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부동산을 사기로 계약하고 대금까지 치렀는데, 매도인이 더 높은 값을 부르는 다른 사람에게 집이나 땅을 넘겨버렸다는 상담이 꾸준히 들어옵니다. 그 불안 때문에 미리 처분금지가처분까지 해두었는데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대개 “가처분을 해놨으니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없을 것”, “등기가 넘어갔어도 가처분이 있으니 무효가 될 것”이라고 안심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등기부를 떼어 보면 가처분등기 뒤에 제3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져 있고, 그 제3자는 “나는 정상적으로 샀다”고 주장합니다. 가처분이 있는데도 처분이 막히지 않은 것처럼 보이니 당황하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처분금지가처분의 효력은 처분 자체를 무효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처분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게 하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대법원은 중도금 이후의 이중매매를 단순한 채무불이행이 아니라 매도인의 배임죄로 보고 있어, 민사와 형사 양면의 대응이 모두 가능합니다.
아래에서는 가처분 이후 매도인이 제3자에게 부동산을 넘겼을 때 그 처분의 효력이 어떻게 되는지, 등기를 되돌리는 방법과 매도인에 대한 형사 책임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1. 가처분이 있어도 제3자 앞으로 등기 자체는 마쳐질 수 있습니다
처분금지가처분은 등기를 물리적으로 막는 장치가 아니라, 처분의 효력을 가처분채권자에게 주장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입니다.
부동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지고 있을 때, 그 권리를 보전하기 위해 민사집행법 제300조 제1항의 다툼의 대상에 관한 가처분으로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합니다. 법원이 결정을 내리면 법원사무관 등이 관할 등기소에 가처분등기를 촉탁하고, 등기부 갑구에 “처분금지가처분” 기입이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이 등기가 마쳐졌다고 해서 등기소가 이후의 이전등기 신청을 반려하는 것은 아닙니다. 매도인이 소유자로서 제3자와 매매계약을 하고 이전등기를 신청하면, 등기관은 가처분등기 사실과 관계없이 그 신청을 받아 등기를 해주는 것이 실무입니다. 그래서 가처분 뒤에도 제3자 앞으로 소유권이 넘어가는 일이 현실에서 벌어집니다.
다만 그 등기는 가처분채권자인 매수인이 본안에서 이기는 범위에서 효력을 잃게 됩니다. 처분금지가처분의 효력은 절대적 무효가 아니라 가처분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만 처분을 인정하지 않는 상대적 효력이어서, 매도인과 제3자 사이의 계약 자체가 곧바로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처분은 이전을 물리적으로 막는 것이 아니라, 이전된 등기를 나중에 매수인에게 대항하지 못하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2. 본안에서 이기면 가처분 이후의 제3자 등기를 말소할 수 있습니다
매수인이 이전등기청구 본안소송에서 승소하면, 가처분등기 이후에 마쳐진 제3자의 등기는 저촉되는 범위에서 말소됩니다.
이때 핵심은 가처분이 본안 승소 판결과 짝을 이룬다는 점입니다. 가처분채권자는 반드시 매도인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본안소송을 제기해 승소 확정판결을 받아야 합니다. 가처분 결정을 받은 뒤 본안을 제기하지 않으면, 매도인이 제소명령을 신청해 가처분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승소 판결을 받아 매수인이 매도인으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면, 부동산등기법 제94조에 따라 가처분채권자는 단독으로 가처분등기 이후에 마쳐진 제3자 명의의 등기를 말소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 신청에는 승소 판결 정본과 가처분 사실을 소명하는 자료를 붙이고, 등기관은 가처분등기 이후의 등기 중 가처분채권자의 권리 취득과 저촉되는 것을 직권으로 말소합니다. 제3자를 상대로 따로 말소등기 소송을 낼 필요가 없다는 점이 가처분의 가장 큰 실익입니다.
제3자가 설정받은 근저당권이나 전세권도 마찬가지로,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과 저촉되는 범위에서 정리 대상이 됩니다. 반대로 가처분등기 이전에 마쳐진 근저당권 같은 등기는 가처분과 무관하게 살아남으므로, 등기부에서 가처분등기의 앞뒤 순서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본안 승소 후 가처분채권자는 제3자와 따로 소송하지 않고도, 가처분 이후의 제3자 등기를 말소 신청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3. 가처분등기 사실을 알고 산 제3자는 “선의”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가처분등기는 등기부에 공시되므로, 제3자가 몰랐다는 항변은 의미가 없습니다.
제3자가 “나는 가처분이 있는 줄 몰랐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처분금지가처분의 효력은 제3자의 선의·악의와 상관없이 등기 시점을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부동산 등기부는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공시되어 있고, 매수 전 등기부 확인은 거래의 기본이므로 가처분등기를 확인하지 않은 책임은 제3자가 집니다.
한편 가처분이 아예 없거나 가처분 이전에 제3자가 등기를 마친 경우에는 사정이 다릅니다. 이 경우 제2매수인에게 소유권이 넘어가고, 앞선 매수인은 소유권을 되찾기 어렵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이중매매에서 제2매수인이 매도인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경우 그 제2매매를 반사회적 법률행위로 보아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로 본다는 법리를 확립하고 있습니다. 매도인이 앞선 계약을 알리지 않고 말했는지, 제2매수인이 이를 알면서 더 높은 값을 제시하며 매도를 부추겼는지가 가담 여부를 가르는 사정입니다.
가처분을 해두었다면 이 적극 가담 여부를 증명하는 어려운 싸움을 하지 않고도, 등기 선후만으로 제3자 등기를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유리한 출발선에 서 있는 셈입니다.
가처분이 있으면 제3자의 선의·악의를 따질 필요 없이, 등기의 선후만으로 제3자 등기가 정리됩니다.
4. 매도인은 배임죄 형사처벌과 특경법 가중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중도금까지 받고 다른 사람에게 부동산을 넘긴 매도인은 민사책임에 그치지 않고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대법원은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계약금만 받은 단계에서는 계약을 벗어날 수 있으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지만,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 보전에 협력할 신임관계에 놓인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 단계 이후 매도인이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하고 등기를 마쳐 주었다면, 매수인에 대한 배임죄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매도인이 중도금을 지급받는 등 계약이 이행 단계에 이른 이후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고, 이 단계에서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상 손해를 방지할 신임관계에 있는 타인의 사무처리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부동산 가액으로 계산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이득액은 제3자가 챙긴 부동산 가액을 기준으로 따지므로, 매매대금이 높은 아파트나 토지라면 특경법 구간에 들어가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가처분이 걸려 있는데도 이를 알면서 제3자에게 넘긴 사정은 배임의 고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됩니다. 매도인이 가처분 결정문을 송달받았다는 기록, 가처분 이후의 매도 경위가 매도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형법 제327조의 강제집행면탈죄는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허위양도하여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데, 가처분 이후 허위의 매매로 명의만 옮긴 정황이 있다면 함께 검토됩니다.
중도금 이후의 이중매매는 배임죄이고, 가처분 후 제3자에게 넘긴 사정은 고의 입증에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5. 가처분부터 말소 신청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등기부 확인부터 가처분 사실 소명까지, 순서를 지켜야 말소 신청이 막히지 않습니다.
실제 사건은 통상 ①등기부등본으로 가처분등기와 제3자 등기의 선후 확인 → ②매도인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 본안소송 제기(부동산 소재지가 수원이면 수원지방법원 또는 그 관할 지원) → ③승소 확정판결로 매도인으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 → ④부동산등기법 제94조에 따라 가처분등기 이후 제3자 등기 말소 신청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형사 쪽은 매도인을 배임으로 고소하는 것으로, 관할 경찰서(수원 소재 부동산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고소장을 접수하면 조사 후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됩니다.
이미 가처분 이후 제3자 앞으로 등기가 넘어간 사실을 알게 됐다면, 감정적으로 매도인에게 항의하기 전에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동산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발급받아 가처분등기 일자와 제3자 소유권이전등기·근저당 일자의 선후 관계를 확인합니다.
매매계약서, 계약금·중도금 입금 내역과 가처분 결정문, 매도인에 대한 송달 기록을 한 곳에 정리합니다.
제3자와 매도인의 매매 경위(공인중개사 문자, 계약 시점 대화 기록)를 확보해 적극 가담 여부와 배임 고의를 입증할 자료를 모읍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민사 본안과 형사 고소를 병행하면, 형사 절차에서 확인된 사실이 민사에서도 입증에 활용되고 매도인이 합의에 나서도록 하는 압박도 됩니다. 병행 순서와 시기는 사안마다 달라 초기에 설계해야 합니다.
마치며
가처분까지 해두었는데 뚫렸다는 허탈감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이미 끝난 일”이라고 생각하고 대응을 미루십니다. 하지만 등기부의 선후만 확인되면 되돌릴 수 있는 사건이 적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제3자 명의로 근저당이 더 설정되거나 다시 전매되어 정리가 복잡해집니다.
돈을 치르고도 부동산을 잃을 처지가 된 매수인 입장에서는 가처분 이후 등기를 말소하는 민사 절차와 매도인을 배임으로 고소하는 형사 절차를 어떤 순서로 이을지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반대로 제3자로서 이 부동산을 사들이거나 매도인으로서 형사 고소를 당한 입장에서도 “몰랐다”, “더 좋은 조건이어서 팔았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가처분등기 시점과 계약 경위에 따라 책임의 범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부동산 이중매매와 배임 사건에서 매수인과 매도인·제3자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등기 선후와 계약 경위 한 줄이 결론을 바꾸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등기부를 확인했는데 상황이 이미 꼬여 있다면, 그때가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을 때,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가처분을 했는데도 매도인이 제3자에게 등기를 넘길 수 있나요?
A. 등기 자체는 마쳐질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등기는 가처분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므로, 본안에서 승소해 이전등기를 받으면 가처분 이후의 제3자 등기를 말소할 수 있습니다.
Q. 제3자 등기를 말소하려면 제3자를 상대로 따로 소송해야 하나요?
A. 원칙적으로 필요 없습니다. 본안 승소 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뒤, 부동산등기법 제94조에 따라 단독으로 가처분 이후 등기의 말소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Q. 제3자가 가처분을 몰랐다고 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선의·악의는 따지지 않습니다. 가처분등기는 등기부에 공시되므로 등기 시점의 선후만으로 효력이 정해집니다.
Q. 가처분을 하지 않았는데 매도인이 이미 다른 사람에게 등기를 넘겼다면요?
A. 제2매수인이 매도인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했다면 그 매매는 반사회적 법률행위로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가담이 입증되지 않으면 소유권 회복이 어려우니 손해배상과 형사 고소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Q. 계약금만 냈을 때도 매도인을 배임으로 고소할 수 있나요?
A.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이행 단계에 이른 뒤에야 매도인이 신임관계에 있다고 봅니다. 계약금 단계라면 계약금 배액 상환으로 계약을 벗어날 수 있어 배임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Q. 본안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가처분은 어떻게 되나요?
A. 매도인의 제소명령 신청이 있으면 정해진 기간 안에 본안을 제기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가처분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처분 직후 본안 준비를 병행해야 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