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회식이나 모임 뒤 만취한 상태에서 경찰관과 실랑이를 벌이다 파출소·지구대의 책상, 모니터, 출입문 유리를 부수고, 다음 날 아침 기억이 없다며 연락해 오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당사자분들이 가장 먼저 하시는 말씀은 “술에 취해서 나도 모르게 한 일이다”, “물어주면 끝나는 것 아니냐”입니다. 그런데 막상 조사를 받아 보면 일반 재물손괴가 아니라 공무소의 물건을 해친 죄로 입건되어 있고, 경찰관에게 한 행동까지 따로 문제가 되어 당황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리하면, 음주 자체가 형을 가중하는 사유는 아니지만, 장소가 파출소라는 이유로 적용 법조가 달라지고 술에 취했다는 사정은 감경 사유로 쉽게 인정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파출소 안에서 함께 벌어진 소란·폭행이 더해지면 처벌 수위가 크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파출소 기물 파손이 어떤 죄에 해당하는지, 음주 사실이 처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사건 초기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술에 취했다는 이유만으로 형이 더 무거워지지는 않습니다
음주는 가중 사유가 아니라, 장소와 대상이 처벌을 가르는 기준입니다.
먼저 질문에 직접 답하면, 형법에는 “술에 취해 범행하면 형을 가중한다”는 일반 규정이 없습니다. 같은 물건을 부수더라도 맨정신이었는지 취한 상태였는지에 따라 법정형 자체가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실무에서 “더 무겁게 처벌받는다”고 느끼시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부순 물건이 파출소 기물, 즉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물건이라는 점에서 적용 법조가 일반 재물손괴보다 무거운 조문으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만취 상태에서는 기물 파손에 그치지 않고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거나 밀치는 행동이 함께 나오기 쉬워 죄명이 여러 개로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또한 수사기관과 법원은 술을 마신 상태에서 공공기관의 질서를 어지럽힌 점을 양형에서 불리하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법정형이 달라지는 것과 양형에서 불리하게 평가되는 것은 구별해서 이해하셔야 합니다.
음주 여부가 아니라 ‘무엇을, 어디서, 누구에게’ 했는지가 적용 법조와 처벌 수위를 정합니다.
2. 파출소 기물을 부수면 공용물건손상죄로 일반 재물손괴보다 무겁게 처벌됩니다
같은 물건 파손이라도 공무소의 물건이면 법정형 상한이 3년에서 7년으로 올라갑니다.
개인 소유의 물건을 부수면 형법 제366조 재물손괴죄가 적용되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반면 파출소·지구대·경찰서처럼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손상하거나 그 효용을 해하면 형법 제141조 제1항의 공용물건손상죄가 적용됩니다.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 기타 물건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상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제141조 제1항).
책상, 의자, 컴퓨터, 모니터, 민원 접수대, 유리 출입문처럼 파출소 안에서 쓰는 물건은 모두 이 조문의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물건’에 해당합니다. 부수는 것뿐 아니라 던져서 못 쓰게 하거나 전원선을 뽑아 훼손하는 등 효용을 해한 행위도 포함됩니다.
건물 자체를 파괴한 경우는 더 무겁습니다. 같은 조 제2항은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건조물을 파괴한 자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정하고 있으며 벌금형이 없습니다. 다만 출입문 유리 한 장을 깨뜨린 정도를 건조물 파괴로 보는 것은 아니고, 건물 일부의 효용을 해쳤더라도 통상 제1항으로 다룹니다.
파출소 물건을 부수는 순간 법정형 상한이 일반 재물손괴의 두 배 이상으로 올라가고, 건조물 파괴로 평가되면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가능합니다.
3.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는 주장은 형을 감경받는 근거가 되기 어렵습니다
스스로 술을 마셔 만취한 경우 심신장애 감경 규정은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형법 제10조는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으면 벌하지 않고, 그 능력이 미약하면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필름이 끊겼으니 책임이 없다”고 기대하십니다.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형법 제10조 제3항).
법원은 술을 마시면 폭력적으로 변하거나 기물을 부순 전력이 있는 사람이 다시 술을 마셔 같은 행동을 한 경우,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것으로 보아 제3항을 적용합니다. 이 경우 심신미약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평소 주사 전력이나 과거 처벌·훈방 기록이 있다면 특히 불리합니다.
반대로 음주 습관이 전혀 없는데 약물과 술이 겹쳐 비정상적인 반응을 보였거나, 평소 주량과 무관하게 병적 취기 상태에 빠졌다는 점이 병원 기록이나 감정으로 뒷받침되면 심신미약이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이런 주장은 만취 정도와 당시 행동의 목적성(특정 경찰관을 겨냥했는지, 물건을 골라 부쉈는지)에 따라 판단이 갈리므로, 단순히 “기억이 안 난다”는 진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CCTV에 찍힌 보행 상태, 대화 내용, 경찰관 보고서의 음주 측정 수치와 상태 기재가 이 판단의 핵심 자료가 됩니다. 기억이 없다는 진술을 섣불리 했다가 영상과 어긋나면 반성 없는 태도로 평가되어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스스로 마신 술로 인한 만취는 감경 사유로 기대하기 어렵고, 입증 자료 없는 “기억이 안 난다”는 진술은 양형에 불리합니다.
4. 기물 파손에 소란·폭행이 겹치면 죄명이 늘어나 처벌이 무거워집니다
파출소 안의 소란과 경찰관에 대한 행동은 별도의 죄로 함께 처벌될 수 있습니다.
만취한 채 파출소에서 소란을 피운 사건은 기물 파손 하나로 끝나는 경우가 드뭅니다. 경찰관의 제지를 뿌리치며 팔을 밀치거나 침을 뱉거나 멱살을 잡았다면 형법 제136조 공무집행방해죄가 따로 성립할 수 있고,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폭행은 신체에 직접 닿지 않더라도 경찰관을 향해 물건을 던지는 등 유형력을 행사하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기물을 부수지 않고 큰 소리로 욕설·주정만 한 경우에는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3항 제1호(관공서에서의 주취소란)가 적용되어 6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됩니다. 이는 가장 가벼운 단계이지만, 소란이 업무를 방해할 정도로 지속되었다면 형법상 업무방해죄 등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하나의 소동 속에서 공용물건손상과 공무집행방해가 함께 인정되면 두 죄가 경합범으로 처리되어 선고형의 폭이 넓어집니다. 실무에서는 벌금형으로 끝날 사건도 있지만, 경찰관에게 상해가 발생했거나 기물 피해가 크거나 전과·동종 전력이 있으면 징역형의 집행유예까지 갈 수 있습니다. 같은 행동이라도 처음 입건되었는지, 피해 변상을 했는지, 경찰관과의 관계가 정리되었는지에 따라 결과 차이가 큽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피해 기물 변상과 합의의 의미입니다. 공용물건손상죄는 피해자가 개인이 아니라 국가 기관이므로 ‘처벌불원’으로 사건이 종결되는 구조가 아닙니다. 그래도 수리비 전액을 변상하고 사과 의사를 서면으로 남기는 것은 양형에서 분명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됩니다.
기물 파손에 경찰관을 향한 행동이 더해지면 죄명이 늘고 선고형의 폭이 넓어지며, 변상은 면죄가 아니라 양형 참작 사유입니다.
5. 입건부터 재판까지, 절차와 초기 대응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첫 조사 전에 진술 방향과 변상 준비를 정리해야 결과가 달라집니다.
파출소 소란 사건은 통상 ①현장에서 현행범 체포되거나 임의동행 후 입건(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소속 파출소·지구대) → ②술이 깬 뒤 피의자 조사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와 처분(약식기소 또는 정식기소) → ④정식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유치장에 들어갔다면 석방 시점과 조건도 중요해집니다.
사건 초기에는 다음 순서로 정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함께 있던 사람의 진술, 파출소 CCTV 열람 가능 여부, 음주 상태를 보여 주는 카드 결제 내역)를 확보하고 기억나는 대로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파손된 기물의 종류와 수리비 견적을 파악해 변상 계획을 세우되, 변상 방법과 시점은 진술과 모순되지 않도록 먼저 조율합니다.
주사 전력이나 치료 이력이 있다면 심신미약 주장을 할지, 반성과 재발 방지(음주 치료·상담)를 중심으로 갈지 방향을 정한 뒤 진술합니다.
첫 피의자 조사에서 한 진술은 이후 번복하기 어렵습니다. 기억이 없다는 말과 책임을 인정하는 말의 균형을 잡는 일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정합니다.
마치며
술에 취해 저지른 일이다 보니 “사과하고 물어주면 되겠지” 하며 연락을 미루다가, 약식명령이나 소환장이 오고 나서야 상황의 무게를 실감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수로 기물을 부수고 후회하는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진술의 일관성과 변상의 방식이 중요합니다. 과한 변명은 오히려 반성 없는 태도로 보이고, 지나친 자책 진술은 필요 이상으로 불리한 사실을 인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경찰관의 제지 과정에서 억울한 면이 있다고 느끼는 입장에서도 무리한 대응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키울 수 있습니다. 실제 어떤 행동이 있었는지 영상과 진술로 정확히 가려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저는 음주 상태에서 벌어진 사건을 의뢰인 쪽에서도, 사건을 바라보는 법리 쪽에서도 여러 차례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행동이라도 진술 방향과 초기 대응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자주 확인해 왔습니다.
지금 입건 통지나 출석 요구를 받았다면, 첫 조사 전에 방향을 정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시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술에 취했다고 하면 형이 줄어들지 않나요?
A.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형법 제10조 제3항은 위험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일으킨 경우 감경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법원은 스스로 마신 술에 따른 만취를 감경 사유로 쉽게 인정하지 않습니다.
Q. 파출소 의자 하나만 부쉈는데도 공용물건손상죄인가요?
A. 그렇습니다.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물건의 효용을 해쳤다면 물건의 크기와 상관없이 제141조 제1항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피해액이 적으면 양형에서 가볍게 평가될 뿐입니다.
Q. 수리비를 전부 물어주면 사건이 끝나나요?
A. 끝나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국가 기관이므로 합의로 처벌이 면제되는 구조가 아닙니다. 다만 변상은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되므로 하지 않는 것보다 분명히 낫습니다.
Q. 경찰관을 밀치지 않고 소리만 질렀다면 어떻게 되나요?
A. 폭행이나 협박이 없다면 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하지 않을 수 있고, 이 경우 경범죄 처벌법상 관공서 주취소란으로 6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대상이 됩니다. 소란의 정도와 기물 파손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Q. 현행범으로 체포되면 구속되나요?
A. 현행범 체포가 곧 구속은 아닙니다. 주거가 일정하고 도망·증거인멸 염려가 적으면 조사 후 석방되는 경우가 많지만, 같은 행동의 전력이 있거나 피해가 크면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 있습니다.
Q. 경찰에서 연락이 왔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피의자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기억이 없는 부분과 인정하는 부분을 어떻게 진술하느냐에 따라 입건 죄명과 처분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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