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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고소인 진술조서에 실명 대신 가명을 쓸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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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고소인 진술조서에 실명 대신 가명을 쓸 수 있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성폭력 피해를 입고도 “고소하면 내 이름이 가해자와 그 변호인에게 그대로 넘어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 때문에 고소장 접수를 망설이는 분들의 문의가 많습니다.

상담에서 자주 듣는 말은 “조서에 이름이 적히면 가해자가 다 알게 될 텐데”, “가명으로 해달라고 하면 수사관이 싫어하지 않을까요”, “어차피 재판에서는 다 공개된다고 들었는데”입니다. 그런데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신청 자체를 하지 않고 조사를 마치고 나서야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성폭력범죄는 보복을 당할 우려를 따로 증명하지 않아도 가명 조서 제도를 신청할 수 있도록 법이 정해 두고 있습니다. 다만 가명 조서를 쓴다고 해서 피의자 측이 어떤 경우에도 신원을 알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므로, 제도의 범위와 한계를 정확히 알고 신청하셔야 합니다.

아래에서는 성폭력 고소인이 진술조서에 실명 대신 가명을 쓸 수 있는 근거와 신청 방법, 그리고 재판 단계에서 신원이 어떻게 보호되는지 법 조문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성폭력 고소인은 법에 따라 조서에 인적 사항을 적지 않도록 요청할 수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이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의 인적 사항 기재 생략 규정을 그대로 가져다 쓰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23조는 법원 또는 수사기관이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나 성폭력범죄를 신고(고소·고발 포함)한 사람을 조사하거나 증인으로 신문하는 경우에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5조 및 제7조부터 제13조까지를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가명 조서의 직접 근거는 이 준용 규정을 통해 적용되는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7조입니다.

제7조 제1항에 따르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조서를 작성할 때 그 취지를 조서에 기재하고, 신고자의 성명·연령·주소·직업 등 신원을 알 수 있는 사항을 기재하지 않습니다. 기재하지 않은 인적 사항은 검사가 관리하는 신원관리카드에 따로 등재됩니다. 즉 이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피의자 측이 열람하는 조서에서 분리되어 별도 장부로 옮겨지는 구조입니다.

이때 조서에 실명을 쓰지 않으므로 서명은 가명으로, 간인과 날인은 무인(지장)으로 하게 됩니다. 법은 가명으로 된 서명이 본명의 서명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고 분명히 정하고 있어서, 가명 조서라는 이유로 증거능력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성폭력 고소인의 가명 조서는 편법이 아니라 법에 근거를 둔 정식 절차이며, 가명 서명도 본명 서명과 같은 효력이 있습니다.


2. 보복 우려를 입증하지 않아도 신청할 수 있고, 수사기관은 특별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습니다

일반 범죄 신고자와 달리 성폭력 고소인은 “보복이 걱정된다”는 점을 소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7조 제1항은 원래 신고자나 그 친족이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요건으로 합니다. 그런데 성폭력처벌법 제23조는 준용하면서 단서를 두어, 같은 법 제9조와 제13조를 제외하고는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음을 요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제7조의 가명 조치는 이 예외에 포함되므로 별도의 위협 사실을 입증할 필요가 없습니다.

신청 주체는 고소인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입니다. 제7조 제6항에 따라 신청을 받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 조치를 하여야 합니다. 재량으로 해줄 수도 있고 안 해줄 수도 있는 호의가 아니라, 원칙적으로 해야 하는 조치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실무에서는 첫 조사 전에 고소장을 접수하는 단계부터 “인적 사항 기재 생략 및 가명 조서 작성을 신청합니다”라는 취지를 서면 또는 구두로 분명히 밝혀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실명으로 조서가 한 차례 작성된 뒤에는 그 조서에 이미 적힌 인적 사항을 되돌리기 어려우므로, 처음 조사 단계에서의 신청이 가장 중요합니다.

진술서를 직접 써서 제출하는 경우에도 같은 방법이 있습니다. 제7조 제5항은 신고자가 진술서를 작성할 때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승인을 받아 인적 사항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적지 않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성폭력 고소인은 보복 우려를 입증하지 않아도 가명 조서를 신청할 수 있고, 수사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3. 가명 조서를 써도 피의자 측이 신원을 알 수 있는 경로가 완전히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신원관리카드는 변호인이 열람을 신청할 수 있으므로, 제도의 한계를 알고 신청해야 합니다.

가명 조서를 신청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가명이면 가해자가 평생 내 신원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사건 구조상 피의자 측이 고소인이 누구인지 이미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인·직장 동료·연인 사이의 성폭력 사건에서는 고소 내용 자체만으로 피해자가 특정되기 때문입니다. 가명 조서는 이런 경우 신원을 숨겨 주는 제도가 아니라, 수사기록에 인적 사항이 문서로 남아 돌아다니는 것을 막는 제도라고 이해하셔야 합니다.

또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9조 제2항 제2호는 변호인이 피고인의 변호에 필요한 경우 사유를 소명하고 검사의 허가를 받아 신원관리카드를 열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같은 항 단서는 신고자나 그 친족이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열람을 허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앞서 본 성폭력처벌법 제23조의 예외가 중요합니다. 제9조는 보복 우려 요건을 면제하는 대상에서 빠져 있으므로, 열람을 막으려면 보복 우려가 있다는 점을 실제로 소명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협박 문자, 가해자 측의 접촉 시도, 주거지 방문 등의 자료를 갖춰 두면 열람 불허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합의를 위한 면담도 별도로 통제됩니다. 제9조 제3항, 제4항에 따라 피의자 측이 합의를 위해 면담을 신청하면 검사가 그 사실을 고소인에게 통지하고, 고소인이 승낙한 경우에만 검사실 등 적당한 장소에서 면담이 진행됩니다. 고소인이 승낙하지 않으면 직접 접촉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가명 조서는 기록에서 인적 사항을 분리하는 제도이며, 보복 우려 자료를 갖춰 두어야 신원관리카드 열람까지 막을 수 있습니다.


4. 수사기관과 언론은 피해자의 신원을 공개하거나 누설할 수 없습니다

가명 조서와 별개로 성폭력처벌법 제24조가 피해자 신원 누설을 직접 금지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4조 제1항은 성폭력범죄의 수사, 공소 또는 재판을 담당하거나 이에 관여하는 공무원 또는 그 직에 있었던 사람이 피해자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학교, 용모, 그 밖에 피해자를 특정하여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인적사항과 사진 등 또는 사생활 비밀을 공개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제2항은 범위를 넓혀 누구든지 피해자의 동의 없이 이러한 인적사항이나 사진 등을 신문 등 인쇄물, 방송,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가해자 측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소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올리는 경우도 이 규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8조도 법에 따라 보호되고 있는 신고자라는 정황을 알면서 그 인적 사항이나 신고자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공개·보도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즉 가명 조서가 작성된 사건에서 그 신원을 퍼뜨리는 행위는 이중으로 금지됩니다.

그 밖에 성폭력처벌법 제29조는 검사, 수사기관, 법원이 피해자의 인격이나 명예가 손상되거나 사적인 비밀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피해자가 편안한 상태에서 진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조사 횟수를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으로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상 질문이 반복된다면 이 규정을 근거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규정들은 수사기관이나 제3자의 공개를 막는 것이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 과정에서 필요한 범위의 정보 제공까지 전부 차단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앞서 본 3번 내용과 함께 이해하셔야 합니다.

수사기관 종사자의 신원 누설은 물론 일반인의 온라인·언론 공개도 성폭력처벌법 제24조가 별도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5. 신청부터 재판까지, 신원 보호는 이렇게 이어집니다

고소장 접수 때 신청하고, 증인신문 단계에서도 같은 틀의 보호 신청을 다시 해야 합니다.

성폭력 고소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와 가명 조서 신청 → ②고소인 조사와 피의자 조사 → ③검사의 송치 후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가명 조서는 ①과 ② 단계에서 작성되고, 신원 보호는 ④ 재판 단계까지 이어집니다.

재판에서 증인으로 소환되는 경우에도 보호 장치가 있습니다.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11조에 따라 가명 조서가 작성된 신고자를 증인으로 소환할 때는 검사에게 소환장이 송달되고, 재판장은 증인의 인적 사항이 신원확인·증인선서·증언 등 신문 전 과정에서 공개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때 선서서에도 가명으로 서명하고 무인하게 됩니다.

또한 제11조 제5항, 제6항에 따라 증인이나 그 친족이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검사나 고소인이 피고인 또는 방청인의 퇴정이나 공개법정 밖에서의 증인신문을 신청할 수 있고, 재판장은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이를 허용할 수 있습니다. 보복 우려가 상당히 구체적일 때는 같은 법 제13조의 신변안전조치도 경찰서장 등에게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신청 순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고소장 접수 전에 경찰서 담당 수사관에게 가명 조서 작성과 인적 사항 기재 생략을 서면으로 신청한다는 점을 먼저 밝힙니다.

  2. 피의자 측과의 접촉, 협박 메시지, 주변 방문 등 보복 우려를 보여 주는 자료를 날짜순으로 보관해 두어 신원관리카드 열람 단계에 대비합니다.

  3. 재판 단계에서는 증인신문 전에 검사를 통해 비공개 신문, 퇴정, 신변안전조치 신청 여부를 미리 협의합니다.

이 과정을 혼자 챙기기 어렵다면 성폭력 사건을 직접 다뤄 본 변호사와 함께 신청서 문구와 증빙을 정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치며

성폭력 피해를 입은 분들은 고소 자체의 부담에 더해 “내 신상이 노출될까”라는 두려움까지 안고 계십니다. 그래서 첫 조사 때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거나, 아예 고소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피해를 입은 고소인 입장에서는 가명 조서가 신원을 완벽하게 가려 주는 방패가 아니라는 점을 알되, 그래도 신청할 수 있는 권리는 분명하다는 점을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조사 전에 신청하고, 보복 우려 자료를 쌓아 두는 것만으로도 이후 대응의 폭이 달라집니다.

반대로 고소를 당한 피의자 입장에서도 가명 조서 자체를 이유로 억울함을 호소하기보다, 법이 허용하는 방어권 범위, 즉 신원관리카드 열람 요건과 합의 면담 절차를 정확히 알고 대응해야 합니다. 신원을 알아내려는 부적절한 접촉은 오히려 불리한 사정이 됩니다.

저는 성폭력 사건에서 고소인 측과 피고소인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신청 한 줄과 증거 정리 방식에 따라 이후 절차의 안정감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고소를 앞두고 신원 노출이 걱정된다면, 첫 조사 전이 가장 중요한 시점입니다. 신청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가명 조서를 신청하면 수사에 불이익이 있나요?

A. 법에 정해진 제도이고 가명 서명도 본명 서명과 같은 효력이 있으므로 그 자체로 진술의 신빙성이 낮아지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은 신청을 받으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Q. 보복당할 위험이 없는데도 신청할 수 있나요?

A. 성폭력범죄는 성폭력처벌법 제23조에 따라 가명 조서 신청에 보복 우려를 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신원관리카드 열람을 막으려면 보복 우려를 소명해야 하는 점은 다릅니다.

Q. 이미 실명으로 조사를 한 번 받았는데 지금이라도 가능한가요?

A. 이후 조사부터는 신청할 수 있지만, 이미 작성된 조서에 적힌 인적 사항을 되돌리는 것은 어렵습니다. 따라서 첫 조사 전에 신청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Q. 가해자가 제 이름을 알아낼 수 있나요?

A. 변호인이 소명하고 검사가 허가하면 신원관리카드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보복 우려가 있으면 열람을 허가해서는 안 되므로, 위협 자료를 미리 갖춰 두는 것이 좋습니다.

Q. 재판에 증인으로 나가면 가명이 유지되나요?

A. 가명 조서가 작성된 신고자는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11조에 따라 신원확인과 증언 전 과정에서 인적 사항이 공개되지 않도록 보호받습니다. 보복 우려가 있다면 비공개 신문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Q. 가해자 측이 온라인에 제 정보를 올리면 어떻게 되나요?

A. 성폭력처벌법 제24조 제2항은 누구든지 피해자의 동의 없이 인적사항이나 사진 등을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개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게시물 캡처 등 증거를 확보해 별도로 신고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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