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회사가 월급을 몇 달째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직원이 사무실 금고의 현금이나 회사 통장의 돈, 매장 매출금을 “받을 돈만큼” 가져갔다가 형사 고소를 당했다는 상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어차피 내가 받아야 할 월급이다”, “회사가 안 주니까 내 몫을 챙긴 것뿐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대표가 횡령이라며 고소하면, 임금을 받지 못한 피해자였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피의자 신분이 되어 경찰서에 출석하게 됩니다.
최근 대법원은 업무상횡령죄에서 사후에 반환하거나 변상할 의사가 있더라도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는 데 지장이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받을 돈이 있다는 사정이 곧바로 회사 재물을 가져가도 된다는 허락이 되지는 않으며, 임금을 못 받은 억울함과 형사책임은 별개로 판단됩니다.
아래에서는 밀린 월급 대신 회사 돈을 가져간 행위가 어떤 경우에 횡령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이미 가져갔다면 무엇부터 점검해야 하는지 법리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밀린 월급이 있어도 회사 돈을 임의로 가져가면 형사 문제가 됩니다
임금은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채권일 뿐, 회사 재물을 직접 집어 올 권한이 아닙니다.
근로기준법 제36조는 사용자가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임금과 보상금 등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고, 임금은 같은 법 제43조에 따라 통화로, 직접, 전액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 의무를 어기면 사용자는 같은 법 제109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월급을 못 받은 근로자는 그 정도로 법의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이 근로자에게 준 것은 어디까지나 회사를 상대로 임금을 청구할 수 있는 채권입니다. 그 채권이 있다고 해서 회사 금고의 현금, 회사 명의 통장의 잔액, 매장 매출금이 근로자의 소유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 재물은 여전히 회사의 소유이고, 그 처분 권한은 대표자와 회사가 정한 절차에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월급이 400만원 밀렸으니 400만원만 이체했다”, “퇴사하면서 밀린 금액만큼 재고를 챙겼다”는 사례가 많은데, 이런 행위는 근로자 스스로 채권을 집행한 것, 이른바 자력구제에 해당합니다. 채권자가 법원의 판결과 강제집행 절차를 거치지 않고 채무자의 재물을 스스로 가져오는 것을 법은 허용하지 않습니다.
임금을 받을 권리가 있어도, 회사 재물을 스스로 가져가는 순간 그 행위는 별도의 형사 문제가 됩니다.
2. “내가 받을 돈만큼만 가져갔다”는 사정은 불법영득의사를 없애지 못합니다
받을 돈이 있었다는 사실은 양형에서 참작될 뿐, 횡령죄 성립을 막는 방패가 아닙니다.
횡령죄의 핵심은 불법영득의사입니다.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재물을 자기 소유물처럼 처분하면 성립하고, 그 이득이 자신의 정당한 채권액 범위 안이었는지는 성립 단계에서 결정적이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습니다.
업무상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반하여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이 법리를 임금 사건에 대입하면, 회사 돈을 가져가 자기 월급에 충당한 행위는 회사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처분한 것이고, “나중에 회사가 월급을 주면 정산된다”거나 “받을 돈이 더 많다”는 생각은 사후 정산 의사에 불과해 불법영득의사를 부정하는 근거가 되기 어렵습니다.
특히 근로기준법 제43조가 임금은 사용자가 전액을 직접 지급하도록 정한 것은 지급 방식을 사용자가 책임지게 하려는 취지이지, 근로자가 스스로 임금액을 계산해 회사 재물에서 떼어 갈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밀린 임금의 액수가 얼마인지, 연장근로수당이나 퇴직금이 포함되는지는 계산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를 수 있어 근로자 본인이 정한 금액이 곧 정당한 금액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다만 가져간 금액이 실제 체불 임금의 범위를 넘지 않았다는 점, 회사의 임금체불 사실이 확인된다는 점은 수사기관이 사건을 처분할 때, 그리고 재판에서 형을 정할 때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받을 돈이 있었다는 사정은 형량을 가볍게 할 수 있을 뿐, 횡령이 아니라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3. 가져간 돈의 지위에 따라 횡령, 업무상횡령, 절도로 갈립니다
내가 그 돈을 보관하는 자리에 있었는지가 적용 법조를 결정합니다.
같은 “회사 돈을 가져갔다”는 행위라도 어떤 지위에서 가져갔는지에 따라 죄명이 달라집니다. 먼저 회사 자금을 맡아 관리하는 경리, 재무 담당, 매장 점장처럼 업무로서 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었다면 업무상횡령에 해당하고,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가능합니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의 단순 횡령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므로, 보관 지위가 업무인지 아닌지에 따라 법정형이 두 배 가까이 달라집니다.
반대로 자금을 보관하는 지위가 아니었던 일반 직원이 대표의 금고나 다른 직원이 관리하는 현금을 가져갔다면 횡령이 아니라 형법 제329조의 절도가 문제되고, 법정형은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비밀번호를 알아내 회사 계좌에서 몰래 이체했다면 사안에 따라 컴퓨터등사용사기 등 다른 죄명이 검토되기도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돈의 성격입니다. 대법원은 회사 자금의 용도가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면 그 용도 외로 쓴 행위는 그것이 회사를 위한 것이라도 사용행위 자체로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한 것이라고 본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7. 4. 22. 선고 96도8 판결). 거래처에서 받은 물품대금, 고객이 맡긴 선수금, 세금 납부를 위해 따로 모아 둔 자금처럼 정해진 용도가 있는 돈이라면 그 돈을 본인 월급으로 돌려쓰는 것은 더 불리하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결국 사건 초기에 ‘내가 그 돈에 대해 어떤 권한과 지위를 가졌는지’를 정리하는 일이 죄명, 즉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같은 행위라도 보관 지위가 있었는지에 따라 업무상횡령, 횡령, 절도로 적용 법조가 달라집니다.
4. 가져간 금액과 방법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지고 회사의 체불 책임과는 별개로 다뤄집니다
금액이 5억원을 넘지 않더라도 반복·계획성이 있으면 실형 위험이 커집니다.
업무상횡령의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형이 크게 무거워지지만, 밀린 월급을 이유로 가져간 금액은 대부분 이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수준입니다. 그렇다고 가벼운 사건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 번에 가져간 것인지, 몇 달에 걸쳐 반복해서 빼낸 것인지, 장부를 고치거나 기록을 삭제해 숨겼는지에 따라 수사기관의 평가가 달라집니다.
특히 회사의 허락 없이 몰래 가져가고 이후 이를 숨겼다면 “임금을 받기 위한 행동”이라는 설명의 설득력이 크게 떨어집니다. 반대로 대표에게 밀린 임금 지급을 서면이나 문자로 요구한 이력이 있고, 가져간 금액이 체불액 범위 안이며, 가져간 사실을 알린 뒤 정산 의사를 밝혔다면 양형에서 상당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편 회사는 근로기준법 제109조에 따라 체불 책임을 별도로 집니다. 이 죄는 같은 법 제109조 제2항에 따라 피해 근로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로 정해져 있어, 근로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공소제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대표가 횡령으로 맞고소하고, 근로자는 임금체불로 진정하는 식의 양쪽 분쟁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사건은 서로 별개의 사건이라 한쪽이 인정된다고 다른 쪽이 자동으로 상쇄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합의를 한다면 단순히 “그만하자”는 구두 약속이 아니라, 체불 임금과 가져간 금액을 서로 어떻게 정리하는지, 고소를 취하하는지를 문서로 남겨야 이후 분쟁을 막을 수 있습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를 알고 움직여야 불리해지지 않습니다
조사를 받기 전에 체불 임금 자료와 가져간 내역을 먼저 대조해 정리해야 합니다.
회사 대표가 횡령이나 절도로 고소하면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고소를 당한 쪽은 처음 조사에서 한 진술이 이후 전체 방향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라면 형사 대응과 별개로 정당한 회수 경로도 함께 밟아야 합니다. 관할 고용노동지청에 임금체불 진정을 접수하면 근로감독관이 체불 여부와 금액을 조사하고, 확인되면 체불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사업장이 폐업·도산하는 등 요건을 갖췄다면 임금채권보장법에 따른 체당금 제도로 국가가 일정 범위의 임금을 대신 지급해 주는 길도 있습니다.
가져간 돈과 체불 임금을 함께 정리하려면 아래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근로계약서, 급여명세서, 급여 이체 내역으로 실제로 받지 못한 임금과 퇴직금의 총액을 월별로 정리합니다.
회사 돈을 가져간 날짜·방법·금액을 통장 내역이나 메신저 기록으로 확정하고, 체불 임금과 대조합니다.
대표에게 임금 지급을 요구한 문자·내용증명 등 사전 요구 이력이 있는지 확인하고, 고용노동지청 진정 여부를 함께 판단합니다.
이 자료가 갖춰지면 횡령 고소에 대한 방어와 체불 임금 회수를 한꺼번에 설계할 수 있고, 합의 협상에서도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습니다.
마치며
월급을 못 받는 상황에서는 “내 돈을 받는 건데 무슨 문제냐”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에, 형사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놓치고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금을 받지 못해 회사 돈을 가져간 근로자 입장에서는 억울함을 호소하기에 앞서, 가져간 금액과 체불 임금의 대응 관계, 사전 요구 이력, 정산 의사를 입증할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직원이 돈을 가져갔다고 보는 사업주 입장에서도 체불 사실이 있다면 임금체불 책임이 따로 문제되기 때문에, 고소의 실익과 위험을 함께 따져 보아야 합니다.
저는 임금 분쟁에서 비롯된 횡령 사건에서 가져간 쪽과 고소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행위라도 사실관계와 자료 정리에 따라 결론이 크게 갈리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밀린 월급 액수만큼만 가져갔는데도 횡령인가요?
A. 횡령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받을 돈이 있다는 사정은 불법영득의사를 없애지 못하고,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되는 사정에 가깝습니다.
Q. 나중에 회사에서 월급을 주면 정산된 것으로 볼 수 있나요?
A. 사후 정산이나 반환은 이미 성립한 죄를 지우지 못합니다. 다만 합의와 변제는 처분 결과와 형량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작용합니다.
Q. 경리가 아닌 일반 직원이 금고 현금을 가져가면 어떻게 되나요?
A. 보관 지위가 없었다면 횡령이 아니라 절도가 문제될 수 있고, 형법 제329조의 법정형은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Q. 회사도 월급을 안 줬는데 대표도 처벌받나요?
A. 근로기준법 제109조에 따라 임금 체불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할 수 있으나, 반의사불벌죄라 근로자가 처벌 의사를 철회하면 공소제기가 어렵습니다. 횡령 사건과는 별개로 진행됩니다.
Q. 고소당하기 전에 돈을 돌려주면 어떻게 되나요?
A. 범죄 성립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반환과 합의는 고소 취하나 선처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사정이 됩니다. 반환 방법과 금액은 문서로 남기는 것이 안전합니다.
Q. 경찰에서 연락이 왔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에서 가져간 경위와 임금 체불 사정을 어떻게 설명했는지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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