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조상 대대로 농사를 짓거나 집을 지어 살아온 땅이 알고 보니 국유지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관할 관청이나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변상금 납부 고지서를 받고서야 문제를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가 만난 분들은 “30년 넘게 내가 써온 땅인데 이제 와서 국가 땅이라니 말이 되느냐”, “오래 썼으니 당연히 내 땅이 되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실제로 확인해 보면 그 땅이 시효취득이 아예 불가능한 종류의 국유지인 경우도 있고, 반대로 요건만 갖추면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 있는 땅인데도 잘못된 대응으로 기회를 날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서둘러 소송을 내면서 점유 사실을 부풀려 주장했다가 형사 문제까지 번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재 법은 국유재산 중 행정재산만 시효취득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고, 대법원은 행정재산이었던 땅이 공용폐지된 뒤에야 시효 기간이 진행된다고 봅니다. 따라서 “몇 년을 썼느냐”보다 “그 땅이 어떤 종류의 국유재산이었고 언제부터 그랬느냐”가 먼저 결론을 가릅니다.
아래에서는 국유지 시효취득이 어떤 경우에 가능한지, 30년 점유로도 부족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소송 전에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법조문과 판례 흐름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국유지라고 해서 모두 시효취득이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행정재산은 안 되고, 일반재산은 요건만 갖추면 가능합니다.
국유재산법은 국유재산을 행정재산과 일반재산으로 나눕니다. 행정재산은 관공서 청사, 도로, 하천, 공원처럼 국가가 직접 사무용·공용·공공용으로 쓰거나 쓰기로 결정한 재산이고, 일반재산은 그 밖의 국유재산, 이른바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국유지를 말합니다. 시효취득이 가능한지 묻기 전에 내가 쓰는 땅이 둘 중 어느 쪽인지가 먼저입니다.
국유재산법 제7조 제2항은 이 점을 명확히 정하고 있습니다.
행정재산은 「민법」 제245조에도 불구하고 시효취득(時效取得)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국유재산법 제7조 제2항).
예전에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구 국유재산법은 국유재산 전체를 시효취득에서 제외했는데, 헌법재판소가 1991년 이 조항 중 잡종재산(현행법의 일반재산)에 관한 부분을 위헌으로 선언했고, 이후 법이 개정되어 현재는 행정재산만 제외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30년 전 점유가 시작된 땅이라도 지금 기준으로는 ‘일반재산’이면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이 구분을 지적도나 토지대장만으로 알 수 없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소유자란에 ‘국’이라고 적혀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행정재산인지 일반재산인지 가려지지 않으므로, 관리청에 재산 구분과 관리 이력을 확인해야 합니다. 도로 형태를 갖추고 실제 통행에 쓰이는 땅, 하천구역, 공원·학교 부지 등은 행정재산일 가능성이 높고, 임야나 구거(도랑) 일부,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잔여 부지 등은 일반재산인 경우가 많습니다.
국유지 시효취득은 ‘국유지냐’가 아니라 ‘행정재산이냐 일반재산이냐’로 갈립니다.
2. 행정재산이었다면 공용폐지가 먼저 있어야 시효 기간이 흐릅니다
행정재산이 공용폐지된 때부터 비로소 시효취득의 대상이 됩니다.
그 땅이 원래 행정재산이었다면 시효취득을 주장하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행정재산은 공용이 폐지되지 않는 한 사법상 거래나 시효취득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공용폐지가 있어야 일반재산으로 바뀌어 시효가 진행됩니다. 아무리 오래 사용해 왔더라도 행정재산이던 기간은 20년에 산입되지 않습니다.
공용폐지의 의사표시는 명시적일 필요는 없고 묵시적이어도 됩니다. 다만 대법원은 행정재산이 사실상 본래의 용도에 쓰이지 않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공용폐지의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1997. 3. 14. 선고 96다43508 판결). 쉽게 말해 “관청이 방치해서 아무도 안 쓰던 땅이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국가가 적법한 권한으로 용도를 없애는 의사를 밝혔다고 볼 만한 사정, 예를 들어 용도폐지 처분이나 관리 주체의 일반재산 편입 조치, 관련 사업 종료와 후속 처분 등이 있어야 합니다.
더 어려운 문제는 입증책임입니다. 원래 행정재산이었던 땅이 공용폐지로 시효취득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은 시효취득을 주장하는 쪽이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그래서 소송 전에 국유재산 관리 이력, 용도폐지 여부, 관리전환·재산 구분 변경 기록을 관리청과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에 확인해 근거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리하면, 일반재산이라면 곧바로 점유의 성격으로, 행정재산이었다면 공용폐지 시점을 먼저 증명한 뒤 그때부터 20년이 지났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행정재산이었다면 ‘공용폐지가 언제 있었는지’가 시효 기산점을 정합니다.
3. 30년을 써왔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소유의 의사’로 점유했어야 합니다
시효취득은 사용 기간이 아니라 점유의 성격으로 판단됩니다.
점유취득시효의 요건은 민법 제245조 제1항에 정해져 있습니다.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민법 제245조 제1항).
세 요건, 즉 소유의 의사, 평온·공연한 점유, 20년의 기간이 모두 필요합니다. 민법 제197조 제1항은 점유자가 소유의 의사로 평온하고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하므로, 일단은 시효취득을 주장하는 사람이 자주점유를 입증할 책임을 지지 않고 국가가 그 추정을 깨뜨려야 합니다. 그러나 이 추정은 점유자의 마음속 생각이 아니라 점유를 시작하게 된 권원의 성질과 점유와 관련된 모든 사정으로 외형적·객관적으로 판단됩니다.
국유지 사건에서 이 추정이 깨지는 대표적인 경우가 국가와 대부계약을 맺거나 사용허가를 받아 점유한 경우입니다. 이런 점유는 국가 소유를 인정하고 빌려 쓰는 점유, 즉 타주점유이므로 그 기간은 아무리 길어도 시효취득의 기초가 되지 못합니다. 대부료나 사용료를 계속 납부해 왔다는 사실은 이 점에서 매우 불리한 사정이 됩니다. 반대로 대부 없이 사용해 변상금만 부과받아 왔다면, 그것이 곧바로 타주점유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점유 사실과 국가의 인지 시점을 보여주는 자료로 쓰이므로 납부 경위를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또 다른 쟁점은 점유의 승계입니다. 민법 제199조에 따라 현재 점유자는 자기 점유만 주장할 수도 있고 전 점유자의 점유를 합쳐서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나 전 소유자 때부터 이어진 점유라면 합산해 20년을 채울 수 있지만, 그 경우에는 전 점유자 시절의 점유가 자주점유였는지, 중간에 끊긴 기간이 없는지도 함께 입증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점유의 범위를 특정해야 합니다. 시효취득은 실제로 점유한 부분에 한해 인정되므로, 울타리·담장·건물·경작 흔적 등으로 경계를 확정하고 측량을 통해 지번과 면적을 특정해 두는 것이 필수입니다.
20년을 채웠다 해도 ‘대부받은 점유’나 ‘특정되지 않은 점유’는 시효취득이 어렵습니다.
4. 입증을 부풀리면 소송이 이기기는커녕 형사 문제가 됩니다
점유 사실을 과장하거나 증거를 꾸미면 소송사기와 증거 관련 범죄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국유지 시효취득 소송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점유 시작 시기와 기간을 실제보다 앞당기려는 유혹입니다. 20년이 모자라는 시점에 항공사진 연도를 고치거나, 이웃에게 사실과 다른 확인서를 받거나, 점유 개시 시점에 관한 허위 진술을 하면 소송 결과와 별개로 형사 책임이 따를 수 있습니다.
허위 증거로 법원을 속여 국가 소유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으려는 행위는 소송사기, 즉 형법 제347조 사기죄로 의율될 수 있습니다. 사기죄의 법정형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증인이 법정에서 거짓 진술을 하면 위증죄가 문제되고, 서류를 꾸민 사람에게는 문서 위조·행사 책임도 따로 문제 됩니다.
소송에서 지는 경우의 금전 부담도 있습니다. 시효취득이 인정되지 않으면 그동안 사용료 상당이 변상금으로 정리됩니다. 국유재산법 제72조 제1항에 따라 변상금은 해당 재산의 사용료 또는 대부료의 100분의 120에 해당하는 금액이고, 무단점유 경위와 경제적 사정을 고려하여 5년의 범위에서 징수를 미루거나 나누어 낼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2항). 변상금 부과 처분이 있었다면 그 처분에 대한 불복 기간과 방법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한편 점유 중 건물을 신축하거나 지목을 변경한 경우에는 별도로 건축법·개발행위허가 위반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시효취득 성공 가능성과 별개로 이 부분도 사전에 정리해야 합니다.
점유 기간을 부풀려 이기려 하다가는 소유권이 아니라 형사처벌 위험을 얻게 됩니다.
5. 소송 전 확인과 소송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시효 완성만으로 소유권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소송에서 승소해 등기까지 마쳐야 합니다.
시효가 완성되어도 등기를 해야 소유권을 취득합니다. 따라서 실제 절차는 통상 ①관리청·한국자산관리공사에 재산 구분과 관리 이력 확인, 변상금·대부 이력 정리 → ②측량과 점유 사실 입증자료 확보 → ③국가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 제기(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무부장관이 국가를 대표하며, 수원 지역 토지라면 수원지방법원 관할을 먼저 살핍니다) → ④판결 확정 후 단독 신청으로 소유권이전등기 순으로 진행됩니다. 국가가 반소나 변상금 부과로 맞서는 경우도 있으므로 사건 초기에 방어 구조까지 설계해야 합니다.
소송 전에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토지대장·등기사항증명서로 소유 관계를 확인하고, 관리청에 그 땅이 행정재산인지 일반재산인지, 공용폐지나 용도변경 이력이 있는지 문의합니다.
대부계약·사용허가·변상금 고지서 등 국가와 주고받은 서류를 모두 모아 점유 성격에 불리한 문서가 있는지부터 점검합니다.
항공사진, 재산세 납부 내역, 건물 건축 기록, 이웃 확인 등으로 점유 개시 시점과 기간, 점유 범위를 연도별로 뒷받침할 자료를 정리하고 측량으로 면적을 특정합니다.
이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해 보면 소송을 낼 만한 사건인지, 아니면 대부계약이나 매수 협의로 정리하는 편이 나은 사건인지 대부분 판단이 섭니다. 일반재산은 요건이 안 되더라도 점유자에게 수의계약으로 매각하는 제도가 있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마치며
국유지를 오래 써 온 분들은 “설마 국가가 내 땅을 가져가겠느냐”는 생각 때문에 변상금 고지서를 받고도 한참을 방치하다가 대응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점유해 온 사람의 입장에서는 감정에 호소하기보다 그 땅이 어떤 재산인지, 내 점유가 어떤 성격이었는지를 문서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점유 사실을 문제 삼는 쪽, 또는 점유 과정에서 형사 문제가 불거진 입장이라면 시효취득 주장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입증자료에 문제는 없는지를 냉정하게 가려야 합니다.
저는 부동산 분쟁과 그에 얽힌 형사 사건을 양쪽에서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30년 점유라도 땅의 종류와 점유의 성격에 따라 결론이 정반대로 갈리는 것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지금 받은 서류가 변상금 고지서든 소송 서류든, 대응할 수 있는 시기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지금 시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국유지라면 아무리 오래 써도 시효취득이 안 되나요?
A. 아닙니다. 국유재산법 제7조 제2항은 행정재산만 시효취득에서 제외하므로, 일반재산이라면 민법상 요건을 갖추었을 때 시효취득이 가능합니다.
Q. 우리 땅이 행정재산인지 일반재산인지 어디서 알 수 있나요?
A. 토지대장만으로는 알 수 없고 관리청이나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재산 구분과 관리 이력을 확인해야 합니다. 도로·하천·공원처럼 공공용으로 쓰이는 땅은 행정재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Q. 변상금을 납부해 왔는데 시효취득이 불가능해지나요?
A. 변상금 납부 자체가 곧바로 시효취득을 막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대부계약을 맺고 대부료를 낸 점유는 국가 소유를 인정한 점유로 보아 불리하므로, 어떤 명목으로 납부했는지가 중요합니다.
Q. 부모님 때부터 쓰던 땅인데 부모님 점유 기간도 합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민법 제199조에 따라 전 점유자의 점유를 합쳐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합산하는 기간 전체에서 자주점유와 연속성을 입증해야 합니다.
Q. 20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제 땅이 되나요?
A. 아닙니다. 시효 완성 후 국가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에서 승소하고 등기를 마쳐야 소유권을 취득합니다. 등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처분되면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Q. 점유 기간을 조금 늘려서 주장해도 되나요?
A. 안 됩니다. 허위 증거나 허위 진술로 승소하려 하면 소송사기, 위증 등 형사 책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점유 기간이 모자란다면 대부나 매수 같은 다른 정리 방법을 검토해야 합니다.
Q. 국가에서 변상금 고지서가 왔는데 먼저 무엇을 해야 하나요?
A. 불복 기간부터 확인하고, 점유 경위와 관련 서류를 모두 모아 두십시오. 시효취득 주장 여부는 서류를 본 뒤 판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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