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우람 변호사입니다.
이 글은 '정우람 변호사 카페'에 이미 게시된 원고를 재가공하여 블로그에 옮긴 것입니다.
원문은 카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형사사법체계가 크게 바뀌면서 혼란스러워하시는 분들이 많아 간략히 정리해보려 합니다.
진작 한번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사건이 연달아 몰렸고, 제도 자체도 다소 급하게 도입된 감이 있어 상황을 좀 지켜봤습니다.
실제로 몇몇 공소청에 가 보면 아직 검찰청 표지가 그대로 남아 있을 정도로 급하게 전환된 상황입니다.
큰 변경사항부터 짚겠습니다. 2026년 10월 2일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새로 출범했습니다. 같은 날 개정 형사소송법도 시행되었습니다.
여기서 많이들 헷갈려하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중범죄는 중수청, 일반 사건은 공소청 이런 식으로 사건을 나눈 것이 아닙니다. 수사와 기소를 나눈 것입니다.
수사는 경찰과 중수청이 합니다. 대부분의 사건은 경찰이 수사하고, 중수청은 부패, 경제, 방위사업, 마약, 내란·외환 같은 국가보호 범죄, 국가 기반시설을 노린 해킹 같은 사이버범죄, 법왜곡죄 등 7대 중대범죄를 맡습니다.
공소청은 수사를 하지 않고 기소권만 갖습니다. 경찰이 수사한 사건이든 중수청이 수사한 사건이든 결국 공소청으로 넘어가 재판에 넘길지가 결정되는 구조입니다.
출범 후 열흘 가까이 지난 시점까지 경찰에서 넘겨받은 사건이 0건이었습니다. 중수청에 직접 접수된 고소·고발은 80여 건 있었지만 이것도 배당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합니다.
중수청과 경찰의 수사 범위가 겹치는 부분이 있어 어디서 수사할지 정리되지 않은 사건도 보도되고 있습니다.
구조를 보면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경찰이 중대범죄를 인지하면 중수청장에게 통보만 하고, 중수청이 직접 수사하는 게 맞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해야 그때 사건이 넘어갑니다.
통보한다고 해서 무조건 중수청이 맡는 것이 아닙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 기준으로 초대 중수청장도 아직 인사청문 절차 중이라 직무대행 체제입니다.)
아동 관련 디지털 성범죄를 중수청이 맡는다는 이야기를 들으신 분도 계실 텐데, 실제로는 공소청으로 송치되고 있습니다. 제도가 잘못 돌아가서가 아니라 원래 구조가 그렇습니다.
올해 초 정부안에는 중수청이 맡는 사이버범죄에 아동성착취물 배포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종 법에서는 사이버범죄 범위가 국가 기반시설 공격 같은 해킹 범죄로 좁혀졌습니다.
그래서 불법촬영, 딥페이크,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같은 디지털 성범죄는 지금도 경찰이 수사합니다.
9월에 중수청법이 한 번 더 개정되면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 대상 7대 범죄가 중수청 업무에 들어가긴 했습니다.
다만 이건 경찰 수사가 미흡할 때 공소청이 중수청을 지정해 보완수사나 재수사를 요구하는 경우에 한정됩니다. 처음부터 중수청이 수사하는 구조는 아닙니다.
중수청의 7대 중대범죄와 사회적 약자 대상 7대 범죄는 이름이 비슷해 언론 보도에서도 섞여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헷갈리시는 게 당연합니다.
검사의 직접 수사와 보완수사가 사라졌습니다
검사의 직접 수사가 폐지되었고, 경찰이 보낸 사건을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하는 것도 이제는 할 수 없습니다. 보완수사 요구나 재수사 요구 같은 방식으로만 관여합니다.
실무적으로 제가 다루는 사건들은 원래 검사가 직접 수사하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에, 이 부분 자체는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사건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개정법은 고소·고발 사건이면 경찰이 수리일부터 원칙적으로 3개월 안에 송치 여부를 정하고, 검사도 송치받은 뒤 3개월 안에 기소 여부를 정하도록 기한을 두었습니다.
성범죄는 사정이 다릅니다
9월에 관련 법들이 개정되면서 성폭력,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스토킹, 아동학대, 가정폭력, 장애인·노인 학대 같은 7대 범죄는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보더라도 전부 공소청에 송치해야 합니다.
이른바 전건송치입니다.
경찰은 불기소 의견을 달아서 보낼 수 있습니다.
이때 경찰은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는데 검사는 증거를 더 보고 판단하고 싶다면, 직접 조사할 수 없으니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게 됩니다.
검사가 경찰 의견에 묶이는 것은 아니어서 기록만으로 충분하면 그대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다만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면 사건이 경찰과 공소청 사이를 몇 번 오갈 수 있습니다.
경찰의 보완수사가 미흡하면 상급 경찰관서나 중수청을 지정해 다시 요구하는 것도 가능하고, 보완수사 요구에는 횟수 제한이 없습니다.
경찰은 원칙적으로 1개월 안에 이행해야 하지만 요구가 여러 번 오가면 전체 기간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모습은 처음이 아닙니다. 2021년 경찰이 불송치 권한을 갖기 전까지는 기소 의견이든 불기소 의견이든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성범죄 같은 7대 범죄는 그 시절 방식으로 일부 돌아간 셈이라, 생각보다 크게 체감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피의자 입장에서 눈여겨볼 변화가 하나 더 있습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에 기한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이전에는 경찰이 불송치를 해도 고소인이나 피해자가 기간 제한 없이 이의신청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불송치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안에 해야 하고,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만 연장됩니다. 피의자 입장에서는 사건이 언제 정리되는지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긴 셈입니다.
다만 10월 2일 이후 통지된 사건부터 적용되고, 그 전에 불송치로 끝난 사건은 여전히 기한이 없습니다. (송치 부분은 기존 사건도 적용되지만 이의신청은 다름.)
제도가 시행된 지 이제 2주 정도라 실무 운영은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성범죄, 스토킹 등 7대 범죄는 전건송치 대상이라 불송치로 끝나지 않으므로 이 변화는 그 밖의 사건에서 주로 의미가 있습니다. 반대로 일부 고발인도 다시 이의신청을 할 수 있게 된 점은 함께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간단히 요약해드리면, 수사는 경찰이 하고 기소는 공소청이 판단하는 구조로 바뀌었고 성범죄 사건은 경찰 단계에서 남기는 기록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장점은 경찰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기한과 사건 처리 기한이 생겨 사건이 정리되는 시점을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단점은 성범죄나 스토킹 등은 경찰이 혐의없음으로 봐도 공소청까지 넘어가야 하고, 보완수사 요구에 횟수 제한이 없어 사건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무적인 부분은 계속 진행하면서 느끼는 것이 있을 때마다 종종 언급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우람 변호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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