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재성 변호사입니다.
수능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맘때면 수험생 단체 대화방과 학부모 커뮤니티에 어김없이 같은 말이 돕니다. "집중이 잘 되는 약이 있다더라", "친구가 먹는 걸 한 알 얻어 봤는데 괜찮더라". 이른바 '공부 잘하는 약', ADHD 치료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지난 10월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 약을 겨냥한 발표를 하나 내놓았습니다. 수능을 앞둔 10월 19일부터 11월 18일까지 한 달 동안, ADHD 치료제를 많이 처방한 병·의원을 지방정부와 합동으로 집중점검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오늘은 이 점검이 무엇을 들여다보는지, 그리고 수험생과 부모님, 그리고 처방하는 의료기관이 각각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이번 점검, 무엇을 어떻게 들여다보나
식약처의 방식은 예전처럼 무작위로 병원을 고르는 것이 아닙니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쌓인 처방·취급 보고 자료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메틸페니데이트 처방량이 상위권이면서 청소년이 다녀간 병·의원을 추려냅니다. 처방 기록은 이미 전산에 다 남아 있으니, 어느 병원이 대상이 될지는 사실상 정해져 있는 셈입니다.
점검 항목은 세 가지입니다. 1) 과다처방 같은 오남용 행위가 있었는지, 2) 마약류 취급 보고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3) 전산에 보고한 내역과 실제 약품 재고가 맞는지입니다.
적발됐을 때의 처리도 분명히 정해져 있습니다. 비정상적인 처방이나 취급이 발견되면 외부 전문가의 의학적 자문을 거치고, 처방의 타당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곧바로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합니다. 보고 누락이나 지연 같은 규정 위반은 관할 지자체의 행정처분으로, 온라인에서 약을 사고판다는 게시물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에 접속 차단을 요청하고 판매·알선자는 형사 고발합니다. 식약처가 올해 9월까지 적발해 조치한 불법 게시물만 1,882건입니다.
'공부약'은 법적으로 무엇인가
여기서 많은 분이 놓치는 지점이 있습니다. ADHD 치료제의 주성분인 메틸페니데이트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 나목의 향정신성의약품입니다. 같은 나목에는 암페타민류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처방전으로 받는 약이라고 해서 감기약 같은 일반의약품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같은 법 제4조 제1항은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사람이 향정신성의약품을 매매·수수·소지·사용·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제60조 제1항은 이를 어긴 사람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행위에 따라 죄명이 갈립니다. 처방 없이 먹으면 사용, 친구나 형제에게 받으면 수수, 남은 약을 나눠주면 제공, 돈을 받고 넘기면 매매입니다. 처방전을 고쳐 쓰거나 만들어 냈다면 형법상 사문서위조·행사가 더해집니다.
수험생이 만 19세 미만이면 형사처벌 대신 소년보호처분으로 갈 수 있지만, 그것이 '없던 일'이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수사 기록은 남고, 보호처분의 종류에 따라 학업과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처방받은 약은 다 괜찮은 걸까요
본인이 진료를 받고 본인 이름으로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은 적법합니다. 문제는 그 경계를 조금만 벗어나는 순간입니다.
형이 처방받은 약을 동생이 수능 전날 한 알 먹는 것, 같은 반 친구에게 "시험 때만 먹어 보라"며 두 알 건네는 것,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콘서타 남는 것 양도합니다"라는 글을 보고 송금하는 것. 이 세 장면이 모두 수수·제공·매매에 해당합니다. 먹은 사람도, 건넨 사람도 각각의 죄가 성립합니다. 식약처 관계자가 이번 발표에서 콕 집어 "가족·지인이 대리 처방받은 약을 건네받아 복용하는 것"을 불법이라고 밝힌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의료기관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형사와 의료·식약 사건을 함께 다뤄온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이번 점검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처방을 많이 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왜 그렇게 처방했는지를 기록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진단 근거, 용량 조정의 이유, 재처방 간격이 진료기록에 남아 있으면 외부 자문 단계에서 소명이 됩니다. 반대로 기록이 비어 있으면 처방 자체가 정당했더라도 수사 의뢰까지 가는 길을 막기 어렵습니다. 전산 보고와 실제 재고의 차이는 그 자체로 행정처분 사유가 되니 별도로 보셔야 합니다.
한 가지 더, 치료 목적이 아닌 복용은 법 이전에 몸의 문제입니다. 불면, 식욕 부진, 두통, 심박수 증가가 대표적인 부작용이고, 수능 직전에 이것을 겪으면 약을 먹은 이유가 통째로 무너집니다.
당장 기억해 두실 것
수험생과 부모님: 집중력이 걱정되면 본인 명의로 진료를 받으십시오. 남의 약은 한 알도 받지 말고, 남은 약을 건네지도 마십시오. "양도", "구매 후기" 같은 온라인 게시글은 그 자체가 모니터링 대상이고, 게시자 계정으로 추적이 이루어집니다.
이미 받아서 먹었거나 건넨 적이 있는 분: 아직 아무 연락이 없더라도, 조사 통보가 왔을 때 무엇을 어떻게 말할지는 지금 정리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횟수·경위·대가 유무에 따라 적용 죄명과 처분이 달라지므로, 첫 진술 전에 한 번은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미성년 자녀라면 부모님이 먼저 움직이셔야 합니다.
의료기관: 점검이 시작되는 10월 19일 전에 최근 1년의 메틸페니데이트 처방 내역, 마약류 취급 보고 내역, 실제 재고를 한 번 대조해 두십시오. 차이가 발견되면 점검에서 지적받기 전에 정정 보고를 하는 것이 행정처분 단계에서 전혀 다른 평가를 받습니다.
정리하며
이번 점검은 한 달짜리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처방 데이터가 전부 전산에 남는 시대에 식약처가 그 데이터를 실제로 꺼내 보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수험생에게 '공부약'은 성적을 올려 주는 약이 아니라, 잘못 손대면 수능보다 훨씬 긴 시간을 붙잡는 약입니다.
ADHD 치료제와 관련해 조사 통보를 받으셨거나, 자녀 일로 불안하신 부모님, 혹은 처방량 때문에 점검 대상이 될 것 같은 의료기관 원장님 모두, 사안마다 적용 조문과 대응 방향이 크게 달라집니다. 도움이 필요하시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 편하게 문의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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