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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고소 불송치되면 무고죄일까, 대법원 판단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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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고소 불송치되면 무고죄일까, 대법원 판단 기준 

이정우 변호사

광주에서 형사·가사 사건을 맡고 있는 대표변호사 이정우입니다. 성범죄로 고소했다가 불송치 통지를 받은 뒤, 오히려 상대에게 무고로 고소당하는 일이 있습니다. 대법원 2026. 10. 8. 선고 2026도1865 판결은 이런 경우 무고죄를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기준을 다시 정리했습니다.

불송치됐다고 무고죄가 되나요?

그것만으로는 아닙니다. 무고죄는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라는 점이 적극적으로 증명되어야 성립합니다. 대법원은 강간 고소에 대한 불송치 결정이 "소극적 증명의 근거에 해당할 뿐"이라며, 이를 근거로 고소 내용을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불송치는 고소 내용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뜻이지, 거짓으로 확인됐다는 뜻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불기소처분이나 무죄판결이 내려졌다는 사정 그 자체를 무고의 적극적인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기존 법리도 함께 인용했습니다.

어떤 사건이었나요?

연인 관계였던 두 사람이 헤어진 뒤, 고소인은 상대가 나이와 혼인 경력, 자녀를 숨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후 상대가 술에 약물을 타 세 차례 강간하고 신체 촬영물을 지인에게 보냈다며 고소했지만, 경찰은 혐의없음으로 불송치했고 이의신청에 따른 보완수사 뒤에도 다시 불송치했습니다. 모발 감정에서도 복용하던 약 외의 약물 성분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고소 무렵 고소인은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를 이유로 위자료 소송도 냈고, 일부를 인정한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상대가 무고로 고소했고, 1심은 반포 부분만 유죄로, 2심은 강간 부분까지 유죄로 봤습니다. 2심은 고소인이 사건 뒤에도 항의 없이 연락하고 함께 여행을 다닌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대법원은 무엇을 무고로 보고, 무엇을 파기했나요?

반포 부분은 무고가 맞다고 봤습니다. 고소인은 수사기관에서 "지금은 추측밖에 없지만 반포하였을 것이라고 확실하게 생각한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반포 내역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무고의 고의는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하다며 이 부분 판단을 수긍했습니다.

강간 부분은 파기했습니다. 사건 뒤 관계를 이어 간 것은 결혼을 바라던 당시 사정에 비추어 피해 주장과 양립할 수 없는 대응이 아니라고 봤고, "진정한 피해자라면 마땅히 이렇게 하였을 것"이라는 기준으로 변소를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교제 중 상대가 원하지 않는 장소와 방식의 성관계를 계속 요구했고 직후 강하게 항의한 메시지도 남아 있었던 만큼, 강간죄가 되지 않더라도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강간 부분과 한 죄로 묶인 반포 부분까지 원심판결 전부가 파기되어 다시 재판하게 됐습니다.

무고의 고의는 어디까지 인정되나요?

허위라고 확신한 경우뿐 아니라, 확신 없이 신고한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무고의 고의는 확정적 고의일 필요가 없고 "진실하다는 확신 없는 사실을 신고하는 경우에도 그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알고 있는 사실관계로 보아 허위일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그 인식을 무시한 채 자기 주장만 옳다고 믿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신고 내용 중 일부가 사실과 다르더라도 범죄 성립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고 정황을 과장한 정도에 그친다면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기존 입장입니다. 결국 무엇을 근거로 신고했는지,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어느 정도의 비중인지가 갈림길이 됩니다.

강간죄가 안 되면 피해도 없었던 건가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강간죄가 폭행 또는 협박을 요건으로 하므로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여부와 범죄 성립 여부가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불기소나 무죄가 나왔더라도 당사자의 관계, 신고에 이르게 된 경위, 증명되지 않은 부분이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판단에 미치는 정도 등을 종합해 무고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고소 전, 또는 무고로 고소당했을 때 챙길 것은?

어느 쪽이든 신고 당시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믿었는지가 핵심이고, 이를 보여 줄 자료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모으기 어려워집니다.

  • 고소장에는 직접 겪었거나 자료로 확인한 사실을 쓰고, 짐작은 짐작이라고 구분합니다.

  • 사건 직후 메시지, 진료·상담 기록처럼 신고 경위를 보여 주는 자료를 지우지 않고 보관합니다.

  • 무고로 고소당했다면 불송치 이유를 확인해, 증명되지 않은 부분과 거짓으로 확인된 부분을 나눠 봅니다.

  • 허위 고소를 당했다고 보는 쪽이라면 불송치 결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신고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적극적인 자료가 필요합니다.

이 판결은 무죄를 확정한 것이 아니라 다시 심리하라고 돌려보낸 것입니다. 고소하려는 쪽도, 무고로 고소당한 쪽도 감정보다 기록을 기준으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위 내용은 공개된 대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한 일반 정보이며,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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