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가족이나 지인에게 운전면허증을 건넸다가, 그 사람이 단속에 걸리면서 면허증 주인까지 경찰 조사를 받게 되는 사례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습니다.
상담에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동생이 면허가 없다고 해서, 신분 확인용으로만 쓰라고 잠깐 빌려줬다”, “가족끼리 그 정도는 괜찮은 줄 알았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동생이 무면허 운전으로 단속되어 형의 면허증을 내밀었다면, 경찰은 곧바로 “누구 면허증인가, 어떻게 동생 손에 들어갔는가”를 묻습니다. 그 순간 빌려준 사람의 면허도 취소 대상으로 올라옵니다.
도로교통법은 운전면허증을 부정하게 사용할 목적으로 빌려준 경우를 운전면허 취소·정지 사유로 정하고 있고, 형사 책임도 별도로 따져집니다. 다만 건네게 된 경위와 목적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아래에서는 면허증을 빌려준 사람의 면허가 어떤 경우에 취소되는지, 형사처벌은 어디까지 가능한지, 그리고 처분을 통지받았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면허증을 부정 사용할 목적으로 빌려주면 운전면허 취소 사유가 됩니다
면허증은 본인 확인용 공문서이므로, 남이 쓰도록 건네는 순간 처분 대상이 됩니다.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15호는 “운전면허증을 부정하게 사용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거나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을 빌려서 사용한 경우”를 운전면허 취소·정지 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빌려준 사람과 빌려 쓴 사람 모두가 대상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부정하게 사용할 목적’입니다. 동생이 무면허 상태이거나 면허가 정지·취소된 상태인데, 단속될 때 형의 인적 사항을 대고 면허증을 보여주도록 건넨 것이라면 이 목적이 인정되기 쉽습니다. 면허 없이 운전하다 걸렸을 때 신분을 숨기거나 면허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면허증을 건넨 실질적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시행규칙의 취소·정지처분 기준표에도 ‘운전면허증 대여’가 별도 항목으로 올라 있고, 면허증 소지자가 다른 사람에게 면허증을 대여하여 운전하게 한 때가 취소 기준으로 적혀 있습니다. 도난이나 분실로 남의 손에 넘어간 경우는 이 항목에서 제외됩니다. 즉 “내가 직접 건넸는가”가 출발점입니다.
면허증을 직접 건넸고 그 목적이 부정 사용이었다면, 내 면허도 취소 처분 대상에 들어옵니다.
2. 모든 경우에 자동으로 취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15호는 취소가 의무인 사유가 아니어서, 목적과 경위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본문은 시·도경찰청장이 운전면허를 “취소하거나 1년 이내의 범위에서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고 정하고, 단서에서 반드시 취소해야 하는 호를 따로 열거합니다. 제15호는 그 열거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법문상 취소와 정지 사이에서 처분청에 재량이 있다는 뜻입니다.
실무에서 쟁점이 되는 사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면허증을 건넨 목적이 운전과 관련이 있었는지입니다. 여행 중 보관을 맡겼거나, 지갑을 두고 와서 잠시 맡긴 것처럼 운전과 무관하게 전달했다면 ‘부정하게 사용할 목적’ 자체가 부정됩니다. 둘째, 동생이 그 면허증을 실제로 운전과 관련해 사용했는지입니다. 셋째, 건넨 사람이 동생에게 면허가 없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는지입니다.
이 점은 공문서부정행사죄와 관련해 대법원이 설시한 법리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공문서부정행사죄는 공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 등을 보호하기 위한 데 입법취지가 있는 것으로, 공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 등을 해할 위험이 있으면 범죄가 성립하지만, 그러한 위험조차 없는 경우에는 범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9. 12. 12. 선고 2018도2560 판결).
결국 면허증이 실제로 단속 현장에서 신분이나 면허를 증명하는 용도로 쓰였는지, 아니면 단순히 휴대폰 사진이나 보관 상태에 그쳤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집니다. 사실관계를 세밀하게 정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같은 ‘빌려줬다’는 말이라도, 건넨 목적과 실제 사용 방식에 따라 처분 수위와 형사 책임이 달라집니다.
3. 형사처벌은 동생에게 먼저 가고, 빌려준 사람도 공범으로 의율될 수 있습니다
무면허 운전은 동생의 범죄지만, 면허증을 건넨 행위가 방조나 공동정범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동생이 면허 없이 자동차를 운전했다면 도로교통법 제43조 위반으로 제152조 제1호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이것은 운전한 동생의 범죄입니다.
그런데 단속 현장에서 동생이 형의 면허증을 내밀어 형의 인적 사항을 댔다면 별도의 문제가 생깁니다. 대법원 2001. 4. 19. 선고 2000도1985 전원합의체 판결은 신분 확인을 요구받고 자신의 인적 사항을 속이기 위해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한 행위에 대해 공문서부정행사죄 성립을 인정했습니다. 형법 제230조는 이 죄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이때 면허증을 미리 건넨 사람이 “단속되면 이걸 보여주라”는 취지였다면 공문서부정행사의 공범으로, 면허가 없는 줄 알면서 운전할 수 있도록 도왔다면 무면허운전의 방조범으로 입건될 수 있습니다. 방조범은 형법 제32조에 따라 종범으로 처벌되고, 정범의 형보다 감경됩니다. 반대로 면허가 없다는 사정을 몰랐고 운전을 도운 바도 없다면 형사 책임을 다툴 여지가 커집니다. 차량 자체를 무면허 상태인 동생에게 내준 경우라면 차량 소유자에 대한 별도 규정도 문제가 됩니다.
면허증을 건넨 행위는 행정처분뿐 아니라 공범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입건 전 진술이 중요합니다.
4. 취소가 되면 1년간 다시 면허를 받을 수 없고, 직업 운전자에게는 타격이 큽니다
취소의 효과는 면허 상실에서 끝나지 않고 결격기간과 교육 이수까지 이어집니다.
운전면허가 취소되면 도로교통법 제82조 제2항 제7호에 따라 원칙적으로 취소된 날부터 1년 동안 운전면허를 받을 수 없습니다. 제82조 제2항 제6호 사목은 제93조 제1항 제8호·제12호·제13호 사유로 취소된 경우를 2년으로 따로 정하고 있는데, 제15호는 이 목록에 없습니다. 또한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취소처분을 받은 사람은 결격기간이 끝나도 특별교통안전 의무교육을 받지 않으면 면허를 다시 받을 수 없습니다.
운전면허는 그 종류 중 하나만이 아니라 받은 모든 범위가 함께 취소됩니다. 제93조 제1항이 “운전자가 받은 모든 범위의 운전면허를 포함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형·택시·화물 등 생계와 연결된 면허가 있다면 1종, 2종을 가리지 않고 한꺼번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처분이 확정되기 전에 ‘취소’가 아닌 ‘정지’로 갈 수 있는지, 생계형 운전 필요성이 처분 단계에서 충분히 소명되었는지를 다투는 것이 중요합니다.
5. 처분 통지부터 이의 제기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의견제출 기회에 낸 자료가 처분 수위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변수입니다.
통상 ①동생이 단속되어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서 조사를 받고 → ②면허증 제공 경위에 대해 빌려준 사람도 참고인 또는 피의자로 조사 → ③사건이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어 처분 → ④형사재판은 수원지방법원, 행정처분은 경찰청 소속 시·도경찰청장 순으로 진행됩니다. 형사 절차와 행정처분은 별개로 진행되므로 어느 하나가 끝났다고 다른 하나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도로교통법 제93조 제4항은 시·도경찰청장이 처분을 하기 전에 처분 내용과 의견제출 기한을 미리 통지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통지를 받았다면 아래 순서로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면허증을 건넨 경위와 목적을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문자·메신저 대화처럼 ‘운전과 무관하게 맡겼다’는 점을 보여주는 자료를 모읍니다.
동생에게 면허가 없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사정이나, 실제 운전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정을 뒷받침할 자료를 확인합니다.
직업상 운전이 필수적인 경우 재직증명서·사업자등록증·가족 부양 사정 등을 의견서와 함께 제출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의견제출 기한 안에 정리해 내고, 처분이 나온 뒤에는 행정심판 등 불복 절차를 함께 검토하면 처분 수위를 낮출 가능성을 넓힐 수 있습니다.
마치며
가족에게 면허증을 건넨 일은 “설마 이런 일이 생기겠나” 싶은 마음에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동생이 단속되는 순간부터 면허증 주인의 사건은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면허증을 빌려준 입장에서는 건넨 목적이 ‘부정 사용’이 아니었다는 점, 그리고 동생의 무면허 사정을 알지 못했다는 점을 처음 진술부터 일관되게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면허증을 빌려 쓴 입장에서는 형사 책임이 훨씬 무겁고, 진술 내용에 따라 빌려준 가족의 처분까지 달라진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저는 무면허·음주 등 운전 관련 형사 사건에서 운전한 쪽과 면허증을 건넨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첫 진술 한 줄이 행정처분 결과까지 바꾸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면허가 취소될지 말지는 지금의 대응에 달려 있습니다. 처분이 확정되기 전,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동생이 부탁해서 빌려줬을 뿐인데 제 면허도 꼭 취소되나요?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제93조 제1항 제15호는 필수적 취소 사유가 아니라 취소 또는 정지를 선택할 수 있는 사유입니다. 건넨 목적과 경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Q. 운전과 상관없이 신분증 대신 잠깐 맡긴 경우도 해당하나요?
A. 법문이 ‘부정하게 사용할 목적’을 요건으로 하므로 운전과 무관한 전달이라면 이 목적이 부정됩니다. 다만 그 사정을 대화 기록 등으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Q. 동생이 무면허로 사고를 냈다면 제 처벌은 어떻게 되나요?
A. 무면허운전은 동생의 범죄지만, 면허가 없는 줄 알면서 면허증을 건넸다면 방조범으로 입건될 수 있습니다. 방조범은 형법 제32조에 따라 정범보다 형이 감경됩니다.
Q. 단속 때 동생이 제 면허증을 보여줬다면 동생은 어떤 죄가 되나요?
A. 무면허운전 외에 공문서부정행사죄가 별도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2000도1985 판결이 타인의 면허증 제시를 공문서부정행사로 본 이후 같은 취지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Q. 취소되면 언제부터 다시 면허를 딸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취소된 날부터 1년이 지나야 하고, 특별교통안전 의무교육도 받아야 합니다. 이 기간에는 1종과 2종을 가리지 않고 모든 면허가 해당됩니다.
Q. 처분 통지를 받았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의견제출 기한 안에 건넨 경위와 목적, 운전 필요성을 소명하는 자료를 내야 합니다. 이 단계의 자료가 처분 수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므로 가급적 이른 시점에 변호사와 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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