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도로·택지개발·도시계획시설 사업으로 토지가 수용되면서, 사업시행자로부터 “보상금을 법원에 공탁했다”는 통지를 받는 토지소유자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오시는 분들 중 상당수는 “일단 돈부터 찾아두고 다툼은 나중에 하면 된다”, “어차피 이의신청을 해 두었으니 공탁금을 받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공탁소에 출급청구부터 하신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상금이 적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사업시행자 측에서 “이미 공탁금을 아무 이의 없이 받아가 재결에 승복했다”고 항변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소를 각하하는 일이 생깁니다.
대법원은 1982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래 지금까지 이의를 유보하지 않은 공탁금 수령은 재결에 승복한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이의를 유보하고 공탁금을 찾았다면, 보상금을 받아 쓰면서도 증액 소송은 그대로 이어갈 수 있습니다. 다만 명시적인 표시가 없었는데도 묵시적 이의유보를 인정한 2009년 대법원 판결처럼, 수령 당시의 정황이 결론을 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수용 보상금 공탁금을 이의 유보하고 찾았을 때 소송이 가능한지, 이의유보는 누구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의재결에서 늘어난 보상금을 받을 때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공탁금을 찾지 않고 버틴다고 수용이 멈추지는 않습니다
공탁이 이루어지면 수용개시일에 소유권은 넘어가고, 남는 것은 ‘얼마를 받느냐’의 문제입니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 제40조 제1항에 따라 사업시행자는 토지수용위원회가 재결로 정한 수용개시일까지 재결 보상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토지소유자가 수령을 거부하거나, 보상금을 받을 사람을 알 수 없거나, 사업시행자 스스로 재결에 불복하거나, 압류·가압류로 지급이 금지된 경우에는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토지 소재지 공탁소에 보상금을 공탁할 수 있습니다.
사업시행자가 수용개시일까지 지급도 공탁도 하지 않으면 제42조에 따라 재결은 효력을 잃습니다. 그래서 사업시행자는 기한 안에 반드시 공탁을 하고, 공탁이 이루어지면 제45조에 따라 수용개시일에 토지 소유권을 취득합니다. 토지소유자가 공탁금을 찾아가지 않았다는 사정은 소유권 이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제88조는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의 제기가 사업의 진행과 토지의 수용을 정지시키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공탁금을 안 찾고 있어야 수용을 인정하지 않는 셈이 된다”는 생각은 법적으로 실익이 없고, 그사이 목돈만 공탁소에 묶여 있게 됩니다.
실무에서 진짜 쟁점은 공탁금을 찾을지 말지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찾아야 나중에 보상금 증액을 다툴 권리가 남느냐입니다.
공탁 이후 토지소유자에게 남은 싸움은 수용 여부가 아니라 보상금 액수이고, 그 싸움의 출발점이 바로 공탁금을 받는 방식입니다.
2. 이의를 유보하고 찾았다면 보상금 증액 소송은 그대로 가능합니다
‘정당한 보상금의 일부로 수령한다’는 의사를 밝혀 두면, 공탁금을 쓰면서도 소송의 문은 열려 있습니다.
먼저 수용 보상금 공탁의 법적 성질을 보아야 합니다. 대법원은 사업시행자의 재결 보상금 공탁을 민법 제487조의 변제공탁과 다를 바 없다고 봅니다. 변제공탁은 채권자가 공탁금을 받아가면 그 공탁 취지대로 채무가 소멸하는 구조이므로, 토지소유자가 아무 말 없이 공탁금을 찾으면 재결이 정한 금액을 보상금 전액으로 받아들였다는 의미가 됩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소송 중에 공탁금을 찾은 경우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토지소유자가 아무런 이의를 유보함이 없이 공탁금을 수령하였다면 토지소유자는 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에 승복하여 그 공탁의 취지에 따라 보상금을 수령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로써 기업자의 보상금 지급의무가 확정적으로 소멸하는 것이고, … 공탁금 수령당시 이의신청이나 소송이 계속중이라는 사실만으로 공탁금 수령에 관한 이의유보의 의사표시가 있는 것과 같이 볼 수는 없다(대법원 1982. 11. 9. 선고 82누197 전원합의체 판결).
같은 법리는 대법원 1990. 10. 23. 선고 90누6125 판결에서도 그대로 반복됐습니다. 이를 뒤집어 보면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옵니다. 공탁금을 찾을 때 “재결 보상금에 승복하지 않으며, 정당한 보상금의 일부로 수령한다”는 이의유보를 분명히 했다면 보상금 지급의무 전부가 소멸하는 효과가 생기지 않습니다. 따라서 토지소유자는 재결서를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 이의신청을 거쳤다면 이의재결서를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토지보상법 제85조의 보상금증감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이 소송의 피고는 토지수용위원회가 아니라 사업시행자입니다.
이의유보를 누구에게 하느냐도 중요합니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의유보 의사표시를 공탁공무원에게만 할 필요는 없고 보상금 지급의무자인 사업시행자에게 해도 된다고 하면서도, 수령권한이 확인되지 않는 담당 과장에게 “보상금 일부 수령”이라고 말한 것만으로는 이의유보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출급청구 때 공탁관에게 서면으로 이의유보 취지를 남기고, 같은 내용을 사업시행자에게 내용증명으로 보내 두 경로 모두에 기록을 남겨 둡니다.
이의를 유보하고 찾은 공탁금은 ‘보상금의 일부’일 뿐이어서, 증액을 구하는 소송의 길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3. 이의재결에서 늘어난 보상금을 받을 때도 이의유보를 다시 해야 합니다
처음 공탁금을 받을 때 한 이의유보가 다음 증액분 수령까지 지켜주지는 않습니다.
이의신청을 하면 중앙토지수용위원회가 보상금을 늘리는 이의재결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사업시행자는 제84조 제2항에 따라 이의재결서 정본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늘어난 보상금을 지급하거나 공탁합니다. 이 증액분을 받을 때가 두 번째 함정입니다.
대법원 1993. 9. 14. 선고 92누18573 판결은 수용재결 보상금을 받을 때 이의유보를 했더라도 이의재결에서 증액된 보상금을 받으면서 이의유보를 표시하지 않았다면 이의재결 결과에 승복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그때 행정소송이 계속 중이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이의유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소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미 소송을 하던 토지소유자가 증액분을 한 번 받았다가 소송 전체를 잃은 것입니다.
다만 대법원은 이후 이의유보가 반드시 명시적일 필요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토지수용절차에서 보상금 수령시 사업시행자에 대한 이의유보의 의사표시는 반드시 명시적으로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 원고는 위와 같은 소송 진행 과정과 시가감정의 비용지출 등을 통하여 이의재결의 증액 보상금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송을 통하여 확정될 정당한 수용보상금의 일부로 수령한다는 묵시적인 의사표시의 유보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6두15462 판결).
이 사건의 토지소유자는 수용재결 보상금을 이의유보하고 받은 직후 소를 제기하고 감정비용 228만 5천원을 예납해 시가감정을 신청했으며, 이후 받은 증액분 223만 8,900원은 소장에 잠정적으로 적은 청구금액 1,000만원의 4분의 1에도 못 미쳤습니다. 법원은 이런 정황이라면 사업시행자도 토지소유자가 다툼을 끝낼 생각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는 구체적 사정이 겹겹이 쌓인 사안에서의 구제이고, 소송이 계속 중이라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는 92누18573 판결의 원칙은 그대로입니다.
한편 사업시행자가 행정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는 제85조 제1항 후단에 따라 사업시행자가 소 제기 전에 증액분을 공탁해야 하고, 토지소유자는 소송이 끝날 때까지 그 공탁금을 수령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에는 증액분을 언제 받을 수 있는지부터 따로 계산해 두어야 합니다.
공탁금은 받을 때마다, 금액이 아무리 작아도 그때마다 서면 이의유보를 새로 남겨야 합니다.
4. 이의유보를 했어도 30일·90일·60일 기한을 넘기면 증액 기회는 사라집니다
이의유보는 소송의 전제일 뿐이고, 증액은 법정 기간 안에 불복해야만 가능합니다.
수용재결에 불복하는 길은 두 갈래입니다. 재결서 정본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거나(제83조 제3항), 재결서를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이의신청을 거쳤다면 이의재결서를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소를 제기해야 합니다(제85조 제1항). 이 기간 안에 소가 제기되지 않으면 제86조에 따라 이의재결이 확정되어 민사소송법상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므로, 이의유보를 해 두었더라도 더는 액수를 다툴 수 없습니다.
사업시행자 쪽이 불복하는 경우의 구조도 알아두어야 합니다. 사업시행자가 재결 보상금에 불복하면 제40조 제4항에 따라 자기가 산정한 금액은 토지소유자에게 지급하고 재결 금액과의 차액만 공탁하는데, 이 차액은 불복 절차가 끝날 때까지 수령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사업시행자가 제기한 행정소송이 각하·기각·취하되면 제87조에 따라 재결서 정본을 받은 날부터 판결일 또는 취하일까지의 기간에 대해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법정이율, 현재 연 12%를 적용한 금액이 보상금에 더해집니다.
증액 소송에서 법원은 보통 시가감정을 거쳐 정당한 보상금을 다시 산정합니다. 제70조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되 그 토지의 이용계획, 해당 공익사업의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의 지가변동률, 생산자물가상승률, 토지의 위치·형상·환경·이용상황 등을 고려한 적정가격으로 보상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교표준지 선정이 적절했는지, 가격시점의 현실적인 이용상황이 제대로 반영됐는지가 증액 폭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을 신청하는 쪽이 감정비용을 예납해야 하므로, 예상 증액분과 비용을 비교해 소송의 실익을 먼저 따져보게 됩니다.
5. 공탁 통지부터 판결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공탁금 출급청구서를 내기 전에 다툴지 여부와 이의유보 방식을 먼저 정해야 합니다.
수용 보상금 분쟁은 통상 ①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재결(수원 관내 토지라면 사업시행자와 사업 범위에 따라 경기도지방토지수용위원회 또는 중앙토지수용위원회) → ②수용개시일까지 사업시행자의 보상금 지급 또는 토지 소재지 공탁소(수원지방법원 공탁소) 공탁 → ③재결서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 이의신청(지방토지수용위원회 재결이라면 경기도지방토지수용위원회를 거쳐 중앙토지수용위원회) 또는 90일 이내 바로 행정소송 → ④사업시행자를 피고로 한 보상금증감소송(수원 관내 토지라면 수원지방법원 행정부)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공탁금 수령은 ②와 ③ 사이에도, 이의재결 이후에도 일어날 수 있고, 그때마다 이의유보가 필요합니다.
공탁 통지를 받았다면 서둘러 공탁소에 가기보다 아래 순서로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재결서 정본 또는 이의재결서를 받은 날짜를 확인해 이의신청 30일, 행정소송 90일·60일 기한을 달력에 먼저 표시합니다.
공탁서·공탁통지서로 공탁 사유가 수령 거부인지, 사업시행자 불복에 따른 차액 공탁인지 확인합니다. 차액 공탁이라면 그 금액은 불복 절차가 끝날 때까지 찾을 수 없습니다.
출급청구 때 공탁관에게 “정당한 보상금의 일부로 수령하며 이의를 유보한다”는 취지를 서면으로 남기고, 같은 내용을 사업시행자에게 내용증명으로 보낸 뒤 사본을 보관합니다.
이렇게 기록을 갖춰 두면 소송 중 사업시행자가 “재결에 승복했다”는 본안 전 항변을 하더라도 바로 반박할 수 있고, 보상금을 대출 상환이나 이주 비용에 쓰면서도 증액 소송을 끝까지 이어갈 수 있습니다. 수용 보상 분쟁에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감정 쟁점까지 미리 정리한다면 예상 증액분과 비용을 따져 실익 있는 소송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수용 보상금 공탁 통지를 받으면 대출 상환이나 이주 비용 때문에 “일단 찾고 보자”는 마음이 앞서기 쉽고, 그 과정에서 이의유보라는 한 줄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상금이 적다고 느끼는 토지소유자 입장에서는 막연한 불만보다, 공탁금을 받을 때마다 이의유보를 했다는 기록과 비교표준지·이용상황에 관한 근거 자료를 갖추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 두 가지가 있어야 이의신청과 증액 소송에서 실제로 다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업시행자 입장에서도 토지소유자의 공탁금 수령 경위를 소송 초기에 확인하지 않으면, 2009년 대법원 판결 사안처럼 뒤늦은 항변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수령 당시 이의유보가 있었는지, 묵시적 유보로 볼 정황이 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저는 수용·보상 분쟁에서 보상금 증액을 구하는 쪽과 이를 다투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공탁금을 어떻게 받았는지라는 사소해 보이는 사실 하나로 소송의 결론이 갈리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공탁금 출급청구서를 내기 전, 그때가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다툴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의유보는 어떻게 표시해야 하나요?
A. 공탁금 출급청구 때 공탁관에게 “정당한 보상금의 일부로 수령한다”는 취지를 서면으로 남기는 것이 기본입니다. 대법원은 사업시행자에게 한 이의유보도 유효하다고 보지만 수령권한 있는 사람에게 해야 하므로, 사업시행자에게도 내용증명을 보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이미 이의유보 없이 공탁금을 찾았습니다. 소송은 끝난 건가요?
A. 원칙적으로 재결에 승복한 것으로 보아 소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됩니다. 다만 소 제기·감정비용 예납 등 다툼을 계속할 의사가 객관적으로 드러난 상태에서 적은 금액을 받은 경우에는 묵시적 이의유보가 인정된 판례가 있으므로, 수령 당시의 정황 자료를 모아 검토해야 합니다.
Q. 소송 중에 이의재결 증액분이 공탁됐는데 찾아도 되나요?
A. 찾을 수 있지만 이때도 이의유보를 다시 해야 합니다. 첫 수령 때 이의유보를 했고 소송이 계속 중이더라도, 증액분을 이의유보 없이 받으면 이의재결에 승복한 것으로 본 판례가 있습니다.
Q. 이의신청을 거치지 않고 바로 소송을 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재결서를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사업시행자를 피고로 보상금증감소송을 제기하면 되고, 이의신청을 거쳤다면 이의재결서를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합니다.
Q. 공탁금을 찾지 않으면 수용을 막을 수 있나요?
A. 막을 수 없습니다. 사업시행자가 수용개시일까지 공탁하면 그날 소유권이 넘어가고,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해도 수용은 정지되지 않습니다.
Q. 소송에서 보상금은 어떤 기준으로 다시 정해지나요?
A. 법원은 보통 시가감정을 거쳐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지가변동률, 이용상황, 토지의 위치·형상 등을 고려한 적정가격을 산정합니다. 비교표준지 선정과 현실적인 이용상황 반영이 증액 여부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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