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재성 변호사입니다.
얼마 전 지방의 한 법원에서 채팅앱으로 만난 남성과 합의하여 관계를 가진 뒤 "6차례 강간당했다"고 112에 신고한 20대 여성에게 무고죄로 징역 1년이 선고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SNS 대화 등 객관적 자료가 신고 내용과 정면으로 어긋났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습니다. 이런 기사가 나오면 상담 전화의 결이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한쪽은 성범죄로 고소를 당했다가 불송치 결정을 받은 분들입니다. "무혐의가 나왔으니 이제 무고로 고소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물으십니다. 다른 한쪽은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며 고소했지만 증거가 부족해 불송치된 뒤, 오히려 상대방으로부터 무고로 역고소를 당한 분들입니다. 이분들은 "내가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이냐"며 밤잠을 이루지 못하시지요.
마침 대법원이 2026년 10월 8일 이 문제에 정면으로 답한 판결(2026도1865)을 내놓았습니다. 오늘은 성폭력 고소가 불송치로 끝났을 때 무고죄가 언제 성립하고 언제 성립하지 않는지를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무고죄는 어떤 경우에 성립하나
형법 제156조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게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사람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벌금형이 있기는 하지만 법정형 상한이 결코 가볍지 않은 범죄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허위의 사실"입니다. 신고한 내용이 객관적 진실에 반한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하고, 신고자가 그것이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신고한 사실이 사실로 증명되지 못했다는 것과, 신고한 사실이 거짓으로 증명되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거든요.
대법원 2026도1865 판결은 무엇을 말했나
이 사건은 전 연인을 강간 혐의로 고소한 사람이 경찰에서 불송치 결정이 나온 뒤 무고죄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이 공개한 판결 요지는 세 가지 쟁점으로 정리됩니다. 1) 신고 내용이 허위라는 점은 검사가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하고, 범죄 성립 여부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정황을 다소 과장한 정도로는 무고가 되지 않는다는 점, 2) 성폭력 피해자의 대처 방식을 두고 "진정한 피해자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식으로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점, 3) 원치 않는 성관계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다는 취지의 고소가 불송치나 무죄로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무고로 단정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는 새로운 법리라기보다, 대법원이 2019년과 2020년, 2024년에 거듭 밝혀 온 입장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것입니다. 불기소 처분이나 무죄 판결 그 자체를 무고의 적극적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성폭력 고소는 무고 걱정 없이 해도 된다는 뜻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판결은 "증명이 안 된 것"과 "거짓으로 꾸며낸 것"을 구분하라는 것이지, 허위 신고를 봐주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앞서 본 사례처럼 대화 기록이나 금전 거래 내역 등 객관적 자료가 신고 내용과 명백히 어긋나면 무고죄는 그대로 성립하고, 실형이 선고되기도 합니다.
또 이번 판결은 파기환송 판결입니다. 환송 후 원심에서 증거를 다시 따져 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판결 요지만으로 개별 사건의 결론을 단정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당장 기억해 두실 것
1) 성범죄 고소가 불송치된 뒤 무고로 역고소를 당하신 분: 당시 고소의 근거가 된 사실관계(만남 경위, 거절 의사, 사건 직후 주변에 한 말이나 메시지, 진료 기록)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두십시오. 무고 사건의 쟁점은 "증거가 부족했다"가 아니라 "거짓이었는가"입니다.
2) 성범죄 혐의에서 불송치를 받고 무고 고소를 고민하시는 분: 불송치 결정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상대방의 신고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어긋난다는 자료, 예컨대 사건 전후 대화나 위치 기록, 금전 관계 등을 먼저 확보한 뒤 고소 여부를 판단하셔야 합니다.
3) 양쪽 모두: 조사 전에 본인 진술의 일관성을 점검하십시오. 무고 사건에서는 원래 사건의 진술과 새 사건의 진술이 함께 비교되기 때문에, 작은 번복도 크게 다뤄질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무고죄는 거짓을 처벌하는 범죄이지, 입증에 실패한 사람을 처벌하는 범죄가 아닙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 경계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다만 그 경계 위에 선 개별 사건에서 결론을 가르는 것은 결국 구체적 증거입니다. 형사 변호 일선에서 성범죄 사건을 고소인과 피고소인 양쪽 입장에서 모두 다뤄 보면, 초기에 어떤 자료를 남겨 두었느냐가 결과를 크게 바꾸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성범죄 고소 후 불송치 결정을 받고 무고로 조사를 앞두고 계신 분, 혹은 억울한 성범죄 고소에서 벗어난 뒤 무고 고소를 고민하고 계신 분이라면 사안별로 적용 법리와 대응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시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 편하게 문의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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