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에게 돈을 빌려 일부를 갚은 뒤 오랜 기간 별다른 연락 없이 지내다가, 어느 날 지급명령이나 압류 통지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채무자로서는 "오래 청구하지 않았으니 정리된 채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채권자가 장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채무가 소멸하지는 않습니다.
채무가 법적으로 소멸하려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어야 하고, 소멸시효는 채무자가 직접 주장해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오래된 개인 간 채무에 대해 추심이나 압류가 들어온 경우 확인해야 할 사항을 정리합니다.
1. 개인 간 대여금의 소멸시효 기간
개인 간 대여금 채권은 원칙적으로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민법 제162조 제1항).
다만 채무자가 상인으로서 영업을 위해 돈을 빌린 경우에는 상행위로 인한 채권으로서 5년의 상사소멸시효(상법 제64조)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당사자 일방에 대하여만 상행위에 해당하는 행위로 인한 채권도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상사채권에 해당하고, 상인이 영업을 위하여 하는 보조적 상행위도 이에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97. 8. 26. 선고 97다9260 판결).
따라서 돈을 빌려준 지인이 상인이 아니더라도, 채무자가 사업 자금으로 빌린 돈이라면 5년의 시효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영업을 위한 차용인지 여부는 구체적 사정에 따라 판단됩니다.
또한 판결 등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은 단기소멸시효에 해당하는 것이라도 그 소멸시효가 10년이 됩니다(민법 제165조 제1항).
2. 일부 변제와 시효의 중단
소멸시효는 청구, 압류 또는 가압류·가처분, 승인에 의하여 중단되고(민법 제168조), 중단된 시효는 그 중단 사유가 종료한 때부터 새로 진행합니다(민법 제178조 제1항).
채무의 일부 변제나 이자 지급, 변제 유예 요청 등은 채무의 승인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최초 차용일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채무를 승인한 시점이 될 수 있으며, 오래된 채무라는 이유만으로 시효 완성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3. 시효 완성 후 일부 변제한 경우
종전 판례는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일부 변제하면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법리를 변경하여, 시효 완성 후 일부 변제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시효이익의 포기를 추정할 수는 없고, 변제의 동기와 경위 등 구체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5. 7. 24. 선고 2023다240299 전원합의체 판결).
다만 시효 완성 사실을 알면서 변제를 약속하거나 상환 각서를 작성하는 경우에는 시효이익의 포기로 다투어질 수 있으므로, 추심을 받은 경우 변제나 약속에 앞서 시효 완성 여부를 먼저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4. 압류가 들어온 경우 확인할 사항
강제집행을 하려면 확정판결, 확정된 지급명령, 집행증서 등 집행권원이 필요합니다. 압류 통지를 받았다면 이미 채무자가 알지 못한 사이에 소송이나 지급명령이 확정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압류 결정문에 기재된 집행권원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소송 서류를 받지 못한 경우
공시송달 등으로 소송이 진행되어 채무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불변기간을 지킬 수 없었다면,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2주 이내에 추후보완 항소를 할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173조).
판결 확정 후 시효가 완성된 경우
판결 확정 후 10년이 경과하도록 시효가 중단되지 않았다면, 청구이의의 소(민사집행법 제44조)로 강제집행의 불허를 구할 수 있습니다.
압류금지 재산인 경우
채무자 등의 생활에 필요한 의복·침구·가구·부엌기구 등은 압류가 금지되며(민사집행법 제195조), 급여채권도 일정 부분은 압류가 금지됩니다(민사집행법 제246조).
5. 시효를 다툴 수 없는 경우 - 개인회생
시효가 완성되지 않았고 현재 소득으로 변제가 어려운 경우에는 개인회생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개인 간 대여금 채권도 개인회생채권으로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여 다른 채무와 함께 변제계획에 따라 정리할 수 있습니다.
개인회생 신청 후에는 중지명령 또는 금지명령을 신청하여 강제집행을 중지·금지시킬 수 있고(채무자회생법 제593조), 개시결정이 있으면 개인회생채권에 기한 강제집행 등은 중지 또는 금지됩니다(같은 법 제600조).
변제계획 인가결정이 있으면 중지된 강제집행 등은 그 효력을 잃습니다(같은 법 제615조 제3항).
정리
오래된 지인 채무에 대해 추심이나 압류가 들어온 경우 다음 사항을 확인해야 합니다.
첫째, 마지막으로 변제하거나 채무를 승인한 시점
둘째, 차용금이 영업 자금이었는지 여부(상사소멸시효 적용 가능성)
셋째, 판결·지급명령 등 집행권원의 존재 여부
넷째, 시효 완성 여부를 확인하기 전 변제 약속이나 각서 작성 자제
다섯째, 시효를 다툴 수 없는 경우 개인회생 등 채무조정 절차 검토
같은 채무라도 차용의 성격, 변제 경과, 집행권원의 유무에 따라 대응 방법이 달라지므로, 관련 서류를 갖추어 구체적인 검토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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