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보냈다는 것과 빌려줬다는 것은 다릅니다
"사기 혐의로 고소가 접수되어 경찰 출석이 필요합니다."
이런 연락을 받으면 머리가 하얘지는 게 당연합니다.
오늘은 돈을 빌려줬다는 사람의 고소로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받은 사례를 소개해 드릴까 싶습니다.
※ 의뢰인 보호를 위해 일부 사실관계를 각색했습니다.
1. 사건 개요: "애초에 빌린 적이 없습니다"
A씨는 B씨에게 여러 차례 돈을 빌려줬는데 돌려받지 못했다며 사기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그리고 계좌이체 내역도 함께 제출했죠.
헌데 B씨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돈을 못 갚겠다는 게 아닙니다. 애초에 빌린 적이 없어요."
보통 이런 사건은 돈을 빌릴 당시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가 쟁점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그보다 앞서, 두 사람 사이에 실제로 돈을 빌려주고 빌린 관계가 있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했죠.
2. 핵심 쟁점: 제3자 명의 계좌
돈이 입금된 계좌가 B씨가 아닌 제3자 명의였습니다.
A씨는 B씨가 그 계좌를 지정했다고 주장했지만 차용증은 물론 이자율·변제시기·담보 등 약정을 확인할 자료도 없었습니다.
물론 차용증이 없다고 해서 돈을 빌려준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문자나 통화 녹음 같은 다른 증거로도 입증할 수 있지요.
그런데 A씨는 제3자 계좌로 송금한 이유조차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쉽게 생각해 볼까요?
누군가 제 친구의 통장에 돈을 보냈다고 해서 제가 그 돈을 빌린 사람이 되지는 않습니다.
돈을 보냈다는 사실과 빌려줬다는 사실은 별개입니다.
3. 결과: 불송치(혐의없음)
경찰은 B씨가 A씨로부터 돈을 차용했다는 사실 자체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내렸죠.
사기죄(형법 제347조)는 상대방을 속여 재산을 취득해야 성립하므로 돈을 갚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4. 이 사례에서 기억하실 점
수사 현장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은 주장과 증거가 얼마나 일치하는지입니다.
이번 사건도 돈이 오갔다는 사실보다 그 돈이 어떤 이유로 오갔는지가 핵심이었는데요.
그래서 의뢰인의 설명만 듣고 결과를 낙관하지 않고 수사기관이 어떤 증거를 확인하고 어떤 부분을 의심할지부터 점검했습니다.
한 번 남긴 경찰 진술은 이후에도 중요한 자료가 되기 때문에 첫 조사 전에 쟁점을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돈을 빌려준 입장이라면 형사고소만으로 돈이 자동 반환되지는 않는다는 점도 알아두세요!
돈을 돌려받는 절차는 대여금 반환청구소송 같은 민사절차이며 어느 쪽이든 계좌이체 내역, 대화 내용, 변제 약속 등 실제로 빌려줬다는 자료가 중요합니다.
참고로 고소인은 불송치 결정에 법정 기간 내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245조의7), 적법한 이의신청이 있으면 사건은 검사에게 송치됩니다.
갑작스러운 고소에 막막하시겠지만 경찰 출석 전에 가지고 계신 자료부터 차분히 정리해 보시길 바랍니다.
※ 구체적인 증거와 사정에 따라 판단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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