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지은 지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서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곳이 늘면서, 리모델링에 동의하지 않은 소유자에게 조합이 매도청구를 하겠다는 서면을 보내 분쟁으로 번지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소유자분들 중 상당수는 “나는 반대표를 냈으니 내 집은 건드리지 못한다”, “조합원이 아니니 나가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조합에서 ‘리모델링에 참가할 것인지 회답하라’는 촉구서가 날아오고, 회답 기한을 넘기자 곧바로 “집을 시가로 팔라”는 매도청구가 이어지면서 당황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주택법은 일정한 동의율을 확보한 리모델링주택조합에 결의에 찬성하지 않은 소유자의 주택과 토지에 대한 매도청구권을 인정하고 있고, 그 절차는 집합건물법의 재건축 매도청구 규정을 준용합니다. 다만 이 권리는 법이 정한 요건과 순서를 모두 지켜야만 행사할 수 있고, 소유자에게도 대응할 수 있는 지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반대하는 소유자에게 조합이 어떤 요건에서 매도청구를 할 수 있는지, 그 절차와 시가는 어떻게 정해지는지, 그리고 소유자가 무엇을 확인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반대했더라도 요건이 갖춰지면 조합은 매도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매도청구는 조합이 리모델링 허가 신청에 필요한 동의율을 확보했을 때 비로소 열리는 권리입니다.
주택법 제22조 제2항은 리모델링 허가를 신청하기 위한 동의율을 확보한 경우, 리모델링 결의를 한 리모델링주택조합이 그 결의에 찬성하지 않은 자의 주택 및 토지에 대해 매도청구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반대표를 던졌다는 사실만으로 소유권이 보호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다만 이 권리가 아무 때나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리모델링주택조합을 설립하려면 주택법 제11조 제3항에 따라 단지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경우 주택단지 전체의 구분소유자와 의결권의 각 3분의 2 이상, 그리고 각 동의 구분소유자와 의결권의 각 과반수의 결의가 있어야 하고, 동을 리모델링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 구분소유자와 의결권의 각 3분의 2 이상의 결의가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매도청구는 허가 신청에 필요한 동의율까지 확보된 뒤에야 가능합니다.
그래서 매도청구 통지를 받았다면 가장 먼저 볼 것은 가격이 아니라 조합 설립 인가가 적법하게 났는지, 동의율이 실제로 충족됐는지, 그 동의가 철회되거나 무효인 것은 없는지입니다. 이 요건이 무너지면 매도청구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반대표를 냈다는 사실이 아니라, 조합이 법정 동의율을 확보했는지가 매도청구 가능 여부를 가릅니다.
2. 조합은 먼저 서면으로 참가 여부를 촉구하고 회답 기간을 줘야 합니다
촉구서 수령일부터 2개월의 회답 기간이 소유자의 선택 시간입니다.
주택법 제22조 제3항은 리모델링 매도청구에 집합건물법 제48조를 준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합은 결의에 찬성하지 않은 구분소유자에게 그 결의 내용에 따른 리모델링에 참가할 것인지 회답하라고 서면으로 촉구해야 합니다. 촉구를 받은 소유자는 받은 날부터 2개월 이내에 회답해야 하고, 이 기간 안에 회답하지 않으면 참가하지 않겠다는 뜻을 회답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이 간주 규정이 실무에서 가장 위험합니다. “일단 두고 보자”며 우편물을 방치하면 그것이 곧 불참 의사가 되고, 회답 기간이 끝난 날부터 2개월 이내에 조합이나 매수지정자가 시가로 매도하라는 청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매도청구는 이처럼 정해진 기간 안에 행사해야 하는 권리라, 조합이 촉구 절차를 건너뛰거나 기간을 어겼다면 그 하자를 다툴 수 있습니다.
촉구서의 내용도 중요합니다. 대법원은 재건축 사건에서 촉구가 서면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재건축결의에 찬성하지 아니하는 구분소유자에 대하여 매도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한 전제로서의 최고는 반드시 서면으로 하여야 하는바, 이는 최고를 받은 구분소유자가 재건축결의의 구체적 사항을 검토하여 재건축에 참가할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므로 최고서에는 재건축결의사항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다19552, 19569 판결).
같은 판결은 결의사항이 총회 결의나 참여 권유 과정에서 대상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참가 기회가 충분히 주어졌다면 일부가 누락됐어도 촉구가 적법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촉구서에 비용 분담 같은 핵심 사항이 빠져 있다고 해서 무조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고, 소유자가 그 내용을 실제로 알 수 있었는지가 함께 판단됩니다.
촉구서를 받은 날부터 2개월, 이 기간을 흘려보내면 ‘불참’으로 확정되어 매도청구의 문이 열립니다.
3. 매도청구의 가격은 ‘시가’이고, 시세 그대로가 아니라 감정으로 정해집니다
시가는 조합이 정하는 값이 아니라 객관적 거래가격이며, 최종 금액은 대개 법원 감정으로 가려집니다.
집합건물법 제48조 제4항은 구분소유권과 대지사용권을 시가로 매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조합이 제시한 금액이 곧 시가는 아닙니다. 합의가 안 되면 조합이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소송을 내고, 그 소송에서 감정인이 평가한 금액이 시가로 인정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입니다.
쟁점은 시가에 리모델링으로 생길 기대이익이 반영되느냐입니다. 대법원은 재건축 매도청구 사건에서 구분소유권과 대지사용권의 객관적 거래가격으로서 개발이익을 충분히 고려한 감정 결과를 채택한 원심 판단을 수긍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다19552, 19569 판결). 소유자는 이 취지를 근거로, 조합이 내미는 현재 시세 기준 금액이 지나치게 낮은 것은 아닌지 따져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인도 시기입니다. 매도청구를 받은 소유자가 건물을 명도하면 생활에 현저한 어려움을 겪을 우려가 있고 사업 수행에 큰 영향이 없다면, 집합건물법 제48조 제5항에 따라 법원이 대금 지급일 또는 제공일부터 1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명도 기간을 허락할 수 있습니다. 고령이거나 이사 준비가 어려운 소유자에게 의미 있는 규정입니다.
가격은 조합 통지서가 아니라 감정으로 정해지고, 명도에는 최대 1년의 유예를 구할 수 있습니다.
4. 매도청구에 맞서려면 동의율과 인가의 하자를 구체적으로 다퉈야 합니다
결의가 부실하다는 일반론이 아니라, 인가가 취소되거나 무효임을 입증해야 이길 수 있습니다.
매도청구 소송에서 소유자가 가장 자주 내세우는 주장은 “조합 설립 결의에 하자가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재건축 사건에서 이 주장의 기준을 높게 잡고 있습니다.
조합설립결의에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취소되거나 당연무효로 되지 않는 한 정비사업조합은 여전히 사업시행자로서의 지위를 갖는다(대법원 2010. 4. 8. 선고 2009다10881 판결).
이 판결은 도시정비법상 재건축조합에 대한 것이지만, 인가를 받은 조합의 지위가 행정처분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리모델링조합 사건을 준비할 때에도 참고할 만합니다. 결의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인가처분이 적법하게 취소되었거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다는 점까지 입증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실제로 다툴 만한 지점은 이렇습니다. 동의서가 위조되었거나 동의 당시 설명이 부족했는지, 동의율 계산에 포함된 소유자 중 무효인 동의가 섞여 있는지, 허가 신청 전에 동의를 서면으로 철회한 사람이 있는지입니다. 주택법 시행령 제75조 제3항은 리모델링에 동의한 소유자도 허가신청서가 제출되기 전까지는 서면으로 동의를 철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철회 시점은 동의율 산정에서 승패를 가를 수 있습니다.
다툴 사유가 없다면 오히려 대응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쓸데없이 소송을 끄는 것보다 시가 감정에서 정당한 금액을 받아내고, 명도 유예와 이사 일정을 협상하는 쪽이 실익이 클 수 있습니다.
‘하자가 있다’는 주장은 인가처분의 취소·무효까지 이어질 때 비로소 매도청구를 막는 힘이 생깁니다.
5. 촉구서를 받은 뒤 소송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촉구서를 받은 날을 기준으로 2개월 단위의 기한을 먼저 확정해야 합니다.
리모델링 매도청구는 통상 ①조합의 서면 촉구서 도달 → ②2개월 이내 소유자 회답(또는 무회답에 따른 불참 간주) → ③회답 기간 만료일부터 2개월 이내 조합의 매도청구 의사표시 → ④합의 불발 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 제기와 시가 감정 및 판결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소송은 부동산 소재지 관할 법원에서 진행되며, 수원 지역 단지라면 수원지방법원이 관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촉구서를 받았다면 서두르지 말고 아래 순서로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촉구서가 도달한 날짜를 등기우편 송달 기록 등으로 확인해 2개월 회답 기한의 종료일을 달력에 확정합니다.
조합 설립 인가서, 동의율 산정 내역, 본인이 작성하거나 철회한 동의서 유무를 조합과 관할 시·군·구청에서 확인해 요건 충족 여부를 점검합니다.
회답서(참가 또는 불참)를 기한 안에 서면으로 보내되, 불참이라면 시가 감정과 명도 일정을 어떻게 요구할지 먼저 정리합니다.
이렇게 확보한 자료가 있어야 조합과의 협의에서도, 소송에서도 시가와 인도 시기를 두고 실질적인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리모델링 매도청구는 “조합이 설마 내 집을 어떻게 하겠어”라는 생각 때문에 촉구서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다가 회답 기간을 놓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반대하는 소유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버티기보다 동의율과 인가의 적법성, 촉구 절차의 하자, 시가의 적정성을 순서대로 점검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기한을 놓친 뒤에는 되돌릴 수 있는 선택지가 급격히 줄어듭니다.
반대로 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이나 찬성 소유자 입장에서도 촉구서의 기재 사항, 송달 방법, 청구 기간을 하나라도 어기면 힘들게 확보한 동의율이 무색해질 수 있습니다. 절차가 곧 권리의 범위입니다.
저는 부동산 분쟁에서 매도청구를 받은 소유자와 청구하는 조합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기한과 요건을 어떻게 확인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촉구서를 받았거나 매도청구 통지를 받았다면, 회답 기한이 지나기 전이 가장 중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지금,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리모델링에 반대표를 냈는데도 집을 팔아야 하나요?
A. 조합이 법정 동의율을 확보하고 집합건물법 제48조에 따른 촉구 절차를 거쳤다면 매도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표를 던졌다는 사실만으로는 막을 수 없습니다.
Q. 촉구서를 받고 아무 회답도 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A. 받은 날부터 2개월 안에 회답하지 않으면 참가하지 않겠다고 회답한 것으로 봅니다. 그 뒤 조합이 시가로 매도하라고 청구할 수 있게 되므로 기한 안에 서면으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매도청구 가격은 누가 정하나요?
A. 조합이 제시한 금액이 아니라 시가입니다. 합의가 안 되면 소송에서 감정인이 평가한 객관적 거래가격이 기준이 되고, 대법원은 재건축 사건에서 개발이익을 고려한 감정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Q. 한 번 동의서를 냈는데 지금이라도 철회할 수 있나요?
A. 주택법 시행령 제75조 제3항에 따라 리모델링주택조합이 허가신청서를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제출하기 전까지는 서면으로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허가신청서가 이미 제출됐다면 철회가 어렵습니다.
Q. 매도청구를 받으면 당장 이사를 나가야 하나요?
A. 청구를 받았다고 곧바로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생활에 현저한 어려움이 우려되고 사업에 큰 영향이 없다면 법원이 대금 지급일 또는 제공일부터 1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명도 기간을 허락할 수 있습니다.
Q. 변호사는 언제 선임하는 것이 좋은가요?
A. 촉구서를 받은 직후가 가장 좋습니다. 2개월 회답 기한과 이어지는 2개월 청구 기한이 연달아 흐르기 때문에, 요건 점검과 회답 방향을 초기에 잡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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