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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폰 건네받기만 했다면? 대법원이 지운 이수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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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폰 건네받기만 했다면? 대법원이 지운 이수명령 

박재성 변호사

안녕하세요, 박재성 변호사입니다.

채팅 앱 게시판에 필로폰을 뜻하는 은어로 글을 올리고, 몇 달 뒤 호텔에서 다른 사람에게 필로폰 0.14g을 무상으로 건네받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1심은 징역 1년과 추징금 20만 원을 선고하면서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명령을 함께 붙였고, 2심도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징역형은 그대로 두면서 이수명령 40시간 부분만 깨고 직접 판결했습니다. 공소사실 어디에도 "투약했다"는 내용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마약 사건 판결문을 받아 보시면 주문 끝에 짧게 붙어 있는 이수명령이, 사실은 따로 따져볼 수 있는 부분이라는 뜻이지요.

오늘은 이 판단이 무엇을 말하는지, 그리고 지금 마약 사건으로 수사나 재판을 받고 계신 분이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이수명령은 어떤 사람에게 붙는가

마약류관리법은 마약류사범에게 선고유예를 제외한 유죄판결을 선고할 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재범예방 교육 수강명령이나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명령을 함께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마약류사범'이 누구냐는 것입니다.

법원은 이 조항의 마약류사범을 마약류를 "투약, 흡연 또는 섭취한 사람"으로 읽습니다. 재활교육이라는 처분의 성격이 몸에 들어간 약물에 대한 중독을 다루는 것이니, 직접 사용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는 해석이지요.

이수명령은 판결이 확정되면 정해진 기간 안에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으면 제재가 따를 수 있는 처분입니다. 주문 끝 한 줄이라도 가볍게 넘길 부분은 아닙니다.

따라서 매매, 수수, 소지, 광고·정보 게시처럼 약물을 '다룬' 행위만으로 기소되었다면, 같은 마약 사건이라도 이수명령의 법정 대상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왜 40시간을 지웠을까

이번 사건의 공소사실은 필로폰을 건네받은 수수 행위와 마약 관련 정보를 알리거나 제시한 행위, 두 가지뿐이었습니다. 대법원 3부는 이 공소사실에 투약·흡연·섭취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피고인은 해당 조항의 마약류사범이 아니고, 이수명령을 부과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단은 처음 나온 것도 아닙니다. 2025년 2월에도 대법원은 필로폰을 매매·수수한 혐의로 징역 1년 2개월을 받은 피고인에 대해, 범죄사실이 매매와 수수에 그친다는 이유로 재활교육 이수명령 부분을 파기한 바 있습니다. 같은 법리가 반복해서 확인되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 기준은 '마약 사건이냐'가 아니라 '공소사실에 투약·흡연·섭취가 적혀 있느냐'입니다. 수사 과정에서 투약 의심이 있었더라도 기소되지 않은 행위를 근거로 이수명령을 붙일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투약만 안 했으면 가볍게 끝난다는 뜻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판결에서 바뀐 것은 이수명령 40시간뿐이고, 징역 1년과 추징금은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필로폰 수수는 그 자체로 무거운 범죄이고, 소량이라도 실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점은 이 사건이 오히려 잘 보여줍니다.

또 실무에서는 수수나 매매로 수사가 시작되더라도 모발·소변 검사 결과에 따라 투약 혐의가 함께 기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약까지 공소사실에 포함되면 이수명령은 원칙대로 붙습니다. 판결의 의미를 "투약을 숨기면 된다"로 받아들이시면 안 되고, 수사기관이 확보한 자료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당장 기억해 두실 것

1) 1심 판결을 받으신 분은 주문에 수강명령·이수명령이 붙었는지, 그리고 공소장의 공소사실에 투약·흡연·섭취가 들어 있는지 나란히 놓고 대조해 보십시오. 들어 있지 않은데 이수명령이 붙었다면 항소이유가 될 수 있고, 항소는 선고일부터 7일 안에 제기해야 합니다.

2) 수사를 받고 계신 분은 조사받는 혐의가 수수·매매·소지인지, 투약까지인지 범위를 분명히 확인하고, 모발·소변 검사 시기와 결과를 함께 정리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행위로 기소되느냐가 형량뿐 아니라 부수처분까지 정합니다.

3) 이수명령 대상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치료나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록은 양형에서 의미 있는 자료가 됩니다. 법원이 명령하지 않는다고 해서 재범 방지 노력이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정리하며

이번 판단은 마약 사건 판결에서 형량만 볼 것이 아니라, 주문에 붙은 부수처분 하나하나가 법이 정한 대상과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해 주었습니다. 형사와 의료·식약 사건을 함께 다뤄온 입장에서 보면, 이런 부수처분은 의뢰인도 담당 재판부도 쉽게 지나치는 부분이거든요.

필로폰 등 마약류 수수·매매·광고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계시거나, 이미 이수명령이 붙은 판결을 받으신 분이라면 공소사실과 주문을 한 번 더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안별로 적용 법리와 대응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시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 편하게 문의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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