 항목별 견적서와 손상 부위 사진을 서면으로 요구하고,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금액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히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Q. 보증금을 못 받았는데 이사 날짜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냥 나가도 되나요?
A. 주택이라면 먼저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 등기가 마쳐진 것을 확인한 뒤 전출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등기 전에 전입을 옮기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잃을 위험이 있고, 등기 후에는 이사해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Q. 소송까지 가면 몇 년씩 걸리지 않나요?
A.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3조에 따라 보증금반환청구소송에는 소액사건심판법의 신속 절차 규정이 준용됩니다. 다툼 없는 잔액은 지급명령으로 먼저 받을 수 있고, 소장 송달 다음 날부터는 연 12%의 지연손해금이 붙어 집주인에게도 빨리 정리할 유인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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