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중소기업 대표가 거래처 결제나 대출 담보를 위해 회사 명의 약속어음을 발행했다가, 나중에 회사 안팎에서 “배임 아니냐”는 문제 제기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대표님들 중 상당수는 “내가 대표인데 회사 어음을 끊는 건 내 권한이다”, “어차피 회사가 갚으면 되는 돈이라 문제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음이 실제로 어디에 쓰였는지, 회사에 이익이 되는 거래였는지가 따져지는 순간 “대표 권한이 있다”는 말은 방어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대표 개인의 채무나 다른 회사의 대출을 위해 어음을 끊어준 경우라면 더 그렇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대표이사가 임무에 위배하여 약속어음을 발행한 경우 배임죄가 언제 기수에 이르고 언제 미수에 그치는지를 전원합의체 판결로 정리했습니다. 어음이 무효인지, 시중에 유통되었는지에 따라 기수와 미수가 갈리고, 금액이 크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대표가 회사 명의로 어음을 발행했을 때 어떤 경우에 배임이 되는지, 어음이 유통되었는지가 왜 결정적인지, 그리고 문제가 되었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대표이사의 어음 발행 자체가 아니라 회사를 위한 것이었는지가 배임 여부를 가릅니다
대표 권한이 있어도 그 권한을 회사 이익이 아닌 곳에 쓰면 임무위배가 됩니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므로 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본인은 대표 개인이 아니라 회사입니다.
그래서 대표가 회사 명의로 어음을 끊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배임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물품대금 결제처럼 회사의 영업을 위해 정상적으로 발행한 어음이라면 임무위배가 없습니다. 문제는 발행의 목적과 경위입니다. 대표 개인의 채무를 갚기 위해, 대표가 따로 운영하는 다른 회사의 대출을 담보하기 위해, 또는 특정인에게 이익을 몰아주기 위해 발행했다면 회사를 위한 사무가 아니라 회사 재산을 제3자의 이익에 쓴 것이 됩니다.
실무에서 임무위배를 판단할 때 수사기관이 보는 것은 대체로 세 가지입니다. 첫째, 어음을 발행하게 된 원인 거래가 회사에 실제로 있었는지, 둘째, 이사회 결의나 내부 승인 같은 정해진 절차를 거쳤는지, 셋째, 어음을 받은 사람이 회사와 어떤 관계인지입니다.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도 설명되지 않으면 임무위배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또한 형법 제356조에 따라 대표이사처럼 업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배임을 하면 업무상배임으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일반 배임인 제355조 제2항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어음 발행 권한이 있다는 사실과 그 권한을 회사를 위해 썼다는 사실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2. 어음이 유통되었는지에 따라 배임 기수와 미수가 갈립니다
발행이 무효여도 어음이 제3자에게 넘어갔다면 기수, 넘어가지 않았다면 미수가 됩니다.
대표가 대표권을 남용해 어음을 발행했더라도, 어음을 받은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그 발행은 회사에 대해 효력이 없습니다. 이 경우 회사는 원칙적으로 어음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으므로 회사에 손해가 생겼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대표권 남용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어음은 회사에 대해 유효하고, 회사는 어음채무를 부담하게 됩니다.
이 쟁점을 정리한 것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다수의견은 약속어음 발행이 무효라 하더라도 어음법상 발행인은 소지인에게 인적 항변으로 대항하지 못하므로(어음법 제17조, 제77조), 어음이 제3자에게 유통되었다면 어음채무를 부담할 위험이 구체적·현실적으로 발생했다고 보았습니다.
약속어음 발행이 무효일 뿐만 아니라 그 어음이 유통되지도 않았다면 회사는 어음발행의 상대방에게 어음채무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에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발생하였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이때에는 배임죄의 기수범이 아니라 배임미수죄로 처벌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결국 어음이 유통되었다면 어음금이 실제로 지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가 되고, 무효이면서 유통되지도 않았다면 기수가 아닌 미수로 처벌됩니다. 다만 미수라고 해서 무죄가 아닙니다. 형법 제359조는 배임의 미수범도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이유는 원심이 어음 발행만으로 곧바로 기수를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즉 상대방인 은행이 대표권 남용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 어음이 실제로 유통되었는지, 회사가 어음금을 지급했거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했는지를 심리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어음이 어디까지 흘러갔는지가 기수와 미수를 가르는 핵심 사실입니다.
3. 대표 개인의 채무를 위해 회사 어음을 끊어준 경우가 가장 위험합니다
자기 이익이나 제3자의 이익을 위한 발행은 불법이득 목적이 뚜렷한 유형입니다.
위 전원합의체 사건은 피고인이 자신이 따로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다른 회사의 은행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자신이 대표인 회사 명의로 액면금 29억 9,000만 원의 약속어음을 발행해 준 사안이었습니다. 이처럼 어음을 받는 쪽은 채권을 확보하는 이익을 얻고, 어음을 발행한 회사는 아무 대가 없이 채무를 지게 됩니다. 배임죄가 말하는 “제3자의 재산상 이익 취득과 본인의 손해”가 그대로 드러나는 구조입니다.
또 다른 대법원 판례(2006. 4. 27. 선고 2003도135 판결)는 대표이사가 회사를 위한 지출 이외의 용도로 거액의 회사 자금을 가지급금 명목으로 인출하면서 이자나 변제기의 약정도 없고 이사회 결의 같은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면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보았습니다. 어음 발행은 자금 인출과 형식은 다르지만, 이사회 결의 같은 절차를 거쳤는지, 회사에 대가가 돌아왔는지를 따지는 판단 구조는 같습니다.
반대로 방어 논리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회사도 그 거래로 이익을 봤다”는 주장입니다. 대표가 운영하는 두 회사가 실제 거래 관계에 있었고 어음이 그 거래대금이었다면 임무위배가 부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 경우 거래계약서, 세금계산서, 납품 내역, 입금·출금 기록이 핵심 자료가 됩니다.
다만 “나중에 내가 갚으면 된다”거나 “결국 회사에 손해가 없었다”는 주장은 별개로 보아야 합니다. 어음이 유통되어 회사가 어음채무를 부담하게 된 시점에 이미 손해 발생의 위험이 인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음을 받은 사람이 얻은 이익과 회사가 진 부담이 대응하지 않는다면 배임이 문제됩니다.
4. 어음 금액이 클수록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갑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됩니다.
업무상배임으로 얻은 이득액이 5억원 미만이면 형법 제356조가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되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위 전원합의체 사건도 액면금이 29억 9,000만 원이어서 특경법 위반(배임)으로 기소되었습니다.
어음은 한 장이 아니라 여러 장을 나눠 발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액면금이 각각 1억 원인 어음 여러 장을 같은 목적으로 발행했다면 합산한 금액이 이득액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미수에 그친 경우에도 법정형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형법 제25조에 따라 미수범은 형을 감경할 수 있어 양형에서 실질적인 차이가 생깁니다. 어음이 유통되지 않았다는 사실, 회수되었다는 사실, 피해 회복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이 단계에서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액면금을 합산하면 생각보다 빨리 가중처벌 구간에 도달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어음의 유통 경로와 원인 거래 자료를 먼저 확보해야 사건의 방향이 잡힙니다.
대표의 어음 발행 배임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회사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고소는 회사 자신이나 다른 주주·이사 등이 할 수 있고, 어음이 부도 처리되어 문제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음 발행 문제가 불거졌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사실관계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음의 원본 또는 사본을 확보해 발행일·액면금·수취인·지급기일, 그리고 배서가 있었는지를 확인합니다.
어음을 발행하게 된 원인 거래, 이사회 결의·내부 승인 자료, 어음을 받은 상대방과 회사의 관계를 정리합니다.
어음이 제3자에게 유통되었는지, 은행 제시나 부도가 있었는지, 회사가 어음금을 지급했는지를 확인합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대표권 남용 여부, 상대방의 악의·과실 여부, 유통 여부를 따져 보면 기수인지 미수인지, 혹은 임무위배 자체가 없는지에 대한 방향이 정해집니다. 형사 대응과 함께 민사상 어음금 청구에 대한 대응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마치며
대표가 회사 어음을 발행하는 일은 일상적인 경영 행위여서, 그것이 형사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대응이 늦어지고, 그 사이 어음이 유통되어 사건이 커지기도 합니다.
회사나 주주 입장에서는 어음이 실제로 어디까지 유통되었는지, 상대방이 대표의 사정을 알고 있었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 사실에 따라 회사가 어음금을 지급해야 하는지와 형사 고소의 방향이 모두 달라집니다.
반대로 배임 의심을 받는 대표 입장에서도 “내 권한이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원인 거래가 있었는지, 회사에 실제 이익이 돌아갔는지, 어음이 유통되지 않았는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는 어음·자금 문제로 얽힌 배임 사건에서 회사 측과 대표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어떤 자료를 정리하느냐에 따라 기수와 미수, 나아가 무죄 여부까지 갈리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어음을 발행했지만 아직 부도가 나지 않았는데도 배임이 될 수 있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어음이 유통되어 회사가 어음채무를 부담할 위험이 생겼다면 어음금이 지급되기 전에도 기수가 된다고 봅니다. 유통되지 않았다면 미수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Q. 제가 대표인데 회사 어음을 끊는 것 자체가 문제인가요?
A. 아닙니다. 회사 영업을 위한 정상적인 결제 목적이라면 문제가 없습니다. 개인 채무나 다른 회사의 채무를 위해 발행했다면 임무위배가 문제됩니다.
Q. 어음을 받은 상대방이 제 사정을 몰랐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상대방이 대표권 남용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어음은 회사에 대해 유효하고, 회사는 어음채무를 부담하게 됩니다. 이 경우 현실적인 손해 위험이 인정되어 기수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어음이 유통되지 않았고 회수했다면 처벌받지 않나요?
A. 처벌받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배임미수죄가 성립할 수 있고 형법 제359조가 미수범을 처벌합니다. 다만 회수 사실은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얼마부터 특경법이 적용되나요?
A.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여러 장의 어음은 합산될 수 있습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에서 원인 거래와 유통 경위를 어떻게 설명하느냐가 이후 판단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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