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 역사 왜곡 논란,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분석한 명예훼손 책임 가능성

21년 경력 부장검사 출신 형사전문변호사 ‘제대로 일하는’ 내편박변 박종민 변호사입니다.
최근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 뜨거운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극 중 주요 인물이 당시 대통령 측이나 중앙정보부의 기획설이라는 가설을 제기하는 장면이 포함되자,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사자명예훼손죄에 명백히 해당한다",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며 제작진을 경찰에 고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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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검 성남지청 등 전국 각 검찰청에서 명예훼손 사건 전담 지휘했던 전직 부장검사이자 법률가로서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과연 영화와 같은 창작물에 대해 일부 정치인이 주장하는 법적 책임이 실제로 성립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법리적 기준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치인들의 강경한 법적 조치 발언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며, 형사책임은 물론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조차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사자명예훼손'의 형사상 불성립:
왜 기소조차 어려운가?
형법 제308조에 규정된 사자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일단, 행위자가 허위임을 인식하면서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할 것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아래 명예훼손의 성립요건에 대한 제 글을 읽어 보시면 도움이 되실겁니다.
픽션(Fiction)과 '구체적 사실 적시'의 본질적 차이
사자명예훼손죄 처벌의 전제는 '구체적 사실의 적시'입니다. 그러나 영화 '암살자(들)'은 언론 보도나 다큐멘터리가 아니며, 영화 도입부에 '등장인물과 구체적 사건은 일부 각색됐다'는 안내 문구를 띄워 픽션임을 명백히 고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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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소비하는 일반 관객이 실제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을 떠나 이를 '확정된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극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허구적 가설 또는 의견 표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합니다.
법리적으로도 창작물에 투영된 가설이나 극적 연출을 허위사실 적시로 의율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관된 시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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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례의 확고한 태도 (대하드라마 '서울 1945' 무죄 판결)
실제로 창작물 제작자가 사자명예훼손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례는 극히 드뭅니다. 과거 고(故) 이승만 전 대통령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던 KBS 대하드라마 '서울 1945' 사건에서, 대법원은 2010년 최종적으로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당시 법원은 드라마라는 장르적 특성상 가상 인물과 허구적 설정이 결합되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특정 장면에 기초한 연출만으로 구체적인 허위 사실이 적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영화 '암살자(들)' 역시 대법원 판례대로 최종적으로 무죄 또는 무혐의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위 기사에 인용된 검사 출신 정치인의 법적 책임이 명백하다는 식의 발언은 '정치적 수사' 에 불과합니다.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역시 인정되기
어려운 이유
위 기사에서 보다시피 일각에서는 형사 판결보다 입증 부담이 덜한 민사소송에서 유족의 '경애·추모 감정 침해'를 이유로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사실 암살자 영화에서 제시된 대통령 배후설은 실재 사건 이후 부실수사 결과를 배경으로 의혹으로 제기되었던 내용으로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일종의 음모론으로 진위 여부를 알 수는 없지만, 새롭게 제기된 충격적인 내용도 아닐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뒷얘기가 있었다는 정도라면 역사적 사실의 일부를 연출한 것에 불과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다만,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이라면 위와 같은 해묵은 음모론을 유명 배우가 출연한 대중 영화라는 막강한 미디어를 이용하여 마치 진실인 것처럼 널리 알리는 것 자체가 매우 불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일부 가설에 대한 반대 또는 비판의견을 피력하는 것 역시 표현의 자유로 보호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불편하다는 이유로 창작자나 출연배우들에게 법적 책임을 지우거나 반대의견 제시를 벗어난 부당한 인격적 비난이 가해져서는 안됩니다.
다시 민사책임 얘기로 돌아와서, 민사책임은 인정될 수 있다는 일각의 의견은 과거 영화 '그때 그 사람들' 1심 판결을 거론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명예훼손의 현대적 법리와 표현의 자유의 헌법적 가치를 고려할 때, 민사 책임 역시 인정되기 극히 어렵다는 제 개인적 견해입니다.

공적 인물 역사적 사건에 대한 비판·재해석의 자유
배후설의 당사자인 당시 대통령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핵심 공적 인물이며, 1974년 피격 사건은 역사적 공론의 장에 놓인 중대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공적 인물과 국가적 사건을 다룬 창작물에 대해 헌법상 보장된 '표현과 예술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으며, 유족의 주관적 추모 감정이 창작과 비판의 자유를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사전 면책 고지와 관객의 분별력 도입부의 각색 고지를 통해 허구적 재구성임을 알린 점, 그리고 2005년 '그때 그 사람들' 사건 당시 실제 다큐멘터리 영상을 삽입해 다큐와 극영화의 경계를 흐렸던 특수 상황과 달리 순수 극영화적 연출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적 불법행위의 위법성 조각 내지 위법성 부존재가 인정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의 시각 :
표현의 자유를 지키며
사법 기관은 역사를 재단하거나 예술적 상상력에 가위질을 하는 심사관이 아닙니다. 역사적 해석에 의문이나 이견이 있다면 이는 학술적 토론, 대중의 건전한 비판, 문화적 담론을 통해 해소되어야 할 영역입니다.

창작물 속 극적 가설이나 상상력을 형사법정으로 끌고 가려는 정치적 고발 행태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위험한 행동입니다. 표현의 자유를 정치 미스터리 추적극으로 다룬 영화 암살자(들)이 정치적 논란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게 아이러니 합니다.
법과 원칙에 따라 냉정하게 살펴본다면, 영화 '암살자(들)' 제작진에게 형사상 책임은 물론 민사상 배상 책임이 성립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부장검사출신 변호사의 핵심 요약 Q&A 3선
Q1. 영화 '암살자(들)' 제작진에게 사자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사자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허위의 구체적 사실 적시'와 행위자의 '허위 고의'가 엄격히 입증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영화는 도입부에 사건과 인물이 각색된 허구(픽션)임을 명시하고 있으며, 관객 또한 이를 사실이 아닌 예술적 상상력에 기반한 연출로 인식하므로 법리적으로 사실 적시로 평가받기 어렵습니다.
Q2. 정치인의 고발 조치는 왜 법적 실효성이 없는 '정치적 발언'에 불과한가요?
A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형사책임 가능성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자명예훼손죄는 법률상 고인의 유족이 직접 고소해야만 수사와 처벌이 가능한 '친고죄'입니다. 따라서 유족이 아닌 제3자인 정당 인사나 정치인의 고발은 형사소송법상 기소 요건을 갖출 수 없어 실질적인 처벌로 이어질 수 없습니다.
Q3. 유족이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면 승소할 수 있을까요?
A3. 승소하기 어렵습니다. 대상 인물이 현대사의 대표적 공적 인물이고 다룬 사건 역시 공적 역사 영역에 속하는 만큼 헌법상 창작과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됩니다. 픽션임을 사전에 명확히 고지한 창작물에 대해 유족의 주관적 추모 감정 침해만을 이유로 불법행위 책임을 묻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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