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시세보다 싸게 나온 부동산을 계약했다가, 알고 보니 매도인이 이미 다른 사람과 매매계약을 맺은 상태였다는 사실이 드러나 형사 사건으로 번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매수인분들 중 상당수는 “이미 계약한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계약금까지 걸어놓은 건 아니라고 하더라”, “나는 돈을 제대로 주고 샀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생각으로 계약을 진행한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먼저 계약한 매수인이 매도인을 배임으로 고소하면서 “뒤에 산 사람도 알고 샀으니 같이 처벌해 달라”고 나오면, 경찰 조사 통지서를 받고서야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이중매매에서 뒤에 산 사람의 형사책임을 단순히 ‘알고 샀는지’가 아니라 매도인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중매매 사실을 알았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공범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매도인의 배임행위를 부추기거나 그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면 배임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이중매매 사실을 알고 계약한 매수인이 어떤 경우에 배임죄 공범이 되는지, 그리고 조사를 받게 되었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이중매매의 배임죄는 먼저 계약한 매수인에 대한 매도인의 범죄입니다
처벌의 출발점은 매도인이고, 뒤에 산 사람은 그 배임행위에 가담했는지로 따로 판단됩니다.
부동산을 팔기로 계약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넘겨주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르면, 매도인이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 사무를 도와야 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된다고 봅니다(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이 단계에서 매도인이 같은 부동산을 제3자에게 다시 팔아 등기까지 넘기면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가 문제됩니다.
형법 제355조 제2항 배임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부동산 중개나 사업상 반복적으로 이런 거래를 하는 지위라면 형법 제356조 업무상배임이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배임죄의 신분, 즉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지위가 매도인에게만 있다는 것입니다. 뒤에 계약한 매수인은 먼저 계약한 매수인에게 아무런 의무가 없습니다. 그래서 뒤의 매수인이 처벌되려면 형법 제33조에 따라 신분이 없는 사람도 신분 있는 사람의 범죄에 가담한 경우 공범으로 처벌된다는 틀에 들어가야 하고, 이때 가담의 정도가 쟁점이 됩니다.
이중매매에서 배임죄의 주체는 매도인이고, 뒤에 산 사람은 그 범행에 어느 정도 가담했는지에 따라 따로 판단됩니다.
2. 이중매매를 ‘알고만’ 산 것과 ‘적극 가담’한 것은 법적으로 다릅니다
알고 샀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배임행위를 교사하거나 전 과정에 관여한 정도여야 공동정범이 됩니다.
대법원은 업무상배임으로 이익을 얻는 수익자나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3자를 공동정범으로 인정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선 실행행위자(매도인)의 행위가 피해자에 대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식했어야 하고, 나아가 그 배임행위를 교사하거나 배임행위의 전 과정에 관여하는 등 적극 가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업무상 배임죄의 실행으로 인하여 이익을 얻게 되는 수익자 또는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3자를 배임의 실행행위자에 대한 공동정범으로 인정하기 위하여는, 우선 실행행위자의 행위가 피해자 본인에 대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식하였어야 한다. 나아가 실행행위자의 배임행위를 교사하거나 또는 배임행위의 전 과정에 관여하는 등으로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할 것을 필요로 한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5630 판결).
이 법리를 실제 사건에 대입하면 이렇게 갈립니다. 매도인이 먼저 “지금 다른 사람이랑 계약이 되어 있는데 더 얹어주면 당신에게 넘기겠다”고 제안한 것을 받아들여 시세보다 높은 웃돈을 주고 계약한 정도라면 공범 여부가 다투어질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매도인이 이중매매를 하는 줄 모르고 계약했거나, 중개인으로부터 단순히 “앞서 얘기가 오가던 사람이 있었다” 정도의 말을 들은 데 그쳤다면 배임행위에 대한 인식과 적극 가담 모두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알고 샀다는 사실만으로 공범이 되는 것이 아니라, 매도인의 배임행위를 부추기거나 전 과정에 관여한 경우에 공동정범이 됩니다.
3. 수사기관이 적극 가담을 보는 구체적인 사정은 따로 있습니다
접촉 경위, 대가 수준, 등기 시점이 ‘적극 가담’ 판단의 핵심 자료가 됩니다.
수사기관이 적극 가담 여부를 가리는 자료는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첫째, 누가 먼저 거래를 제안했는지입니다. 뒤의 매수인이 먼저 접근해 “다른 사람에게 팔지 말고 나한테 팔라”고 요구한 경우와, 매도인이 먼저 새 매수인을 찾아 나선 경우는 평가가 다릅니다. 문자·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이 점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둘째, 거래 조건이 정상적인 범위인지입니다.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사거나, 반대로 먼저 계약한 매수인이 낸 계약금을 대신 물어주겠다는 식의 조건을 건 경우에는 매도인의 배임을 적극적으로 도왔다고 볼 사정이 됩니다. 셋째, 먼저 계약한 매수인의 존재를 알게 된 시점이 계약 체결 전인지 후인지, 그리고 알게 된 뒤에 매도인과 무엇을 했는지입니다.
민사에서도 이 문제는 마찬가지입니다. 이중매매가 반사회적 법률행위로 무효가 되려면 뒤의 매수인이 매도인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는 법리가 확립되어 있고(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다29151 판결), 형사에서의 적극 가담 판단도 같은 방향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한 가지 짚을 점은, 형사에서 공범으로 인정되면 민사에서도 소유권 이전등기가 말소될 위험까지 동시에 안게 된다는 점입니다.
접촉 경위·대가 수준·등기 시점이 모두 합쳐져 “적극 가담했다”는 평가가 만들어집니다.
4. 공범으로 인정되면 매도인과 같은 법정형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공동정범은 정범과 같은 형으로, 방조에 그치면 감경됩니다.
형법 제30조에 따라 공동정범은 각자를 정범으로 처벌합니다. 따라서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인정되면 배임죄 정범인 매도인과 같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의 법정형이 적용됩니다. 매도인이 업무상배임에 해당하는 지위였다면 형법 제33조 단서에 따라 신분이 없는 가담자에게는 단순배임의 형이 적용됩니다.
가담의 정도가 이에 못 미쳐 배임행위를 돕는 데 그친 경우에는 형법 제32조의 방조가 문제됩니다. 방조범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하므로(제32조 제2항), 공동정범인지 방조인지에 따라 양형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형이 크게 무거워질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합니다. 부동산 이중매매는 거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득액이 이 구간에 들어갈 수 있고, 이때는 매도인뿐 아니라 가담한 매수인도 공범으로 함께 가중처벌 대상이 됩니다. 반환·합의 여부는 성립 자체에는 영향이 없지만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습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첫 조사 전에 대화 기록과 거래 경위를 정리해두는 것이 사건 방향을 좌우합니다.
이중매매 배임 사건은 통상 ①먼저 계약한 매수인의 고소장이 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부동산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및 참고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뒤의 매수인은 매도인과 함께 피의자 또는 참고인으로 불려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사 통지를 받았다면 진술 전에 아래 순서로 자료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매도인·중개인과 주고받은 문자·카카오톡 대화를 전부 모아, 이중매매 사실을 언제 어떤 경로로 알게 됐는지부터 정리합니다.
계약서, 계약금·중도금·잔금 이체내역과 시세 자료를 모아 거래 조건이 정상 범위였는지 확인합니다.
등기부등본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처분 등 날짜를 확인해 먼저 계약한 매수인의 권리와 내 계약·등기의 선후를 파악합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매도인의 배임에 대한 인식 여부와 가담 정도를 구체적으로 소명한다면, 적극 가담이 아니라는 점을 형사에서 다투는 동시에 민사상 소유권 분쟁에 대한 대비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이중매매 사건은 “나는 돈 주고 정당하게 샀는데”라는 억울함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첫 진술에서 이중매매를 언제 알았는지, 어떤 조건으로 계약했는지를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참고인으로 끝날 사건이 피의자 사건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먼저 계약하고 돈을 날릴 위기에 놓인 매수인 입장에서는 매도인의 배임뿐 아니라 뒤의 매수인이 어떤 경위로 거래에 들어왔는지를 대화 기록과 등기 선후로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처분과 고소를 어떤 순서로 하느냐에 따라 소유권을 지킬 수 있는지가 갈립니다.
반대로 뒤에 계약한 매수인 입장에서도 “알고 샀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공범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배임행위를 교사했는지, 전 과정에 관여했는지가 따로 입증되어야 하므로 거래 경위를 차분히 정리하면 방어할 여지가 충분합니다.
저는 이중매매 사건에서 먼저 계약한 쪽과 뒤에 계약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거래 경위의 작은 차이가 결론을 완전히 바꾸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중매매인 줄 몰랐다가 계약 후에 알게 됐습니다. 처벌되나요?
A. 계약 당시 몰랐다면 배임행위에 대한 인식이 없어 공동정범이 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알게 된 뒤 매도인과 어떤 행동을 했는지가 별도로 평가되므로, 알게 된 시점과 이후 대응을 기록으로 남겨두셔야 합니다.
Q. 이중매매 사실을 알고 샀다면 무조건 공범인가요?
A. 아닙니다. 대법원은 배임행위를 인식한 것에 더해 배임행위를 교사하거나 전 과정에 관여하는 등 적극 가담했을 것을 요구합니다. 알고 산 사실 하나만으로 공동정범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Q. 매도인이 먼저 더 비싸게 사라고 제안했는데 응했습니다. 어떻게 되나요?
A. 먼저 제안한 쪽이 매도인이라는 점은 적극 가담을 부정하는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가격 조건과 계약 경위 전체를 보므로, 대화 기록으로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 입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Q. 형사 처벌과 별개로 제 등기가 말소될 수도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뒤의 매수인이 매도인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인정되면 그 매매계약이 반사회적 법률행위로 무효가 될 수 있고, 이 경우 먼저 계약한 매수인이 소유권 이전등기 말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Q. 먼저 계약한 매수인과 합의하면 어떻게 되나요?
A. 합의는 배임죄 성립 자체를 없애지는 못하지만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됩니다. 사건 초기에 합의가 이루어지면 처분 단계에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경찰에서 조사받으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이중매매를 알게 된 시점과 거래 경위에 대한 첫 진술이 이후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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