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게나 회사를 꾸려 온 동업자의 매출 보고가 어느 순간부터 맞지 않고, 통장 내역과 장부를 보여 달라고 하면 "바쁘다", "나중에 정리해서 주겠다"며 계속 미루는 경우가 있습니다. 확실한 증거가 없으니 의심만으로 문제 삼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두고 보자니 그 사이 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이 커집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감정적으로 따지기에 앞서, 장부를 볼 수 있는 법적 권리가 무엇이고 횡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먼저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장부 열람 거부와 횡령 의심, 동업 형태에 따라 갈리는 대응 경로
동업이라고 해도 법적 형태는 하나가 아닙니다. 사업자등록 없이 둘이 출자해 운영하는 민법상 조합일 수도 있고, 법인을 세워 지분을 나눈 주식회사·유한회사일 수도 있으며, 한 사람 명의로 사업자를 낸 뒤 이익을 나누기로 약정한 형태일 수도 있습니다. 장부를 볼 수 있는 권리의 근거도, 횡령 여부를 따지는 방식도 이 형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여기에 대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장부 열람권을 행사해 실제로 돈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확인하는 민사적 경로이고, 다른 하나는 횡령 혐의를 고소해 수사기관의 계좌 추적에 맡기는 형사적 경로입니다. 두 경로는 서로 배타적이지 않고, 어느 쪽을 먼저 쓰느냐에 따라 증거 확보 속도와 상대방의 방어 가능성이 달라집니다.
가장 흔한 오해는 "장부를 안 보여주면 그 자체로 횡령"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열람을 거부한 사실만으로 횡령이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열람 거부가 반복되는 사정은 다른 정황과 함께 의심을 뒷받침하는 간접 사실이 되고, 민사상 열람청구가 정당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정이 됩니다. 그래서 거부 사실 자체를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것이 이후 모든 절차의 출발점입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조합원의 검사권, 합유재산의 횡령죄, 업무상횡령의 형량과 공소시효
먼저 장부를 볼 권리입니다. 민법상 조합에서 업무집행자가 아닌 조합원은 민법 제710조에 따라 조합의 업무와 재산 상태를 검사할 수 있습니다. 이 검사권은 조합원이라는 지위에서 당연히 나오는 권리이므로, 동업자가 "내가 대표니까 보여줄 이유가 없다"고 거부해도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합명회사의 업무집행권 없는 사원에게도 상법 제277조가 같은 취지의 감시권을 인정합니다.
동업 법인이 주식회사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주주는 상법 제466조에 따라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가진 경우 이유를 붙인 서면으로 회계장부와 서류의 열람·등사를 청구할 수 있고, 회사가 거부하면 법원에 열람·등사 가처분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다툽니다. 지분이 3%에 못 미치거나 조합 형태라면 위의 조합원 검사권이 근거가 되므로, 먼저 우리 동업이 어느 형태인지를 정확히 특정해야 합니다.
다음은 횡령이 성립하는 구조입니다. 형법상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할 때 성립합니다(형법 제355조 제1항). 조합 재산은 조합원 전원의 합유에 속하므로(민법 제704조), 동업자 중 한 사람이 조합 자금을 개인 용도로 쓰면 그 돈은 '자기 소유'가 아니라 '타인(다른 조합원 포함)의 재물'을 보관하다 쓴 것이 됩니다. 실무에서도 동업자가 공동 자금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횡령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법리입니다. 다만 단순히 대여금을 갚지 않았거나 정산이 늦어진 정도라면 민사 문제로 정리되는 경우가 많아, 그 돈이 동업 재산이었는지, 사용 목적이 무엇이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법인 또는 사업체의 자금을 관리하는 지위에서 횡령했다면 보통 업무상횡령(형법 제356조)으로 의율됩니다.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고, 단순 횡령의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 벌금보다 무겁습니다. 또한 횡령액이 5억 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라 가중 처벌되고, 50억 원 이상이면 형이 더 무거워집니다.
횡령에서 법원이 실제로 보는 것은 불법영득의사입니다. 동업자가 돈을 썼더라도 사업 운영비·정당한 보수·합의된 선지급이라면 횡령이 아니고, 반대로 사후에 메워 넣을 생각이었다고 주장해도 이미 개인적 용도로 쓴 시점에 영득의사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결국 자금의 흐름과 사용처를 증명하는 장부와 계좌 내역이 사건의 승패를 가르는 증거가 됩니다.
시효도 확인해야 합니다. 업무상횡령은 장기 10년의 징역형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 10년이 적용되고, 단순 횡령은 7년입니다. 민사로는 손해배상·부당이득반환이 가능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계좌 거래 내역 보존기간(금융기관마다 다름)이 지나 자료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친족상도례는 동업자 사이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짚어둡니다. 가족 간 재산범죄에서 형이 면제되는 특례(형법 제361조, 제328조)는 친족 관계에 있는 경우에만 적용되므로, 단순한 동업 관계라면 그대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열람 요구 기록 확보부터 가처분·고소까지 단계별 정리
장부를 안 보여주는 상황이라면 아래 순서로 정리해서 대응합니다.
열람 요구를 서면으로 남기기 — 구두 요청만으로는 거부 사실을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내용증명 또는 문자·이메일로 열람 대상(장부, 통장 거래내역, 세금계산서, 카드 매출 내역 등), 열람 기한, 근거 조항(민법 제710조, 상법 제277조·제466조 등)을 특정해 요구하고, 이후 거부 또는 무응답 사실을 그대로 보관합니다.
내가 직접 접근 가능한 자료 먼저 확보 — 사업자 명의 계좌를 공동으로 쓰고 있다면 인터넷뱅킹 조회, 홈택스 부가가치세 신고 내역, 여신금융협회 매출 내역, 배달앱·POS 정산 내역 등 본인이 합법적으로 볼 수 있는 자료부터 모아 매출과 입금액의 차이를 비교합니다. 상대방 계정에 무단 접속해 자료를 얻는 방식은 정보통신망법 위반 문제가 될 수 있어 피해야 합니다.
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 — 끝내 거부하면 법원에 열람·등사 청구와 함께 가처분으로 다투는 방법이 있습니다. 소송 중이라면 민사소송법상 문서제출명령이나 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금융거래정보 사실조회를 신청해 상대방 계좌의 흐름을 법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증거가 인멸될 우려가 크면 증거보전 신청도 검토합니다.
업무상횡령 고소와 계좌 추적 — 횡령 정황이 구체적이면 고소장에 의심되는 금액, 시기, 거래 내역을 정리해 제출하고 수사기관이 계좌 압수수색 등으로 자금 흐름을 확인하도록 합니다. 고소장에는 '장부를 안 보여준다'는 사실만 적기보다, 매출과 입금액이 맞지 않는 구체적 숫자와 그 근거 자료를 함께 제시하는 것이 수사 개시와 진행에 훨씬 유리합니다.
재산 은닉 우려 시 가압류 — 상대방이 횡령한 돈을 빼돌릴 가능성이 있다면 소송 결과를 기다리지 말고 부동산·예금채권에 대한 가압류를 먼저 신청해 책임재산을 묶어 둡니다. 가압류는 법원이 요구하는 담보를 공탁하거나 보증보험증권으로 갈음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부분도 미리 준비합니다.
정산 청구와 동업 종료 정리 — 횡령 여부와 별개로 동업 관계를 끝내고 싶다면 민법상 조합 해산·청산 절차(민법 제719조 이하)에 따라 정산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횡령금 반환과 지분 정산을 한 소송에서 함께 다툴지, 분리할지는 증거 상황에 따라 판단합니다.
이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서둘러 상대방을 직접 추궁하는 일입니다. 의심을 눈치챈 상대방이 거래 내역을 정리하거나 자금을 옮기기 전에, 증거 확보가 먼저 진행되도록 순서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증거 보존과 시효 관점에서 지금 해야 할 일
동업자 횡령은 의심이 생겼을 때 곧바로 확신으로 바뀌기 어렵기 때문에 시간을 흘려보내기 쉬운 유형입니다. 그러나 그 사이 상대방은 자금을 옮기거나 장부를 고칠 수 있고, 금융기관의 거래 내역 보존기간이 지나면 자료 확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장부 열람을 거부당하고 있다면 우선 우리 동업이 조합인지 법인인지부터 확인하시고, 열람 요구를 서면으로 남긴 뒤 민사·형사 경로 중 어떤 순서로 증거를 확보할지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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