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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범이 제 인증서로 받은 대출도 갚아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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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범이 제 인증서로 받은 대출도 갚아야 하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보이스피싱 피해가 단순히 계좌의 돈을 빼가는 데서 그치지 않고, 피해자 명의로 공동인증서를 새로 발급받아 비대면 대출까지 받아 가는 방식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상담을 받아보면 피해자분들은 “내가 신청한 대출이 아닌데 왜 내가 갚아야 하느냐”, “사기를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으니 대출도 없던 일이 되겠지”라고 생각하다가, 은행에서 대출 원리금 상환 독촉이 오고 나서야 문제의 크기를 실감하십니다. 돈은 이미 범인의 계좌로 빠져나갔는데 빚은 내 이름으로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이 문제에 대해 금융회사가 본인확인절차를 적절하게 이행했다면 피해자 명의의 대출계약도 유효하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것이 모든 사건에서 무조건 갚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고, 은행의 본인확인이 어떠했는지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아래에서는 보이스피싱범이 받은 대출에 대해 상환 책임이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는지, 그리고 피해를 알았을 때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내가 신청하지 않은 대출이라도 곧바로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내 의사가 아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대출 상환 책임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민법의 원칙대로라면 본인이 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으므로 대출계약의 효력이 본인에게 미치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서 많은 피해자분들이 “명의도용이니 무효”라고 기대하십니다.

그런데 대출이 대면 창구가 아니라 인터넷·모바일 같은 비대면 전자문서로 이루어지는 순간 판단 틀이 달라집니다.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7조 제2항 제2호는 수신자가 전자문서를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그 전자문서에 담긴 의사표시를 작성자의 것으로 보아 행위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즉 은행 입장에서는 “공동인증서 인증을 거친 대출 신청서”라는 외관을 신뢰할 수 있다면 그 신청서를 명의자의 의사표시로 취급할 수 있고, 이 경우 대출계약의 법률효과가 명의인에게 귀속됩니다. 피해자가 실제로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과, 계약이 피해자에게 효력이 있느냐는 법적으로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 이 사건 유형의 핵심입니다.

범인이 내 이름으로 받은 대출이라도, 은행이 본인확인을 제대로 했다면 계약은 내 것으로 취급될 수 있습니다.


2. 대법원은 은행의 본인확인절차가 적절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정당한 이유’의 유무는 은행이 본인확인절차를 얼마나 충실히 이행했는지로 결정됩니다.

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4다236754 판결의 사안은 이렇습니다. 피해자가 딸을 사칭한 사람에게 운전면허증 사진과 계좌번호·비밀번호를 건네고 스마트폰 원격제어 앱까지 설치했는데, 범인이 같은 날 피해자 명의 공동인증서를 발급받아 비대면으로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9,000만원을 대출받았습니다. 피해자는 대출금 채무가 없다는 확인을 구했지만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판시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신자가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하여 전자문서가 송신되었다고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전자문서에 의한 거래에서 그 전자문서가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에 의하여 송신되었다고 믿을 수 있을 정도의 본인확인절차를 수신자가 적절하게 이행하였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4다236754 판결).

대법원은 이어 정당한 이유를 판단할 때 본인확인절차가 당시의 기술적 수준에 부합하는 적정한 것이었는지, 관련 법령이 정한 방식에 따라 거래 특성에 맞게 본인확인조치와 피해 방지 노력을 다했는지, 그 의사표시가 의도하는 법률행위의 내용과 성격이 어떤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9,000만원이라는 고액 신용대출이었다는 점도 이 사건에서 의사표시의 성격으로 함께 평가된 요소입니다.

결국 피해자의 억울함이 아니라 은행이 한 일이 심사 대상입니다. 은행이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어떤 절차를 빠뜨렸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대출 상환 책임을 다투는 출발점이 됩니다.

상환 책임은 피해자의 과실 여부가 아니라, 은행이 본인확인절차를 적절하게 이행했는지에 따라 정해집니다.


3. 인증수단이 여러 겹이면 은행이 이기고, 허술하면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한 가지 인증수단이 아니라 서로 독립적인 인증수단을 종합해 본인확인의 적절성을 판단합니다.

위 사건에서 은행은 ① 운전면허증 사진을 제출받아 행정안전부 신분증 진위확인 시스템으로 진위 확인, ② 피해자 명의 기존 계좌에 1원을 이체해 입금자명으로 확인한 인증번호 입력, ③ 피해자 명의 휴대전화 본인인증, ④ 공동인증서 인증, ⑤ 신용정보 조회와 건강보험 자격득실확인서 확인을 거친 뒤 전자서명을 받았습니다.

비대면 거래에서 본인확인절차의 적절한 이행 여부는 한 가지 인증수단만을 개별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서로 독립적인 인증수단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4다236754 판결).

피해자는 신분증을 사전에 촬영한 사진 파일로 확인한 것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자동화된 진위확인 시스템을 거치는 이상 원본을 바로 촬영한 파일을 받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보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이런 복수의 독립된 인증이 빠졌거나, 인증 과정에 명백한 이상 징후가 있었다면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전자문서법 제7조 제3항은 수신자가 상당한 주의를 다했더라면 그 전자문서가 작성자의 의사에 기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던 경우 등에는 제2항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정하고 있어, 이상 거래가 눈에 띄는데도 그대로 실행한 정황이 있으면 이 조항이 쟁점이 됩니다. 다만 위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므로, 막연히 “은행 잘못”이라고 주장해서는 부족하고 구체적인 사정을 입증해야 합니다.

인증이 한두 개뿐이거나 이상 징후를 놓쳤다면 다툴 수 있고, 여러 겹으로 갖춰졌다면 다투기 어렵습니다.


4. 대출금 회수와 가해자 처벌은 별개로 신속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범인 계좌의 대출금은 사라지고, 연체 정보는 쌓입니다.

피해를 알았다면 가장 먼저 경찰(112)과 금융회사 콜센터, 금융감독원에 신고해 대출금이 입금되었다가 이체된 사기이용계좌에 대한 지급정지를 요청해야 합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른 지급정지와 피해환급금 제도는 범인 계좌에 남아 있는 잔액이 있어야 의미가 있으므로, 몇 시간의 차이가 회수 가능성을 가릅니다. 이미 인출·분산되었다면 환급 가능한 금액은 크게 줄어듭니다.

대출을 해준 은행에도 “내가 신청한 대출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즉시 서면으로 통지하고, 사기 피해 사실 확인서와 수사기관 신고 접수 내역을 제출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전자문서법 제7조 제3항은 작성자가 자신의 의사에 기한 것이 아님을 통지한 뒤 상당한 시간이 지난 경우에는 수신자가 더 이상 그 전자문서를 작성자의 것으로 보고 행위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해자에 대한 형사책임도 무겁습니다. 타인 명의로 대출을 받는 행위는 사기(형법 제347조 제1항) 또는 컴퓨터등 사용사기(형법 제347조의2)에 해당할 수 있고, 두 죄 모두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피해 금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형이 더 무거워집니다.

다만 범인이 검거되더라도 금액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형사 고소와 채무 관련 대응을 따로 챙겨야 합니다.


5. 신고부터 소송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신고와 통지, 증거 확보가 끝난 뒤에 소송 여부를 정해야 합니다.

통상 ①경찰서(수원 지역 거주자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사건 접수와 사기이용계좌 지급정지 요청 → ②은행에 명의도용 통지 및 대출 경위 자료 요청 → ③필요하면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제기(수원지방법원) → ④형사 사건은 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대출 상환 책임을 다툴지 판단하려면 아래 순서로 자료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대출 신청 시각, 신청에 사용된 단말기·IP, 거친 본인인증 방식(신분증 진위확인·1원 인증·휴대전화 인증 등)을 은행에 자료로 요청해 확인합니다.

  2. 공동인증서 발급 시각과 대출 실행·이체 시각의 간격, 대출 직후 이루어진 고액 이체 등 이상 거래 정황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3. 신고 접수증, 은행에 통지한 내역, 원격제어 앱 설치와 정보 제공 경위를 정리해 두고 연체 정보 등록 등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은행과 협의합니다.

이렇게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은행의 본인확인이 부족했는지를 판단하면, 소송을 진행할 실익이 있는지 미리 가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분들은 “사기를 당한 것이 분명하니 법이 알아서 구제해 주겠지”라고 생각하다가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지급정지와 은행 통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떨어집니다.

대출을 떠안게 된 피해자 입장에서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보다 은행이 어떤 본인확인을 했는지, 어떤 이상 징후를 놓쳤는지를 자료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면 대출을 실행한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본인확인절차를 얼마나 충실히 이행했는지가 책임의 분기점이 되므로, 어느 쪽이든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저는 금융 사기 사건에서 피해를 입은 분들과 사건에 연루되어 조사를 받는 분들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대응과 증거 정리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내 이름으로 대출이 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제가 신청하지 않은 대출인데도 정말 갚아야 하나요?

A. 은행이 본인확인절차를 적절하게 이행했다면 갚아야 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은행의 본인확인이 적절했다면 전자문서법상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어 대출계약이 명의인에게 유효하다고 봅니다.

Q. 보이스피싱 신고를 하면 대출도 자동으로 취소되나요?

A. 아닙니다. 신고는 범인 계좌 지급정지와 수사의 출발점일 뿐, 대출계약의 효력을 없애지는 않습니다. 대출 은행에는 따로 명의도용 사실을 통지해야 합니다.

Q. 은행이 본인확인을 부실하게 했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A. 은행에 대출 신청 경위와 거친 인증 절차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고, 신분증 진위확인·계좌 인증·휴대전화 인증이 갖춰졌는지, 이상 거래가 있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 자료가 소송의 쟁점이 됩니다.

Q. 대출금이 이미 범인에게 넘어갔는데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범인 계좌에 잔액이 남아 있어야 지급정지와 피해환급금 제도로 일부 회수할 수 있습니다. 신고가 늦어 이미 인출·분산되었다면 환급 가능한 금액이 크게 줄어듭니다.

Q. 대출을 갚지 않고 두면 신용에 문제가 생기나요?

A. 연체가 이어지면 연체 정보가 등록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은행에 이의 사실을 서면으로 알리고, 필요하면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등 대응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Q. 변호사는 언제 선임하는 것이 좋은가요?

A. 은행에서 상환 독촉이 오거나 소송 서류를 받기 전, 되도록 빨리가 좋습니다. 초기에 증거를 확보하고 통지한 기록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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