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와 복호화도 참여권이 미치는 절차다
압수된 저장매체의 삭제파일을 되살리고 암호를 푸는 작업은 흔히 '준비 과정'으로 불립니다. 대법원은 2026년 10월 16일 결정에서 이 단계 역시 피압수자와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는 절차라고 밝혔습니다. 증거분석관이 작업의 일시와 장소를 알리지 않고 혼자 진행했다면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 제122조 위반으로 위법하다는 것입니다.
사건의 경과
수사기관은 업무상 취득한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전달했다는 혐의로 영장을 받아 2023년 5월 30일 노트북 1대를 압수했습니다. 영장에는 전체 과정에 걸쳐 참여권이 미친다는 기재가 있었고, 피압수자는 탐색·복제·출력 과정에 참여하겠다는 확인서를 제출했습니다. 6월 19일 피압수자와 변호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트북 전체가 이미징됐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증거분석관은 외장하드를 봉인하지 않은 상태로 6월 26일까지 삭제파일 복구와 메신저 이미지 복호화를 마치고, 사진·동영상·문서·대화 내용·인터넷 접속기록을 일반 zip 파일로 뽑아냈습니다. 피압수자 측에는 이 작업의 일정이 통지되지 않았고, 준비에 1주일쯤 걸린다는 말을 들은 것이 전부였습니다. 7월 5일 선별 절차에서 이의가 제기됐고 이틀 뒤 압수·수색 전체의 취소를 구하는 준항고가 접수됐습니다.
원심과 대법원의 차이
원심은 참여권을 배제한 점은 위법하지만 중대하지 않다고 보아 준항고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위법 여부에서 갈린 것이 아니라, 그 위법이 압수·수색 전체를 취소할 정도로 무거운지에 대한 판단이 달랐던 것입니다.
불참 의사는 좁게 본다
피압수자가 다음 일정만 협의했다는 사정으로 복구 작업 참여를 포기했다고 볼 수 있는지도 쟁점이었습니다. 대법원은 통지의무의 예외인 '참여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한 때'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디지털 증거분석이 무엇을 뜻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을 하는지 설명을 듣지 못한 사람이라면, 불참 의사를 명시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전체를 하나의 절차로 보아 중대성을 판단한다
준항고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별 처분을 하나씩 떼어 위법 여부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압수·수색 과정 전체를 하나의 절차로 파악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위법이 절차 전체를 위법하게 할 정도로 중대한지에 따라 처분 전체의 취소 여부를 정합니다. 중대성은 위반한 조항의 취지, 위반이 일어난 단계의 중요도, 법익침해 가능성의 경중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중대하다고 본 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디지털 증거분석이 전자정보 압수·수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
혐의와 무관한 정보가 노출되고 전자정보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
추출 결과가 일반 프로그램으로 열람할 수 있는 zip 형태였다는 점
피압수자가 참여 의사를 거듭 서면으로 밝혔다는 점
피압수자 입장에서 정리하면
참여 의사는 서면으로 남기고, 복구·복호화를 포함한 분석 작업 전부에 대해 일정 통지를 요구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봉인 여부와 추출 파일의 형태는 중대성 판단에서 실제로 고려된 사정이므로 현장에서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 결정은 압수·수색 처분의 취소에 관한 것이며 유무죄나 증거능력을 직접 판단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 내용은 공개된 대법원 결정을 바탕으로 한 일반 정보이며,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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