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군 복무 중 겪은 성추행 피해를 전역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털어놓고, 지금이라도 고소할 수 있는지 묻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은 “상관이라 그때는 말을 못 했다”, “전역하면 다 끝난 일이 되는 줄 알았다”, “이제 와서 고소하면 오히려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몇 년을 보내신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용기를 내려 하면 이번에는 “군대 일은 군에서만 처리하는 것 아닌가”, “시간이 너무 지나 소용없는 것 아닌가”라는 두 가지 벽에 부딪힙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전역은 피해자의 고소권을 소멸시키지 않으며, 가해자가 이미 전역했더라도 군복무 중 저지른 죄에는 군형법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다만 공소시효라는 현실적인 시간 제한이 있고, 오래된 사건일수록 증거를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사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아래에서는 전역 후 고소가 가능한 근거, 적용되는 죄명과 재판 관할, 공소시효 계산, 입증 방법, 절차를 순서대로 살펴보겠습니다.
1. 전역했더라도 피해자는 언제든 고소할 수 있습니다
고소권은 피해자라는 지위에서 나오는 것이지, 군인 신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223조는 범죄로 인한 피해자는 고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고소권의 근거는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 자체이므로, 피해 당시 군인이었던 사람이 이후 전역해 민간인이 되었다고 해서 그 권리가 없어지지 않습니다.
또 하나 오해가 많은 부분이 고소기간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은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이 지나면 고소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이는 친고죄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규정입니다. 강제추행은 과거 친고죄였던 때가 있었으나 지금은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와 기소가 가능한 죄여서, “6개월이 지났으니 고소할 수 없다”는 말은 맞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전역 후 몇 년이 지난 시점의 고소를 막는 것은 무엇일까요. 고소기간이 아니라 뒤에서 설명할 공소시효입니다. 피해자가 고소를 늦게 했다는 사정 자체는 처벌 가능성을 없애는 사유가 아니라, 시효가 남아 있는지와 증거가 남아 있는지의 문제로 다뤄집니다.
전역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자는 고소할 수 있고, 현실적인 한계는 고소기간이 아니라 공소시효와 증거입니다.
2. 가해자가 전역했어도 군복무 중의 범행에는 군형법이 적용됩니다
범행 당시 군인이었다면, 전역 후에도 군형법상 성범죄로 처벌받습니다.
군형법 제1조 제5항은 군복무 중 이 법에서 정한 죄를 범한 경우 전역 후에도 이 법을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이 군복무 중이나 재학 또는 재영 중에 이 법에서 정한 죄를 범한 경우에는 전역ㆍ소집해제ㆍ퇴직 또는 퇴교나 퇴영 후에도 이 법을 적용한다(군형법 제1조 제5항).
군대 내 성추행에 적용되는 죄명은 폭행·협박의 유무와 피해자의 상태에 따라 갈립니다. 폭행이나 협박으로 군인에 대해 추행을 했다면 군형법 제92조의3 강제추행으로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집니다. 잠자고 있거나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상태처럼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추행은 제92조의4 준강제추행으로 같은 형이 적용되고, 제92조의5에 따라 미수도 처벌됩니다.
폭행·협박 정도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상관의 지위를 이용한 신체 접촉처럼 추행으로 평가되는 행위는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로 2년 이하의 징역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어느 죄명이 적용되느냐에 따라 형량과 공소시효가 달라지므로, 고소 전에 사실관계를 정리해 죄명을 먼저 가려야 합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도 군형법상 “군인”에 대한 추행이어야 하는데, 이는 범행 당시 피해자가 현역 군인이었는지를 기준으로 하므로 지금 전역한 상태라는 사정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군대에서 있었던 일은 군사법원에서만 다룬다”는 생각 때문에 고소를 포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군사법원법 제2조 제2항 제1호는 군인이 범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의 성폭력범죄에 대해 일반 법원이 재판권을 가진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전시·사변 등 국가비상사태가 아닌 한 평시에는 민간 법원이 재판합니다.
가해자가 전역했다면 더욱 단순합니다. 전역으로 군인 신분이 사라졌으므로 군사법원법 제2조 제1항이 정하는 신분적 재판권의 대상 자체가 아니어서, 사건은 민간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처리됩니다. 즉 전역 후 고소하는 피해자는 군 내부 지휘계통을 거칠 필요 없이 가까운 경찰서에 직접 고소장을 낼 수 있습니다.
이 점은 피해자에게 실질적으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군 복무 중에는 가해자가 상관이거나 같은 부대 선임이라 보복이나 소문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역 후에는 같은 부대 안의 지휘 관계에서 벗어나 독립된 수사기관에서 사건이 다뤄지기 때문입니다.
범행 당시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군인이었다면, 지금 두 사람이 민간인이어도 군형법상 성범죄가 성립합니다.
3. 가장 중요한 한계는 공소시효이며, 기산점과 연령이 결과를 가릅니다
공소시효는 범죄행위가 끝난 때부터 계산하되, 피해 당시 미성년자였다면 성년이 된 날부터 시작됩니다.
공소시효는 범죄의 법정형에 따라 정해집니다.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은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는 10년, 장기 5년 미만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는 5년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군형법 제92조의3 강제추행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어서 장기가 10년을 넘으므로 시효가 10년이고, 제92조의6 추행죄는 2년 이하의 징역이어서 시효가 5년입니다.
시효가 언제부터 흐르는지도 중요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52조 제1항은 시효를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부터 진행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전역한 날이 아니라 추행이 있었던 날이 기준입니다. 같은 가해자의 추행이 반복되었다면 각 행위마다 시효가 따로 흐른다는 점도 계산에서 놓치기 쉽습니다.
그리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1조 제1항은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공소시효를 피해 미성년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진행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입대 당시 만 19세 미만이었던 병사가 피해를 입었다면 시효 기산점이 그만큼 뒤로 늦춰질 수 있으니, 피해 당시 나이는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결국 “전역 후 고소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은 “시효가 남았는가”라는 질문으로 바뀝니다. 시효가 하루라도 지나면 고소 자체는 접수되더라도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되므로, 시효 계산은 고소장 작성보다 먼저 해야 하는 작업입니다.
고소 가능 여부의 핵심은 죄명별 시효와 기산점이며, 강제추행은 10년, 추행죄는 5년이고 미성년 피해라면 성년이 된 날부터 셉니다.
4. 오래된 사건은 진술의 일관성과 객관적 정황으로 입증합니다
고소가 늦었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오래된 군대 성추행 사건에서 피해자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왜 그때 말하지 않고 이제야 하느냐”는 추궁입니다. 대법원은 성폭력 사건의 심리에서 이런 관점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군대처럼 계급과 지휘 관계가 뚜렷한 조직에서 피해자가 즉시 항의하지 못하거나 한참 뒤에야 피해를 말하는 것은 그 환경에서 흔히 있는 반응입니다. 법원은 이런 맥락을 고려해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하므로, 늦은 고소 그 자체가 약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시간이 흐른 만큼 객관적 자료가 사건의 무게를 더합니다. 입대 직후 가족이나 친구에게 보낸 메신저·편지, 당시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이나 군 병원에서 받은 상담·진료 기록, 피해 후 정신과 치료 내역, 같은 부대 동료의 목격 또는 전해 들은 진술, 근무표와 생활관 배치표를 통해 확인되는 가해자와의 접점이 대표적입니다. 부대 기록은 개인이 직접 얻기 어려워 수사기관이 사실조회나 압수수색으로 확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시에 피해 사실이 시간에 따라 달라지지 않도록, 고소 전에 기억나는 일시·장소·행위·말을 가능한 구체적으로 시간순으로 적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진술의 핵심이 일관되는지가 신빙성 판단의 중심이 되기 때문입니다.
늦은 고소 자체는 약점이 아니며, 당시 정황을 뒷받침하는 기록과 일관된 진술이 오래된 사건의 입증 열쇠입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전역 후 사건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시효 확인과 자료 정리를 마친 뒤 고소장을 내야 사건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전역 후 고소는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에 거주하신다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고소장 접수 → ②피해자 조사와 가해자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여부 결정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성범죄 피해자는 조사 과정에서 신뢰관계자 동석이나 진술조력인 제도의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고소를 결심했다면 아래 순서로 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피해 일자와 피해 당시 나이를 확정해 군형법 제92조의3·제92조의6 등 적용 죄명과 공소시효 완성 여부부터 계산합니다.
당시 메신저·상담 기록·진료 기록·동료 연락처를 모으고, 기억나는 사실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가해자의 현재 신분과 주소를 파악해 관할 수사기관을 정하고, 고소장에 죄명과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특정해 접수합니다.
사건이 오래되었다면 고소장 한 장의 완성도가 이후 수사 방향을 좌우하므로, 고소 전에 성범죄 사건에 경험 있는 변호사와 함께 시효와 증거를 점검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마치며
군대 성추행 피해자분들은 “그때 말하지 못한 내가 잘못이다”라는 자책 때문에 고소를 오래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법은 침묵한 시간을 이유로 피해자의 권리를 지워주지 않고, 시효라는 명확한 기준만을 둡니다.
피해를 입으신 분은 감정에 앞서 피해 일자와 당시 나이, 남아 있는 기록부터 정리하셔야 합니다. 시효가 남아 있다면 기록이 사라지기 전에 움직이는 것이 사건의 결과를 바꿉니다.
반대로 오래전 일로 고소를 당한 입장이라면, 시효 완성 여부와 당시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를 따져보지도 않고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시효가 남아 있는 한 전역은 방어 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를 대리한 경우와 혐의를 받는 분을 변호한 경우 양쪽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건 초기에 시효와 증거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혼자 가늠하기 어렵다면 시효가 지나기 전에 먼저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시점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역한 지 5년이 넘었는데도 고소할 수 있나요?
A. 시효가 남아 있다면 가능합니다. 전역일이 아니라 추행이 있었던 날을 기준으로, 강제추행은 10년, 추행죄는 5년 안이면 고소할 수 있습니다.
Q. 가해자도 이미 전역했는데 군형법이 적용되나요?
A. 적용됩니다. 군형법 제1조 제5항이 군복무 중 범한 죄는 전역 후에도 이 법을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Q. 군사법원에 가야 하나요?
A. 아닙니다. 성폭력범죄는 일반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고, 가해자가 전역했다면 군사법원의 신분적 재판권 대상도 아닙니다. 가까운 경찰서에 고소장을 내시면 됩니다.
Q. 증거가 아무것도 없는데 고소가 가능한가요?
A. 고소는 가능합니다. 다만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당시 상담·진료 기록, 동료 진술 같은 정황을 최대한 모으는 것이 중요하고, 부대 기록은 수사기관이 확보하기도 합니다.
Q. 고소가 늦으면 거짓말로 의심받나요?
A. 늦은 고소만으로 진술이 배척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성폭력 사건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요구하고 있어, 군 조직 특성에 따른 지연은 맥락으로 고려됩니다.
Q. 합의했던 사건도 다시 고소할 수 있나요?
A. 합의서의 내용과 처벌불원 의사가 어떻게 기재됐는지, 어떤 경위로 작성됐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합의 문서를 먼저 확인하고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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