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입영을 거부해 징역형을 살고 나왔는데, 병무청에서 다시 입영 이야기가 나온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담에서 만나는 분들 상당수는 “실형까지 살았으니 병역은 그걸로 갈음된 것 아니냐”, “감옥까지 다녀왔는데 설마 또 가라고 하겠느냐”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출소 후 새 입영통지서를 받고 같은 선택을 반복하면 또다시 수사를 받게 되고, 그제서야 “누구도 이런 건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씀하십니다.
최근 대법원은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한지는 개별 사건마다 엄격하게 가립니다. 처벌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병역의무를 끝내주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입영 거부로 실형을 마친 뒤에도 병역의무가 어떻게 남는지, 그리고 지금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법 조문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실형을 살았다는 사실만으로 병역의무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징역은 입영 거부에 대한 제재일 뿐, 병역을 이행한 것으로 쳐주지 않습니다.
병역법 제3조 제1항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이 헌법과 병역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입영을 거부해 받은 형은 형사책임에 대한 것이고, 병역의무 자체를 대신 이행한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형 집행을 마쳤더라도 병역 종류는 그대로 현역병입영 대상자에 머무르는 것이 원칙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이 “징역을 오래 살면 병역이 면제되거나 감면된다”는 생각입니다. 병역법 제3조 제4항은 사형, 무기 또는 6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를 선고받은 사람을 병적에서 제적한다고 정하는데, 입영 기피죄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이므로 이 규정의 대상이 아닙니다.
더 중요한 조문은 병역법 제65조 제1항 제2호입니다. 수형자 가운데 일정한 사람을 보충역이나 전시근로역으로 돌릴 수 있게 하면서도, 제88조 제1항 본문의 죄를 지은 사람은 그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단서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입영을 기피해 수형 생활을 한 사람은 수형을 이유로 한 병역처분 변경의 혜택 자체를 받을 수 없습니다.
실형은 처벌일 뿐 병역의 이행이 아니며, 입영기피 수형자는 수형을 이유로 한 병역처분 변경의 대상에서도 빠집니다.
2. 새 입영통지서를 받고 같은 선택을 반복하면 다시 형사책임이 문제됩니다
입영일부터 3일이 지나면 입영 기피죄는 통지서마다 새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현역입영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부터 3일이 지나도 입영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구성요건의 기준은 개별 통지서에 적힌 입영일입니다. 복역 후 병무청이 새로 통지서를 보내고 그 입영일에도 입영하지 않는다면, 새 통지에 대한 별도의 불이행이 되는 구조입니다.
병역의무부과 통지서는 병역법 제6조 제2항에 따라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날부터 30일 전까지 송달되어야 하고, 본인이 없으면 같은 세대 내 세대주나 성년 가족에게 송달해도 본인에게 송달된 것으로 봅니다(제6조 제5항, 제8항). 가족이 대신 받았기 때문에 몰랐다는 사정은 통지서의 효력을 다투는 근거가 되기 어렵습니다.
출소 후 주소를 옮기고 통지서를 피하는 것도 해법이 아닙니다. 병역법 제86조는 병역의무를 기피할 목적으로 도망가거나 행방을 감춘 사람을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으로 더 무겁게 처벌합니다.
같은 이유로 새 입영일에도 응하지 않으면 새로운 사건이 되고, 숨는 것은 오히려 형을 더 무겁게 만듭니다.
3. 거부의 이유가 진정한 양심이라면 ‘정당한 사유’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복역 경험은 판단 자료일 뿐이고, 법원은 양심의 깊이와 확고함을 직접 따집니다.
대법원은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고, 이후 판결들에서 그 증명 방법을 구체화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그 불이행에 대하여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상 기본권 보장체계와 전체 법질서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된다. 따라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이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0. 9. 3. 선고 2020도8055 판결).
같은 판결은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점의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지만, 병역거부자도 자신의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다는 점을 수긍할 만한 구체적 소명자료를 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종교적 신념이라면 교리의 내용, 정식 신도 여부, 신앙기간과 실제 활동,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가 판단 요소가 됩니다.
이 판결은 동일한 양심을 가진 사람들이 이미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는 사례가 반복되었다는 사정을 적극적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반대로 입영 직전에야 거부를 결심했거나, 그동안 연기 신청만 해오고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던 사정은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사정이 됩니다. 이미 형을 받은 이력이 있는 분이라면, 지금의 신념이 어떤 경위로 형성되어 왔는지를 자료로 정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정당한 사유는 ‘복역했다’가 아니라 ‘진정한 양심’이 입증될 때 인정됩니다.
4. 대체역 편입을 신청하면 군 입영 대신 대체복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대체역 제도는 징역을 대신할 합법적 출구이지만 연령과 시기 제한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2018. 6. 28.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종류조항을 헌법불합치로 결정한 뒤,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이 마련되었습니다.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대체복무를 원하는 현역병입영 대상자는 입영일 또는 소집일의 5일 전까지 병무청 소속 대체역 심사위원회에 편입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제3조 제1항). 다만 현역병입영 대상자와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자 중 30세를 초과하는 사람은 편입신청을 할 수 없습니다(같은 조 제2항).
편입신청을 하면 위원회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징집·소집이 연기되지만, 2회 이상 신청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연기되지 않습니다(같은 조 제3항, 제4항). 반복 신청으로 시간을 끄는 전략은 막혀 있습니다. 위원회는 사실조사를 위해 신청인의 진술을 들어야 하며(제11조 제2항), 신청인은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제12조 제1항).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은 36개월입니다(제18조 제1항). 복무 중 정당한 사유 없이 통틀어 8일 이상 복무를 이탈하면 편입이 취소되어 이전 병역 종류로 돌아가므로(제25조 제1항 제2호, 제2항) 단순히 군을 피하는 용도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대체역은 30세 이하 입영대상자에게 열려 있는 길이므로, 연령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신청 시기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5. 연령에 따라 입영의무가 면제되는 시점이 있고, 그전까지 절차 대응이 중요합니다
기피 이력이 있는 사람은 36세가 아니라 38세부터 입영의무가 면제됩니다.
병역법 제71조 제1항은 현역병입영 의무를 36세부터 면제하되,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을 기피한 사실이 있는 사람은 38세부터 면제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병역의무 자체는 같은 법 제72조 제1항에 따라 40세까지입니다. 그러나 이 면제 연령까지 기다리면 된다는 접근은 그동안 새 입영통지와 형사처벌이 반복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므로 권하지 않습니다.
입영 기피 사건은 통상 ①지방병무청의 병무사범 조사와 고발 → ②병무청 또는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서의 피의자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는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 ④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정당한 사유를 입증할 소명자료를 얼마나 갖추었는지가 결과를 가릅니다.
새 통지서를 받았다면 다음 순서로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통지서의 입영일과 현재 나이를 확인해 대체역 편입신청이 가능한 기간(입영일 5일 전, 30세 이하)에 있는지부터 따져봅니다.
종교·신념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보여줄 수 있는 활동 기록, 주변인 진술, 이전 사건의 판결문과 진술 내용을 모읍니다.
입영일에 불응해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변호사와 함께 신청서와 소명자료를 정리하고 진술 방향을 정합니다.
이미 복역한 이력이 있더라도 현재의 연령과 신념을 근거로 어떤 절차가 열려 있는지는 사안마다 달라지므로, 통지서가 도착한 시점에 즉시 점검해야 합니다.
마치며
실형까지 겪었다는 부담 때문에 “이제 와서 무엇을 해도 소용없다”며 통지서를 열어보지 않고 방치하는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통지서마다 입영일부터 3일이라는 시점이 새로 정해지는 구조라, 대응을 미루는 동안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복역을 마치고 다시 입영을 앞둔 입장에서는 과거의 판결보다 지금 갖춘 소명자료와 신청 가능한 기간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이제 막 처음 통지서를 받아 거부를 고민하는 입장에서도, 먼저 선택 가능한 제도와 처벌 구조를 정확히 알아야 후회가 없습니다.
저는 병역법 위반 사건에서 입영을 거부한 쪽과 거부의 정당한 사유를 다투는 쪽의 사정을 모두 살펴온 변호사로서, 같은 사안도 시기와 자료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통지서를 받았다면, 입영일이 가까워지기 전인 지금이 가장 중요한 때입니다. 선택이 갈리는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입영 거부로 1년 6개월 실형을 살았는데 병역이 끝난 것 아닌가요?
A. 아닙니다. 징역은 입영 기피에 대한 형사처벌이고 병역의 이행이 아닙니다. 병역법 제65조 제1항 제2호 단서는 제88조 제1항 죄를 지은 수형자를 병역처분 변경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Q. 6년 이상 징역을 받으면 병적에서 제적된다던데요?
A. 병역법 제3조 제4항은 6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를 선고받은 경우를 정하고 있는데, 입영 기피죄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이라 이 규정이 적용되는 사안이 아닙니다.
Q. 이미 한 번 처벌받았는데 같은 이유로 또 처벌될 수 있나요?
A. 새로 받은 입영통지서의 입영일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으면 제88조 제1항이 다시 문제됩니다. 다만 진정한 양심이 입증되면 정당한 사유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지금 나이가 31세인데 대체역 편입신청이 가능한가요?
A. 현역병입영 대상자 중 30세를 초과한 사람은 대체역 편입신청을 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 정당한 사유를 다투는 형사 절차 대응이 중심이 됩니다.
Q. 몇 살까지 버티면 입영의무가 없어지나요?
A. 기피한 사실이 있는 사람은 38세부터 현역병입영 의무가 면제됩니다. 다만 그때까지 통지가 올 때마다 처벌 위험이 있어 그대로 기다리는 것은 위험합니다.
Q. 통지서를 받기만 하고 아직 입영일 전인데 변호사는 언제 만나야 하나요?
A. 입영일 5일 전이라는 대체역 신청 기한이 있으므로 통지서를 받은 즉시가 좋습니다. 기한이 지나면 선택지가 크게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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