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전세 계약이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이사를 가기 위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고, 이를 받아든 집주인이 “이 결정을 그냥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묻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집주인분들 중 상당수는 “법원이 내 말도 안 들어보고 결정을 했다”, “등기부에 올라가면 새 세입자를 못 구하니 일단 이의부터 하면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임차인분들은 “집주인이 이의하면 등기가 취소되는 것 아니냐”며 이사를 미룹니다. 그런데 두 생각 모두 법 규정과는 다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의 이의신청을 명문으로 인정하면서도, 이의신청만으로는 임차권등기의 집행이 정지되지 않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의가 받아들여지려면 임차권등기명령의 요건 자체가 흠결되어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이의는 시간만 쓰는 절차가 되기 쉽습니다.
아래에서는 임차권등기명령 결정에 집주인이 이의할 수 있는지, 이의하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임대인과 임차인이 각각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법 조문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집주인은 임차권등기명령 결정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이의신청권은 법이 임대인에게 직접 부여한 권리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3항은 임차권등기명령의 신청에 대한 재판, 집행과 함께 “임차권등기명령의 결정에 대한 임대인의 이의신청 및 그에 대한 재판”에 관하여 민사집행법의 가압류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집주인이 결정에 불만이 있다면 이의신청이라는 정식 불복 수단이 있습니다.
그 근거 조문인 민사집행법 제283조는 채무자가 가압류결정에 대하여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이 경우 “채무자”는 임대인으로 읽습니다. 이의신청서에는 임차권등기를 취소하거나 변경해 달라는 이유를 밝혀야 합니다. “억울하다”는 감정적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어떤 요건이 빠졌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임차인의 신청서와 소명자료만으로 서면 심리를 거쳐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집주인은 결정이 송달된 뒤에야 내용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의신청은 바로 그 단계에서 임대인의 말을 법원이 처음으로 듣게 하는 통로입니다.
집주인은 임차권등기명령 결정에 이의할 수 있지만, 이의의 이유는 임차권등기를 취소·변경할 사유로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2. 이의신청을 해도 임차권등기 집행은 멈추지 않습니다
이의는 등기를 막는 장치가 아니라 결정의 당부를 다시 따지는 절차입니다.
가장 중요한 규정은 민사집행법 제283조 제3항입니다.
이의신청은 가압류의 집행을 정지하지 아니한다(민사집행법 제283조 제3항).
이 조문이 임차권등기명령에 준용되므로, 집주인이 이의신청서를 냈다는 사정만으로 등기촉탁이 중단되거나 이미 마쳐진 임차권등기가 지워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의부터 하면 등기를 막을 수 있다”는 기대는 법적으로 근거가 없습니다.
임차인에게도 의미가 큽니다. 임차권등기가 끝나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5항에 따라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취득하고, 이미 취득한 경우에는 그대로 유지되며, 등기 이후 이사를 가거나 주민등록을 옮겨 대항요건을 잃어도 이미 취득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상실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집주인이 이의를 제기한 상태에서도 임차인은 새 집으로 이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임차권등기가 끝난 주택을 그 이후에 임차한 사람은 같은 조 제6항에 따라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를 받을 권리가 없습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등기가 남아 있는 동안 새 세입자를 구하기도 어려워지는 구조입니다.
이의신청은 집행을 정지시키지 못하므로, 등기를 지우려면 이의가 인용되거나 다른 취소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3. 이의가 받아들여지려면 임차권등기명령의 요건이 흠결되어야 합니다
보증금이 반환됐거나 임대차가 끝나지 않았다면 이의의 여지가 있습니다.
임차권등기명령의 실체 요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1항에 있습니다.
임대차가 끝난 후 보증금이 반환되지 아니한 경우 임차인은 임차주택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ㆍ지방법원지원 또는 시ㆍ군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1항).
따라서 이의 사유는 이 문장의 각 요소를 뒤집는 방향으로 정리됩니다. 첫째, 임대차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계약 기간이 남아 있거나,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해 묵시적 갱신 또는 갱신 합의가 이루어졌고 해지 통지가 적법하지 않다면 “임대차가 끝난 후”라는 요건이 충족되지 않습니다. 둘째, 보증금이 이미 반환되었다는 주장으로, 계좌이체 내역이나 영수증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셋째, 신청인이 정당한 임차인이 아니라거나 대상이 주택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임차인은 신청 단계에서 신청의 이유와 임차권등기의 원인이 된 사실을 소명해야 하므로(같은 조 제2항), 임차인이 계약서와 계약 종료 통지 내역을 제대로 내지 못했다면 이의 단계에서 흠결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반면 집주인이 “돈이 없다”, “다음 세입자가 들어오면 주겠다”는 사정만 주장하는 것은 보증금 미반환을 오히려 인정하는 것이어서 이의 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동시이행 항변도 흔히 거론되지만, 임차권등기명령은 임차인이 이미 집을 비우고 이사 가기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집을 먼저 비워야 돈을 준다”는 주장은 실무에서 힘을 얻기 어렵습니다.
이의는 임대차 종료와 보증금 미반환이라는 요건 중 하나라도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증거로 보여줄 때에만 의미가 있습니다.
4. 이의신청보다 보증금 반환 후 취소신청이 훨씬 빠른 해결입니다
보증금을 돌려주면 등기 이유가 소멸하여 취소를 구할 수 있고, 비용도 임대인 부담입니다.
집주인이 임차권등기를 지우고 싶은 진짜 이유는 대개 새 세입자와의 계약입니다. 이 경우 결정의 당부를 다투는 이의신청보다, 보증금을 반환하고 취소신청을 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3항 제3호는 임차권등기명령의 취소신청과 그 재판에도 민사집행법 규정을 준용하고, 민사집행법 제288조 제1항 제1호는 가압류 이유가 소멸되거나 사정이 바뀐 경우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보증금이 반환되면 임차권등기의 전제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여기에 임차인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과 등기에 든 비용(인지대, 송달료, 등록면허세, 법무사 수수료 등)은 같은 조 제8항에 따라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의로 시간을 끌면 보증금 지연이자와 비용 부담이 함께 불어나는 반면, 반환 후 취소로 정리하면 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임차인과 보증금 반환일을 정하고, 반환과 동시에 임차인이 등기 말소에 협조하거나 임대인이 취소결정을 받아 말소를 촉탁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다만 보증금 반환이 선행되는지, 임차인의 말소 동의서가 먼저 오가는지는 사안마다 달라 합의서에 순서를 명확히 적어두어야 분쟁을 막을 수 있습니다.
한편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져 임차권등기를 취소하는 결정이 나더라도, 민사집행법 제286조 제6항에 따라 법원은 임차인이 고지받은 날부터 2주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그 결정의 효력 발생을 늦출 수 있습니다. 취소결정에 대해서는 즉시항고도 가능합니다(같은 조 제7항).
5. 이의신청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이의신청서에는 취소·변경 이유와 이를 뒷받침하는 소명자료를 함께 내야 합니다.
임차권등기명령 사건은 통상 ①임차인이 임차주택 소재지 관할 법원(수원 지역 주택이라면 수원지방법원 또는 관할 지원·시군법원)에 신청 → ②법원이 서면 심리 후 결정 → ③법원의 등기촉탁에 따라 등기관이 임차권등기 기입 → ④임대인이 이의신청을 하면 법원이 변론기일 또는 당사자 쌍방이 참여할 수 있는 심문기일을 정해 심리 → ⑤이의에 대한 재판은 결정으로 하고 이유를 적으며, 가압류를 인가·변경·취소하는 내용으로 나옵니다(민사집행법 제286조). 이 결정에 불복하면 즉시항고를 할 수 있습니다.
이의신청은 민사집행법 제285조에 따라 재판이 있기 전까지 서면으로 취하할 수 있으며, 채권자 동의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보증금 반환 합의가 이루어지면 이의를 취하하고 취소신청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의신청을 준비하거나 방어해야 한다면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임대차계약서상 계약 기간, 갱신 요구·해지 통지 내역(내용증명, 문자, 카카오톡)을 확인해 임대차가 정말 끝났는지 먼저 따집니다.
보증금 지급·반환 내역(계좌 거래내역, 영수증)과 월세·관리비 정산 내역을 정리해 미반환 보증금 액수를 정확히 확정합니다.
임차권등기 비용 청구 가능성과 새 임대차 일정을 함께 고려해 이의, 취소신청, 반환합의 가운데 어느 경로가 가장 빠른지 정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임대차 분쟁에 경험 있는 변호사와 상의한다면, 이의 가능성과 반환 협상을 한 번에 설계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임차권등기명령 문제는 “계약이 끝난 사이인데 굳이 다툴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 때문에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등기부에 기재된 순간부터 새 임대차, 대출, 매매 등 일상 거래가 막히기 시작합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 입장에서는 이의가 들어와도 등기가 유지된다는 점을 알고 이사 일정과 증거 정리를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약 종료 통지 내용과 보증금 미반환 사실을 입증할 자료가 곧 방어선입니다.
반대로 결정을 받은 집주인 입장에서도 감정적으로 이의부터 낼 일이 아닙니다. 요건 흠결이 있는지, 아니면 반환 후 취소로 정리하는 편이 나은지에 따라 비용과 시간이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임대차 보증금 분쟁에서 임차인과 임대인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와 증거 정리 순서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임차권등기명령 결정문을 받았거나 이의 여부를 고민 중이라면, 지금이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집주인이 이의신청을 하면 임차권등기가 바로 취소되나요?
A. 아닙니다. 민사집행법 제283조 제3항에 따라 이의신청은 집행을 정지하지 않으므로 법원이 이의를 인용해 취소하는 결정을 하기 전까지 등기는 유지됩니다.
Q. 이의신청에 기간 제한이 있나요?
A. 이의신청에 관한 준용 조문에는 별도의 신청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즉시항고는 재판이 고지된 날부터 1주 안에 해야 하므로 불복 기간은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Q. 이의가 진행되는 동안 임차인이 이사를 가도 되나요?
A. 가능합니다. 임차권등기가 끝나면 이미 취득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이사나 주민등록 이전으로 상실되지 않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5항).
Q. 보증금을 일부만 돌려줘도 임차권등기를 지울 수 있나요?
A. 일부 반환만으로 자동으로 지워지지 않습니다. 보증금 전액 반환이나 임차인의 말소 동의, 법원의 취소결정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임차권등기 비용은 누가 부담하나요?
A. 임차인이 먼저 지출하더라도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8항에 따라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결정문을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이의 여부를 정하기 전이 가장 좋습니다. 이의, 취소신청, 반환 합의 중 어떤 경로를 택하는지에 따라 비용과 기간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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