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검찰청 폐지와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수사 구조가 바뀌면서, “이제 성폭력 사건은 경찰이 마음대로 무혐의로 끝낼 수 없게 됐다”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경찰이 불송치했으니 이제 끝났다”고 안심하던 피의자분도 있었고, 반대로 “경찰이 혐의없음으로 종결했으니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포기하려던 피해자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두 분 모두 개정 절차를 정확히 알지 못해 중요한 기한을 놓칠 뻔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하지만, 그 결정이 검사의 통제를 받지 않고 곧바로 확정되는 구조는 아닙니다. 불송치하더라도 기록 전체가 검사에게 넘어가고, 검사는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으며, 고소인은 이의신청으로 사건을 검사에게 보낼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성폭력 사건에서 경찰이 어떤 경우에 불송치 결정을 하는지, 그 뒤에 어떤 통제 장치가 작동하는지, 피해자와 피의자가 각각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현행 조문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경찰은 여전히 성폭력 사건을 송치하지 않고 종결 결정할 수 있습니다
성폭력 사건이라고 해서 경찰의 불송치 권한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5 제1항은 사법경찰관이 고소·고발 사건을 포함해 범죄를 수사한 때 두 갈래로 처리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면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고, 그 밖의 경우에는 이유를 명시한 서면과 함께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검사에게 송부합니다. 두 번째가 흔히 말하는 불송치 결정입니다.
성폭력 사건이라는 이유로 이 구분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강제추행(형법 제298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든 강간(형법 제297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든, 경찰이 수사한 결과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거나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불송치 결정이 가능합니다. 실무상 불송치 사유는 혐의없음(범죄인정안됨·증거불충분), 죄가안됨, 공소권없음, 각하 등으로 나뉘는데, 성폭력 사건에서는 대부분 피해자 진술 외에 직접 증거가 없어 ‘증거불충분’으로 정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경찰이 무혐의로 끝낼 수 없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정확한 표현은 “경찰이 끝냈다고 해서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에 가깝습니다. 불송치 결정이 곧바로 확정되지 않도록 뒤에서 여러 겹의 통제 장치가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의 불송치 권한은 그대로이지만, 그 결정은 반드시 검사에게 기록이 넘어가는 절차를 거칩니다.
2. 불송치해도 기록 전체가 검사에게 넘어가고 재수사 요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검사는 불송치가 위법하거나 부당하면 경찰에 재수사를 요구하고, 경찰은 이를 따라야 합니다.
제245조의5 제1항 제2호에 따라 불송치 사건은 이유를 적은 서면, 관계 서류와 증거물이 검사에게 송부되고, 검사는 송부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사법경찰관에게 반환해야 합니다. 이 기간 동안 검사가 기록을 검토하는 것입니다. 재수사요구의 근거는 제245조의8입니다.
검사는 제245조의5제1항제2호의 경우에 사법경찰관이 사건을 송치하지 아니한 것이 위법 또는 부당한 때에는 그 이유를 문서로 명시하여 사법경찰관에게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45조의8 제1항).
재수사 요구는 기록을 송부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하고, 요구를 받은 경찰은 3개월 이내에 재수사를 마쳐야 합니다. 재수사 결과 혐의가 인정되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해야 합니다. 그래도 계속 송치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는 경우에는 반환받은 기록과 재수사 기록을 모두 검사에게 다시 보내야 하고, 검사는 그 통보를 받은 날부터 1개월 이내에 다시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재수사 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공소청의 장이 해당 경찰관의 직무배제나 징계를 요구할 수 있고, 적정한 재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면 상급 수사관서 또는 다른 수사기관을 지정해 재수사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즉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고집해도 검사의 재수사 요구라는 제동 장치가 실제로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다만 개정 이후 검사는 직접 보완수사를 하지 못하고 경찰에 보완수사나 재수사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관여합니다. 따라서 “검사가 알아서 다시 봐주겠지”라고 기대하기보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증거와 진술이 얼마나 충실하게 확보되느냐가 결과를 가르게 됩니다.
불송치 결정은 검사의 재수사 요구 앞에서 확정되지 않으며, 재수사 횟수와 기한까지 조문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3. 피해자는 불송치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안에 이의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경찰은 사건을 반드시 검사에게 송치해야 합니다.
경찰은 불송치 기록을 검사에게 송부한 날부터 7일 이내에 고소인 등에게 사건을 송치하지 않는 취지와 그 이유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고, 이때 불송치 결정서와 이의신청 안내 및 서식을 함께 보내야 합니다(제245조의6). 통지서에는 불송치의 구체적 이유가 담기므로, 피해자는 경찰이 어떤 점을 증거 부족이라고 보았는지를 그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법경찰관은 제1항 및 제2항의 신청이 있는 때에는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고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송부하여야 하며, 처리결과와 그 이유를 제1항의 신청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45조의7 제4항).
이의신청 기한은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입니다.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기록 송부일부터 6개월의 범위에서 경찰 소속 관서의 장이 기간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이 기한을 넘기면 신청 자체가 어려워지므로, 통지서에 적힌 날짜부터 계산해 두어야 합니다.
이의신청서에는 단순히 억울하다는 호소보다 불송치 이유서의 어느 대목이 사실관계와 다른지, 어떤 증거 조사가 빠졌는지를 구체적으로 적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CCTV나 메신저 대화 보존 요청이 누락되었다거나, 피해 직후 상담기록·진료기록이 검토되지 않았다거나, 진술의 일관성에 대한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짚는 식입니다.
이의신청으로 송치되었다고 해서 기소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송치 이후에는 검사가 기록을 보고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기소 여부를 판단합니다. 그러나 최소한 사건이 경찰 단계에서 멈추지 않고 검사의 판단 대상에 오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피해자에게 이의신청은 기한이 정해진 권리이며, 신청이 접수되면 경찰의 송치는 재량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4. 송치되어도 처벌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피의자도 대응할 수 있습니다
송치는 혐의가 있다고 보는 중간 판단일 뿐, 기소와 유죄를 뜻하지 않습니다.
피의자 입장에서는 이의신청이나 재수사 요구 때문에 사건이 다시 열리면 큰 부담이 됩니다. 하지만 송치는 경찰이 혐의가 있다고 본 것일 뿐이고, 기소 여부는 검사가 판단하며, 유죄 여부는 법원이 증거에 따라 판단합니다. 성폭력 사건은 증거가 피해자 진술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아, 진술의 일관성·구체성·변경 경위, 사건 전후 문자와 행동, 신고 경위 같은 간접 사정이 핵심 쟁점이 됩니다.
재수사나 이의신청 단계에서도 피의자는 손 놓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재조사 통보를 받으면 앞선 조사에서 누락되었던 객관 자료(대화 내용, 이동 경로, 결제 내역, 목격자 등)를 정리해 제출하고, 불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진술의 맥락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이미 불송치로 안심하고 자료를 폐기했다면 재수사 때 입증이 매우 어려워집니다.
또한 사건이 재개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구속 사유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증거인멸이나 피해자 접촉 우려가 있다고 평가되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피해자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합의를 시도하는 것은 반드시 변호인을 통해 신중히 진행해야 합니다.
피해자 측에서는 불송치 이후라도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재수사 요구의 길이 열려 있다는 점, 피의자 측에서는 불송치 결정이 나와도 일정 기간 사건이 사실상 열려 있다는 점을 모두 알고 대응해야 합니다.
5. 고소부터 불송치·이의신청·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이어집니다
각 단계의 기한을 놓치지 않는 것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성폭력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와 피해자·피의자 조사 → ②경찰의 송치 또는 불송치 결정 → ③불송치 시 기록이 검사에게 송부되고(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계통의 검사가 검토), 7일 이내 고소인 통지 → ④이의신청 또는 재수사 요구를 거쳐 송치되면 기소 여부 판단, 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불송치 통지를 받았다면 아래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통지서에 적힌 수령일과 불송치 사유(혐의없음·증거불충분 등)를 확인하고, 이의신청 기한인 3개월의 마지막 날짜를 달력에 표시합니다.
불송치 결정서의 이유와 실제 수사기록을 대조해, 누락된 증거 조사나 진술 판단의 오류를 구체적으로 정리합니다.
이의신청서를 경찰서장 앞으로 제출하고, 송치 후에는 검사의 보완수사·기소 판단 단계에서 추가로 낼 증거를 준비합니다.
피의자 입장이라면 같은 순서를 반대로 읽어, 불송치 결정이 나온 뒤에도 자료를 보관하고 재조사 통보에 대비하면서 변호인과 사건 흐름을 점검해야 합니다.
마치며
성폭력 사건은 “경찰이 이렇게 판단했으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불송치 결정 이후에도 이의신청, 재수사 요구, 송치로 이어지는 절차가 조문으로 마련되어 있고, 그 모든 단계에는 기한이 있습니다.
피해를 호소하는 입장에서는 불송치 이유서를 근거로 무엇이 부족했는지 정리하고, 3개월의 이의신청 기한 안에 보완할 증거와 주장을 구체화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혐의를 받는 입장에서도 불송치가 최종 결론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자료를 보존하며 재조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합니다. 초기 진술과 대응이 이후 모든 단계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성폭력 사건에서 고소하신 분과 고소당하신 분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기록이라도 어떤 절차에서 어떤 주장을 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기한이 흘러가고 있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성폭력 사건은 이제 경찰이 무혐의 결정을 아예 못 하나요?
A. 아닙니다. 경찰은 여전히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송치하지 않는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기록 전체와 이유서가 검사에게 송부되어 재수사 요구의 대상이 됩니다.
Q. 불송치 통지를 받았는데 이의신청은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A.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입니다.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기록 송부일부터 6개월 범위에서 경찰 소속 관서의 장이 기간을 연장할 수 있으니, 지체하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이의신청을 하면 반드시 기소되나요?
A. 아닙니다. 이의신청이 있으면 경찰은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해야 하지만, 기소 여부는 이후 검사가 증거를 보고 판단합니다.
Q. 검사가 재수사를 요구하면 경찰은 거부할 수 있나요?
A.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으면 공소청의 장이 직무배제나 징계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경찰은 재수사를 3개월 이내에 마치고 결과를 검사에게 통보해야 합니다.
Q. 불송치 결정을 받은 피의자는 안심해도 되나요?
A.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불송치 이후에도 검사의 재수사 요구나 고소인의 이의신청으로 사건이 다시 열릴 수 있으므로 관련 자료는 보관하고 변호인과 상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Q. 경찰 조사를 받기 전에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이후 송치·불송치 판단과 재수사 단계 전체에서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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