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병원 소아응급실 경찰의 현장출동 및 압수수색 무엇이 문제인가(ft:부장검사출신 형사전문변호사)

21년 경력 부장검사 출신 형사전문변호사 ‘제대로 일하는’ 내편박변 박종민 변호사입니다.
최근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향한 경찰의 전격적인 현장출동과 압수수색을 두고 의료계의 반발이 커지는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생후 4개월 된 환아가 심정지 상태로 도착하자마자 의료진이 약 1시간 동안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했음에도 안타깝게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환아 사망 직후 부모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고 과학수사대가 소아응급실에 진입하여 사진을 찍었고, 약 1달여 후 소아응급실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소아응급실 현장의 진료 방해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수사현장을 지휘했던 부장검사 출신 형사전문변호사로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특별한 사정이 없다는 전제 하에 언론보도 내용만 봐서는 응급실이라는 특수한 장소에서 과잉수사가 이루어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소아)응급실은 어떤 곳인가?
응급의료에관한법률
응급실은 응급의료가 주로 행해지는 장소로 응급의료에관한법률이라는 '특별법'으로 보호되는 장소이고, 선의의 의료에 대해서는 그 결과에 대한 형사책임을 감면하는 규정까지 있습니다(동법 제5조의2)
소아응급실은 아직 완전하지 않은 생명체라고도 볼 수 있는 소아의 생과사가 엇갈릴 수 있는 긴급한 의료현장입니다.
의료과실 사건 현장출동과 과학수사대
신고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소아응급실에서 치료 중 사망했다면 결국 의료과실 사건으로 일반적으로 과실여부를 바로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경찰관이 신고내용만으로 범죄현장으로 판단하고 바로 경찰관과 과학수사대가 출동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이례적인 수사절차와 방법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도 비슷한 신고를 하면 경찰관이 과학수사대까지 동원해서 출동할까요? 신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출동하더라도 고소절차 등을 안내하고 현장출동은 바로 종결하지 않을까요?
더욱이 앞서 말씀드린대로 현장출동 장소가 응급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응급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소아)응급실에서의 압수수색은
적절한 것인가?
수사의 성역은 있을 수 없습니다. (소아)응급실도 압수수색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누군가가 응급실이라는 장소적 특수성을 노려 중대한 범죄의 증거를 은닉하고 있다면 (소아)응급실이라도 압수수색해야죠

그러나, 압수수색은 수사절차상 최후의 방법입니다. 왜냐하면 수사 작용 중에서도 인권침해가 극심한 영역이거든요
기업의 사무실 뿐만 아니라 주거지에서 압수수색이 이루어지면 설령 나중에 그 사건이 무혐의 또는 무죄가 나더라도 그 피해는 회복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사기관으로서는 사안도 중하고 혐의 소명 정도, 즉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압수수색을 함으로써 증거를 확보할 개연성까지 소명해야 영장을 발부받아 실제로 압수수색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변호사가 된 후 상담을 해 보면 수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압수수색을 아주 쉽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 압수수색 당하는 거 아닌가요?" 이렇게 물어보면 저는 대부분 '상담자분 사건을 압수수색할 정도로 대한민국 수사기관이 한가하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하곤 합니다.

영장신청 또는 청구 및 발부된 영장의 집행은 수사기관 입장에서도 힘든 업무이기도 합니다.
요건과 자료를 갖추어 영장을 신청 또는 청구해야 하며, 영장 집행 시에도 증거물 확보라는 수사기관 본연의 목적 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반발 등에 따른 사고가능성에도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수사진행과정상 반드시 압수수색이 필요하더라도 수사기관은 인권침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영장을 집행해야 합니다.

저는 검사로 재직 시에도 경우에 따라서는 경찰에 인권침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영장을 집행하라고 영장집행 방법을 별도로 지휘하기도 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및 관련 법령의 기본 정신은 강제수사를 하더라도 비례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의료과실 분쟁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경찰과 과학수사대가 응급실을 범죄현장으로 판단하고 난입한 것은 수사의 비례성을 상실한 과도한 공권력 행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경찰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 제20, 21조(압수수색 또는 검증 시 유의사항)에 따르면, 경찰관은 압수수색 시 사생활의 비밀, 주거의 평온을 최대한 보장하고, 압수ㆍ수색 또는 검증의 처분을 받는 사람 및 현장에 있는 가족 등 지인들의 인격과 명예를 침해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이러한 규정은 당연히 응급실에도 적용되고, 응급의료에관한법률에 따른다면 일반 주거지보다 더 존중받아야 할 장소이기도 하죠
하지만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센터장의 증언에 따르면, 영장집행 당시 6개월 영아가 멈추지 않는 경련으로 기도삽관까지 준비하던 위급 상황에서 경찰이 진료 컴퓨터를 확인하고 자료를 요구하느라 의료진이 1시간 넘게 진료에서 배제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경찰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으로, 소아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실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집행입니다.
진료기록을 압수하는 것이라면 사실 임의제출로 충분한 것이 의료사건입니다. 왜냐하면 의료법상 모든 의사나 병원은 진료기록부 작성 및 보관의무가 있고, 거짓작성 등은 별도로 처벌되기 때문에 일반 자료들처럼 쉽게 폐기하거나 은닉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물론 병원이나 의사가 임의제출을 거부한다면 수사기관으로서는 강제수사를 할수밖에 없으나 언론보도상 그런 사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실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방법 역시 굵직굵직한 정치적 사건 수사 시 청와대 압수수색 처럼 영장에 의하되 사실상 임의제출 형식으로 진행하기도 합니다.

즉 반드시 응급실에 들어가 수색하는 등의 방법으로 응급의료 현장을 압박함이 없이도 충분히 외부에서 진료기록부를 특정해서 제출받는 방법도 가능한 것입니다.
검사의 영장 심사 및 수사지휘 경험으로 본 '통제 부재'의 위험성
검사로 재직 시절 수많은 형사 사건을 지휘하며 강제수사 영장을 청구하고 집행 과정을 지켜본 저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현장 압수수색은 그 자체로 관련자들에게 극심한 수치심과 심리적 압박을 주어 인권침해의 정도가 매우 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말씀드린대로 과거 영장을 청구하고 집행을 지휘할 때, 압수 절차와 방법상 인권 침해를 최소화하도록(예컨대 임의제출 방식을 우선 검토하거나,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는 시간대·방식으로 집행하도록) 엄격하게 수사지휘를 해왔습니다.
따라서 이 사안에서도 영장을 청구한 검사나 발부한 판사도 잘못이 없다고 할 수는 없으나 수사에 개입할 권한이 없는 이상 예전처럼 검사의 통제책임을 묻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행 수사구조 개편 이후 검사의 수사 기능이 삭제되면서, 경찰이 영장 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진료 방해 위험을 세밀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고, 검사가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수사 환경 속에서는 앞으로도 이러한 무리한 압수수색과 인권 침해 문제가 반복될 여지가 매우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경찰청장 직무대행의 답변을 보면 이런 문제를 경찰 자체적으로 해결하는게 왜 어려운지, 왜 선진 각국에서 수사작용에 법률전문가인 검사를 개입시키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부장검사출신 변호사의 핵심 요약 Q&A 3선>
Q1. 응급실과 같은 공공장소에서의 경찰 현장출동 및 압수수색은 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나요?
A: 형사소송법상 적법한 영장을 발부받았다 하더라도, 응급실이라는 공간의 특수성과 비례의 원칙을 고려할 때 다른 환자의 진료를 방해하는 방식의 강제수사는 「경찰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에 위배될 소지가 큽니다.
Q2. 경찰은 17분 만에 끝났고 진료 방해가 없었다고 주장하는데, 무엇이 문제인가요?
A: 의료진의 생생한 증언에 따르면 경련 환아 처치 중 1시간 넘게 진료 컴퓨터가 확인되고 간호 인력이 배제되는 등 실질적인 진료 마비가 발생했습니다. 수사 편의만을 앞세워 응급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방식은 수사권 남용으로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Q3. 이러한 문제가 앞으로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과거 검사가 영장 집행 과정에서 인권 침해 요소를 꼼꼼히 통제하고 수사지휘하던 시스템이 약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수사기관의 강제수사 남용을 실효적으로 통제할 제도적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한, 유사한 부작용은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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