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를 샀는데 도로와 직접 연결되지 않은 맹지라면 생각보다 문제가 큽니다. 걸어서 들어가는 길조차 막혀 있을 수 있고, 예전부터 다니던 길을 이웃 토지주가 펜스나 대문으로 막아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건물을 지으려고 보니 건축허가에 필요한 도로 조건을 갖추지 못해 공사가 막히기도 합니다.
이럴 때 검토하는 것이 주위토지통행권입니다. 민법 제219조는 자신의 토지에서 공로로 나갈 통로가 없거나, 다른 길을 만들려면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드는 경우 주변 토지를 통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맹지라는 이유만으로 원하는 위치와 폭의 길을 마음대로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토지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다른 길은 정말 없는지, 어느 통로가 이웃에게 가장 적은 피해를 주는지가 함께 검토됩니다.
등기부나 지적도상 도로와 맞닿아 있지 않다고 해서 바로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공로까지 갈 수 있는 다른 통로가 있는지 먼저 살펴야 합니다. 조금 돌아가야 하더라도 현재 토지 이용에 충분한 길이 있다면 “이쪽 길이 더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 땅을 새로 통행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지도상 길이 하나 있다고 해도 사람이 실제로 다니기 어렵거나, 경사가 너무 심하고 공사를 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기존 통로가 있더라도 현재 토지 이용에 제대로 쓸 수 없는 수준이라면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소송 중 새 둑길이 만들어졌더라도 그 길과 임야를 통해 공로로 나가는 데 과도한 비용이 들 가능성이 있다면 기존 통행지에 대한 권리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5. 7. 18. 선고 2024다287080 판결).
그래서 소송을 준비할 때는 “우리 땅은 맹지입니다”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지적도와 현황사진, 항공사진, 주변 도로 위치를 함께 놓고 현재 사용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보여줘야 합니다. 다른 진입로가 있다면 폭과 경사, 거리, 차량 진입 가능 여부, 통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공사비까지 비교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토지가 과거 하나의 땅이었다가 분할이나 일부 매매 때문에 맹지가 된 경우에는 민법 제220조도 확인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원래 함께 있던 토지를 통해 통행해야 하는 구조가 될 수 있고, 일정한 경우 통행료 없이 통행하는 문제도 생깁니다. 토지를 언제 어떻게 나눴는지까지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통행로는 내가 원하는 폭으로 정할 수 없다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된다고 해도 “차 한 대가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폭 4m를 확보해 달라”고 바로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통행권을 인정하면서도 이웃 토지 소유자가 입는 손해가 가장 적은 위치와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봅니다. 토지의 모양과 높낮이, 기존 길의 위치, 현재 사용상태, 주변 건물과 주거공간까지 함께 살펴봅니다.
차량 통행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토지가 주택이나 영업장으로 사용되고 있고 자동차 진입이 현실적으로 꼭 필요하다면 차량 통행이 가능한 범위까지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차로 다니면 편하다는 정도만으로 넓은 길을 요구하기는 어렵습니다. 대법원도 토지의 이용방법에 따라 자동차 통행을 인정할 수는 있지만, 편의를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한 수준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량 통행권까지 보장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6. 6. 2. 선고 2005다70144 판결).
특히 현재는 밭이나 임야로 사용하면서 “나중에 건물을 지을 예정이니 미리 넓은 길을 확보하겠다”고 주장하면 인정 범위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주위토지통행권은 현재의 토지 이용에 필요한 범위를 기준으로 보는 것이 원칙이고, 장래에 어떻게 개발할지까지 모두 미리 보장하는 제도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도 장래 건축계획만을 기준으로 통행 범위를 넓힐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5다30993 판결).
그렇다고 건축 관련 기준이 전혀 의미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건축 가능성이 구체적이고 토지 이용상 필요성이 충분하다면 건축법상 도로 기준도 통행 폭을 정할 때 참고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건축허가를 위해 필요한 도로 기준 등을 고려해 폭 2m의 통행로를 인정한 사례도 있습니다(대법원 1996. 5. 14. 선고 96다10171 판결). 결국 “건축법에서 이 정도 폭이 필요하니 무조건 내달라”가 아니라, 건축 필요성과 상대 토지의 피해를 함께 비교하는 문제입니다.
주위토지통행권에서 이겨도 건축허가가 바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맹지 소유자가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입니다. 법원에서 “이 부분에 주위토지통행권이 있다”는 판결을 받으면 그 길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그 판결만으로 건축법상 도로 지정에 필요한 토지주의 동의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건축법 제44조는 원칙적으로 건축물의 대지가 도로에 2m 이상 접하도록 하고 있고, 건축법 제45조에 따라 허가권자가 일정한 도로를 지정하려면 원칙적으로 이해관계인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대법원은 주위토지통행권 확인판결만으로 이런 동의를 대신할 수 없다고 명확히 판단했습니다(대법원 1993. 5. 25. 선고 91누3758 판결).
예를 들어 현재 농지에 출입하기 위해 폭 1.5m의 통행권을 인정받았다고 해도, 앞으로 건물을 짓기 위해 건축법상 도로를 별도로 확보해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통행할 수 있다는 민사상 권리와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는 도로인지는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인접 토지주가 건축허가용 토지사용승낙을 해줘야 할 별도의 법적 의무가 있는 경우라면 그 의사표시를 구하는 소송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토지를 매수하면서 매도인 소유의 진입로를 계속 사용하기로 별도로 약정한 경우처럼 사용승낙을 요구할 계약상 근거가 있는 사안입니다. 대법원 1998. 3. 10. 선고 97다50121 판결도 통로 사용에 관한 합의가 있었던 사건에서 건축허가 신청을 위한 토지사용승낙 의사표시 청구를 다뤘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주위토지통행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인접 토지주에게 건축허가용 토지사용승낙을 무조건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별도의 계약이나 법률상 의무가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건축이 목적이라면 주위토지통행권 소송만 먼저 시작하기보다 관할 행정청에서 어떤 도로 조건과 동의가 필요한지 확인하고, 토지사용에 관한 과거 계약과 분할 경위까지 함께 검토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웃이 펜스나 차량으로 길을 막는다면 가처분도 함께 검토해야
예전부터 사용하던 길을 어느 날 이웃이 펜스로 막거나 쇠사슬을 설치하고, 차량을 세워 통행을 못 하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안소송으로 주위토지통행권을 확인받을 수 있지만 판결까지 시간이 걸리는 동안 토지를 전혀 드나들 수 없다면 문제가 커집니다.
이럴 때 통행방해금지가처분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본안판결이 나오기 전이라도 당장 통행을 막지 못하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절차입니다. 다만 “불편하다”는 말만으로 인용되기는 어렵고, 실제로 통행할 권리가 있다는 점과 판결을 기다리는 동안 그대로 두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존 통행로에 펜스가 설치된 사진, 쇠사슬로 출입을 막은 영상, 토지주와 주고받은 문자, 경찰 출동자료, 농기계나 차량이 들어가지 못해 영농이나 영업에 문제가 생긴 자료 등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해당 길 외에는 현실적인 진입로가 없다는 사실도 중요합니다.
신청할 통행로도 정확하게 특정해야 합니다. “피고 토지를 통행하게 해달라”고 넓게 적기보다 지적도나 현황측량도를 이용해 어느 지점부터 어느 지점까지인지, 폭은 얼마인지 표시하는 편이 좋습니다. 차량 통행이 꼭 필요하다면 왜 사람이 걸어 다니는 정도로는 토지를 이용할 수 없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대법원 역시 주위토지통행권 확인을 구할 때 통행할 장소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가처분을 받은 뒤에도 계속 펜스를 치거나 차량을 세워 방해한다면 간접강제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법원의 금지명령을 어길 때마다 일정 금액을 지급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다만 실제 집행을 위해서는 방해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자료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송에서는 통행로 도면을 어떻게 잡느냐가 생각보다 중요하다
주위토지통행권 소송은 “길이 필요하다”는 사실만 인정받는 소송이 아닙니다. 어느 땅의 어느 부분을 얼마만큼 통행할 것인지까지 판결에서 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소송을 제기할 때는 지적도만 첨부하기보다 현황측량도나 감정도면을 이용해 후보 통행로를 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 사용 중인 길이 있다면 그 폭과 길이를 재고, 대체 통로가 있다면 두 길을 비교할 수 있는 자료도 준비해야 합니다. 지형이 복잡하면 법원의 측량감정이나 현장검증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원고가 폭 4m를 청구했다고 해서 법원이 반드시 4m 전부를 인정하거나 전부 기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청구한 통로 중 일부만 실제 필요한 범위라고 판단되면 그 부분만 인정될 수도 있습니다. 대법원도 차량 통행까지는 필요하지 않지만 도보 통행은 필요하다고 본 사건에서, 필요한 일부 범위에 대해서는 통행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6. 6. 2. 선고 2005다70144 판결).
통행을 막고 있는 담장처럼 통행권 행사를 실제로 불가능하게 하는 시설이 있다면 철거청구까지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주위토지통행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통행에 방해되는 담장의 철거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맹지 통행로 소송은 ‘길이 필요한가’와 ‘건축허가에 필요한 도로인가’를 따로 봐야 한다
맹지라는 이유만으로 원하는 위치에 차량이 다닐 만큼 넓은 도로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토지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기존 통로가 실제로 쓸 수 있는지, 다른 진입로를 만드는 데 얼마나 큰 비용이 드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통행권이 인정되더라도 이웃 토지에 피해가 가장 적은 위치와 폭이 선택됩니다.
건축허가가 목적이라면 한 단계 더 확인해야 합니다. 주위토지통행권은 토지에 드나들기 위한 민사상 권리이고, 건축법상 도로 지정과 토지주의 동의 문제는 별개입니다. 주위토지통행권 판결만 받아놓고 건축허가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다가 다시 토지사용승낙 문제에 부딪힐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건축허가 요건과 별도의 사용승낙청구 근거가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 소유한 토지가 맹지여서 이웃 토지를 지나지 않고는 출입하기 어렵거나, 기존 진입로를 토지주가 펜스와 차량으로 막고 있거나, 건축허가를 준비하면서 진입도로 문제에 막혀 있다면 지적도만 보고 소송 방향을 정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법률사무소 강현에서는 토지의 현재 이용상태와 기존 통행로, 대체 진입로의 거리와 비용, 토지 분할과 매매 경위, 건축허가에 필요한 도로 조건, 현황측량도와 방해행위 자료를 함께 검토해 주위토지통행권 확인과 통행방해금지가처분이 필요한지, 건축허가를 위해 별도의 토지사용승낙 문제가 남아 있는지까지 구체적으로 판단해 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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