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재개발 구역 지정이 이어지면서 이주 시기가 다가온 세입자분들이 “나는 얼마를 받을 수 있나”, “아예 못 받는 것 아닌가” 하는 문의를 부쩍 많이 주십니다.
제가 상담한 세입자분들 중 상당수는 “집주인이 아닌데 무슨 보상이 있겠느냐”, “조합에서 임대아파트를 준다고 하니 이사비는 포기각서를 써도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이주를 서두르거나 서류에 서명하셨습니다. 그런데 이사를 마치고 나서야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이미 서명한 각서 때문에 길이 막혔다고 생각해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세입자의 주거이전비를 당사자의 합의나 사업시행자의 재량으로 배제할 수 없는 강행규정상의 권리로 일관되게 보고 있습니다. 소유자가 아니라는 이유, 임시거주시설을 제공받았다는 이유, 포기각서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권리가 사라지지는 않으며, 반대로 거주 기간과 이주 경위라는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지급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재개발 구역에서 주거이전비를 받을 수 있는 세입자의 요건과 금액 산정 방식, 그리고 지급받지 못했을 때의 절차를 법령과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재개발 세입자의 주거이전비는 법령이 정한 보상입니다
주거이전비는 사업시행자의 호의가 아니라 법령에 근거해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손실보상입니다.
재개발사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 따라 시행되지만,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인한 손실보상은 도시정비법에 규정된 사항을 제외하고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을 준용합니다(도시정비법 제65조 제1항). 세입자의 주거이전비는 바로 이 준용 규정을 통해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54조 제2항이 적용되는 것입니다.
세입자가 이 조항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면 사업시행자는 가구원수에 따라 4개월분의 주거이전비를 지급해야 합니다. 소유자에게 지급하는 주거이전비(2개월분, 같은 규칙 제54조 제1항)와는 별개의 조항이고, 세입자 쪽이 지급 기간이 더 깁니다. 집을 소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주로 인한 생활 근거 상실이 더 크다고 보아 사회보장적 성격으로 마련된 보상이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점은, 주거이전비는 별도 신청이 없으면 자동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세입자가 요건을 갖췄음을 소명하고 청구해야 현실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관리처분계획에도 세입자별 손실보상을 위한 권리명세와 평가액이 포함되도록 되어 있으므로(도시정비법 제74조 제1항 제8호), 세입자 보상 내용은 정비사업 절차 속에서 정해지는 사항입니다.
재개발 세입자의 주거이전비는 도시정비법이 준용하는 토지보상법 시행규칙에 따라 요건을 갖추면 받을 수 있는 법정 보상입니다.
2. 사업 고시 당시 3개월 이상 거주한 세입자가 지급 대상입니다
핵심 요건은 기준 시점 당시 해당 사업지구 안에서 3개월 이상 실제로 거주했는지 여부입니다.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54조 제2항은 공익사업으로 이주하게 되는 주거용 건축물의 세입자로서 사업인정고시일등 당시 또는 관계 법령에 따른 고시 등이 있은 당시 해당 사업지구 안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한 자에게 4개월분의 주거이전비를 보상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세입자에는 월세·전세 임차인뿐 아니라 무상으로 사용하는 거주자도 포함됩니다.
여기서 기준 시점은 사업마다 어떤 고시가 있었는지에 따라 정해지므로, 계약을 새로 하거나 전입하기 전에 해당 구역의 정비구역 지정·정비계획 공람 등 일정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거주사실의 입증은 같은 규칙 제15조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방법으로 할 수 있어, 주민등록 전입 기록이나 임대차계약서, 공과금 납부내역처럼 실제 거주를 보여주는 자료를 갖춰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요건은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이주하게 되는 경우’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대법원은 이 요건을 이렇게 판단합니다.
세입자에 대한 주거이전비의 보상 방법 및 금액 등의 보상내용은 원칙적으로 사업시행계획 인가고시일에 확정되므로, 세입자가 사업시행계획 인가고시일까지 해당 주거용 건축물에 계속 거주하고 있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이주하게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23. 7. 27. 선고 2022두44392 판결).
같은 판결은 이주 여부를 점유권원의 성격, 건축물 소유자와의 관계, 계약기간의 종기와 갱신 여부, 실제 거주기간, 이주시점 등을 종합해 판단하되, 요건 충족에 대한 주장·증명책임은 주거이전비를 청구하는 세입자 쪽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계약 만료로 이사한 것인지 사업 때문에 이주한 것인지가 다투어질 수 있고, 인가고시일 전에 이사를 나간 경우에는 특히 이주 경위를 뒷받침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3. 임시거주시설을 받았거나 포기각서를 썼어도 주거이전비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주거이전비를 정한 시행규칙 조항은 당사자 합의로 배제할 수 없는 강행규정입니다.
재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는 철거되는 주택의 소유자 또는 세입자에게 임대주택 등에 임시로 거주하게 하거나 주택자금 융자를 알선하는 등 임시거주에 상응하는 조치를 해야 합니다(도시정비법 제61조 제1항). 그래서 조합이나 시행자가 임시거주 아파트를 제공하면서 “이걸 받는 대신 주거이전비는 포기한다”는 각서를 요구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임시수용시설의 제공과 주거이전비는 목적이 다른 별개의 제도라고 봅니다. 임시거주 조치는 사업기간 동안의 주거안정을 위한 것이고, 주거이전비는 조기이주를 장려하고 이주로 어려움을 겪는 세입자를 보호하는 사회보장적 보상이라는 것입니다. 그 결과 임시수용시설을 제공받는 세입자도 주거이전비를 별도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사업시행자의 세입자에 대한 주거이전비 지급의무를 정하고 있는 공익사업법 시행규칙 제54조 제2항은 당사자 합의 또는 사업시행자 재량에 의하여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강행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두3685 판결).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주택재개발 세입자가 ‘주거이전비 포기각서’를 내고 임대아파트에 입주한 사안에서, 포기각서의 내용은 강행규정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미 각서를 썼더라도 요건을 갖춘 세입자라면 청구 자체를 포기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이주가 완료되기 전에 서명을 요구받는 서류의 내용은 꼭 확인하고 사본을 보관해 두어야 이후 다툼에서 사실관계를 정리하기 쉽습니다.
임시거주시설을 받았다는 사정도, 포기각서를 썼다는 사정도 요건을 갖춘 세입자의 주거이전비 청구권을 없애지 못합니다.
4. 금액은 가구원수별 월평균 가계지출비의 4개월분이며 예외도 있습니다
같은 세입자라도 가구원수, 거주기간, 무허가 여부에 따라 지급 여부와 금액이 달라집니다.
주거이전비는 통계작성기관이 조사·발표하는 가계조사통계의 도시근로자가구의 가구원수별 월평균 명목 가계지출비를 기준으로 산정합니다(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54조 제4항). 가구원수가 많을수록 기준금액이 커지고, 5인 가구는 5인 이상 기준의 월평균 가계지출비를 쓰되 4인 기준 금액이 더 크면 4인 기준 금액을 씁니다. 6인 이상 가구는 규칙이 정한 산식으로 가산합니다.
가구원수는 실제로 함께 거주한 가구 구성을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청구할 때는 주민등록등본상 구성뿐 아니라 실제 동거 사실도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세대를 나누어 따로 거주하고 있었다면 별도 가구로 인정되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예외도 알아두셔야 합니다. 무허가건축물등에 입주한 세입자는 원칙적인 3개월 요건이 아니라 1년 이상 거주해야 4개월분 주거이전비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 법 제78조 제1항에 따른 이주대책대상자인 세입자는 이 조항의 주거이전비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주거이전비를 받으면 불이익이 있을까 염려하는 분도 계시지만, 임시거주 조치와 별도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위 2011두3685 판결의 취지입니다.
주거이전비는 가구원수와 거주기간, 건축물의 적법 여부에 따라 달라지므로, 청구 전에 자신의 해당 유형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5. 지급받지 못했다면 청구와 소송 순서로 진행합니다
거주 입증자료를 갖춘 뒤 사업시행자에게 청구하고, 거부되면 행정소송으로 다투게 됩니다.
실무에서는 통상 ①이주 전후로 거주사실 자료(주민등록, 임대차계약서, 공과금 납부내역 등)를 확보하고 → ②조합 또는 사업시행자에게 주거이전비 지급을 서면으로 청구하고 → ③지급을 거부하거나 금액에 이견이 있으면 재결 절차 또는 소송으로 다투고 → ④수원 지역 구역이라면 수원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재결 이전에 직접 청구하는 경우 주거이전비 보상청구권은 공법상 권리이므로 민사소송이 아니라 행정소송법상 당사자소송으로 다투게 되고, 피고는 사업시행자입니다.
청구 전에 다음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민등록 전입일과 임대차계약서를 대조해 사업지구 기준 시점 당시 3개월(무허가는 1년) 이상 거주했는지 날짜로 확인합니다.
사업시행계획 인가고시일과 본인의 이주일을 대조하고, 이주가 사업 때문이었음을 보여주는 이주 통지·퇴거 요구 자료를 모읍니다.
조합과 주고받은 각서·합의서·보상 통지서를 모두 확보해 내용과 날짜를 정리합니다.
이 자료를 기준으로 요건 충족 여부와 청구 방법을 함께 검토하면 불필요한 다툼을 줄이고 실질적인 지급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재개발 세입자분들은 “내 집이 아니니까 어쩔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이주 시점이 다가와도 권리를 따져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는 사이 거주 입증자료가 사라지고 이주 경위를 설명하기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주거이전비를 청구하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호소보다 기준 시점 당시의 거주 기간, 이주 경위, 가구원수를 입증하는 자료를 먼저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지급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사업시행자나 조합 입장에서도 포기각서나 임시거주 제공만으로 지급의무가 사라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이 강행규정으로 보는 이상 요건 심사를 정확히 하지 않으면 분쟁이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세입자와 사업시행자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거주기간과 이주 경위를 어떻게 정리했는지에 따라 결론이 갈리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이주 일정이 다가와 어디서부터 챙겨야 할지 막막하시다면, 그때가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재개발 구역에서 월세로 살고 있는데 주거이전비를 받을 수 있나요?
A. 사업 기준 시점 당시 해당 사업지구 안에서 3개월 이상 거주했고 정비사업으로 이주하게 된다면 가구원수에 따라 4개월분의 주거이전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월세·전세 여부와 무관합니다.
Q. 집주인에게 보증금 없이 무상으로 살고 있었는데도 해당되나요?
A. 해당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무상으로 사용하는 거주자도 세입자에 포함된다고 보았고, 현행 시행규칙에도 이 점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Q. 조합이 임시거주 아파트를 줬는데 주거이전비는 별도로 받을 수 있나요?
A. 받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임시수용시설을 제공받더라도 주거이전비를 별도로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Q. 주거이전비 포기각서를 이미 썼는데 방법이 없나요?
A.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주거이전비 포기각서가 강행규정인 시행규칙 제54조 제2항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보았습니다. 다만 요건 충족 여부는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Q. 무허가건물에 살았는데 받을 수 있나요?
A. 무허가건축물등에 입주한 세입자는 기준 시점 당시 사업지구 안에서 1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 주거이전비 지급 대상이 됩니다.
Q. 사업시행계획 인가고시일 전에 이사를 나갔는데 청구할 수 있나요?
A. 다툼의 소지가 있습니다. 인가고시일까지 계속 거주했다면 이주로 인정되기 쉽지만, 그 전에 나갔다면 계약 만료 등 다른 사유가 아니라 정비사업 때문에 이주했다는 점을 증명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Q. 주거이전비 지급을 거부당하면 어디에 소송하나요?
A. 재결 전 청구라면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행정소송법상 당사자소송을 제기하게 됩니다. 민사소송이 아니라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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