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분양신청을 하지 않았거나 철회해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 분들이, 청산금을 받기도 전에 조합으로부터 사업비 부담 통지를 받았다는 상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상당수는 “조합원이 아니게 됐는데 무슨 사업비를 내라는 건지 모르겠다”, “어차피 조합이 정관에 있다고 하니 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두 갈래의 생각 사이에서 흔들리고 계셨습니다. 그러다 조합이 제시한 금액을 청산금에서 공제한 채 협의서에 도장을 찍고, 나중에야 그 공제분이 근거 없는 돈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현금청산 대상자가 조합원 지위를 잃은 이상 정관에 사업비 분담의 근거·기준·내역·범위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지 않다면 청산금에서 사업비를 공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그런 구체적 규정이 있다면 조합의 공제 주장이 받아들여질 여지도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조합이 사업비를 떼겠다고 할 때 그것이 가능한 경우와 불가능한 경우를 가르는 기준, 그리고 청산금 지급 시기와 지연이자, 대응 절차를 판례와 조문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현금청산자는 조합원 지위를 잃기 때문에 조합이 부과금을 매길 수 없습니다
조합원이 아닌 사람에게는 조합원에게 매기는 부과금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73조 제1항은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사람, 분양신청기간 종료 전에 분양신청을 철회한 사람,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신청이 제한되는 사람, 관리처분계획에서 분양대상에서 제외된 사람을 상대로 사업시행자가 토지·건축물 등 권리의 손실보상에 관한 협의를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조합원으로서 새 아파트를 받는 대신 현금으로 정산받는 사람들입니다.
정비사업비는 원칙적으로 사업시행자가 부담하고, 조합은 사업이 끝나 청산 단계에 이르렀을 때 조합원에게 청산금을 부과하거나, 수입을 초과하는 비용이 있을 때 부과금을 부과·징수하는 방식으로 조합원에게 비용을 분담시킵니다. 이 두 방식 모두 조합원이라는 지위를 전제로 합니다. 그래서 현금청산 대상자가 되어 조합원 지위를 잃었다면 조합이 부과금을 부과·징수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실무에서는 조합이 “지금까지 쓴 설계비, 용역비, 금융비용이 있으니 현금청산자도 나눠 내야 한다”고 안내하면서 청산금 협의서에 공제 항목을 슬며시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항목은 법이 당연히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보듯 정관 등에 미리 정해 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인정될 뿐입니다.
재건축사업에서 조합원이 …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 경우에는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므로, 사업시행자인 조합은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 부과금을 부과ㆍ징수할 수 없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7두48437 판결).
현금청산 대상자는 조합원 지위를 잃으므로, 조합은 원칙적으로 부과금을 매길 수 없습니다.
2. 사업비 분담은 정관 등에 구체적으로 정해 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가능합니다
예외가 인정되려면 “누가, 무엇을, 어떤 기준으로” 부담하는지가 정관에 적혀 있어야 합니다.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법률관계는 근거 법령, 정관, 총회 결의, 그리고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약정에 따라 정해집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현금청산 대상자가 조합원 지위를 잃기 전까지 발생한 정비사업비 중 일부를 분담해야 한다는 취지를 정관, 총회 결의 또는 약정으로 미리 정해 둔 경우에는, 조합이 청산절차에서 이를 정산하거나 별도로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3두19486 판결과 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5다207785 판결이 이 흐름을 이루고 있습니다.
다만 이 예외는 좁게 적용됩니다. 대법원은 정관으로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사업비를 부담시키려면 정관 또는 정관이 지정하는 방식으로 비용의 발생 근거, 분담 기준과 내역,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단순히 현금청산 대상자가 받을 현금청산금에서 사업비용 등을 공제하고 청산할 수 있다는 추상적인 정관의 조항만으로는, 현금청산금에서 사업비용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사업비용을 부담하도록 할 수 없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7두48437 판결).
즉 정관에 “현금청산 대상자의 청산금에서 사업비용을 공제한다” 정도의 한 줄만 있다면, 조합이 그것만으로 공제액을 정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비용이 포함되는지, 총액을 어떻게 나누는지, 어느 시점까지 발생한 비용인지가 정관에 드러나 있어야 합니다.
정관의 한 줄짜리 공제 조항만으로는 부족하고, 분담의 근거·기준·내역·범위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어야 합니다.
3. 조합이 내민 공제 내역은 정관 문언과 하나씩 대조해야 합니다
공제 통지서의 항목은 정관 조문과 일대일로 맞춰 보면 근거 없는 부분이 드러납니다.
조합에서 공제 금액을 통지받았다면 먼저 정관의 현금청산 관련 조항을 확보해 문언을 확인해야 합니다. 정관 열람은 조합원이 아니게 된 뒤에도 요청해 볼 수 있고, 협의 과정에서 조합이 근거 조문을 특정해 제시하도록 서면으로 요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확인할 지점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정관에 현금청산 대상자가 사업비를 부담한다는 문구가 있는지, 둘째 그 비용의 종류(설계비, 감정평가비, 금융이자 등)가 열거되어 있는지, 셋째 총액을 조합원 수나 지분 등 어떤 기준으로 나누는지, 넷째 어느 시점까지 발생한 비용을 대상으로 하는지입니다. 이 네 가지 중 하나라도 비어 있다면 앞서 본 대법원 법리에 비추어 공제의 효력이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부분은 시기입니다. 분담 대상은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기 전까지 발생한 비용에 한정되므로, 지위를 잃은 뒤에 쓰인 시공사 선정 비용이나 이주비 이자, 조합 운영비까지 청산자에게 돌릴 수는 없습니다. 조합이 제시한 공제 내역의 발생 시점을 영수증과 총회 자료로 대조해 보시기 바랍니다.
실제로 소송에서는 조합이 청산금 청구를 받으면 “사업비를 공제해야 한다”는 항변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그 항변이 정관의 구체적 문언으로 뒷받침되는지가 쟁점이 되며, 앞의 2017두48437 판결에서도 조합의 공제 항변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공제 통지는 정관의 비용 종류·분담 기준·발생 시점과 하나씩 맞춰 보고, 맞지 않는 항목은 다투어야 합니다.
4. 청산금은 정해진 기한 안에 줘야 하고, 늦으면 지연이자가 붙습니다
조합이 협의와 소송을 미루면 최대 연 15퍼센트의 지연이자를 물게 됩니다.
도시정비법 제73조 제1항은 사업시행자가 관리처분계획이 인가·고시된 다음 날부터 90일 이내에 협의를 하도록 정하고 있고, 다만 분양신청기간 종료일의 다음 날부터 협의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협의가 성립하지 않으면 제2항에 따라 그 기간의 만료일 다음 날부터 60일 이내에 수용재결을 신청하거나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조합이 이 기간을 넘겨 수용재결을 신청하거나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하면, 제73조 제3항에 따라 지연일수에 대한 이자를 지급해야 합니다. 시행령 제60조 제2항은 지연이 6개월 이내이면 100분의 5, 6개월 초과 12개월 이내이면 100분의 10, 12개월을 초과하면 100분의 15의 이율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청산금 액수 자체는 시행령 제60조 제1항에 따라 사업시행자와 토지등소유자가 협의로 정하고, 재개발사업의 손실보상액을 위한 감정평가법인 선정은 공익사업법의 방식을 따릅니다. 사업비 공제가 다투어지고 있다면, 지연이자가 쌓이는 시간 동안 조합이 더 불리해진다는 점을 협의 과정에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서둘러 협의서에 서명하면 공제 항목에 대한 이의를 포기한 것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으므로, 공제 부분은 반드시 따로 유보하거나 서명을 미루는 편이 안전합니다.
5. 협의부터 소송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공제 문제는 협의서에 서명하기 전, 증거를 정리하는 단계에서 이미 결정됩니다.
현금청산 사건은 통상 ①조합의 협의 통지 및 청산금 제시 → ②공제 항목 서면 이의 제기와 정관 문언 확인 → ③협의 불성립 시 조합의 수용재결 신청(재개발) 또는 매도청구소송 제기(재건축) → ④재결에 불복하거나 청산금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원 판단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소송은 통상 수원지방법원 관할에서 다투게 됩니다.
조합이 공제를 주장하는 상태라면 아래 순서로 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정관 전문과 총회 의결서를 받아 현금청산자의 사업비 분담 조항이 있는지, 비용 종류·기준·범위가 구체적인지부터 확인합니다.
조합이 공제하겠다는 금액의 항목별 산출 내역과 지출 시점이 담긴 자료를 서면으로 요구합니다.
분양신청 여부·철회 시점,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일을 정리해 조합원 지위를 잃은 시점을 특정합니다.
이 자료가 갖춰지면 협의 단계에서 공제 철회를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청산금 청구와 지연이자 청구를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현금청산 대상자가 되신 분들은 이미 집을 내줘야 하는 상황에서 조합과 맞서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공제 통지를 받고도 “원래 그런 거겠지” 하며 넘어가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는 사이 협의서에 서명하면 이의를 제기할 길이 좁아집니다.
청산금을 받는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불만보다 정관의 문언과 비용 발생 시점을 먼저 정리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반대로 조합 입장에서도 정관에 구체적 규정 없이 공제를 밀어붙이면 소송에서 패소하고 지연이자 부담까지 커질 수 있으니, 근거 규정을 점검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저는 정비사업 현금청산 분쟁에서 청산금을 받는 쪽과 조합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정관의 한 줄 문언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받은 공제 통지가 맞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서명 전에 확인하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조합원 지위를 잃었는데도 조합이 사업비를 내라고 할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부과금은 부과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정관 등에 현금청산 대상자의 분담 근거와 기준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다면 예외적으로 정산을 구할 수 있습니다.
Q. 정관에 ‘청산금에서 사업비를 공제한다’고 적혀 있으면 공제되나요?
A. 그 한 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대법원은 비용의 발생 근거, 분담 기준과 내역, 범위가 구체적으로 규정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Q. 조합원 지위를 잃은 뒤에 쓴 비용도 부담해야 하나요?
A. 분담 대상은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기 전까지 발생한 비용입니다. 지위 상실 후 비용은 따로 약정하지 않은 한 청산금에서 공제하기 어렵습니다.
Q. 조합이 청산금을 늦게 주면 이자를 받을 수 있나요?
A. 조합이 협의기간 만료 후 60일을 넘겨 수용재결 신청이나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하면 지연일수에 따라 연 5퍼센트에서 15퍼센트의 이자를 지급해야 합니다.
Q. 공제액이 부당하다고 생각해도 일단 협의서에 서명해야 하나요?
A. 서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의 없이 서명하면 공제를 인정한 것으로 다투어질 수 있으니, 공제 부분은 유보하거나 서명 전에 검토받는 것이 좋습니다.
Q. 정관을 보여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A. 서면으로 정관과 공제 산출 내역의 제공을 요구해 기록을 남기세요. 그래도 제공되지 않으면 청산금 청구 소송 과정에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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