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재성 변호사입니다.
경찰서에서 휴대전화를 내주고 돌아온 지 며칠 뒤, 수사관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포렌식 일정이 잡혔는데 참관하시겠습니까?" 회사 일도 바쁘고 경찰서에 다시 가는 것도 부담스러워 "그냥 알아서 해 주세요"라고 답하신 분이 적지 않으실 겁니다.
그런데 포렌식은 한 번에 끝나는 작업이 아닙니다. 휴대전화 전체를 복제하는 이미징, 지워진 파일을 되살리는 복구, 잠긴 데이터를 푸는 복호화, 혐의와 관련된 자료를 골라내는 선별이 단계별로 이어지지요. 처음 한 번 참관을 사양했다고 해서 그 뒤 모든 단계에 대한 권리까지 내려놓은 것일까요.
대법원이 지난 10월 16일 이 문제에 관해 의미 있는 결정을 내렸습니다(대법원 2026. 10. 16. 자 2024모418 결정). 오늘은 이 결정이 무엇을 말했는지, 그리고 휴대전화를 압수당하신 분이 지금 무엇을 해 두셔야 하는지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알아야 할 기본 요건, 참여권
형사소송법은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 피의자와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제121조, 수사기관의 집행에는 제219조로 준용). 그리고 수사기관은 참여권자에게 집행 일시와 장소를 미리 알려야 합니다(제122조). 다만 참여권자가 "참여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명시한 때" 등에는 통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가 있습니다.
휴대전화나 컴퓨터처럼 정보가 대량으로 담긴 기기는 수사기관 사무실로 가져가 분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법원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렇게 반출한 뒤 혐의와 관련된 정보를 탐색·출력하는 과정도 압수·수색의 일부이므로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습니다. 이번 결정은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한 걸음 더 분명히 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무엇을 판단했나
대법원 공보에 공개된 결정 요지는 세 갈래로 정리됩니다.
1) 손상되거나 삭제된 파일의 복구, 암호화된 데이터의 탐지·복호화가 이루어지는 디지털 증거분석 절차에서도 피압수자나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
2) 통지를 생략할 수 있는 예외인 "참여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명시한 때"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3) 압수·수색이 끝난 뒤 개별 처분의 위법을 다투는 준항고가 제기되면, 그 처분 하나만 떼어 볼 것이 아니라 압수·수색 과정 전체를 하나의 절차로 보고 위법의 중대성에 따라 취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은 이런 기준에 비추어 원심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정리하면, 복구·복호화는 단순한 기술 작업이 아니라 압수·수색의 일부이고, 어떤 단계에서 한 번 "안 가겠다"고 한 말을 모든 단계의 포기로 넓게 읽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지워진 대화나 잠긴 사진이 되살아나는 순간이야말로 혐의와 무관한 사생활이 가장 많이 드러나는 단계이거든요.
그렇다면 이제 포렌식 결과는 모두 무효가 될까요
그렇게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이번 결정은 수사기관의 압수 처분 취소를 구하는 준항고 절차에서 나온 것이고, 대법원은 결론을 확정한 것이 아니라 다시 판단하라며 원심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돌려받은 법원이 이 사건 압수 처분을 실제로 취소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대법원은 위법이 있으면 곧바로 모든 처분을 취소하라고 한 것이 아니라, 전체 과정에서 위법이 얼마나 중대한지를 따지라고 했습니다. 참여권이 빠진 사정이 있더라도 그 경위와 정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지요. "참관 안 했으니 증거는 다 못 쓴다"는 식의 기대는 금물입니다.
당장 기억해 두실 것
1) 휴대전화를 압수당하신 분: 포렌식 참관 여부를 묻는 연락을 받으면 이미징, 복구·복호화, 선별 중 어느 단계의 일정인지 구체적으로 물어보시고, 통지받은 날짜와 내용을 메모나 문자로 남겨 두십시오. 직접 가기 어렵다면 변호인 참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2) 이미 "참여하지 않겠다"고 답하신 분: 언제, 누구에게, 어떤 단계에 관해 그렇게 말했는지 기억나는 대로 적어 두십시오. 참여 포기 확인서 같은 서면에 서명하셨다면 그 문구가 어느 범위까지인지가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3) 분석이 끝난 뒤 문제를 발견하신 분: 압수·수색에 위법이 있다고 보이면 준항고로 처분 취소를 구하거나, 재판 단계에서 증거능력을 다투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개별 위법을 특정하되 그것이 전체 절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함께 정리해야 합니다.
정리하며
휴대전화 한 대에는 수년간의 대화, 사진, 위치 기록이 담겨 있습니다. 이번 결정은 그 정보를 되살리고 여는 과정에서도 당사자가 지켜볼 권리가 있다는 점을 대법원이 분명히 한 것이라고 봅니다. 형사 사건을 오래 다뤄 오면서 느끼는 것은, 증거를 다투는 일은 대부분 압수 초기에 무엇을 기록해 두었는지에서 갈린다는 점입니다.
마약, 성범죄, 경제범죄 등으로 휴대전화나 컴퓨터를 압수당하셨거나 포렌식 일정을 앞두고 계신 분이라면 지금 받은 통지와 답변부터 정리해 두시기 바랍니다. 사안별로 적용 법리와 대응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시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 편하게 문의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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